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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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이라는 이름만으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전작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면서 친정엄마생각으로 눈물을 흘리며 봤었는데, 이번 책은 어떤 책일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펼친다.

청춘의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8,90년대 우리 시대의 아픔을 적은 글이었다.

타자기, 전경, 시위, 최루탄, 의문사 란 단어를 대하면서 나 또한 그 때를 살았었는데, 그 때를 모르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

신경숙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이야기 였으면 했다.  하지만 그 시대의 청춘들에게는 사랑도 사치였던 것일까? 

정윤은 그에게서 윤 교수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는다. 8년 만에 걸려온 전화가 서로의 안부인사 없이 어디야? 라는 물음이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그.쪽.으.로.갈.까의 대답으로 내.가.알.아.서.할.께 라고 답하는 정윤의 이야기와 명서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된다.

이 책에는 5명의 주된 인물이 등장한다. 

정윤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갓 결혼한 사촌언니의 신혼집 한 귀퉁이 방에서 창문에 검은 도화지를 발라놓고 몇 달 동안 책을 읽은 아이. 엄마의 병으로 어린 시절부터 사촌언니에게서 지내왔다.

단이는 정윤의 어린 시절 친구인데 거미를 무서워했지만 특전사에 입대하게 된다. 하지만 군대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윤미루 - 언니가 운동권이던 애인의 행방을 찾지 못해 분신하면서 그도 손에 화상을 입게 된다. 언니가 발레를 그만두게 된 것, 언니가 죽게 된 것이 모두 자기 탓으로 생각하고 거식증에 걸렸고 끝내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게 된다.

이명서- 미루와 단짝 친구였다. 정윤을 좋아했지만 미루를 잃어버린 상처로 인해 둘은 함께하지 못한다.

윤 교수- 크리스토프 이야기에서 강을 건네준 아이는 이 세상의 짐을 짊어진 예수였다고 말하고 당신은 크로스토프인가 아이인가? 라는 질문과 서로의 크로스토프가 되어 강을 건네주라는 답을 말해준다. 정윤과 미루, 명서의 영혼의 탈출구였다고 할 수 있다.

등장인물의 설명 없이는 이 책의 느낌을 표현하기가 참 힘들었다.  그것은 인간관계에 얽혀있는 이야기 속에서 시대의 아픔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숙의 책을 읽으면 서서히 늪에 빠지는 기분이 들곤 한다. 강렬한 문장은 아니지만 책 속에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무심하게 또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속에 있는 이야기는 담담하지만은 않았다.  상처를 가진 그들이 상처를 치유하길 바랐었지만 개인이 해결하기엔 상처가 너무나 컸던 것일까? 그 상처를 준 것은 사회였는데 그 치료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다는 것이 그 시대가 아팠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윤 교수의 크리스토프이야기는 나중에 정윤이 아이들에게 다시 들려준다. 크리스토프이야기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전해 주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의 크리스토프가 되어 살아가라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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