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봐, 들어 줄게 내책꽂이
콜린 피에레 지음, 임영신 옮김, 유하영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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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고양이만의 표현이, 사람에겐 사람만의 표현이

 

도시를 떠나 시골의 넓은 집으로 이사 온 알뱅은 옛 친구들과 예전에 살던 동네가 그립다. 자기들끼리만 친한 반 아이들로 인해 외롭게 지내던 알뱅은 여덟 살이 되는 생일날 엄마, 아빠에게 판다를 닮은 아기 고양이를 깜짝 선물로 받는다. 귀여운 동물을 돌볼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오래전부터 키우고 싶었던 고양이였기에 더더욱 신난다. 가을 소풍날 다른 아이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바위 위로 올라가다 미끄러져 넘어지는 알뱅을 보고 웃고만 있지만 레안은 다가와 손을 내밀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둘이 같이 점심을 먹으며 레안에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의 레안이 슬픈 표정을 지었던 사연을 알게 된다. 레안은 알뱅이 전학 온 날 먼저 다가와 준 단 한 명의 친구였기에 슬픈 친구를 위로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고양이 판다가 떠올랐다. 고양이 판다가 알뱅 앞에서 가르랑거릴 때면 슬픈 마음이 사라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로하는 가르랑거릴 수 있는 고양이 판다의 재주를 부러워하다가 고양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도 찾아보고 침대위에 쿠션들을 모아서 고양이 바구니 안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그 속에서 잠자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말 대신 야옹.’으로 답하자 많은 아이들이 야옹야옹하고 따라 하니 반 아이들과도 친해진 기분이다. 선생님도 야단을 치기는커녕 고양이를 흉내 내 시를 읽어 보라고하니 아이들의 친구가 된 것 같다. 그리고 심리학자인 알뱅의 엄마도 알뱅이 원하는 대로 고양이 먹이를 주기도하고, 욕실에 커다란 모래통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나는 엄마가 나를 잘 이해해 줘서 좋다. 엄마는 무슨 일이든 내 생각을 먼저 묻는 편이다. 내 물음에 항상 대답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 준다. 42]

 

[하지만 가끔 레안의 얼굴에 슬픔이 비칠 때면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를 바보처럼 느끼면 레안은 나를 멀리하는 것 같았다. 68]

 

[그날 저녁, 나는 레안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나는 꼭 말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레안에게 그림을 그려 주거나 케이크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책을 소개해 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92]

 

자기 생각을 당당히 말하는 같은 반 여자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랄 정도로 표현력이 서투른 알뱅이 말 대신 편지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레안의 조언을 듣고 고양이를 흉내 내는 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쓴 편지를 깜깜한 밤에 몰래 집에서 나와 레안의 집 현관문 밑으로 밀어 넣는 모습을 보고 ! 나도 이거 해봤는데.’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중학교 1학년 때 화가 난 친구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기 힘들어 하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내 사과편지를 읽고 풀어졌던 반 친구가 떠올라 예쁜 카드에 사과의 말을 쓰고 친구의 집 현관문 틈에 꽂았던가? 우편함에 넣었던가 했던 것 같다. 다음날 하교하는 나를 보고 안녕하고 말을 걸더니 우편으로 보내면 되지 왜 집에다 꽂아놓고 갔냐?”라는 친구의 말에 쑥스러워하던 내가 떠올랐던 거다.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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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정신의 확산 바다로 간 달팽이 15
박영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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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갈등하게 하는 악의 매력

 

<못된 정신의 확산>에는 두 '센 캐릭터'가 등장한다. 태권도와 특공무술을 배우고 중학교 2학년 시절 상습적으로 자신을 조롱했던 남학생 5명을 혼내준 전설 덕분에 그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덩치 큰 여학생 ''. 그리고 찌그러진 핸드폰 방울의 잘각잘각 소리가 날 때면 애들이 오싹한 기운을 느끼고 선생님들마저 주눅 들게 하는 일진 중에 최고의 악녀''. 보통 애들에 속하는 ''는 불량한 애들을 싫어하고 ''의 행동들이 나쁘다는걸 알지만 ''가 싫지 않다. 아니 좋아한다. ''는 눈치가 빠른 만큼 ''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채고 부모와 떨어져서 혼자 사는 ''의 집을 제집인양 드나들고 자신의 패거리에까지 끌어들인다.

