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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로 가는 길 2 ㅣ 암자로 가는 길 2
정찬주 글, 유동영 사진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십여 년 넘게 암자를 제 집 삼아 찾아다닌 작가 정찬주는 암자 전문가로 불린다. 소설가로 활동하였지만 암자와 관련된 서적을 많이 출간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6개월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던 노신사가 그의 책을 길잡이 삼아 6년간 암자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좀 더 정성들여 책을 쓸 것을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를 나그네라 칭하고 암자의 사계절 정취를 사진과 암자의 풍경을 읊조리듯이 전해 주고 있다.
암자란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더라도 산길을 가다가 기웃거려보고 싶은 곳이다.
불교만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쉬어가고 싶은 보통명사인 것이다.
p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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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귀는 우리가 느끼게 되는 암자의 느낌을 잘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른 종교를 믿더라도 암자에는 누구나 거리낌 없이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이란 것이 절과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이다.
나그네가 암자를 즐겨 오르는 이유는 삶이 힘겨워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암자로 가는 산길이 주는 정취로 촉촉하게 젖어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암자는 그런 것인 것 같다. 그 곳을 가기 위함이 아니라 그곳으로 가는 과정이 편안하고 즐거운 것일 것이다.
어린 시절 나의 할아버지는 몇 년간 작은 절 아래 암자에서 기거하셨던 적이 있으셨다.
그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지만, 가끔 할아버지를 찾아 암자로 갔던 기억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절에 가서 밥을 얻어먹기도 하고 절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목각으로 만든 작은 스님을 구경했었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암자로 가는 길을 글로만 본다면 책을 읽는 재미가 덜 할 것이다.
작은 암자의 모습과 그 계절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있어서 암자로 가는 길을 더 마음에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원추리 꽃이 말을 거는 비구니스님들의 공간 중암, 1,000년 고찰 낙산사의 소실에도 말없이 견뎌준 홍련암, 눈 쌓인 우거진 대숲을 따라 들어가는 해남의 상원암 에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암자마다 거기에 얽힌 이야기와 그 곳으로 가는 방법과 전화번호까지 들어 있어서 암자로 가는 길을 멋지게 안내해 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나 역시 마음에 쌓인 묵은 때를 암자로 가는 길을 통해 날려 버리고 싶다. 암자로 가는 길의 촉촉한 정취를 나는 언제쯤 맛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