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날씨 어때요? 한무릎읽기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영신 옮김, 엄유진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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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감정과 인생은 날씨와 같아서 예측할 수 없다

 

무역풍이라는 뜻의 알리제북풍이라는 뜻의 트라몽탄느’. 이름과 성 모두 날씨를 뜻하는 알리제 선생님에게 날씨는 열정 그 자체다. 오늘의 날씨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반 아이들은 알리제 선생님에게 직접 일기예보를 준비해서 발표해 볼 것을 제안 받는다. 살고 있는 니스 뿐 아니라 세계의 다른 곳까지 말이다. 옷 속에 수영복을 입고 돗자리와 비치 타월을 챙겨 와서 바닷가에 놀러 가고 싶을 정도로 더운 날씨를 소개하는 셀리아, 검은색 물감과 꿀을 섞어 발라 신문지로 싸온 지폐를 흔들며 발표를 시작하는 카롤 등 아이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서로 다른 나라의 날씨를 발표한다.

 

올해 서른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모델처럼 키가 크고 날씬하고 무척 예쁜 알리제 선생님에게는 두 가지 고민이 있다. 첫 번째는 동료인 제니퍼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모든 선생님들이 전염병 환자처럼 취급하며 따돌리는 것. 두 번째는 친절하고 단정하지만 상대편의 의사는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약속을 정하는 권위적인 성격의(악셀이 바라는 여자는 자신의 말을 충실히 따라 주는 사람이라니 벌써 말 다한 셈이다.) 악셀이 청혼한 것이다.

 

[토마는 모험과 도전을 통해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어요. 하지만 여러분도 보다시피 천둥 번개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어요. 토마는 발표를 통해 첨단 기술을 갖춘 아주 뛰어난 기상 예측 시스템도 모든 것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줬어요. 날씨는 우리 인생과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답니다. 44]

장학사 모렐 선생님은 알리제 선생님의 남다른 수업방식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하필 토마가 비와 천둥에 대해서 발표하기위해 강아지를 데리고 오고 물을 준비한날 모렐 선생님이 들이닥친 것이다. 토마의 발표를 돕는 피에르의 실수로 모렐 선생님은 물벼락을 맞아 잔뜩 화가 나서 수업이 끝난 후 알리제 선생님을 꾸짖는다. 그야말로 천둥 같은 날이다.

모렐 선생님의 요구는 교육청에서 지시한 프로그램대로만 수업하라는 것(정말 고정관념적인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인성을 키워주는 수업이 진짜수업 아닌가싶다. 학창시절의 내가 국어시간을 제일 좋아했던 것도 마음껏 내 생각을 쓸 수 있어서였는데 말이다.

 

[저녁 7시가 되었다. 하지만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은 없었다. 730분이 되어도, 8시가 되어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알리제 선생님은 우울한 마음을 떨쳐 버리고 준비한 음식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96]

알리제 선생님은 친구의 조언대로 자신을 따돌리는 동료 선생님들에게 초대 문자를 보내고 핼러윈 파티를 열기로 한 토요일 날 악셀과 함께 장식품, 커다란 호박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한 거다.

혼자인 걸 멈추고 싶어서 친하지 않는 아이들을, 친해지고 싶은 아이들을 내 생일파티에 초대했던 학창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먹는 거라면 만일을 제치는 아이들이었는지 내 생일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아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 나와 절친한 친구가 되어주는 아이도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알리제 선생님의 핼러윈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교사들이 더 양심적이란 생각이 든다. 얻어만 먹고 놀아주지 않으면 더 얄미우니까…….

 

<선생님, 오늘 날씨 어때요?>를 읽고 씁쓸했던 건 교육자라는 장학사가 고정관념적인 수업방식을 강요하고 학교 선생님들부터가 자신들과 조금 다를 뿐인 동료를 따돌리는데 아이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이건 책 소개를 읽고부터 든 생각인데 책을 읽고 나서 더 강해진 거다). 내 기억 속에도 알리제 선생님처럼 나와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가르친 선생님은 정말 소수인 듯하다.(반 아이들 앞에서 한 아이를 지목해서 쟤 왜 이러냐?”, “이상하다.”를 발언했던 선생님들이 많았던 거보면 그렇다.)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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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심리학 이야기 - 10대가 묻고 18명의 심리학자가 답하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4년 12월 청소년 권장도서 선정 10대를 위한 문답수업 2
류쉬에 지음, 허진아 옮김, 문지현 감수 / 글담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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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중요성은 ?’라는 관심과 그래서라는 이해

