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슈갈이다 어린이 나무생각 문학숲 3
한영미 글, 남궁선하 그림 / 어린이나무생각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어폭력VS방패말

 

[힘들겠지만 이런 방패말을 사용해서 상대를 어이없게 또는 쑥스럽게, 그도 아니면 질리게 만드는 거예요. 그래도 상대가 막무가내라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아무리 전사처럼 용감하게 맞선다고 해도 혼자서 여러 명을 감당하기는 힘드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나는 슈갈이다>라는 책 제목과 겉표지를 보고는 가해자 아이와 그동안 당하기만 했던 피해자 아이가 칠판 앞에서 욕씨름하는 줄 알았다. 슈갈을 열여덟이라는 숫자를 연상케 하는 욕을 돌려서 쓴 걸로 생각했던 건데 입이 돌출이라는 이유로 갈갈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왕따로 힘들어하던 주인공 수아가 만든 슈퍼 갈갈이를 줄인 귀여운 방패별명이었던 거다. 내가 뽑아본 두 명장면으로 벙글 씨가 왕따 경험자로서 적극적으로 조언해주는 부분(역시나 왕따와 학교폭력은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나 보다.), 담임과 수아의 엄마가 수아의 집에서 과자 봉지를 여기저기 흩트리기, 라면 부스러기를 사방에 떨어뜨리기, 돼지 저금통의 배 찢어놓기, 또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면서 무언가를 찾는 등으로 온갖 나쁜 짓을 해대는 태영이 일당의 현장을 잡는 부분은 작가의 말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5학년이 된 첫날 수아는 엄마가 만들어준 공주풍 원피스가 너무 튀었는지 약간의 움직임으로 담임에게 떠든 학생으로 지목되어 교장 선생을 찾아 학교 전체를 뛰어다니게 된다.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한 태영이는 그렇게 담임에게 휘둘린 수아가 만만해보였는지 턱까지 잡고 외모지적을 하고 갈갈이라는 별명까지 붙이며 반 아이들 앞에서 웃음거리로 만드는데 여기서 내가 수아의 심정을 모른다고 하면 개구리 올챙잇적 모른다.’와 다를 바 없다. ‘못 생긴 게!’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외모관련 별명이 시작되더니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뻐드렁니, 토깽이, 토끼전 이라는 별명도 모자라서 돌출된 내 앞니를 흉내 내는 조롱까지 당했으니까 말이다. 그 결과 나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못생긴 줄 안다.

태영이는 별명을 붙이는 건 시작이라는 듯 방과 후, 반 아이들을 단체 카톡방으로 초대해서 수아를 향한 욕을 퍼붓게 하고 돈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4명의 일당과 수아의 집에 들이닥쳐서는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음식들을 마구 꺼내먹고, 약탈해가기도 한다. 담임에게 말하면 2학년인 동생 정아도 괴롭히겠다는 것과 태영이의 중학생 오빠가 일진이라는 협박에 담임에게도 엄마에게도 알리지 못하는 수아는 다섯 아이들을 피해 옆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있다가 나는 혼자다’, ‘나는 외톨이다’, ‘나는 왕따다등을 쓴 종이를 비행기로 만들어서 던지며 경비 할아버지에게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종이비행기는 척척 구겨진 채 쓰레기장에 던져질 뿐이다.(내 경험상 주먹을 보이며 이르면 이거야!” 혹은 이르면 죽는다!”는 아이치고 무서운 애 한명도 못 봤다.)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의 가게에서 배달 일을 하는 벙글 씨가 도움을 요청하는 수아에게 방패말을 사용하는 방법과 적극적이면서 은밀한 방법으로 어른들에게 알리라고 조언한다. 다음날 첫 번째 조언을 실천하기위해 태영이 일당에게 슈퍼 갈갈이이라고 불러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다섯 아이는 수아를 넘어뜨리고 배에 올라타는 등, 머리카락을 자근자근 밟는 등으로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날 간접적으로 담임에게 알리기 위해 일부러 휴대 전화를 교실에 놓고 나가는 방법으로 두 번째 조언을 실천한다. 그러고 보니 벙글 씨의 두 번째 조언은 나도 비슷하게 사용했던 방법인 듯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휴대 전화가 없었기에 담임이 매일 검사하는 일기장에 칼장난하며 위협하는 남자짝 이야기를 썼을 때는 나, 남자짝, 방관했던 앞에 앉은 두 아이를 칠판 앞으로 불러내서 세 아이를 공개적으로 꾸짖었고, 매일같이 때리고 꼬집는 앞에 앉은 여자애 이야기를 썼을 때도 이세경! 너 왜 서연이 꼬집어! 서연이네 어머니한테 전화 왔어!”라고 한마디 해줬으니까 말이다.

