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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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영화<풀잎들>에서 비롯되였다.홍상수 감독의 영화 '그후'가 소세키의 소설<그후>제목에서 가져 왔을지도 모른다는 호기심 덕분에 소세키의 그후를 읽을 수 있었다.영화는 실제 소설의 많은 부분이 오마주되어 있었다.(물론 기분상의 문제였을수도 있겠다) 해서 풀잎들 영화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소세키의 소설 '풀베게'를 풀잎들이라 착각하는 상황이...그러나 <풀베게>는 이미 앞부분을 읽다가 너무 좋아 아껴놓았던 터라,이번이 읽을 시간인가 보다 해서 다시 처음부터 읽게 되었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라는 문장 어디에서 감동이 나오냐고 지인은 물었다.그러나 산길을 오르면서 그가 풀어 놓는 세상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과거 속에 머물고 있는 문장이 아니였다.너무 좋아 설명하기가 힘든 것들이 있다면 <풀베게>가 시작되는 첫 문장에서 부터 20쪽이 지나갈 무렵까지 멈추지 않는다.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서 만족할 지점이 있었던 것도 이유였을게다.소설의 방향점이 어딘지가 중요하기 보다 '걷기'에 대한 매력을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적어 놓았기 때문에.."이렇게 산속에 들어와 자연의 풍물을 접하면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재미있다.재미만 있을 뿐 별다른 괴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일어나는 일이라면 다리가 아프고 맛난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20쪽  "우리는 도보 여행을 하는 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해서 힘들다,힘들다,고 불평을 늘어놓지만 다른 사람에게 예전에 했던 여행을 자랑할 때는 불평스러운 것은 조금도 보여주지 않는다.재미있었던 일,유쾌했던 일은 물론이고 옛날 불평했던 일까지 재잘거리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는다.이는 굳이 스스로를 속이거나 남을 속이려는 마음에서가 아니다.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보통 사람의 마음이고 지난 여행을 이야기할 때는 이미 시인의 태도가 되기 때문에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47쪽 물론 이 소설은 자연 소설도 아니고ㅡ여행에세이는 더더욱 아니다. 분명 소설이다.설명에 따르면 하이쿠적 소설의 탄생이라고 했다. 하이쿠가 아직은 낯설어서, 정말 그런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소설이란 느낌보다 에세적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점과 문장마디 마다 운율이 느껴지는 느낌 등등을 생각해 보면 분명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는 아니였다는 사실을 어렴풋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풀베게>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단한 듯 간단하지 않았다.예술과 미학에 대한 철학을 서양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하며 이야기하기도 했고,소세키가 전반적으로 예술과 미학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었는지 혹은 이러이러한 신념을 가졌던 것이다,라고 단정지어 말할수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적어도 소설 속 주인공 화가인 예술가의 고민의 흔적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보여지는 것들 저 너머의 것을 그려야 한다는 고민은 그래서 공감이 되였고,자연이 가장 위대한 예술이란 신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공감가는 부분이였다.그리고 마침내 그는 자신이 형식적 기교가 아닌 연민의 감정을 담아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나미씨와 산적의 얼굴은 곧바로 사라졌다.나미 씨는 망연히 떠나는 기차를 바라본다.그 망연함 속에는 신기하게도 지금껏 느껴본 적이 없는 '연민'이 가득 떠 있다"/185쪽  나미씨의 얼굴에서 연민이 드러난 것을 반가워했지만,실은 화가가 그녀의 모습에서  인정을 보게 된 것이 기뻤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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