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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형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ㅣ 책고래마을 35
박예분 지음, 김태란 그림 / 책고래 / 2020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쟁이 앗아간 수많은 형들
열 살 영석이의 형은 열두 살이 많고 동생은 이제 네 살이다. 둘만의 비밀을 지켜주고, 받아쓰기 시험을 20점 맞은 날부터는 한글 선생님이 되어주고, 친구들과 멱을 감다가 허우적거릴 때는 쏜살같이 달려와 안아 주는 큰 산 같은 형, 영석이에게 정말 특별한 존재다. 그런 형이 어느 날 밤 눈깔사탕을 쥐여 주며 “맛있는 거 많이 사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는 다음 날 아침 군대에 간다. 영석이는 형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동생 영덕이를 살뜰히 보살핀다.
[“아이고, 영만아, 영만아!”
어머니는 숨이 막히는 듯 주먹 쥔 손으로 가슴을 쳤습니다
“흑흑, 우리 아들 영만아!”
나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형이 군대에 갔다는 것을.
나도 어머니 곁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그해 봄에 여동생이 태어나고, 몇 달 후 6·25전쟁이 일어난다. 영석이는 그제야 형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부랴부랴 짐을 꾸리고, 마을 사람들과 줄지어 피란을 떠났다가,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차라리 집에 가서 죽는 것이 낫겠습니다.”라는 어른들의 말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폭격을 맞고 폭삭 주저앉은 집들, 사라진 가축들,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전쟁 중에도 벼는 익어 갔습니다.
폭격을 맞아 수확할 게 적었습니다.
인민군들이 수레를 끌고 와
아버지가 힘들게 추수한 벼 다섯 가마니를 실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군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툭하면 찾아와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며 위협하고, 논과 밭을 빼앗는 등 인민군들의 횡포와 핍박, 인민군을 잡는다며 여기저기 폭탄을 던져대는 군인과 경찰들, 마을 사람들은 매일매일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우리 형은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을까요?’
다리에 부상을 입고 먼저 고향으로 돌아온 동료 군인 아저씨를 통해 비망록을 남긴 형. 형은 과연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을까? 어린 시절에 우리가 군인 아저씨라 부른 사람들은 영석이의 형처럼 꽃다운 나이라 불리는 2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세상 물정도 모를 이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폭탄을 투하하는 불구덩이 같은 세상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영석이의 형의 비망록을 전해준 동료 군인처럼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한들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책고래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