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노재명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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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이 붑니다.어제도 바람이 불었습니다.요즘 날씨가 평온하지 않습니다.그러나 가슴속의 불온함은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에요"/185쪽

 

조금은 투박한 제목이라 생각했다. 해서 소세키선생의 소설을 재미나게 읽어 가면서도 '태풍'은 오랫동안 열외로 두었던 것 같다. 나는 고양이..를 최근 다시 읽으면서 현암사에서 기획된 소세키컬렉션(?)이라도 완주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태풍'을 읽으면서 하게 된 결심이다. 밝은 느낌의 분위기도 아닐 뿐더러.나약한 지식인의 비겁한 변명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이 너무도 '인간적'인 소설이란 느낌을 갖게 했으니 매력적인 소설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소세키 소설을 완주하고 싶은 이유기도 하다.한 작가의 작품을 이어 읽을 때만 저절로 발견되는 기쁨인거다. 소세키 선생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이 짧은 소설에는 문학론, 사랑론, 인생론, 더 나아가 관게론..이라 말하고 싶은 소세키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너무도 올곧은(?)인물이라 사람들과 사회로부터 고집과 오만한 인물로 그려지는 도야선생.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 돈을 쫓는다는 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놀라운 건 카뮈의 <행복한 죽음>에서는 지식인이 돈으로 부터 거리를 두려하는 것이 위선이라고 비판했다는 사실..비교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바로 그 지점 때문에 나 역시 순간순간 도야선생의 신념에 딴지를 걸고 싶었던 것 같다.그런데  학문을 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도야선생과 같은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의 생각을 한참 따라 가고 나서야 비로소 제목이 '태풍'이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얼마전 고도..를 읽으면서 저마다 가슴에 '십자가' 하나씩 지닌채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태풍'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마다 가슴에 태풍의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닐지...태풍이 언제나 인간에게 해만 끼치지 않는 것을 생각했다. 미풍이라고 해서 가벼이 여길 필요도 없다. 각자의 색깔대로 살아가는 건 문제 되지 않는다. 문제는 각자의 색깔에 벗어난 모습들로 인해 사회가 어지러운 거다. 인간적인 소설이란 느낌이 들어 매력적이라 생각하면서도 도야선생의 모든 생각에 찬성을 던질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주장한 담론들은 고개가 끄덕여졌다.무거운 듯 한 이야기 속에 한줄기 빛과 같은 메세지로 앤딩을 끝낸것도 마음에 든다. 안타까웠던 건 ,곧은 도야선생의 소명으로 인해..그녀의 아내가 안쓰럽게 보였다는 점이다.도야선생의 시선에서 보자면..마음에 들지 않겠지만..아내가 지닌 태풍이 지리멸렬하게 살아가고 있는 문학청년보다 더 안타까웠다..자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있었으므로.."지금 생각해보니 시집올 때 품었던 각오부터가 잘못되었다.자신이 시집을 온 것은 자신을 위해서였다.남편을 위해서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축배를 들었던 것이다"/162쪽 영화플랜75를 보면서도 했던 생각이지만..나만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는 건 위험하다. 도야선생의 소명이 때로는 오만해 보이기도 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순간에도..공감할 수 있었던 건..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아서였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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