 

<나는 슈갈이다>에서 수아와 태영이의 담임선생은 현장을 잡자마자 동작 그만!”을 외치며 아이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약탈해가려던 돈과 먹을 것들을 내려놓게 하고, 가해자의 부모들도 불러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 교감이라는 사람은 현장을 보고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안경도 두 동강 나고 울고 있는 내 편에 서줄 것처럼 하더니 가해자 아이의 거짓말만 듣고 그럼 이서연이 잘못한 거여!”라고 나를 두 번 죽이는 말을 내뱉었다. 너무 억울했기에 반박하려했지만 교감은 조용히 해!”라며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 벌써 20년이 흐른 일이지만 본인의 손자, 손녀였어도 그렇게 행동했을까 싶다.

 

[수아는 휴대 전화를 침대에 던져 버렸다. 그러다 다시 집어 들고 카톡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태영이와 그 아이들 이름을 괴물로 바꿔 버렸다. 태영이는 괴물1, 미정이는 괴물2, 민지는 괴물3, 세희는 괴물4, 영주는 괴물5. 59]

 

[‘돌아보지 않을 거야.’

거기에는 태영이 일당은 물론이고 가온이를 비롯한 반 아이들 전체가 있을 것이다. 수아는 모두 한 패가 되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수아는 마치 웃음소리를 듣지 못한 양 서둘러 그 길을 벗어났다. 70]

 

 

 

 

-어린이 나무 생각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이 매일매일 좋아져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책 시리즈
호리카와 나미 글.그림,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고백 책에 담다

 

<당신이 매일매일 좋아져요> 이 책은 선물 받는 사람도 설렘으로 겉표지를 열 것 같다. 사랑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설레게 하니까 말이다. 사실 나는 이성을 사랑해본적은 없지만 짝사랑을 멈추고 사랑을 시작하고 싶은데 말주변도, 글 주변도 없다면 고백이 담긴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게다가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은 정말 자연스러운 따뜻함과 귀여움이 느껴지니까 말이다.

    

 

 

[길에서 우연히 당신을 마주칠 때마다

어쩌면 운명일지도 몰라!’하며 기뻐하지만

사실 난 늘 당신을 찾고 있었죠.]

위에서 말했듯이 나는 남자를 짝사랑해본 적은 없지만 중학교 시절에 여자선생님을 좋아했었다. 한문선생님이었는데 짧은 머리에 늘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다니고 굵은 목소리에 강할 것 같기 만한 여자선생님을 동경의 대상으로 좋아했는데 선생님과 마주치고 싶어서 교무실 주변을 서성이다가 막상 마주치면 도망가곤 했던 나였다.(지금의 나도 청바지에 후드집업을 즐겨 입지만 나는 강해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긴 머리를 고수해서 그런가?)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이대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다행이도 나는 글 주변이 있었기에 편지를 써서 신발장에 넣은 적도 있었고 한문공책을 제출할 때마다 필기나 숙제 아래 내 마음을 전하는 짧은 글을 남기기도 했었다. 내가 한문 선생님을 볼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한번이었던 한문수업시간과 한 달에 한번 있었던 전일제날의 연극반에서였다. 특히 전일제 날은 하루 종일 연극반에 있어도 너무 빨리 다가오는 하교시간이 원망스러웠다고나할까?

    

 

[당신을 좋아하게 되면서

나 자신도 좋아하게되었어요.]

나는 한문 선생님을 좋아하면서 나 자신도 좋아하게 된 건 아니지만 그전엔 촌스럽게만 생각했던 내 이름에 잠깐 친근감을 느끼면서 좋아했던 것은 있다.(지금 이름은 개명한 이름입니다.)

! OO!”라고 좋아하는 선생님이 불러주니까 크게 다가왔나 보다.

 

만약 <당신이 매일매일 좋아져요>를 중학교 때 만났다면 스승의 날에 애타게 동경하고, 좋아했던 선생님에게 이 책을 선물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인디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자 뺏기 - 제5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 살림 YA 시리즈
박하령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보와 배려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암 오케이(I'm OK)!"

