-
-
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차인표가 책을? 그가 책을 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잘 믿겨지질 않았다.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 장편소설이라는 점도 놀라웠다.
한 번 더 놀라웠던 점은 전혀 차인표 스럽지 않은 책 내용이다.
차인표는 연예인이면서도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 연예계에 데뷔하기 전에도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차인표가 인생의 뒷골목에 있는 못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DJ 데블의 하루예보에 등장하는 나고단은 오늘 자살한다고 하고, 박대수의 딸 봉봉이는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데도 기증자가 나타나질 않고, 이보출은 오늘도 열심히 살려고 달리지만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다.
아버지가 괴로움이 짧으라는 의미로 지은 나고단은 학창시절 항상 1번이어야만 하는 난쟁이똥자루 같은 키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무정자증에 부인은 수영강사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가버렸다.
나이트 쫌만 더로 잠 안자고 모은 2억원으로 스테이크를 그대 품안에라는 수입쇠고기 스테이크 전문점을 열었지만, 수입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로 문을 여는 동시에 문을 닫고 만다.
다시 몇 차례 일어서려고 노력 해 봤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빚 밖에 없었다.
1년 만에 서민에서 노숙자로 내려앉은 것이다.
DJ 데블의 오늘 예보대로 죽으려고 나섰던 성산대교에서는 공익 두 명이 그를 말리려 온갖소리를 다 하고, 마지막엔 반포대교로 가보라고 한다.
자신들의 구역에서는 죽지도 말라는 것이다.
막상 죽으려고 반포대교에 온 나고단에게 갑자기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요, 죽지 마세요, 당신이 죽으면 내가 슬퍼 할 거에요]이 무슨 조화 인가 싶더니 포졸 복장을 한 이보출이 자리를 좀 비켜 달라고 한다.
드라마 촬영에 방해가 되니 비켜서 달라고 하는 이보출을 보면서 나고단은 울음을 터트린다.
이보출은 엑스트라다. 오늘은 드라마 마지막 촬영이 있는 날이다.
그는 주식투자 실패로 아들은 누나집에 맡겨두고 하루 일당 4만원을 벌려고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짚신으로 언 발을 동동거리며 추운 촬영장을 버티고 있다.
다음 드라마에 엑스트라 출연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래야 태평이와 같이 살 방 한 칸 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데, 그 것 마저도 쉽지 않다.
이보출은 남의 돈까지 빌려서 주식투자를 했는데, 실패로 돌아가 돈을 빌려준 박대수를 피해 떠돌면서 살고 있다.
박대수는 조직에서 남의 돈 받아 주는 것을 전문으로 했다. 그러던 그에게 마흔이 넘어서 딸이 생겼다. 박대수는 딸을 위해 조직을 생활을 청산하고 김밥 가게라도 할 요량이었는데, 그 돈을 이보출에게 홀라당 떼인 것이다.
그 무렵 딸 봉봉이는 골수이형성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박대수는 돈을 받기 위해 이보출을 찾아 나선다.
작가가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에는 IMF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은 1998년 봄, 허름한 신사복을 입은 남자가 강을 보면서 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2008년 한 연기자의 죽음과 연이어 일어난 죽음들을 보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더라면,함께 가자고 등 한 번 두드려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달하는 글이라고 그는 말하고 있다.
연기자 차인표가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오히려 반응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기자 차인표 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유쾌함과 장난기 가득한 글이 재미있었고,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