 

사범대학교에서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에서 다년간 교직 생활을 했던 중국저자가 쓴 <살아 있는 심리학 이야기 10대가 묻고 18명의 심리학자가 답하는>의 원제는<心理学原来这么有趣>로 내가 번역해 본다면알고 보니 심리학이 이렇게 재미있었군.’이다. 원제목 그대로 18명의 심리학자들의 문답형 심리학 수업은 질문을 제일 많이 하는 10대 소녀 지아(그래서 소제목인 <10대가 묻고 18명의 심리학자가 답하는>이 붙여진 듯하다.), 대학생 상진, 직장인 윤석 손자 사랑이 각별한 장씨 할아버지, 학교선생 경린, 정씨 아저씨, 최씨 아주머니처럼 다양한 연령대와 각기 다른 위치의 사람들 모두가 지루하지도 않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입문서인 듯하다.

 

알고 있는 심리학자라고는 프로이트밖에 없는 나는 1, 2강 등을 읽기 전에 [차례]바로 전에 있는 [등장인물 소개]를 먼저 읽고 해당 심리학자의 수업을 읽었다. 예를 들면 1강 프로이트 선생님 수업을 읽기 전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대한 소개를, 2강 융 선생님수업을 읽기 전에는 카를 구스타프 융에 대한 소개를 말이다.

 

18강중에서 제일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수업은‘13강 아들러 선생님, 열등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였다.

 

[“제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입니다. 열등감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선천적인 결함으로 인한 열등감은 더욱 그러합니다. 열등감은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어요. 어떤 태도로 결함들을 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생각은 생활에서 만들어진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저의 모든 관점은 평소 겪은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겁니다.”203]

 

편모슬하에서 자라고 어렸을 때 너무 아팠던 탓에 다른 아이들보다 2년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2년 동안을 학교폭력 속에서 살았던 나는 그야말로 열등감 투성이다. 나는 비록 심리학자 아들러 선생님처럼 큰 인물은 되지 못했지만 불행한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낸 덕분에 경청과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발달한듯하다. 좀 더 고백하자면 학창시절에 공부도 못하고 특출한 재능도 없었던 나였기에 여기저기 문화센터를 다니면서 나름 팔방미인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은근 잘난 척하고 다니는데 타인들은 내 열등감을 눈치 챘을 것 같다.)

 

18강까지의 수업을 모두 마치고 내가 느낀 건 심리학에 답이 없다는 거다. ‘심리라는 단어의 두 번째 뜻인 마음속곧 사람의 마음속은 100% 다 같을 수 없기에 전문가도 단정 지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사람의 마음에는 답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심리학 관련 책을 읽고나면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구나.’라고 혼자 말을 할 지경에 이르곤 한다. 결국 심리학에서 말하고 싶은 건 ?’라는 관심과 그래서라는 이해의 중요성인 듯하다.

 

-글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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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 추정경 장편소설
추정경 지음 / 놀(다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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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고 싶은 곳 벙커

 

주인공은 자신을 반장이라고 칭하는 ’.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의 소신이 강했던 김하균이 중학생이 돼서는 어설픈 일진노릇을 하니 못마땅하기만 하다. 하루는 김하균의 악행을 보다 못한 여자아이의 용기 있는 발언을 시작으로 다른 아이들도 하나, 둘씩 몰아붙이기 시작하더니 반장의 주먹에 쓰러진 김하균을 여섯 아이들이 집단폭행을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말릴 생각도 없이 구경만 할뿐이다. 김하균은 담임선생님의 차로 병원에 실려 가고 는 한강 노들섬 남쪽이라는 의문의 문자를 받게 된다. 한강변으로 간 는 물속으로 들어가는 또래 소년이 자살하는 줄 오해하고 뒤따라 들어가서 도착한 그곳은 벙커였던 것이다. 벙커에 오자마자 김하균이 죽었다는 문자와 함께 는 친구를 죽인 살인자가 되어있는 것이다. 겁에 질린 는 한 달 동안 벙커안의 규칙에 따르며 메시, 미노와 함께 지내기로 한다.