 

[그 애들에 관한 소문은 학교 전체에 가십처럼 떠돈다. 그 애들은 학교라는 사회에 기생하는 일종의 유명 인사들이다. 보통 애들은 그 애들처럼 살지 못한다. 그러려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선을 넘어야 한다. 다시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올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로 완전히 들어가야만 한다. 그래서 보통 애들은 그 애들처럼 살지 못하지만, 그 애들에 관한 소문에는 열광한다. 23]

 

[우리가 왜 그렇게 뭉쳐 다니는 줄 알아? 그래야 너 같은 보통 애들한테 겁을 줄 수 있거든. 니들 같은 보통 애들이 겁먹지 않으면 우리가 재미없지. 우리는 보통 애들이 갖기 힘든 걸 가져야하고, 보통 애들이 생각지 못한 짓을 할 수 있어야 해. 그래서 죽이게 멋있어 보여야 돼. 니들도 우리처럼 되고 싶어서 환장하도록. 157]

 

[조는 어떤 선의나 양심, 혹은 망설임 같은 것을 배우지 못했다. 조는 자신이 벌인 일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배우지 못했다. 조에게 어떤 양심이나 망설임이 느껴졌다면, 그것이 도리어 잘못된 일이었다. 조는 똑똑히 보는 법만을 알았다. 자신을 위협하면 상대에게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보복하는 법만을 체득했다. 그게 조의 힘이었다. 221]

 

내 기억에 내가 다닌 학교에는 <못된 정신의 확산>속의 ''처럼 전교생이 두려워하는 센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 대부분 반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아이 혹은 ''의 패거리들처럼 거칠거나 겉멋 만 부리는 불량한 애들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애들이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왕따 시키는데 주동했었다. 그때의 내가 늘 궁금했던 건 '초등학교 이상의 연령대이면 옳고 그름을 알 텐데 왜 대다수 애들은 못된 애들 편에 서서 동조할까?'였다. 그러면서도 중학교 1학년 때는 차라리 나를 괴롭히는 애들과 어울리면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서 운동회 날 치어리더에 끼워달라는 듯이 말해본적도 있었고, 3때는 나를 괴롭히는 무리 중 한명이었던 짝에게 나도 노는 애들과 함께 다니고 싶다고 슬쩍 말해본적도 있었다.(두 번 다 실패했기에 다행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나도 선을 넘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애들이 나를 덜 괴롭힐까 싶어서 교복치마를 접어서 최대한 올려 입다가 담임에게 걸린 적도 있었다.(소심한 성격 탓에 그날 하루로 그쳤는데 "다른 애들은 몰라도 너는 안 돼."라고 했던 담임의 말이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것을 자랑인양 '나는 날라리였다.'를 제목으로 모둠일기에 그대로 옮기기도 했었다.

 

타락의 세계를 경멸하면서도 집으로 찾아오는 를 완전히 거절하지 못하고 의 제안에 갈등하다 도와주는 선택을 하는 주인공 를 답답해하면서도 궁금증도 몰려왔었다. 만약 ''가 예쁘지 않은 악질이었어도 좋아한다는 이유로 굴복했을까? 아니면 ''을 배우지 못하고 타락을 당연시하는 한 아이에게 동정심을 가졌던 걸까? 그것도 아니면 가장 외로운 시기에 찾아온 친구를 뿌리칠 수 없었던 걸까?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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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못난이 도란도란 우리 그림책
박완서 글, 길성원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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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예쁜 인형을 가질 수 있는 방법

 

나에게도 내 눈에는 정말 예쁜 인형이 있기에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못난이>라는 제목에 공감이 안 갈수 없었다. , 고등학교 시절에 인기 있던 캐릭터인데 빨간 바탕에 뚱뚱하고 눈과 얼굴이 동그랗고 머리에도 동그란 안테나가 달린 인형이다. 중학교 때부터인가? 고등학교 때부터인가? 어쨌든 10대 때부터 데리고 자기시작해서 지금도 매일 데리고 자고 있는 를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은 없다. 대학 때는 기숙사 룸메이트가 내가 없는 사이에 침대에 놓여진 를 보고 웬 텔레토비야.’라며 혼잣말을 했다고 하고 중국 어학연수 시절에 내가 미니홈피에 올린 인형들과 찍은 사진을 보고 그 당시에 제일 친했던 친구가 남긴 댓글은 다 좋은데 텔레토비는 뭐니?’ 지금의 내 는 동그란 안테나도 끊어지고, 배에 텔레비전도 바래지고, 발도 약간 뜯어졌지만 내겐 제일 예쁜 뚱땡이 인형이다.

