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집에서 독서하는 것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다.

얇지도 두껍지도 않은 에세이스트를 펴 들고 손가는 대로 펼쳐서 읽는다.

에세이스트는 격월로 발행되는 에세이 전문지이다. 벌써 32호~

요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자주 느끼게 되는데, 오늘도 책을 읽으면서 글쓴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내 어린날을 비교해 보게 된다.

 

김웅후님의 호박 뭉개미를 읽으면서 호박꽃에 앉은 호박벌로 장난치는 모습, 온갖 채소들을 밥에 얹어 쪄내어 먹던 모습, 대나무비로 잠자리 잡던 모습이 선 머슴애 같았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생각이 나게 하던 대목이다.

그리고 김베로니카님의 구제역에 대한 글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

올 봄 별스런 날씨때문에 농사일이 여의치 않아 하고, 온 동네 주민이 모여 일을 하는 모습이 어린 시절 부모님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소에 대한 품질관리라던지 그런 모습이 요즘 농촌도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뉴스에서 들어오던 구제역과 살 처분이라는 단어를 그냥 흘려들었었다. 요즘은 잠잠해져서 이젠 괜찮은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살 처분하는 과정에서 정말 아까운 슈퍼젖소의 딸들까지 모조리 살 처분 당해야 했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모르는 일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정말 아쉬움이 남았다.

 

수필과 에세이 같은 말일 수도 있고 약간은 차이가 있겠지만 이런 글을 대할 때 마다 내 자신이 글을 쓴 인물이 된 것 처럼 느껴진다.

에세이나 수필이 글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는 글이라고 하지만 결코 쉬운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쓴다는 것이 자신의 영혼을 담아내는 일일 것이다.

더군다나 수필이나 에세이를 읽는 사람은 글을 쓴 사람이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읽기 때문에 더 자신을 도드라지게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니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사물을 보는 세심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에세이에는 사람 사는 모습이 있고 맛이 있었다.

박진감 있고 스릴넘치는 소설에는 없는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편안함이 있다.

어디에서나 어느 장소에서나 꺼내보아도 되고 멀리 있는 친구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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