 

[그 사람의 과거, 자라 온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따위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일이 어려운 것인데,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결론에는 이해와 공감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면이라는 말이 쏙 빠져 있는 셈이다. 나는 힘들게 노력을 기울여 녀석을 이해하게 되는 게 싫어서 일기를 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106]

김하균의 일기를 보는 순간 그토록 미워하던 친구를 이해하게 될까봐 고민하던 는 너무 궁금한 나머지 하균의 일기를 읽고 예상했던 대로 더 이상 미워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하균을 이해하게 된다. 김하균을 가해자로 만든 건 가정폭력꾼 아버지와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 어머니였다. 집단 폭행을 당하던 그날도 아버지를 못 이긴 어머니는 하균에게 돈 봉투를 쥐어주고 집에 들어오려는 아들을 막은 것이다.

 

[벽에 난 그 칼자국이 꼭 미노의 생살에 그어 버린 칼자국 같아서 마음이 저려 왔다. 그 상처를 손으로 보듬다가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나는 또다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깨닫고 말았다. 190]

6살 민호는 제일 믿고 보호받아야할 가정에서 새엄마라는 사람에게 폭행과 학대를 당했다. 그리고 폭력의 보상처럼 주어진 것은 사탕과 초콜릿처럼 단맛이었다. 그러던 중 새엄마라는 사람의 폭력이 도마 위에 오르자 민호는 유일한 위안이었던 단맛마저 빼앗겨버리고 그래서 우는 아이는 속옷 한 장만 입혀진 채 베란다로 내몰렸다.

 

<벙커>를 읽고 깨달은 건 나는 여전히 복수심을 버리지 못했다는 거다. 김하균이 엎어진 채로 여섯 아이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하는 부분에서 학창시절에 나를 괴롭히는데 주동했던 동창들이 김하균처럼 당하는 장면을 상상했으니까 말이다. 작가는 가해자 아이에게도 상처가 있다는 것과 그들도 보듬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을 텐데……. 그러면 나는 냉혈인간인걸까? 반장의 삶이 부러워서 사경을 헤매다 깨어나서도 김하균이기를 부정했던 는 자퇴하는 순간에라도 자신에게 가장 많이 피해를 당했던 친구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기에 동정을 할 수 있지만 나는 옛 동창들에게 사과를 받지 못한 탓에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들을 동정도, 용서도하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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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두렵다 - 소년과 학교, 진실을 둘러싼 그들의 싸움 북멘토 가치동화 10
곽옥미 지음, 신경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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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가 진실인 세상 나도 두렵다

 

<나는 사람이 두렵다>10년 전쯤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써진 슬픈 동화이다. 장소는 초등학교, 가해자는 담임선생님이라는 사람이란다. 10년 전으로 가정한다면 내가 20대 중반에 접어들기 직전인 2004년인데…….

몇 년 전에 TV프로그램에서 본 사연에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아주머니가 현지 남자아이 성기를 만지다가 법정에 섰다. 그 아주머니는 예뻐서 만진 건데 억울하다고, 미국인 부모들은 성추행이라고 주장했었다. 책속의 가해자는 옛날 할아버지들이 손자를 예뻐하는 마음으로 만졌다고 변명했다. 나는 앞에서 말한 아주머니나 책속의 담임선생이나 똑같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그리고 남자아이라도 예민한 부분은 타인들이 절대 만져서는 안 되니까.

 

[“어쩌다 보니 선생님 편을 적극적으로 드는 집 아이들만 조사대상이 됐어요. 이 일을 어쩌면 좋지요?”

형사아저씨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다수가 꼭 정의는 아닙니다.” 92]

 

1년 전이었던가? 형사들이 출연했던 어느 프로그램에서 학교폭력, 왕따 사건을 주제로(정확하게는 청소년 범죄가 주제였다.) 한 형사가 말했다. “장난으로 그랬다고들 하는데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습니다.”

비록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그때의 TV속에 형사와 책속에 준우의 담당형사가 피해자의 편에 서서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부분이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서 적어봤다.(다수가 진실인 세상이 씁쓸해서 적어봤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담임선생님이 변태 같다며 욕하고 주인공 준우의 엄마에게도 자신들의 성기를 수십 번 만진 것 같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아이들이 각자 부모들과 말을 맞추고 준우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담임선생 편에 서서 학교에서는 준우를 왕따시키고 준우의 가족들을 돈 때문에 신고한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이유는 그동안 공들인 선생이라 이제 와서 바꿀 수 없다는 거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면 가해자를 두둔할 것을 강요한 자신들을 원망할 텐데 그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학부모들이다.