 

[“정말이고말고. 마음으로부터 예뻐하는 거야. 하루 이틀이 아니라 맨날 맨날, 백 밤, 천 밤 잘 때까지 정성을 들여 봐. 그러는 사이에 이 못난이도 너를 좋아하게 될 테고, 서로 사랑해야 서로 예뻐 보이는 거지, 처음부터 예쁘게 태어나는 게 아니란다.” -본문 중에서-]

 

주인공 빛나는 초등학교 6학년인 오빠 어진이와 7살 터울인 늦둥이이다. 오빠에게는 또래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기다리던 동생이었고, 부모에게는 매우 어린 막내딸이다. 그래서 온 가족이 예뻐만 한 탓일까?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는 오빠의 공부나 숙제를 방해하며 심한 장난을 치더니 유치원에 갈 만큼 자라고 나서는 심한 떼쟁이가 되어있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말로 안 되면 길바닥에 뒹굴고 대성통곡하는 떼쟁이 말이다.(어렸을 때의 나는 집에 들어가서의 보복이 두려워서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그때뿐 인형가게 못지않은 커다란 장식장 안의 인형들 중에 빛나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인형은 하나도 없다. 빛나의 못된 떼쟁이 버릇을 고칠 때가 왔다는 듯 동갑내기 사촌 고운이의 생일잔치날 문제가 생긴다. 고운이가 갖고 있는 세 인형 중에서 이마에는 빨간약, 팔에는 반창고가 붙고, 머리숱까지 적은 제일 못생긴 인형을 갖겠단다.(벼룩의 간을 빼먹어라.) 고운이 역시 제일 아끼는 인형을 순순히 내놓을 리 없으니 둘은 인형을 빼앗느라 싸우고 울음을 터뜨린다.(이럴 땐 떼쟁이보다 더 크게 울어야 안 뺏긴다.) 어른들이 달려오고 엄마가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던 건 그 인형은 두 아이가 세 살 때 고모가 똑같이 사준 인형이었던 거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똑같은 인형이 맨 뒤에 처박혀 있었지만 너무 뻣뻣한 머리칼, 새것 그대로인 옷, 말짱한 얼굴이 하나도 귀엽지 않고 부드럽게 안겨 오는 느낌도 없다. 고운이 인형과 같지 않다며 또 떼를 쓰기 시작하니 엄마, 아빠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고운이것과 똑같이 생채기도 내고, 반창고도 붙이고, 멀쩡한 인형 머리를 마구 쥐어뜯기도 하지만 인형만 더욱 미워질 뿐 빛나의 떼는 멈추지 않는다. 이때 오빠 어진이가 빛나의 등을 토닥이며 공감해주고 고운이 걸 빼앗지 않고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인형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니 빛나의 얼굴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한다.

 

 

 

 

-어린이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당첨된 도서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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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다릿돌읽기
안오일 지음, 김선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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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뒤에는 후회, 끈기 뒤에는 성취감

 

[저는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싶은 악기가 참 많았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배웠는데 끝까지 제대로 배운 건 하나도 없답니다. 금방 싫증내고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욕심만 많았지 끈기가 별로 없었지요.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조금씩 다룰 줄은 알아도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에요. -작가의 말 중에서-]

어린 시절의 나는 퍼즐놀이를 좋아했기에 끝까지 맞추곤 했지만 배우는 면에서는 끝까지라는 게 없었다. (! 하나 있다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제2외국어로 시작해서 대학교에서 전공까지 했던 중국어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다니기 시작했던 미술도 흥미가 없어서 다니다 말다를 반복했고, 2학년 때 시작한 피아노는 중학교 2학년 때 끊고, 5학년 겨울부터 다녔던 태권도학원도 내가 중학교에 가서 나쁜 아이들과 어울릴까봐 걱정이 된 엄마의 권유로 6학년 여름에 끊었다. 학습지도 신청했다가 끊었다가를 반복해서 지금의 나는 예술도, 운동도, 공부도 잘하는 분야가 없는듯하다.

