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유혹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3
엘리자베스 폰 아르님 지음, 이리나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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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은 그게 두려웠다.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로잡아버리겠다고 결심하다니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그들이 자기 발로 더 꿋꿋이 서게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289쪽

 

 

인물에 대한 성격을 파악하기도 전에, 배경이 될 만한 여지도 없이,불쑥 잡지를 읽던 여인은 여행 광고에 솔깃한 유혹을 느낀다. (놀랍게도) 평소의 그녀라면 감행하지 않을 광고에 유혹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하던데..로티라는 여인은 함께 여행갈 친구를 직접 찾아 나선다.평소에 자기라면 도저히 이런 행동을 하지 못할 거란 암시를 남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로즈라는 여성에게서 닮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로티가 가진 능력이었을까..이후 두 여인은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들처럼 여행 계획을 일사처리로 진행한다. 물론 그러는 가운데, 남편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도 하고, 신에게 죄를 짓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고민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이 소원한 여행지에 도착한다. 여행을 떠나기전 로즈와 로티의 대화를 엿보면서 마치 소설속 인물들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인물들 같아서 그녀들 대사에 웃음이 터졌다.이탈이라에 도착해서 어떤 에피소드까 이어질지 궁금해하면서 읽던 순간..캐럴라인의 목소리 덕분에 '사람'이 보였다.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행도 물론 좋지만..결국 '사람'안에서 사랑 하며 사는 삶이 가장 멋진 여행은 아닐까.... 남편의 무시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로티는 행복하게 지내는 순간.남편을 떠올렸다. 행복은 함께..여야 한다는 생각. 남편으로부터 알 수 없는 장벽을 느꼈던 로즈 역시 결국 남편과 함께 하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본다. 피셔부인 역시 그랬고...사람에 대한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캐럴라인 역시..사람이 그립지 않았을까..잠식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기꺼이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며 살고 싶었던 거다. 그것이 불가능한 것 같아 도망치려 했을 뿐..."캐럴라인은 스스로가 작아 보였고 끔찍하게 외로웠다.발가벗겨지고 무방비 상태에 노출된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숄을 더 꽉 조였다.얇디얇은 시폰으로 영겁의 시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321쪽 '살아 있는 사람'에 목말라 하면서도 정작 마음을 주지 못했던 피셔부인도..스스로 마음의 문을 여는 순간 살아 있는 사람이 보였다. 답답한 곳을 떠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그건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4월의 유혹>이란 제목은 뭔가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냈지만..이야기속으로 들어간 순간 뻔한 교훈처럼 들릴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준 기분이 들었다. 사랑 하고 싶으면서도 사람을 멀리하는 사람들의 허영심.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대상이 반드시 남녀가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까지... 해피앤딩처럼 끝내지 않았지만 로티의 바람에 피셔부인이 응답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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