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를 세 번째 만나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부터 찾아본다.

김베로니카님의 [들녘에서 부르는 노래]는 시골의 따뜻한 인정과 현재 농민의 시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서 읽을 때 마다 우리 농업의 현실과 농촌마을의 인정을 같이 느낄 수가 있다.

이번 호에는 추수가 끝난 마을의 은씨네집 제삿밥을 먹으러 모여 앉은 자리에서 이야기이다.

추수는 끝났지만 남아돈다는 쌀 때문에 창고에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쌀은 농산물이지만 우리에겐 농산물로 그칠 수가 없는 존재이다.

쌀 소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판로가 없어 쌓아두어야 하는 현실이지만, 쌀을 우리가 자급하지 못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비극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쌀의 주권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런 농촌의 현실을 타개해 나가야할 대책이 분명히 필요할 때이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 속에 힘겨워하는 농민의 시름이 안타까운 글이었다.

 

[안동사람, 안동음식]의 김웅후님의 이번 호 글은 배추전이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깊어가는 밤 시골마을의 동네 처녀들과 엄마들이 모여서 수를 놓고 간식으로 배추와 무를 생으로 먹었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 중 특별한 날은 배추 전을 부쳐 먹던 날이었는데, 배추전의 맛은 깊은 맛이라고 한다.

금방 먹어서 입에 단 얕은맛이 아니라, 밍숭맹숭해서 양념장이 없으면 무슨 맛인지도 모르지만 그 밍숭맹숭한 맛이 깊은 맛이라는 것이다.

깊은 맛을 알려면 속이 썩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산다는 건 결국 속이 썩는 것이고 얼마간 세상을 살고 난 후엔 절로 속이 썩어 내성이 생기면서 의젓해지는 법이라고 배추 전을 먹는 사람들은 의심 없이 믿었던 것 같다. p 61

 


 

 나도 속 깨나 썩었는데, 그래서 밍밍한 배추전이 맛있던가?

배추전이 인생의 깊은 맛을 표현해 줄줄은 미처 몰랐는데, 앞으로 먹는 배추전 맛은 더 달지 않을까 생각된다.

 

맹광호님의 하늘공원에서는 난지도에 대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쓰레기 섬이 생태공원으로, 끝도 보이지 않는 억새풀 산책길을 담고 있는 하늘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감회를 적고 있다.

밭에서 쓰레기 섬으로 그리고 다시 아름다운 공원으로 태어난 하늘공원처럼 삶과 죽음이 서로 모습을 바꾸며 흘러가는 것이 거대한 자연의 흐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에세이가 좋은 이유는 글쓴이를 통해 그 사람의 철학과 인생을 볼 수 있고, 내 삶도 다시 한 번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

여러 작가들의 에세이를 엮어 놓은 에세이스트를 보는 즐거움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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