지금에서야 말인데……. 그때 난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고 했어야 했다. 물론 그렇게 했다고 한들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 거다. 어차피 정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랬어야 했다. 27]

 

[난 계속 분노할 것이고 억지로라도 분노에 풀무질을 해 내 중심을 잡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분노는 건강하고 정당하다. 또다시 마음에도 없는 암 오케이!’를 외칠 수는 없다. 그래서 의자 뺏기를 해야 한다면 할 거다. 나도 이젠 앉고 싶으니까. 난 기필코 의자 뺏기의 승자가 될 것이다. 94]

 

첫 목차인 -아니다. 그렇지 않다!-에서 못된 애들에게 모함을 당하고 있는 쌍둥이 동생 지오의 편에 서주지 않는 주인공 은오를 보고 뭐 이런 의리 없는 애가 있어.’ 싶었다. 하지만 늘 지오에게 밀리는 삶을 살아온 사연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두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때 부산에 있는 외할머니네 집에 놀러갔다가 어른들의 욕심으로 은오는 그대로 외갓집에 남겨져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했다. ‘믿는다.’라는 엄마의 조정을 시작으로 양보를 강요당하는 삶이 계속 이어지는지 고등학생이 되어서 갑작스러운 부모의 이혼과 설상가상으로 엄마와 외삼촌의 죽음으로 인해 두 아이는 서울에서 외할머니와 살게 되지만 외할머니는 긴 시간을 함께한 은오가 아닌 지오의 편을 들곤 하고(지오는 건드려 봐야 좋을 거 하나 없다는 게 이유다.) 어른들이 벌여놓은 사업이 무너지자 둘을 대학에 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은오가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취업준비를 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요한다.(은오는 노래에 소질도 있고 음악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데 말이다.) “마이턴!”이라는 이젠 내 차례!”라는 은오의 큰 소리는 더 크게 우는 지오의 울음소리에 묻히기도 한다.

 

작년에 주민 센터에서 서류를 떼는 중에 창밖에서 들려오는 어느 할머니의 바보 같은 발언에 속으로 발끈한 적이 있다.

아이 착해, 언니가 양보하는 거야.”

바로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나도 어린 시절에 저 한 마디 때문에 멋있는 장난감을, 내가 직접 긁어서 만들어낸 판박이를, 사탕 등을 양보하고도 보람이 아닌 뺏긴 기분이었으니까 말이다.(특히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두 사촌 남동생에게 엄마와 외할머니의 부추김으로 억지로 준 퍼즐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인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달려가서 ! 네가 양보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라고 말하고 싶었다.

잠깐 중학교 2학년 때를 떠올려 본다면 수학시간에 담임이 시험문제 많이 틀린 아이들이(그중에 나도 있다.) 사온 초코파이와 음료의 개수를 세더니 초코파이가 하나 모자란다는 것이다. 양보가 몸에 베였던 나는 내가 먹지 않겠다고 말했다. 담임은 서연이 음료수 하나 더 줄게.”라고 말했고 나는 반사적으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누가 수학선생 아니랄까봐 너가 한번 그러면 다른 애들은 너는 항상 그런 줄 알아 니꺼 챙겨야 돼.”라고 말하며 진짜로 음료수를 두 개 주었다.(실은 평소에 나를 괄시하던 담임이 처음으로 나를 챙겨주니까 살짝 좋아지려 했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의 담임의 말이 맞았다.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한번 양보 혹은 배려를 해주면 고마움보다는 본인들이 받는 걸 당연시하니까 말이다.

