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 해 줄래? - 조금 특별한 자매의 탄생,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서유리 지음, 곽은숙 그림 / 머스트비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수호천사, 내 동생 해줘서 고마워

 

[소리와 엄마가 이렇게 싸울 때면, 우리는 어쩔 줄 몰라 했지요. 우리는 꿈에 그리던 엄마, 아빠가 생긴 것도 좋지만 언니가 생긴 것도 정말 좋았는데, 소리 언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속상했어요. 그리고 자꾸 자신의 짧은 왼쪽 다리가 원망스러웠죠. 15]

갑작스러운 동생소식, 게다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올 친동생이 아닌 입양소식은 그뿐 아니라 한쪽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데려온다는 사실도 한참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할 나이인 어린 소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 거다. 하지만 갓난아기 때부터 자라온 보육원을 떠나 새 가족이 생겼지만 그 속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구성원이 있다면 늘 그의 눈치를 살펴야하고 파양될까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하는 동생이 된 우리 역시 피해자인건 마찬가지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주눅이 들었을 소리지만, 이번만큼은 힘을 내서 민영이 무리와 맞섰어요. 화장실 낙서를 바꿔 준 그 사람이 자신의 편이라는 생각을 하니 힘이 났거든요. 구군지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든든해지는 것 같았어요. 54]

소리는 작년까지만 해도 얼굴이 예쁜 우등생에 예의도 바른 모범생으로(선망의 대상이 될 만한 건 거의 갖춘 셈이다.) 선생님들에게 예쁨 받고, 항상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던 인기 만점인 아이었다. 하지만 3학년 회장 선거 때 단짝 친구와의 오해로 잘난 척 쟁이라며(속으로는 잘났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은근히 따돌림을 받기도하고 보이지 않는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게 학교가 지옥처럼 여겨지고 있을 때 화장실 낙서도 바꿔주고, 회장선거 기간에 친구들을 도와주고 쪽지를 보내는 수호천사가 나타난다.

 

[엄마는 네가 앞으로 만나게 될 다양한 사람들이 너와 외모, 성격, 또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나하고 같아져!’라며 억지를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겉모습은 조금 다르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한 천사 우리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인 네 마음이 정말 예쁘다. 144]

소리의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서 동생이 된 우리가 세 살이었던 소리의 생명의 은인이었다는 사연과 소리에게 감사한 마음과 편견 없이 사람을 대하게 하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부모의 입장이 아닌 나로서는 아직 준비가 안 된 아이를 회유하면서까지 입양을 감행해야했을까 싶었다. 게다가 보육원에 가서야 동생이 될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와 싸우면서까지 피붙이가 아닌 아이를 동생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는 소리의 부모들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졌다고나 할까? 결국 두 아이에게 상처가 계속된다며 우리를 할머니 댁에 보내고, 그 사이 소리는 자신이 힘들 때마다 뒤에서 도와준 그리고 오해가 있었던 친구에게 사과 편지를 써준 수호천사가 그동안 부끄러워하며 미워했던 동생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머스트비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으랏차차 꼬마 개미
미야니시 다쓰야 글.그림,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재치 있는 꼬마 개미 아리, 과연 힘도 정말 셀까?

 

향토, 정감, 귀여움이 모두 담긴 그림체의 <으랏차차 꼬마 개미> 표지속의 병아리 부리를 연상케 하는 개미 아리가 꽃 한 송이를 으랏차차하며 들고 있는 이유는?

 

아리는 개미 중에서 제일 힘이 세다.(아리의 말로 그렇다.) 각설탕 한 손으로 들어서 옮기기, 친구들이 들지 못한 과자 데굴데굴 굴려서 옮기기, 사탕 두 개도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옮기기, 초콜릿 번쩍 들고 달리기 등으로 자랑을 늘어놓을 때 친구들은 아무리 힘센 아리도 그건 들지 못할 거라며 수군거린다. 그래도 뭐든 들 수 있다며 큰소리치는 아리를 친구들이 데려간 곳에는? 바로 커다란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아리는 친구들을 모두 보내고 케이크를 들려고 눈이 충혈 되도록 안간힘을 쓰지만 기운만 빠지고 케이크는 꼼짝도 안한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가서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말하는 친구들에게 아리는 기죽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말한다.(실패 후에 도의 여유, 부럽다.)

얘들아, 무슨 소리야. 그건 쉽게 들어 올렸어. 하지만 가지고 올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다들 몰랐지? 그건 생일 케이크였어. 내가 케이크를 가지고 와 버리면 생일인 친구한테 너무 미안하잖아.”

