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근 이주일에 걸쳐 앓으셨다.
나이 드니 감기도 오래가나- 전화 속 엄마 목소리는 도통 차도가 없어 애를 태웠다. 결혼 전에는, 그저, 병원에 안 간다고 짜증만 냈는데, 결혼하고 나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밥이라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감기 옮는다고 말도 꺼내지도 못하고 했고. 아무튼.
그런데, 오늘 엄마가 모처럼 먼저 전화를 거셨다. 보니, 목소리가 조금 다르다. 차도가 생긴 모양이시다. 그러더니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다음주즘에 올라오라는 것이다. 당신 몸이나 먼저 추스릴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혹시 당신 때문에 입덧으로 더 고생하지 않으시나, 그게 더 걱정이셨던 것이다.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그와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엄마가 근 이주일만에 차도가 조금 있으신 모양이라고. 그랬더니,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올라오라는 말이었다고-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가 말하길,

당신 대신 앓으셨구나,

그런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다. 입덧이 수월히 가라앉는다 싶었는데, 그게 아가가 순하려니- 내가 순해서 많은 고생 하지 않는 거구나- 뭐 그런 생각만 했는데,
엄마가 나 대신 고생하신거라고 생각이 드니,
목이 메어 밥이 잘 안 넘어갔다.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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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틔운감자 2005-05-22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겠죠? 네, 많이 뵙고 싶네요. 그래서 다음 주에는 가려고요. 입덧은 가라앉았지만(입덧이 최고조일때 한 일주일 친정에 다녀왔었거든요) 그래도 엄마 보러 가야겠습니다. 신랑에게 휴가 얻어서 말이지요.
친정 엄마에게, 이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그럼 다행이라고, 그럼 됐다,라고만 말 하시더라고요. 마음이 더 짠- 해졌죠. 네, 그립네요.

싹틔운감자 2005-05-28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열네 살일때의 제 엄마를 떠올립니다. 기억에 촌스러운 파마머리를 했던 것 같은데, 왜 그런 기억이 날까요^^
그럴까요, 그만큼 세월을 겪으면, 보고픔보다 아픔이, 그리움보다 아스라함이 먼저 떠오를까요. 엄마에게 뭔가 해드리고 싶은 건 결혼을 하고서 느끼기 시작했죠. 그런데, 여전히 '내가 니네보다 부자다!' 이러고 마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