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지난 주 주말에는 친정에 다녀왔다. 나는 곱게 한복까지 차려입고.
세배하고, 저녁먹고서, 그 다음 일정을 잡는데, 원래대로라면 신랑과 동생의 볼링시합이 있을 예정이었는데, 이래저래, 여차저차한 후에 당구장으로 가게 되었다. (결혼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자정까지만 치고서, 젊은 축들은 볼링장으로 가라,는 계획이었다. 아무튼, 그 당구장 멤버가
아버지(56), 외삼촌(45), 신랑(32), 남동생(26)
였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외삼촌이 한 편, 신랑과 남동생이 한 편으로 junior : senior로 편으로 갈라 당구를 치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의자에 앉아 남자들의 당구게임과, 그들이 당구를 임하는 자세나, 게임을 하면서 던지는 말투, 농담들을 지켜볼 뿐이었다.
처남팀 매형팀으로 나누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했지만, 아무튼, 친숙도에 기인한 편,으로 나뉘었고, 게임이 의외의 상황으로 펼쳐져, 결국, senior의 고집대로 자정을 넘기고(볼링시합은 무산이 된 것이다), 새벽 3시까지 당구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신랑과 동생은 그렇다쳐도, 외삼촌과 아버지의 체력도 대단하다.
담배 피우지 못해 짬짬히 바깥에 나가 피우고 돌아오는 동생과 신랑의 모습도 재미있고,
다른 당구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비해 아주 특이한 구성원으로 모여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다. 20대, 30대, 40대, 50대의 남자들이 당구,라는 게임으로 저리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나는 참 희한하면서도, 참 좋기도 했다.
물론, 신랑이 제일 힘겨웠다는 걸 안다. 아직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어울리기에 얼마나 어렵고 어색하고, 낯선 무리인가. 게다, 그런 걸 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 즉각 나오는 상황,이라는 걸 신랑 스스로도 모르는 바가 아니니, 너무 잘 칠 수도, 너무 못 칠 수도, 결과에 연연하기도, 그렇다고 심드렁할 수도 없이, 그렇게 고생은 했겠으나,
나는 좋았다는 것이다. 사위와 함께, 조카와 조카사위와 함께, 아버지와 함께, 매형과 함께 하는 시간들. 저들의 저 특이한 구성원들의 조합이 나는 참 좋더라는 것이다.
쉰여섯의 아버지가 제일 못 치셨지만, 그래도 위엄이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함께 어울려주시니, 나는 그게 또 고맙고
마흔다섯의 외삼촌은 특유의 실력으로 게임의 변수로 작용하게 만들고, 장인-사위의 어색할 시간에 대한 완충자역할을 충실히 해주셨으니 고맙고
서른둘의 신랑은 끝까지 활짝활짝 웃으면서 어른들과, 어린 처남과 잘 어울려서 듬직했고
스물여섯 동생은 가족과의 시간을 위해 헌신적인(?)인 노력을 해주어서 고마웠다.
아무튼, 20,30,40,50대가 어울린 당구게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