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는, 손님이 있었다. 격주 금요일마다 참석하는 볼링 동호회가 있던 날이었고, 어제는 이래저래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술을 마셨던가보다. (원래 그 모임을 술 마시는 일이 드문 경우, 주로 밥을 먹고 헤어지는 건전? 모임인 셈이다) 그리고 2차를 우리집으로.

전화를 건 남편은 잤느냐고 확인하더니(자정이 넘어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갈 것이다, 소주를 마실 예정이다(안주 준비의 힌트 제공), 자신까지 네 명이다, 등의 중요 정보를 흘려준다.
부랴, 김치찌개를 끓이고, 파전을 할 요량으로 있는데, 들이닥친다. 처음 예상과 달리 소주가 아니라 맥주란다. 다행히 집에는 마른안주는 풍성하니 걱정은 없고, 찾아온 사람들이야 워낙에 잘 아는 지인들이니 부담도 없다. 간단한 맥주상을 차려주고, 나는 살짝 서재로 들어왔다. 가끔은 이렇게 그들만의 자리도 필요할테니까.

물론, 함께 어울려 술자리를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그렇게 멀찍이서 도우미 역할만 하는 것도 괜찮다. 그들도 그들의 세계를 나누고 싶을 때가 있겠지. 그들도 그들끼리의 대화가 필요하기도 하겠지. 와이프 때문에, 친구 와이프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조금 참거나, 할 이야기를 거르거나 하는 건, 나도 그리 원치 않는 일이니까. 아무튼, 어제는 그런 날이었다. 나는 살짝 비껴가있는.
때로, 그렇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는 일이 가장 큰 존재성을 가지는 일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제 밤 처럼 말이다.

그리고 지금은 해장라면을 끓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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