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레 미제라블 1 펭귄클래식 91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1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반값으로 구매한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전자책이라 서체나 행간, 또 배경색을 설정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아이패드로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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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10-02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유부만두님께도 역시 별 다섯의 소설이로군요!! >.<

유부만두 2012-10-05 16:05   좋아요 0 | URL
별을 더 달고 싶었는데 다섯개가 한계라 아쉬울 뿐이라고요!!!!

2012-10-05 0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5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물들의 신
아이린 카일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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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빠는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 "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쓴지 아무도 몰랐지." 햇빛이 내 얼굴 위로 쏟아졌다.눈물이 마르고 살갗이 뻣뻣해졌다. "네가 아주 어린 아기였을 때부터 그랬어. 우리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안으려고 하면 너는 등을 잔뜩 구부리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을 쳤어." 아빠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마주 보았다. 진지함으로 부드러워진 눈빛, 완벽한 진실의 순간이었다. "너는 나를 닮았어."

우리는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서로를 보았다. 이것은 아빠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 중에서 '내가 잘못했다'와 가장 가까운 말이었다. 내가 들을 수 있는 말 중에서 사과와 가장 가까운 말이었다. 나는 눈물이 허옇게 말라붙은 입술로 아빠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려고 애썼다. 이제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222쪽

"아이가 생기면," 올트먼 부인이 대답했다.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열리는데, 그건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느낌이랑 비슷하거든. 내가 완전히 열리니까 그럴 때는 무엇이든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 나는 그것으로 가득차게 되고. 어떤 여자들은 슬픔으로 가득 차는 거지."

"아줌마도 그랬어요?" 내가 묻자 올트먼 부인은 미소를 지었다.

"설명하기 어렵구나." 올트먼 부인은 말했다. "뭔가를 엄청나게 사랑하는 일인데......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고. 너무 큰 사랑, 너무 오래된 사랑, 너무 동물같은 사랑. 무섭지." 올트먼 부인은 주먹을 가슴에 올리고 무서움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무서워서 미쳐 버릴 것 같은 때도 있어."

-240쪽

우리는 망아지들을 어미들에게서 떼어놓은 다음, 망아지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망아지들은 비명을 지르고, 울타리를 가슴으로 들이받고, 좁은 우리 안을 빙빙 돌다 서로 부딪쳤다.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고개를 치켜든 망아지들은 괴로움에 지쳐 약한 울음소리를 냈다. 신음이 하늘을 갈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실라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실라는 가로대 너머로 손을 뻗어 달래주려고 했지만, 고통과 공포에 휩싸인 망아지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실라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엄마 말들이랑 같이 있게 하면 안 되나요?" 실라가 물었다.
"훈련시켜야지."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엄마 옆에 붙어 있는 말은 훈련을 못 시켜. 어른이 돼야지."
실라는 망아지들을 지켜보면서 몸을 떨었고, 아빠는 실라의 등 뒤로 다가가 실라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지금은 심한 것 같지만, 금방 괜찮아져." 아빠가 말했다. "두어 달 지나면 어미들과 섞어놔도 서로 알아보지도 못해." -225쪽

전부 거짓말이었어요. 처음부터 거짓말이었어요. 하지만 이미 진실은 차고 넘쳤다. 진실이 사방에서 소용돌이치며 내 머릿속에까지 차올랐다. 진실이 더 흘러나왔다면 나는 진실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

날이 추워졌다. 땅은 온통 서리로 덮였고, 하늘은 거대한 회색 석판으로 변했다. 선생님은 떠났고, 나는 붙잡을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아픔이 내 안 구석구석에서 비명을 질렀다. 아픔이 이빨과 발톱을 세우고 나를 안에서부터 찢어발겼다. 하지만 내 몸은 찢어지지도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멍든 곳도, 저는 곳도, 흉터가 남은 곳도 없었다. 하루하루, 아침 점심 저녁, 나는 꾸역꾸역 살아갔다. 상처 입고 찢겨나간 속을 안고.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몸을 안고. 그런데 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4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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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구판절판


