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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택배가 올 거라는 말만 남긴 그.
그날 하루종일 나는 초인종 소리만 기다렸다. 그리고, 도착한 택배 상자. 묵직하기도 하여라. 냉큼 열어보니,
세 가지 종류의 스타게티가 가득이다.
놀라 남편에게 묻는다.
"이거 우리 거야? 우리 먹자고 산거야?"
그러자 그의 답변,
"당신 스파게티 좋아하잖아. 그래서 샀어. 마음껏 먹으라고."
토마토소스, 미트소스, 카보나라 스파게티까지. 약 30~40 봉지는 되는 듯 하다. 전자렌즈에 2분만 돌리면 되는 스파게티. 맛도 아주 괜찮다. 인스턴트 음식을 실제 해먹는(사먹는) 음식과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참 뜬금없어라. 혼자, 그걸 결정하고, 배송을 시키다니. 본인은 별로 좋아라 하지도 않는 걸 말이다. 감동,받은 표정 짓기도 전에 남편은 얼른 먹어보자고 조리법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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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외출에서 돌아왔다. 집은 생각보다 깨끗했고(일부러 안 어지르려고 애썼다한다), 설거지도 그리 많이 밀려 있지도 않았다.
돌아와 짐을 풀고 있는 내게 그가 아주 신이 난 표정으로 선물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냉동실을 열어 검은 봉지 한 뭉치를 꺼내 내게 내민다.
봉지를 열어보니, 손바닥 세 개를 붙인 것만큼 큼직함 쥐포가 묵직하다.
하하, 이 남자 그러더니, 어떻게 이 쥐포를 사게 되었는지 막 설명한다. 신이 난 그를 보니, 나도 신이 난다.
결혼하고서 얼마 안 되어, 친정에서 내가 쥐포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가 기억해냈다는 걸. 술안주로 쓰기 위해서 군것질용을 자제했던 그동안을 기억했다는 걸. 나는 안다.
하지만 나는 감동받는 표정 짓기도 전에 한 마리를 굽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