 

주인공 이대로는 애벌레 관찰이 짜증나서 모둠 아이들의 핀잔에도 교실 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피아노, 미술, 태권도 등을 다니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는 끈기가 없는 아이이다. 방과 후 컴퓨터반도 며칠째 가지 않고 있다는 엄마의 꾸지람을 피해 놀이터로 달려가서는 놀이에 금방 싫증을 내며 다른 놀이로 바꾸자고 말하다 좋아하는 민희에게 '땅꼬마 주제'라는 말을 듣고 분하고, 슬프고, 약 오르고 기분이 엉망이 된다. 이번에는 아파트 뒷산으로 달려가서 커다란 나무에 매달리다 나무 안으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다람쥐 다람이를 만난다. 대로는 집에 갈 거라며 발버둥 치지만 나가는 문도 없고, 대로 스스로 문을 만들어야하는데 방법은 '진짜 나이테를 찾아라.'라는 시험에 통과하는 거다. 시험에 통과하려면 엉킨 넝쿨 풀기, 책상 크기만 한 퍼즐 맞추기, 그림 속 산 정상에 오르기 그리고 여러 동그라미 그림들 중에서 진짜 나이테를 찾아야한다.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애벌레로 변해서 히죽히죽 웃으며 문제를 내던 애롱이와 같은 방에서 평생을 살아야한다. 대로는 안내자인 다람이에게 도와달라며 여러 번 부탁하고 애원하지만 과제는 스스로 풀어야 한다며 묵묵히 지켜보며 약간의 꾸짖기, 채근, 격려를 하기도하고 대로가 통과할 때마다 같이 기뻐하는 정도다.

 

<이대로가 아닌 이대로> 서평을 쓰면서 생각나는 노래가사가 있다.

'주저앉고 싶은 유혹도 많지만 알 수 없는 나의 미래가 너무 두려워.'

긴 학교폭력과 왕따로 힘들어했던 나는 자퇴 그러니까 학교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애들은 안 그럴 테니까 참자.'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졸업하면 복수할거야.' 3때는 '1년만 참자.' 그렇게 난 '참자'만 반복할 뿐이었다. 부모님의 강한 반대에 부딪칠 자신이 없었던 게 첫 번째 이유였다면 두 번째로는 학교성적이 평균 60점대를 겨우 유지하는 나였기에 검정고시에 합격할 자신이 없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초졸이나 중졸로 남을 내 삶이 너무 두려웠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내가 정말 자퇴했다면 나는 '그 인간들 때문에 고등학교도 못 다녔어!'라는 한으로 남았을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개근상까지 받아가며 끝까지 다니기 잘했다. 내 최고의 성취감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오늘 숙제는 네 명씩 한 조가 되어 애벌레를 관찰하는 거다. 생김새나 움직임을 잘 관찰해서 적어 내야 한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애벌레를 계속 지켜보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다. 엉덩이가 근질거려서 도저히 못하겠다. 그리고 애벌레는 너무 징그럽다. 10]

 

[저번에 아빠가 왔을 때 아빠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게 후회되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마음이 확 트인다며 정상에 올라가 보자고 했는데 가지 않았다. 정상까지 오르는 게 지겹고 힘들기 때문이었다. 17]

 

[내가 중간에 그만두려고 하면 애롱이가 실실 웃으며 자기랑 살자고 나타날지도 몰라. 으으윽!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해.