생일주인공의 옷을 보니 아리와 친구들을 태어나게 해준 작가님의 생일 케이크였다. 그렇게 아리는 꽃 한 송이를 들고 창틀에 서서, 친구들도 창문에 매달려 생일파티를 연다.

 

자랑하기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자신이하는 건 좋지만 타인이 할 때는 잘난 척으로 들린다.

어렸을 때의 나는 주로 간접적으로 새 옷을 자랑하기위해(얻어 입는 옷이 더 많았다보니…….) 바로 다음날 학교에 입고 가곤했는데 담임선생이 옷이 예쁘다고 칭찬하면 뭔가 으쓱해진 기분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다른 아이들이 새 장난감 혹은 새 학용품 자랑, 시험점수 자랑을 할 때면 부러움보다는 왠지 기분이 나빠져 귀를 막고 싶을 정도였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새 물건 자랑,(다행이 명품 자랑하는 사람은 없다.) 인기 자랑 혹은 요새말로 지자랑들은 억지로 듣는 기분일 때가 많다. 내가 작아지는 느낌이랄까? 그러면서도 나는 가끔 은근슬쩍 지자랑을 하는 편이다. 외국어를 할 줄 안다는 둥, 커피를 내릴 줄 안다는 둥, 리본공예를 할 줄 안다는 둥, 글을 잘 쓴다는 둥,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팔방미인으로 비춰지겠지만 고백하건데 이중에서 완벽하게 잘하는 건 없다. 정말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각설탕, 과자, 사탕을 혼자 들었다던 아리가 케이크는 들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끝맺기 전에 내가 들었던 중에 제일 황당했던 자랑은 20대 때 붙어 다니던 대학친구의 고등학교 시절에 미인대회 나갔었다며 피부도 백옥 같았다며 선배 오빠들이 등교하는 자신을 보려고 창문까지 열었었단다.(글쎄……. 창문까지 열정도인가?)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착한 어린이 이도영 도토리숲 저학년 문고 3
강이경 지음, 이형진 그림 / 도토리숲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장이 뭐 길래

 

따뜻한 노란색 바탕에 무지개 빛깔로 그려진 <착한 어린이 이도영>은 눈부신 햇살이 아니라 눈부신 그림색이다. 그런데 책 제목과 상반되게 표지속의 도영이는 욕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로 옆에 자신의 진짜 상장은 못 알아보고 뒤로 수많은 가짜 상장을 감추기 바쁘다. 하지만 절대 욕심꾸러기가 아니다.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착한 어린이다. 그리고 자기잘못을 고백할 줄 아는 솔직한 어린이다.

 

[‘난 수학도 못하고, 그림도 못 그리고, 글짓기도 못하고, 달리기도 만날 4등밖에 못해……. 그리고 운도 없어……. 죽을 때까지 상장 한번 못 받을 거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도영이는 친구들이 상장을 받으러 앞으로 나갈 때 열심히 박수를 쳐주고 나는 튼튼하기만 하면 돼!”라며 자신 있게 말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하교 후 엄마가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가니 옆 침대의 아주머니가 상장을 타온 아들을 향해 우리 아들 덕분에 엄마 병이 빨리 낫겠는걸!”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모습과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엄마를 보며 상장이 받고 싶어진다.(상장이 일 거라 생각했을 거다.) 도영이는 그림대회에서 상장을 받기위해 보람이에게 청소당번을 대신하는 조건으로 밑그림만 그려달라고 부탁하고 멋지게 색칠을 했지만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도화지가 날아가고 신발자국까지 찍히고 그렇게 상장의 꿈도 날아가 버린다. 그날 밤 잘하는 것도 없고 운도 없다며 우울해하던 도영이는 컴퓨터로 각가지 가짜 상장을 만들고 감추었지만 다음날 할머니가 모두 액자에 넣어서 벽에 걸어놓는 바람에 함께 집으로 온 같은 반 친구 민수에게 들킨다.

얘들아, 왕 천재님 납셨다!”

전날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하고 도영이가 가장 아끼는 캐릭터 카드까지 받아간 민수가 퍼뜨려서 놀림감으로 만든 거다.(받을 거 다 받고 친구를 놀림감으로 만든 민수가 더 나쁘다.) 자신의 행동에 화가 나고 부끄러워서였을까? 도영이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엄마를 보러가지 않는다. 상장을 하나도 못 받아도 엄마를 보러가기로 한 토요일 날 선생님이 상장을 들고 교실에 들어오지만 도영이는 이제 누가 상장을 받는지 궁금하지 않다. 그런데 다시 부른다! 이도영!”이라는 선생님의 큰 목소리……. 알고 보니 바로 전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과 엄마의 사연이 담긴 일기 덕분에 일기 쓰기 최우수상에 뽑힌 거다.

