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갈 때가 되었는데도 나와 그는 주말에 빈둥거렸다. 이유인즉슨, 홈플러스 매장이 인터넷 주문 배송이 가능하다는 팜플렛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친구 R과의 통화 중에도 그런 얘기를 주억거렸던 터라, 이제는 남편 스케줄에 맞추거나, 혹은 혼자 끙끙거리고 잘 볼 일 없겠다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야심찬 마음으로 홈플러스에 들어가 훑어보다가, 그것이 일시적인 서비스라는 것을 알았고, 지방은, 뭐, 대구 외에는 가능지역이 없다는 것도 알았다.
물론, 서울은, 권역별로 시행하고 있는 지역이 전제의 80%정도 가능지역으로 나왔다.
이럴때. 나는 지방생활의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니까, 내가 지방 도시에 살아서 겪게 되는 불이익을 겪어서가 아니라, 서울이어서 너무 당연히 받게 되는 서비스를 인식하는 순간, 말이다. 서울에 살 때는 적어도 그런 서비스를 제공받는 일에 지역적인 제한은 못 느끼며 살았던 것이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둘 필요도 없거니와, 그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지방 생활은, 종종 그런 지역적인 의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한다.
뭐, 서울공화국이 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아줌마 스럽게, 그런 서비스를 못 받아서 어쩔 수 없이 끙끙거리며 장을 봐야겠다는 것(집에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과 그것이 아주 조금 억울한 기분이 되었다는 것. 제목처럼 대단한 고단함이나 불편함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떤 구분화된 서비스 지역이라는 건 조금 그렇다. 그걸 처음부터 겪으며 살았더라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겠지만, 이렇게 뒤늦게 알게 되는 느낌들이 그저 아무렇지 않다,일 수는 없으니까.
지방 생활의 고당함,이라는 게 뭐 있나. 서울에 비교했을 때,라는 잣대를 들먹어야 하는데, 분명 지방 생활의 장점도 많다. 하지만 사람은 언제나 불편한 것부터 떠올리는 것이니까. 장, 보면 돼지, 그걸 안 보겠다고 요령피우다가 여기까지 왔네. 지방 생활의 고단함을 운운할 게 아니라,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시간은 아닌가 모르겠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