선생님은 나에게 샤일록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그는 진짜 악당은 아니에요. 안 그래요?"
"그래. 악당은 아니야."
"그가 바라는 것이 뭔지 굳이 말하자면......"
"그가 바라는 게 뭐지, 후드후드?"
"샤일록은 그가 마땅히 되어야 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어요."
베이커 선생님은 내 말을 잠시 생각해 보고는 물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지 못했지?"
"사람들이 그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그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정해 버렸고, 그는 그 올가미에 꼼짝없이 갇혀 버렸어요. 그는 자신의 현재 모습 말고는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이 작품을 비극이라고 하는 거야."
베이커 선생님이 말했다.
-83쪽

실제 세계에서는 이런 식이다.

늘 미소만 있지 않다. 때때로 실제 세계는 햄릿과 같다. 조금 무섭고, 불확실하고, 조금 화가 나고.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고, 어떤 것은 저절로 바뀌기를 희망한다. 그런 식으로 희망을 품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358쪽

"희극은 주제넘게 마지막에 마음대로 해피엔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야. 그게 내가 알고 있는 희극의 정의야." -389-3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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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 뒤에 쓰는 반성문 문지 푸른 문학
김도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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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볼 때 답을 훔치는 것은 그 사람의 지식을 훔치는 거지만 글을 도둑질하는 것은 그 사람의 공들인 마음을 훔치는 거다."
"마음요?"
"그래."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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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의 그녀
가쿠타 미츠요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05년 7월
절판


세제를 스펀지에 흡수시켜서 바닥의 일부에 대고 동글동글 원을 계속해서 그려댄다. 눌러 붙어 있던 기름 층이 얇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머릿속은 점점 더 새하얘진다. 지겹게 계속되던 시어머니의 싫은 소리가 사라지고 유아원 대기 리스트가 사라지고, 일을 시작하는 것이 해답이었나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사라져 그냥 뻥 뚫린 공백이 넓어진다. 그 공백은 언제까지고 거기에 있고 싶은, 기분 좋은 것으로 느껴졌다.-62쪽

"난 무서워. 무섭다는 건 대단한 거야. 난, 어른이 되어서 제대로 혼자서 돈도 벌고 있고 영업에도 뛰어들고 훨씬 나이 많은 남자와 싸워서 이길 자신도 있어. 그런데 아이를 낳는 것이 무섭다니, 뭐라고 할까. 좀 한심해. 하지만 자기가 낳은 아이가 성장해서 내가 모르는 일로 절망하거나 상처받을 걸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무서워. 내가 부모님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그런 아이였거든. 나 같은 아이가 나오면 난 정말 싫을 것 같아." -123-124쪽

갑자기 시작된 일하는 엄마들에 대한 비난에도 사요코는 애매하게 맞장구를 치면서 기시감을 느꼈다. 기시감이라기보다 그것은 기억의 재생이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몇 살이나 나이를 더 먹었는데도 책상을 붙이고 도시락을 함께 먹던 고등학생 때와 전화 달라진 것이 없다. 가공의 적을 만들어서 한순간 강하게 단결한다. 하지만 그 단결이 놀라울 정도로 무르다는 사실 또한 사요코는 알고 있었다. [...] 무엇을 위해 우리는 나이를 먹는 것일까. 큰 창 밖, 잎을 떨군 은행나무 가로수를 바라보며 사요코는 멍하니 생각했다. -356쪽

그 생각으로 얼굴을 빛내면서 벌써 메뉴를 생각하고 있는 그 부인을 보면서 사요코는 드디어 깨닫게 된 것 같았다. 왜 우리가 나이를 먹는지. 생활 속으로 도망가서 문을 닫아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만나기 위해서다. 만남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선택한 장소를 향해서 자신의 발을 내딛기 위해서다. -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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