걱정 말자. 끝가지 해냈을 때의 그 기막힌 맛을 내가 알아 버렸는데 뭘! 107]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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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게 물어봐요 - 생각을 키우는 철학 이야기
박남희 지음 / 종이책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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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는 물음 철학

 

[우리는 철학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인지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중한 가치인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성도 키워갈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미처 가르쳐 주지 않은 일들도 스스로 해나갈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철학을 통해서 달리 생각하고 새롭게 생각하면서 이전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약하고 어릴수록 철학이 더 필요한 까닭이 이 때문입니다. -머리말 중에서-]

 

<내 마음에게 물어봐요>는 총 10파트로 내 존재부터 시작해서, 타인, 세상, 우리 등으로 진행되면서 세계로 끝난다. 먼저 라는 개인이 중요하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좀 더 넓게는 이웃나라, 먼 나라 사람들도 살펴야함을 뜻하는 것 같다. 내 나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해외파병, 해외여행, 번역서 읽기 등이 가능하니까. 제일 공감을 느낀 물음은 첫 파트인 나는 누구인가요?’이다. 새로운 장소에 갈 때면 제일 어려워하는 시간이 자기소개하기이니까 말이다.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할지?’, ‘어디까지 소개해야할지?’를 곤란해 하는걸 보면 나도 나 자신을 확실하게 모르고 있다는 거다.(차라리 타인을 소개하는 편이 더 쉽다.)

 

[우람이라는 이름은 우람하게 잘 자라라고 아빠가 지어주셨는데, 여러분의 이름은 누가 어떤 의미로 지었나요? 여러분은 자신의 이름의 뜻을 어떻게 알고 있나요? 자신의 이름과 실제 자신이 비슷한가요? 우리는 이름을 지어주신 분들의 바람처럼 살고 있나요? 17]

결론부터 말한다면 내 이름은 내가 지었다. 2년 전에 개명할 때 작명소의 도움 없이 내가 직접 새 이름 후보 세 개를 만들고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이름으로 옥편을 찾아서 지었다. 그렇게 내 이름은 새벽이 곱다는 뜻이 되었다.(그래서 새벽에 서평을 쓰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너 어른들 이름 같다.”라는 안경가게 주인의 한마디와 5학년 때 50대로 보이는 담임선생과 성이 다른 동명이인이 되었을 때 내 이름이 촌스럽다는 걸 알게 됐다. 6학년 때 학교에서의 간단한 개명제도가 도입되어 이름을 바꾸고 싶었지만 아빠의 이유 없는 반대로 실패하고 그때부터 다짐한건 어른이 되면 꼭 이름 바꿀 거야.”였다. 학창시절을 지나고도 미루고 미루다가 30대 초반에서야 실행에 옮겼던 건 한문의 뜻은 곧고 맑다.’이지만 단어로만 들으면 조용하다.’라는 의미가 있어서인지 내 성격과 인생이 너무 소극적인 듯해서였다. 개명한 후 인생이 바뀌었냐고 묻는 몇몇 사람들이 있는데 내 생각엔 전혀 안 바뀐 것 같다. ‘라는 존재는 그대로니까.

 

[우리는 친구를 어떻게 사귀나요? 나와 같아서인가요, 아니면 나와 다르기 때문인가요? 나와 다른 친구를 사귈 때는 같아지기를 원하고, 나와 같은 친구를 사귈 땐 다르기를 원한 적 없나요? 그래서 생긴 문제는 무엇인가요? -35쪽 생각꾸러미 열어보기-]

긴 왕따 생활을 했으면서도 고등학교 시절에 차라리 친구가 없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건 내가 자신과 같아지기를 원하는 연꽃이 때문이었다. 나는 글로는 상냥하지만 언어로는 무뚝뚝하다.(그래서 문자와 실제하고 딴판이라는 말을 듣는 편이다.) 그런데 애정결핍이 심했던 연꽃이는 자기처럼 상냥하게 표현해주길 바랐다. 약속장소에서 만나면 손을 흔들며 안녕.”하고 인사하는 건 기본으로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연꽃이하고 반대로 나는 반가운 내색도 없이 무덤덤하게 다가가서 손도 마지못해 잡혀주곤 했었다. 2학년 때는 그 애에게 생일선물로 필통을 주면서 아무거나 집어왔어.”라는 내 말을 상냥한 문장으로 정정하려 들었던 적도 있고, “너는 예쁜 거 보면 이거 연꽃이 줘야겠다. 이런 생각 안 들어?”라는 물음을 던진 적도 있었다.

 

철학을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같은 명언을 만들어내는 어려운 학문으로만 여겼는데 <내 마음에게 물어봐요>를 보니 답이 없는 물음이 철학인 것 같다. 나 자신을 알게 된다고 해도 사람은 답이 없는 존재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가끔은 시험문제와 기계처럼 사람에게도 답이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종이책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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