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난 이소벨이야 - 유쾌발랄한, 때로는 웃픈 열여덟 살의 비밀일기
이소벨 해롭 지음, 홍정호 옮김 / 글담출판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다재다능한 10대 소녀의 웃기고 슬픈 비밀일기
<안녕? 난 이소벨이야>는 한번 펼치면 접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서평기한까지 아껴서 읽으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었으니까 말이다.(톡톡 튀는 기분이 필요할 때 또 읽어야겠다.) <안녕? 난 이소벨이야>는 두 가족소개로(같이 살고 있는 아빠쪽 가족, 재혼한 엄마쪽 가족) 시작해서 이소벨의 취미, 교우관계, 이성친구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는 듯하다. 직접 그리고, 쓰고, 찍은 작품을 보니 이소벨은 다재다능한 10대 소녀인 듯하다. 이중에서 잘하는 거라고는 쓰는 것 밖에 없는 나는 부럽기만 하다.
그림과 글들을 키득키득 웃으며 보다가 남자친구와의 이별이야기를 보는 순간 갑자기 우울해지는 반전을 만난기분이었다. 나는 이성 친구를 사겨본 적은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세상 끝난 것처럼 소리 내 우는 여자 아이들을 몇 번 본적이 있어서인지 이소벨은 남자친구의 싫은 행동들에 정이 떨어지고 헤어지고 슬퍼하다가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날 거란 희망을 갖고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는 걸 깨닫는 모습이 18살 소녀답지 않게 성숙해 보였다.
[난 나만의 세상에서 사는 시간들이 정말 행복하거든. 19쪽]
[친구들이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싫어. 78쪽]
나는 고등학교 1, 2학년 다니던 때 우리 반만의 제도였던 모둠일기 덕분에 일기를 쓸 수 있었다.(2년 연속 담임이 같았기에 가능했던 거다.) 그리고 2학년 때는 모둠일기 외에도 한 달에 한번씩 ‘나의 발자국’이라는 자신만의 글쓰기 제도,(역시나 국어선생님들은 다르다.) 그 해에 유행했던 러브장 덕분에 또래들보다 글 쓸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학교폭력으로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던 나는 이소벨처럼 발랄하고 귀여운 내용의 일기보다 암울한 내용이 더 많았다.(지금 읽어봐도 그렇다.) 나는 담임이 내 일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말할 정도로 긴 글을 썼지만 그림 솜씨가 없어서 그림 그린 거라곤 잠깐 같이 다녔던 친구를 향한 배신감에 피눈물 흘리는 긴 머리 여자 얼굴과 축제날 아이들 사이에서 ‘미친 듯이’라고 불렸던 2학년 주임과 말다툼 후 상처투성이 얼굴을 그린정도였다. 다행이 유행이었던 러브장 덕분에 나도 이소벨처럼 그림 그리고 붙이고 귀여운 글들을 쓸 수 있었다.(러브장에까지 우울한 얘기를 쓸 수 없으니까.) 남자친구와 교제중이거나 짝사랑하는 남자아이가 있는 여자아이들이 주로 러브장을 썼는데 나는 중학교 때 좋아했던 여선생님에게 써서 보냈다. 아직까지 생각나는 건 개명을 하고 싶다는 글과 내 왼손을 대고 손바닥을 그린 후 ‘저의 체온이 느껴지실 거예요.’라고(대략 이렇게 썼던 것 같다.) 썼던 글이다. 비록 나는 발랄한 10대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그때의 나와 취미가 비슷한 친구 이소벨을 만나니 반갑기만 했다.
‘안녕, 이소벨 만나서 반가워.’
-글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