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는 나, 예전과 많이 바뀌어서 교육과정이 참 달라졌다. (예전, 내가 첫 시도했던 94년과 비교하면 정말 천지차이다) 그 중 하나가 의무 교육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의도는 좋다. 면허를 취득하는 일은 잠재적인 운전자를 배양하는 일이므로, 처음부터 제대로 된 교통문화와 운전문화를 습득시키는 일은 정말 긍정적인 일이다. 두 가지 의무 교육이 있는데, 하나는 '학과 교육 1시간'이고 또 하나는 '교통 안전 교육 3시간'이 그것이다. 1시간짜리 학과 교육은 말 그대로 학과(필기시험) 시험을 보기 전에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이고, 3시간짜리 안전 교육은 기능 시험을 보기 전에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이다. 요즘은 모두 전산화가 되어 있어, 왼손 엄지 지문을 인식시켜 이수 시간 확인을 실시간으로 경찰청과 네트워크로 형성되어 전달된다. (뿐만 아니라, 기능연습 시간도 의무적인 사항인지라, 강사와 학생의 지문인식을 통해 교육 시간을 체크하고 확인한다)

그래서 오늘 3시간짜리 의무 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그 의무교육이라는 것이 학원에서도 대행해주는 과정인지라, 다소간의 형식적인 면이 더 많다. 그런데 오늘은 1교시 비디오시청, 2교시 수업, 3교시 비디오시청을 한다. 학과 교육도 그러하더니만, 이번 안전 교육도 교육생이 나 혼자다. 그래서 그런지, 첫번째 학과 의무 교육은 모의고사지 다섯장을 나눠주고 풀라고 해서, 한시간동안 혼자 풀고, 교육관은 그걸 채점해주고. 그게 다였다. (그런데 이런 거 알려지면 안되는 건가? 그런 또 모르겠네;;) 그리고 오늘, 역시나 큰 강의실에 나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약간 절망했다. 그나마 비디오 시청은 흥미로왔는데, 교육관 아저씨의 왈, 졸리시면 그냥 슬쩍 자요- 라고 한다. 그럼, 되나. 그래서 나는 두 눈 똑바로 뜨고 똘망똘망하게 비디오 시청을 했다. 뭐, 내용도 재미가 있기도 했고. (희한하지, 나는 모두가 지겨울거라,라고 우려하던 그 영상물이 왜 그리 재미있던지)

아무튼, 문제는 2교시 교육이었는데, 교육관이 직접 강의를 하는 것이었다. 큰 강의실에 나 혼자 앉혀두고 강의하는 교육관도 그렇지만, 앉아 있는 나도 그렇다. 보니, 사실, 그리 교육적이지도 않고(왜냐하면 교재에 다 나와 있는 내용인데다가, 학과 시험 과정에서 이미 습득한 정보들이었기 때문이다 - 문제는 반복되는 내용의 교육이라는 것이겠지- ) 참 밍밍하다. 뭐, 그러다가, 이래저래 내용중에, 자동차의 신고, 에 대한 부분이 나왔다. 신규와 변경, 이전, 말소,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내가 뜬금없는 질문을 해버리고 말았다. 뜬금없다기 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궁금증을 물은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동생의 몰던 차를 몰게 되면, 그 차의 소유주는 아버지고, 보험은 아버지로 되어 있는지, 동생 걸로 되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그걸 내가 받아 운전하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남편의 차와 남편의 보험과는 또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등등, 운운.

아- 그러자, 교육관 아저씨의 눈빛이 반짝인다. 그리고 나는 마치 보험 설계사 앞에 앉아 있는 고객이 된 입장이 되어 버렸다. 어찌나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든지, 소유의 개념과 보험의 개념이 이상하게 엉켜있던 나는,나는 이제 보험에 대해서는 빠삭! 하게 알 것 같다.

중요한 건, 그거다. 용감해 졌다는 것. 미혼이었어도 그랬을까? 내 성격이 워낙 데면데면 낯선 사람들에게 낯가림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문득, 내가 교육관의 말허리를 뎅강 자르고 질문을 한 상황이나, 설명을 들으면서 (너무) 적극적으로 추가 질문을 하고, 재차 확인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나도 아줌마가 되어가는 구나, 라고 실감했던 것 같다.

음, 좋은 자세다, 좋은 자세. 아줌마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부러 새침할 필요도 없고, 아가씨처럼 보이고 싶다고 해서 부러 이쁜척 하지 않아도 되는 일, 뭐 그런 것이 이제는 슬슬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 초-뭐, 지금도 '초'이기는 하다만- 에는 아줌마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결혼했다고 당당히 밝혔는데, 아가씨처럼 보인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부러 이쁜척, 새침한 척을 했던지라;; )

아줌마,라고 하면 세3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있는 이 사회의 깊은 각인 속에, 나는 왜 이리 무턱대고 그쪽으로 편입하고 싶어 안달하는지 모르겠다.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모습, 그리 닮고 싶지 않았던 아줌마영역에 나는 왜 이리 몰입하고 싶은지 말이다.
오늘, 그 질문이 뭐 대단한가. 아줌마가 아니어도 아가씨여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나는 그걸 또 호들갑스럽게 아줌마되다, 식으로 표현을 하고 있으니, 어찌 보면, 이 양태도 내가 아줌마가 되는 과정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 나는 빨리 아줌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무도 못 말리는, 누구나 손사래를 치는, 그래서 제3의 영역에 안착하는, 그래서 다른 아줌마들과 아주 잘 어울릴 수 있는, 아줌마여서 그래- 라는 말을 너무 쉽게 들을 수 있는. 그런 생활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그건, 다시 말해, 내가 아직도 생활인도 아니고, 생활인이 아닌 것도 아닌, 여전히 어정쩡한 상태에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 것이겠지.

흠, 아무튼, 일단 용감해지는 것. 그것이 아줌마 되기의 지름길 아닐까?

ㅡ 어쩌면, 내가 '아줌마'라는 단어를 너무 비하해서 표현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분명한 건, 내가 말하고 싶은 '아줌마'란 '생활인'의 동일의미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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