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는 1974년에 발표되었던 중편 황토를 장편으로 개작한 글이다. 일제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기초 정보만 보고 책을 읽었다. 내용은 일제시대 부터 6.25를 지나고 현대를 살아온 한 여자의 기구한 삶의 이야기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여자의 아픈 이야기이다. 나라의 운명과 한 여자의 운명이 같은 길을 걸었다고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부모님의 목숨을 구하고자 일본인의 첩이 되어 그의 아들을 낳았고, 다시 결혼해 딸을 낳고 잠시 행복했으나 남편은 인민군 부위원장이 되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점례와 아이들을 두고 떠나버렸다. 그런 남편 때문에 취조를 받다 만나게 된 푸른눈의 미국인 장교와의 사이에 태어난 막내 아들 이렇게 아버지가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며 살아 온 그녀의 삶이 오죽했을까? 큰 아들은 막내의 외모 때문에 동생을 증오하고 저주한다. 그런 동생을 항쌍 감싸는 딸 세연이다. 막내는 형에게 항상 받아 오던 멸시를 이제는 자라서 몸으로 갚아주려 한다. 그 모습을 지켜 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어떠한가? 아들은 일본인의 피, 둘때는 한국인, 막내는 미국인의 피를 받았다. 작가는 이들의 아버지를 통해 현재 그들 나라가 우리 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적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점례의 삶을 들여다 보면 기가 막힌다. 그렇지만 그녀가 삶이 가엽지만 눈물이 흐를 만큼 슬프지는 않다. 작가는 그녀의 삶은 기구하고 기가막히지만, 그녀를 불쌍하게만 만들어 놓지는 않았다. 그녀는 죄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가 그녀의 삶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지 그 시대를 살아야만 했던 점례에게는 부모를 위해 살아야 했고, 자식을 키워야 했던 자식이었고 어머니일 뿐이었다. 둘째 딸 세진이를 묻을때 자식위에 뿌린 붉은 황토, 그 흙을 밟고 밟아야 여우에게서 아이를 보호 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죽은 자식일 망정 보호하고 싶은 간절한 모성애이며, 우리 나라를 넘보는 다른이에게서 지켜야 한다는 작가의 의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자의 삶과 우리 나라의 운명을 절묘하게 뒤 섞은 황토는 작가의 역량을 확인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