 

 

초등학교 시절의 나는 주로 개근상과 방학숙제로 상장을 받았고 3학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림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잘 그려서가 아니라 내용이 좋아서였다.) 그래서 상장 받는 아이들이 안 부러웠냐고? 아니, 사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받은 첫 상장은 1학년 때 봄방학을 앞두고 받은 1년 개근상이다. 그러니까 월말고사로 교탁 앞으로 나가서 상장을 받는, 조회시간에 구령대로 올라가서 교장선생에게 상장을 받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1년을 보냈던 거다. 그래서인지 2학년이 되어서도 다음년도 2월이 되기 전까지는 상장을 한 번도 못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봄 소풍에서 야외관찰학습으로 우수상을 받더니, 여름방학이 끝난 후 방학숙제로 반장 아이를 제치고 최우수상을 받은 거다. 상장을 받기 하루 이틀 전에 반 아이들 앞에서 방학숙제를 제일 잘했다는 담임의 칭찬을 받고 있을 때 처음으로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평소의 조용한 아이로 서있었지만 집에 가서는 엄마한테 매우 자랑했던 것 같다.(체육대회 날 반장애가 질투심에 쟤는 엄마가 다 써줬어.”라며 다른 반 여자애들한테 퍼뜨렸던 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도토리숲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비의 붉은 치마 파랑새 사과문고 81
이규희 지음, 양상용 그림 / 파랑새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몸종, 아니 친구가 증언하는 비운의 왕비이야기

 

<왕비의 붉은 치마>는 가상의 인물 다희가 몸종, 벗 그리고 궁녀로 등장해 아주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윈 것을 시작으로 고종과 가례를 올린 지 몇 년 만에 태기가 왔지만 첫아기는 항문이 막힌 채 태어나 나흘 만에 세상을 떠나고, 분노한 반란군들에게 쫓겨 도피하다 다시 궁궐로 돌아왔지만 40대 중반 나이에 일본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시해된 비운의 왕비이야기를 들려주는 허구가 섞인 역사동화이다.

 

[‘이렇게 앉아 있으니 누가 양반 딸이고 누가 머슴 딸인지 모르겠는걸?’

다희는 흘끗 자영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자갈밭에 널어놓은 자영의 진빨강 치마와 노랑 저고리를 입으면 자신이 주인집 딸 자영이 될 것만 같았다. 21]

비록 신분은 달랐지만 갓난쟁이 때부터 다희와 자영은 자매처럼 자라고 민 대감의 배려로 함께 글공부를 했지만 나고 자란 능말을 떠나 한양으로 가니 노비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부엌을 드나들며 잔시중을 들어야했고, 명복도령을 마음에 담고부터는 자신과 자영의 처지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는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희도 어린아이이기에 당혜를 신는, 선녀가 내려온 듯한 고운 한복을 입는 자영이 부럽기만 하다. 그리고 문서에 있는 노비가 아니기에 더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천주학쟁이라는 게 알려지면 우리 모두 죽고 말 거예요. 그런데도 꼭 그 서양 귀신을 믿어야겠어요? 제발 저를 생각해서라도 그만두셔요! 102]

천주교 박해에 관해 찾아보았다. 흥선대원군은 처음에는 천주교를 받아들였지만 정치적 위기감을 느끼고부터 천주교인들을 잡아다가 학살했다고 한다. 자영이 왕비가 되자 궁녀가 되어 함께 궁궐로 들어간 다희의 부모도 천주교 신자였다. 옥사에 갇힌 부모님을 향해 창살을 붙잡고 서양 귀신을 믿지 않는다고, 천주학 따윈 모른다고 하라고 울부짖었지만, 그들은 더 좋은 곳으로 간다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만큼 무언가에 의지하고 싶었던 건 걸까? 아니면 새로 믿게 된 신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거라 믿고 싶었던 걸까?

 

[다희는 가물가물 정신을 잃어가면서도 문지방을 넘어 엉금엉금 왕비를 향해 기어갔다. 마루 끝으로 간신히 기어 나오자 장안당과 곤령합 사이의 마당에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왕비가 보였다. 왕비와 다희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왕비는 슬픈 눈으로 다희를 보며 떠듬떠듬 말했다. 202]

을미사변 자료를 찾아본 중에 제일 극악무도하고 천인공노할 시해방법은 왕비를 두세 번 칼로 찌르고 밖으로 끌고 나와서 옷을 모두 벗긴 후 일본낭인 20명이 돌아가면서 윤간하고 증거 인멸을 위해 시신을 불에 태웠다는 거다. 자료를 읽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고 동화로 봐도 눈물이 핑 도는데 어린 시절부터 궁궐에 들어와서까지 분신처럼 붙어 다니던 다희, 주변에 있던 신하들과 궁녀 혹은 상궁들은 참혹한 살해현장을 직접 목격했으니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트라우마 속에서 살았을 것 같다.

