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스무살 무렵, 학원을 다니고, 필기시험까지 쳤지만, 코스(그 당시는 코스,와 주행,으로 나뉘어 있었다) 시험은 응시하지 않았다. 94년도였고, 그 당시 20만원이 넘는 운전면허학원비를 그냥 고스란히 날린 것. 그 뒤로 나는 운전 따위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일도 없을거라, 장담하고 살다가, 이십대 후반이 되어 절실해졌지만 이래저래 차일피일 미루고, 게으름피우다가, 결국 결혼 전에는 꼭 따겠다고, 마치 지참금챙기듯이 신랑에게 공약하듯 선언을 했어도, 결국 못 하고 말았던 것이, 바로 운전면허였다.
여하튼, 나는 지난 주부터 학원 수강을 시작했고, 지난 주 목요일에 학과 시험을 보았고(90점이나 맞아버렸다;;), 오늘부터 기능 연습에 들어갔다.
강사는 내 또래의 남자. 고르지 못한 정지로 차가 쿨럭거릴 때 강사가 노총각으로 죽게 하지 말라는 하는 걸 보니, 미혼인 셈. 그가 나에게 물었다.
강사 : 학생이신가요?
나 : 아뇨.
강사 : 그럼 주부세요?
나 : 네.
강사 : 아, 그럼 신혼이시죠?
학생이냐고 묻는 말에, 그만 헤벌쭉이 되었다. 뭐, 노처녀이거나 아줌마로 보일 확률,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기분을 업시키는 멘트였겠지만서도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신혼이시냐 묻는 것도 그 일환 중에 하나이겠거니, 싶으면서도 기분은 괜찮더라는 것이지.
나이 들어보인다는 말이 싫고, 누군가 나를 지칭하며 '아줌마'라고 하는 것이 아직 싫은 걸 보니, 제대로 된 아줌마는 아닌 모양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아줌마 스러운 모습 같기도 하단 생각을 잠시 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