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트렁커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유쾌하고 글맛이 느껴지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온두와 름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온두와 름이 안쓰럽고 안타까웠다.
재미있지만 재미있을 수만은 없는 내용에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 처럼 따끔거렸다.

어린 시절 부모의 동반자살에서 살아남은 온두,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트렁크에서 잠을 자야했던 름.

두 사람이 트렁커가 된 이유에는 부모의 폭력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온두는 혼자 살아남아 16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는 들피집이라는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그 곳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가 사촌이라고 했는데, 그 곳에 사는 아이들 역시 한 정신 나간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의 씨앗들이었다.
까만 아이로 묘사되는 과거의 온두와 베이비앤마미의 유모차 판매원인 현재의 온두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면서도 그 상처가 고스란히 현재의 온두에 녹아있는 듯 보인다.
까만 아이가 들려주는 들피집의 생활은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처음 그 집에 가던 날 아이들은 까만 아이에게 맥주를 훔치던지, 지렁이를 먹던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시체를 맨손으로 묻던지, 다락방에서 잠을 자라고 한다.

대장격인 교복남자와 여자가 제일 쉬운 맥주를 훔쳐오라고 하지만, 까만 아이는 그것만은 거부하고 지렁이를 먹고 고양이들을 묻어준다.
름의 이야기는 온두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버지에 매를 맞아 이마를 꼬매고, 피아노를 쳤다는 이유로 손가락이 잘려 나가야 했던 름은 아버지를 용서하지는 못했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말로 아버지와 마지막 화해를 하게 된다.

작가의 엽기발랄한 표현 때문에 책이 정말 재미있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많이 웃었던 건 온두가 근무하는 베이비앤마미의 미송 씨가 말하는 온두의 닮음꼴 가시두더지와 다리가 85개난 달린 참문어 돌연변이를 읽으면서 정말 이런 동물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고 괴상한 생물이야기] 라는데 예전에 이상한 생물이야기라는 책을  본적이 있어서 그 책이 떠올라 혼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나 진지한 [슬트모]에 대한 표현 때문에 진짜 이런 모임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검색을 해보기까지 했다.
이 책은 분명히 소설인데 진짜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다.

온두와 름이 치킨차차차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마음과 몸이 상처투성이인 두 사람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제 온두와 름이 행복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원 온두와 따뜻한 남자 름의 절묘한 조화와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주는 스토리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트렁커라는 독특한 소재와 유머와 슬픔이 공존하는 특별한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