 

나름대로 많은 자료를 찾아보니 명성황후가 아닌 왕비로 가장한 상궁이 대신 시해 당했다는 설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의 후손인 나로서는 어느 설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신분을 떠나서 한 여성을 20명이라는 다수의 낭인들이 살해하고 증거인멸을 했다는 건 절대 용서받지 못할 만행이라는 건 마찬가지라고 본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명성황후와 흥선 대원군이 서로를 앙숙이 아닌 정치적 동반자로 여기고 합심했다면 을미사변이라는 역사적 수모는 겪지 않을 수 있었을까?

    

 

-파랑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바람 - 난 잘 지내고 있어 탐 청소년 문학 14
강미 지음 / 탐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치유 공간 여행학교

 

[“속으로 삼킨다고 다 좋은 건 아니더라. 저기 봐, 땅을 파고 뒤집어야 유물이 나오는 거잖아. 꼭꼭 감춰 두는 건 의미 없어.” 80]

 

[시기하고 질투했던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 은따를 묵인하고 은근히 조장까지 했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오버하지 말라고, 일등이 떠났으니 솔직히 좋지 않느냐는 말까지 하는 아이들을 제정신으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나약한 제자 때문에 내가 무슨 죄냐고 떠드는 담임을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을 혼란으로 밀어 넣은 동주도 원망스러웠다. 어쩌면 그게 가장 컸을지도 모른다. 103]

 

학교……. 같이 웃고 떠들고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좋아서 학교에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학교는 공부만하는 감옥 혹은 나를 짓밟는 발들이 많은 고통의 장소이기도하다. 그리고 후자에 속하는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기도 한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1학년 때는 복학생이었던 반장 남자애가, 3학년 때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가(3학년 때는 다른 반이었다.) 이렇게 두 애가 학교를 떠났다. 먼저 반장 애는 한 살 많은걸 무기삼아 반 아이들을 쥐락펴락하며 내가 남자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 도와준 적도 있었고 가끔 서연아 안경 안 쓴 게 더 예뻐.”, “서연아 너 물 마실래?”등으로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던 애다. 그런데 1학기도 지나지 않아서 어느 날부턴가 무단결석을 하기 시작하더니 또 학교를 떠났다.(그 후 반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여자애는 울보에다가 모든 면에서 예민했던 애로 (그러면서도 왕따였던 나에겐 만만하게 대했다.) 3이 되자 적응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해 봄에 학교를 떠났다. 사실 나도 두 애처럼, [안녕 바람]의 주인공 선영처럼 학교를 떠나고 싶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까지도 모자라서 고등학교 와서까지 이어지는 학교폭력이 고통스러워서였지만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첫 번째는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칠 자신이 없어서, 두 번째는 검정고시 합격할 자신이 없어서였다.(그때의 내 성적은 평균 60점대 초반이었다.) 내가 속해있는 학교가 얼마나 싫었으면 퇴학이라도 당하고 싶었고 사고치고 강제전학 당하는 애들이 부럽기도 했다. 사회에 나와서 왕따’, ‘학교폭력의 기억에 시달리면서도 학창시절에 친구가 많았다는 거짓말을 하곤 했다. 선영은 자신의 보이지 않는 잘못 때문에 학교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친구를 향한 죄책감 때문에 민혜의 물음에 대답을 피했다면 나는 허구한 날 당하는 삶을 살았던 것들이 수치스러웠고 너한테도 뭔가 문제가 있었겠지.’ 혹은 손바닥이 혼자서 소리 나냐?’등의 나를 두 번 죽이는 말들을 들을까봐 두려워서였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내 아픈 사연을 알아줬으면 했는지 결국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에게 털어놓기 시작하면서 내 잘못이 아니란 걸 깨닫고 부터는 내 블로그에, 서평에도 털어놓는 중이다. 선영이 여행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 아빠를 잃고 엄마의 인형으로 살아왔던 정은,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손목까지 그었다는 찬과 함께 타국에서 벽화작업을 하면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이름을 그려 넣은 것을 시작으로 스무 살이 되어 중학교 동창과 떠난 중국여행에서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기록하고, 부르기 힘든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며 친구를 시기, 질투했던 사연을 털어놓은 것처럼 말이다.

 

안녕 바람, 나도 나름 잘 지내고 있어. 아니, 노력중이야.

 

-탐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2-05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5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6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