내 어린 시절에 양보와 배려를 강요했던 어른들 중에 제일 미운 사람은 외할머니와 엄마다. 책속의 은오는 믿는다는 엄마의 말에 조정 당했다면 나는 외할머니에게는 네가 누나니까.”로 엄마에게는 아이 착해.”로 조정 당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외할머니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했던 것 같고, 엄마는 본인의 엄마인 외할머니 편을 들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두 사촌 남동생과 만나는 날이면 나에게만 양보를 강요하면서도 그 애들과 싸움이라도 나면 혼나는 쪽은 항상 나였다. 우리 집에서 큰애가 내 배를 콱 때려서 숨을 못 쉴 정도로 아파하는데도 엄마도, 외숙모도 그 애를 혼내주지 않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여름휴가로 다 같이 강원도에 외증조할머니네 놀러갔을 때도 작은애가 빠른 속도로 나를 여러 번 있는 힘껏 때려도 아무도 말려주지도 않았고 오히려 힘이 세다는 둥으로 좋은 말 뿐이었다. 어린마음에 폭발했는지 다음날 어른들과 나와 사촌동생 둘과 시장에 갔을 때 모르는 어른조차도 누나가 양보해야지.”라는 말에 바로 누나면 다에요!”를 시작으로 긴 문장들로 받아쳤었다.(엄마가 옆에 없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또 그 다음날이었던가? 그날이었던가? 나에게 싸움을 거는 작은애를 밀었을 때도 그 애가 어딘가에 부딪쳐 코피가 났다는 이유로 나만 혼났다.(그래도 코피를 낸 건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내가 했던 말을 금방 배워서는 미안하면 다야!”라며 대들더군.) 어른이 되어서도 명절날마다 손녀, 손자 셋이 모두 모일 때면 외할머니는 변함없이 그 애들에게 집중적으로 살갑게 대하고 누나가!”를 강조했다. 2년 전에 엄마에게 외할머니의 손녀, 손자 차별에 대한 불만을 몇 번을 털어놓았지만 엄마도 여전히 본인의 엄마편인지 할머니는 외숙모네 눈치 보느라 그런 거라며 할머니가 피아노 너만 사줬어!”라며 내 입막음을 했다. 그래서 30대 초반부터 시작된 내 의자 뺏기는 나도 외할머니에게 돈과 선물로만 잘하고 절대 살갑게 대하지 않는 것과 명절날마다 외숙모네 식구들이 왔다갔다는 엄마의 문자를 받고 뒤늦게 외할머니 댁에 가는 것이다. 사실 후자는 말이 의자 뺏기지 모두에게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외할머니는 손녀, 손자 가운데서 눈치 볼 필요 없고, 나는 차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아서 좋고, 엄마도 외할머니의 편을 들어야하는 부담감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좀 더 덧붙이자면 은오와 지오처럼 어린 시절에 두 사촌 남동생은 공부를 잘했고, 나는 거의 하위권이었기에 그 애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학벌도 비슷하고 작은애는 직장에 다니지만 큰애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 중이기에 프리랜서로 살면서도 나름 돈과 선물로 잘하는 나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림Friends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기있게 말하세요, 지금 외롭다고!
류옌 지음, 홍민경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외로움

 

<지금 외롭다고!>책 표지 바탕으로 보이는 파란색은 물을 표현한 것 같다. 물위에 떠있는 코르크 마개로 닫힌 채 숨 쉴 공간이 없는 병속의 사람이 나 외롭다고!’라며 호소하는 듯하다. 사실 좁은 병속에서 숨 쉴 공간마저 없으면 사람은 죽는 법인데 외로움이란 것이, 고독이란 것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럽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숨 막혀 죽을 것 같은 고독은 절대 수치가 아님을, 오히려 성공의 길이라는 걸 보여준다. 여러 차례 예를들어주는 나비로 다시태어나기까지의 고치안의 번데기와 고독이 축복이었던 유명인들과 성공인들의 소개를 보면 그렇다. 그러고 보니 동화 속 주인공 미운아기 오리도고독이 축복이었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의 자연주의 사상가인 장 자크 루소는 혼자만의 사색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늘 호숫가 숲 속을 산책하면서 자신의 사상을 다듬었습니다.

루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은 타인과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고, 내가 가장 싫증을 내지 않는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89]

 

[어떤 분야에서든 두각을 나타냈던 사람들은 대부분 소문난 독서광들이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책읽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불릴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그 사람은 리더라고 불리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리더Leader들은 대부분 리더Reader였기 때문입니다. 197~198]

 

[고독은 자발적인 경우도 있고 비자발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예술의 창작을 위해서나 자연의 이치를 탐구하기 위해 스스로 택한 고독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삶의 과정에서 겪는 실패나 아름으로 인해 비자발적으로 주어지는 고독은 피하고 싶습니다. 105]

 

자발적인 고독과 비자발적인 고독도 접할 수 있는데 내 경우는 어린 시절과 학창시절에는 비자발적인 고독이었고, 성인이 되어서부터는 자발적인 고독을 즐겼다. 빈센트 반 고흐는 광기어린 재능을 가져서 외톨이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또래들보다 늦어서 외톨이였다. 유아기 때 너무 긴 시간을 병상에서 보냈던 나는 7살 인줄 알았던 9살 때 유치원에 다녔고, 10살 때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또래들보다 늦게 공부를 시작했을 뿐인데 동네, 유치원, 교회 등 어디를 가나 아이들은 나를 바보라며 놀아주지 않았던 것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왕따와 학교폭력에 시달렸다.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내편이 되어주는 친구는 없었고, 소풍가서도 나는 혼자일 때가 많았다. 그리고 20대 때는 가끔 동창들과 만나고, 직장생활, 외국유학에서의 2인실과 3인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보았지만 학창시절에 내가 그렇게 갈망하던 집단생활은 나에게 맞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처럼 프리랜서가 되었고, 혼자 책 읽고, 글 쓰고, 혼자 외출하고 그렇게 자발적인 고독을 선택한 거다.

