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길 위에서 자란다
김선미 지음 / 마고북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주에 수원에 있는 친정을 다녀왔다.
수원에서 신갈을 통해 영동고속도로 타고 여주까지 와서 개통한지 얼마 안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김천으로 와서 경부고속도로를 타면 대구로 온다.
수원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로 올때보다 빠르다. 물론 영동이 안막힌다면 말이다.
수도권에서만 살다가 대구로 이사온지 5개월..그덕에 처음으로 타본 중부내륙고속도로..
오다보면 충주,문경이나 상주처럼 한번도 가보지 못한 도시를 가르키는 표지판을 본다.
"저곳에 가 보고 싶어" 말은 하지만 빨리 집에 가야한다는 목표에 충실한 고속도로의 편리함이 좋았다.
'언젠가 저 표지판 속의 도시들을 가보리라' 생각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나보다.

두딸의 엄마인 저자는 곤지암 집앞에서 출발하는 3번 국도를 따라서 제주도까지 14박 15일의 여행을 떠난다.
남편은 나중에 참가하고 두딸과 엄마만 출발하여 야영장에서 텐트 치고 자면서 여행을 하기로 한것인데..
이 책을 받은 날이 수원에서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온 날 밤이어서 책을 읽는 내내 '어머..어머'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3번국도란 곳이 방금 내가 지나온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나란히 있는 도로라서 충주,상주,김천등의 도시를
옆에 두고 달리는 도로였다.

너무 피곤해서 반정도의 책을 읽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이들을 위해 예매해둔 픽사의 영화'카'를 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영화 보며 또 한번 놀랐다. 영화 내용이 바로 이책과 비슷한 설정이라는..
예전엔 모든 차들이 들리던 도로위의 마을이 마을옆을 지나는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차들이 오지 않는 썰렁한 폐허로 변하고 있었다.  빨리 달리는 도로를 얻으면서 우리가 잃어 가는 것이 무엇일까?

초등학교 5학년,3학년 두딸과의 3번국도 여행을 시작하면서 저자도 갈등을 한다. 꼭 가야하는 것도 아닌데..장마철이라 날씨도 불안한데..아이 치과 치료도 받아야 되는데..등등 안떠나야 할 이유가 수십가지나 생긴다.
하지만 그들은 떠났고..보고 느끼고 훌쩍 커져서 돌아왔다.
그들의 여행이 즐겁기만 한것은 아니었다. 딸들과의 갈등도 있고..시행착오도 있고..기상악화로 고생도 하고..하지만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 절대 여행은 안해"라고 외치던 두딸이 자기들 저금통을 털어서라도 중국여행을 가자며 조르고 있단다.

야영지에서의 하룻밤은 생각만큼 무섭지는 않다. 우리가족도 여름마다 지리산 뱀사골 야영지를 찾아가서 텐트 치고 자봐서인지 이책을 읽으며 공감도 되고 부럽기도 했다. '왜 난 아이들과 이렇게 여행 할 생각을 못했을까?' 아직 어린 아이들이란 핑계로 올여름은 지나가고..내년이나 내후년에 우리 가족도 몇번 국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출발할 것이다. 내 맘속에 불길을 댕겨준 김선미님과 두따님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들의 여행만 따라가도 훌륭한 여행이 될수 있겠고, 중간에 있는 친절한 여행지침서도 초보여행자들에겐 필요하고..여행지마다 나오는 두딸의 일기인 '한바라,마로이야기'도 재미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도 기념 사진 같지 않고 이야기를 전해주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허영만님의 표지그림도 이들의 여행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며 미소를 짓게 만든다.
'길'과 '자란다'란 글자의 색이 빨간색인 것은 조금 오버인듯 하지만...
눈에 잘 보여서 고른 색인지 모르지만 자연의 색인 녹색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추신)아는만큼 보인다고..아이들과 가는 도시마다 이야기 나누고 가르쳐 주는 엄마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도 여행 가기전에 공부 하고 가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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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8-17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딸을 데리고 여자 셋이서....
용기가 정말 대단해요. 저는 저혼자는 어떻게 하겠는데 아이들을 데리고는 잘 모르겟어요. 할 수 있을지...

전호인 2006-08-1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이란 것은 항상 많은 추억을 선물하지요. 고려해 봐얄 것 같습니다.

똘이맘, 또또맘 2006-08-17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두도 못 내본 일을 ~ 세분의 여전사 같군요.

sooninara 2006-08-17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그렇지..더 크면 같이 여행할수 있을겁니다.
바람돌이님의 두따님도 만만치 않을걸요? 오히려 엄마보다 앞장 서서 여행을 가자고 할지도..호호

전호인님. 몇일간만이라도 아이들과 야영하며 여행해도 좋을것 같아요

똘이맘,또또맘님 그렇죠? 우리도 아이들 좀더 키워서 한번 도전해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