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지나고까지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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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의 시대>를 읽을 때 만 해도 소세키의 다른 작품까지 찾아 읽게 될 줄 몰랐다. <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가 보인 것도 한몫한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소세키의 전기3부작에 이어 후기 3부작까지 읽어 보고 싶어졌다. 춘분..에 관한 리뷰는 호불호가 있어, 건너 뛰고 <행인> 과 <마음>을 읽고 싶었지만, 왠지 소세키 선생을 이렇게 만날 기회가 다시 올까 싶어 도전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예상대로 <춘분 지나고까지> 이야기는 좀 힘들었다. 지리멸렬한 공기가 소설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은 기분... 

 

"나는 일찍이 어느 학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현대 일본의 개화를 해부하여 그런 개화의 영향을 받은 우리는 수박 겉 핥기가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신경쇠약에 빠질 게 뻔하다며 그 이유를 청중 앞에 뻔뻔스럽게 폭로했다"/321쪽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이타로를 보면서 산시로와 오버랩되는 느낌을 받았다. <산시로> 만큼 이 소설도 몰입하기가 쉽지 않겠구나 싶었는데... 게이타로와  스나가..의 성격에서 뭔가 답답증이 느껴진 이유는..홍상수 영화 속 남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나 보다. 지리멸렬한 공기..그러나 그들은 너무도 심각하다. 그런데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또 심각하지 않을 수가 없는 난제가 있긴 하다.취업도 해야 하고, 복잡한 세상을 이해할 수 없는 게이타로.세상 고민 없이 살아갈 것 같은 스나가..는 어찌된 영문인지 사랑에 힘겨워 한다..독자는 그 이유를 알 수가..없는 상태로, 그가 정말 질투가 나서? 혹은 사랑하는 마음 없이, 정약 결혼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까..라고 의문이 드는 순간, 스나가 가 풀고 싶지만, 풀지 못한 숙제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소설 마지막 즈음 언급되는 바람에 그가 왜 그토록 힘들어했는지를 이해하면서도..마지막에 풀어 놓은 작가의 의도가 오히려 궁금해졌다. 스나가의 두려움이 정말 해소가 되었을까?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것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건 인내가 필요하다. 오롯이 소설 속 인물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봐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고전으로 지금까지 읽혀진데는 이유가 있는 법. 우유부단함이란 세계를 게이타로 한 개인의 문제로 국한 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이타로 만큼 스나가도 어느 면에서는 우유부단한 인물이었다. 여기서 질문은 만들어진다. 왜 우리는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자신을 힘들게 할까? 운명론을 믿으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까?  생각이 많다는 건  두려움이 많아서는 아닐까..두려움은 어디에서 오게 되는 걸까?  농담처럼 생각을 많이 하면 신경쇠약에 걸릴수 있다는 말은 그래서 뭔가 아프게 다가왔다. 소설 전체의 느낌은 매우 흥미로웠다고 할 수 없지만, 게이타로에게 탐정(?) 미션이 주어진 순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탐정을 상상할 수도 있었고, 밀정과 스파이를 상상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우리가 우유부단한 건 솔직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엇던 건 아닐지.... 그러나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우유부단한 이들에게 현명한 판결(?)을 내려준 게이타로와 점쟁이 노파의 대화가 아니었을까 싶다.생각 많이 하면 신경쇠약에 걸린다는 강의 보다..훨씬 현명하단 기분이..(점을 맹신하는 건 물론 위험하지만^^)

 

"하지만 길이 두 갈래라 그중 어느 길로 나아가면 좋을지를 묻는 겁니다"

"뭐 마찬가지네요."하고 대답했다. 

(....)

"이걸 보세요.이렇게 꼬아서 합치면 한 올의 실이 두 가닥의 실이고 두 가닥의 실이 한 올의 실이 되지 않습니까? 보세요 화려한 빨간색과 수수한 감색이 말이예요.젊을 때는 여하튼 화려한 쪽으로 달려가 실패하기 십상이지만 당신은 지금 이렇게 꼰 실처럼 딱 좋은 상태로 서로 얽혀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인 거지요"/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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