사람들은 인맥이 있어야 성공한다지만 나도 어렸을 때는 몰려다닐 친구가 없는 것을 흉으로 여겼지만 오히려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나 자신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직장에서는 내 생각은 뒤로하고 무조건 상사의 지시에 따라야하고, 몇 년 전에 활동했던 봉사활동 동호회나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거나 뭔가 배우고 싶을 때면 다니는 문화센터에서도 한국문화인 나이주의를 싫어하고(내가 어려보인다고 초면에 반말하는 사람 싫다),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상 내가 손해를 볼 때가 많은 것 같아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도 거리를 두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내 자발적인 고독은 계속될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외향적인 성향이 강할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스마트비즈니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난 이소벨이야 - 유쾌발랄한, 때로는 웃픈 열여덟 살의 비밀일기
이소벨 해롭 지음, 홍정호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다재다능한 10대 소녀의 웃기고 슬픈 비밀일기

 

<안녕? 난 이소벨이야>는 한번 펼치면 접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서평기한까지 아껴서 읽으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었으니까 말이다.(톡톡 튀는 기분이 필요할 때 또 읽어야겠다.) <안녕? 난 이소벨이야>는 두 가족소개로(같이 살고 있는 아빠쪽 가족, 재혼한 엄마쪽 가족) 시작해서 이소벨의 취미, 교우관계, 이성친구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 듯하다. 직접 그리고, 쓰고, 찍은 작품을 보니 이소벨은 다재다능한 10대 소녀인 듯하다. 이중에서 잘하는 거라고는 쓰는 것 밖에 없는 나는 부럽기만 하다.

그림과 글들을 키득키득 웃으며 보다가 남자친구와의 이별이야기를 보는 순간 갑자기 우울해지는 반전을 만난기분이었다. 나는 이성 친구를 사겨본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세상 끝난 것처럼 소리 내 우는 여자 아이들을 몇 번 본적이 있어서인지 이소벨은 남자친구의 싫은 행동들에 정이 떨어지고 헤어지고 슬퍼하다가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날 거란 희망을 갖고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모습이 18살 소녀답지 않게 성숙해 보였다.

 

[난 나만의 세상에서 사는 시간들이 정말 행복하거든. 19]

 

[친구들이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어. 78]

 

나는 고등학교 1, 2학년 다니던 때 우리 반만의 제도였던 모둠일기 덕분에 일기를 쓸 수 있었다.(2년 연속 담임이 같았기에 가능했던 거다.) 그리고 2학년 때는 모둠일기 외에도 한 달에 한번씩 나의 발자국이라는 자신만의 글쓰기 제도,(역시나 국어선생님들은 다르다.) 그 해에 유행했던 러브장 덕분에 또래들보다 글 쓸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학교폭력으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던 나는 이소벨처럼 발랄하고 귀여운 내용의 일기보다 암울한 내용이 더 많았다.(지금 읽어봐도 그렇다.) 나는 담임이 내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긴 글을 썼지만 그림 솜씨가 없어서 그림 그린 거라곤 잠깐 같이 다녔던 친구를 향한 배신감에 피눈물 흘리는 긴 머리 여자 얼굴과 축제날 아이들 사이에서 미친 듯이라고 불렸던 2학년 주임과 말다툼 후 상처투성이 얼굴을 그린정도였다. 다행이 유행이었던 러브장 덕분에 나도 이소벨처럼 그림 그리고 붙이고 귀여운 글들을 쓸 수 있었다.(러브장에까지 우울한 얘기를 쓸 수 없으니까.) 남자친구와 교제중이거나 짝사랑하는 남자아이가 있는 여자아이들이 주로 러브장을 썼는데 나는 중학교 때 좋아했던 여선생님에게 써서 보냈다. 아직까지 생각나는 건 개명을 하고 싶다는 글과 내 왼손을 대고 손바닥을 그린 후 저의 체온이 느껴지실 거예요.’라고(대략 이렇게 썼던 것 같다.) 썼던 글이다. 비록 나는 발랄한 10대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나와 취미가 비슷한 친구 이소벨을 만나니 반갑기만 했다.

안녕, 이소벨 만나서 반가워.’

 

 

-글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