게다가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교장, 교육청 그리고 검사까지 피해자인 준우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선생님을 해서는 안 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68]

 

4학년이 끝나고 5학년이 되어서야 1년 전에 같은 반이었던 여자아이 은진이가 준우의 편에 서서 솔직하게 증언을 해주었다.(목격자로서 말이다.) 어린 아이들의 성기를 아프게 만지고 체벌로 스트레스를 푸는 선생이라니 은진이의 말대로 선생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500만원 벌금형이라니 정말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피해아동 부모들끼리 똘똘 뭉쳤더라면 가해자를 처벌하는 시간도 줄어들었을 테고(2심 재판까지는 안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우와 준우의 가족들의 아픔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상담선생님은 자신의 가슴속에 숨어 있던 상처들이 다시 욱신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와 자신은 상처투성이라는 점에서 많이 닮아 있었다. 175]

 

마지막 목차인 <오후 햇살>에서는 처음에는 5년째 은둔생활을 하는 소년을 준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는 상담선생님이 준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도 훨씬 넘는 시간이 흘러서 상담선생님이 된 준우가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닮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어른이 되었을 거라고 말이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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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소재원 지음 / 마레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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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그날의 기록 그리고 74년 순정

 

일제강점기를 표현하자면 눈물일 뿐이요, 슬픔일 뿐이며 아픔일 뿐이다.

-작가 이야기 중에서-

 

우리 개개인에게도 아팠던 시절, 슬펐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서 제일 아프고 슬펐던 시절은 학교폭력 속에서 살았던 12년이라는 학창시절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까지 합하면 13년이다. 하지만 35년이라는 일제강점기를 겪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야말로 아픈 역사, 슬픈 역사를 살아내신 역사적 피해자분들이다. 하지만 그 뻔뻔한 그 나라는 사과 한마디 없다.(개인 대 개인으로 말하면 가해자들인데 말이다.) <그날>을 읽으면서 나보다 더긴 시간을, 나보다 더한 치욕을 당하신 그분들께 부끄러워졌다. 만약 내가 작품속의 오순덕 할머니를 인터뷰했어도 그래도 자네가 나보다는 낫고만.”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동창한명에게라도 사과를 받았으니까.

 

[“기억해줘. 오늘 함께한 우리의 이름을. 그리고 꼭 알려줘.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억울하게 살아갔는지를.” 273]

 

오순덕, 하춘희 그리고 그녀들의 친구들은 공장취직이라는 말에 속아서 혹은 고문을 당하던 중 강제로 위안소라는 끔찍한 장소에 끌려온 피해자들이다. 일본군은 그녀들을 성노리개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서 독립군들의 기습을 받거나 패한 날이면 집단 구타를 일삼고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리면 배를 갈라서 태아를 꺼내거나 수은을 주입했다. 후퇴를 앞둔 그날도 위안소 안을 밀고 들어와 죄 없는 여자들을 무참히 찔러 죽였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생존해있는 그녀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지 않는다.

 

[내가 네놈 때문에 소록도라는 놈을 용서한다.

우리는 죽였지만 네놈은 꼬부랑 할아비가 될 때가지 살려줬으니 이제 욕하지 않으련다. 280]

 

한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같은 조선인들에게도 버려진 환우들은 소록도에 갇혀서 폭행과 강제노역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단종을 당했고 죽으면 해부를 당하고 화장되어 아무 곳에나 뿌려졌다. 오순덕의 정혼자 서수철도 탈출하다 잡혀서 마취도 없이 거세를 당했고 수철과 노인의 딸의 탈출을 도운 노인과 아낙은 도끼로 맞아서, 철사에 똘똘 감겨서 죽었다. 그리고 시신 해부를 당하고 화장을 당해 산기슭에 뿌려졌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조선인들이 환센병 환우들을 보듬었다면 그들이 소록도에서 3번 죽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서수철과 오순덕은 서로가 위안부로 갔다는 사실과 한센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거짓 편지를 주고받았고 둘은 행복했다. 몸이 약한 순덕을 위해 의술을 배워 의원이 된 수철이기에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순덕에게 미안했고, 더러운 일본군에 의해 몸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사랑하는 수철에게 미안했다. 수철은 강제적 거세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 순덕에게 이별을 말하는 편지를 보내고 순덕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서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74년 후에…….

 

-마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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