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어제 도착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임신-출산-육아 전반의 모든 것에 무지하니까, 무지하니까 두려움과 겁만 있어서, 혹은 이래저래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은 자꾸 들리는 시기이기도 해, 작정을 하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정독할 필요는 없겠지만, 한 권 두면, 오래오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책이니, 맘 먹고 구매를 한 것이다.
허나, 공교롭게도 오늘 나는 생리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계획 임신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했던 첫번째 실패이기도 한 날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저 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책이 되는 듯 싶기도 하고.
여하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낸 한달간은 조금 분주했었다. 비타민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남편이 담배를 필 때는 멀찍히 다른 방으로 도망가 있었고, 손님이 왔던 날에는 차려놓은 술상 앞에서 맥주 대신 보리차를 대여섯 컵이나 마셨던 일도, TV에서 안 좋은 장면이 나오면 슬쩍 고개를 돌리게 하던 남편의 손길이라든지, 이 책을 주문하면서 느꼈던 감동스러운 느낌들이라든지, 하는 것들. 뭐 그런 한 달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행복하기도 했던 한 달이었으므로, 괜찮다. 그래, 괜찮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아가가 찾아오질 않았는가보다.
뭐, 첫 한 달 시도하고서 이렇게 호들갑이라니- 그만큼 바람이 컸었나, 오히려 예상치 않은 감정 속에 휘말리는 내 스스로가 더 이상할 지경이다. 그래서그랬나. 남편에게 말 하고 나니, 남편이 따스하게 안아주면서 말한다. 괜찮다고. 아프지만 말라고. 그래그래, 이제 뭐, 이제 겨우 처음 시도였는걸. 너무 우울해해서도 안 될 것 같아, 나도 괜찮다고 남편에게 방긋 웃었다.
여하튼, 이미 꽉 찬 나이, 친정과 시댁에서의 은근한 기대와 바람은 점점 표면화되고, 나는 초조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가가 어디 마음대로 찾아오는 게 아닌걸.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야 할 일이다. 삼신할매 어서 오시라고 마음으로 바라면서 말이다.
으실으실 추운데다, 생리통까지 슬슬 피어오르니, 따스한 물 한 컵을 마시고, 침대 속에 들어가야겠다. 두껍지만 이 책도 들고. 그리고 차근차근 읽어가야겠다. 책은, 그래 책은 왔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