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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갈등… 둘이 알아서 해결해야
아주 위험한 상황 아니면 부모가 나서지 말아야
초등학교 5학년 재혁이는 네 살 차이가 나는 동생이 자기한테 형이라고도 부르지 않고 시비를 먼저 걸어 온다고 호소한다. 그럴 땐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 “때려주고 싶지만 엄마한테 혼나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며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재혁이 엄마에게 앞으로는 형제간에 싸우더라도 나서지 말고 둘이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라고 하고, 재혁이가 동생을 알아서 하도록 맡기라고 했다.
그 이후 어느 날 재혁이가 동생을 엄청 때렸다. 엄마가 옆에서 보기에 걱정이 되고 당하는 동생이 안쓰러워 나서고 싶었지만 꾹 참고 놔두고 지켜보았더니 동생이 형한테 제압을 당하여 위계질서가 잡혔다. 그날 이후로는 동생이 형한테 함부로 못하고 오히려 재혁이도 전보다 훨씬 동생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재혁이에게 동생에 대해 물으니 이젠 엄마가 우리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하시고 내가 한번 혼내주었더니 까불지 않는다고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형제간의 싸움과 경쟁은 둘일 때 가장 치열하다. 형제간 갈등의 뿌리는 ‘누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느냐’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형제가 둘일 경우 서로 잘 놀 때는 아주 친하기도 하지만 싸울 때는 ‘너만 안 태어났으면’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거의 원수지간처럼 된다.
부모들은 형제간 싸움이 많을 때를 가장 힘들어한다. 표면상으로는 별것 아닌 것 갖고 사사건건 싸우기 때문이다. 대체로 형제간 싸움이 벌어지면 큰아이한테 요구하는 게 많아진다. ‘네가 형이니까’ ‘오빠니까’ ‘누나니까’ 하면서 동생을 봐주라고 하고, 동생이 시비를 걸거나 싸움의 원인을 제공했어도 결국엔 큰아이가 혼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큰 아이들은 이해받지 못하고 자기만 밀려난 느낌, 부모가 동생만 더 예뻐하는 것 같은 마음에 억울함이 생긴다. 바로 이런 억울한 감정이 쌓여 싸움이 계속된다.
큰아이들은 부모가 있을 때 직접 동생을 때리면 혼나니까 부모가 없을 때 동생을 괴롭히고 혼내주거나 은근히 집적거리거나 골탕을 먹이는 것으로 화를 푼다. 하지만 하고 싶은 만큼 하질 못하니 늘 억울함이 풀리지 않아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형제간에 갈등이 있을 때 부모가 나서면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형 편을 들면 동생이 억울하고, 동생 편을 들면 형이 억울해질 뿐 아니라 동생은 무슨 일만 생기면 부모가 자기 편이라는 것을 믿고 형한테 순종하지 않고 형을 우습게 알고 덤비게 된다. 이는 동생한테도 좋은 일이 아니다. 늘 형을 이기려 들고 덤비면 나중에 사회생활을 할 때 상사나 선배와의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 위계질서가 잡혀 형한테 수그러드는 것을 배우는 게 동생에게도 좋은 것이다.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그대로 지켜보면서 둘이서 알아서 하게 놔두는 게 좋다. 그리고 동생이 편 들어달라고 해도 큰아이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고 들어주지 않아야 한다. 물론 큰아이한테 맞고 울면서 오면야 다독거려줘야 하지만 말이다.
한 아이를 편애하거나, 매사에 나서서 심판하는 부모의 태도는 형제간의 갈등이나 경쟁심을 더욱 조장한다. 아이들 싸움의 이유란, 표면에 드러난 내용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마음이 흡족하게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모는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신철희 원광아동상담센터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