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남편의 생일, 결혼하고서 첫 생일이다.
저녁을 먹고, 고기국물을 내고, 미역을 담그고, 푹 익힌 고기를 손으로 잘라내고, 미역을 넣고, 간을 맞추고, 해서 미역국을 끓였다. 내 생애 처음으로 끓여 본 미역국이다. 서른 평생, 엄마 생일상에도 끓여주지 못했던 미역국을 오늘, 끓였다.

친정엄마는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을 누차 설명하셨다. 저녁에는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미역국을 끓였다고, 나이가 들면 자식 낳은 달에 아프시더라고, 몸 조심하시라는 안부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가 대신 미역국을 끓여줘서 고맙다고 인사하신다. 마음이 좋다.

내 나이 설을 지나면 서른 하나, 결혼한 지 넉 달 보름이 되었고, 평생 살던 지역을 떠나 낯선 청주에 살고 있다. 
할 줄 아는 음식도 없고, 아는 이웃하나 없다. 남편과 보내는 시간,  친구들과 전화 수다, 그리고 서재에 틀어박혀 읽는 책과 인터넷이 나의 일상의 전부인 나날들. 내 평생 처음 겪는, 너무 많이 달라진 일상의 궤도 속에서 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제까지를 신혼,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일상이 불리워질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언제부터 아줌마,라는 명칭이 나의 살에 착착 감기는 호칭이 될지도 나는 아직 모르겠다. 미혼과 결혼 사이에서, 신혼과 아줌마 사이에서, 어디에도 어정쩡한 자리로 서 있는 지금. 나는 어서 아줌마가 되었으면 좋겠고, 어서 아가 엄마로 불리워졌음 좋겠다. 그런 나날들. 속의 나는 이 곳에 첫 시작을 한다.

눈이 온 날, 미역국을 끓이다.

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싹틔운감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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