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장바구니담기


읽어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도대체 이게 뭐야? 하며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만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쨌든 이것으로 이제 '카프카를 읽어본 적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책이란 아직 읽지 않았다고 해서 비굴해질 것이 아니라 읽으면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읽고 나면 그 순간부터 그것을 읽은 사람과 똑같아 지기 때문이다. -138-139쪽

소설 집필이라는 작업은 어찌 보면 마라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거리 달리기의 반복이다. 지속 가능하도록 힘을 조절하며 써나가도 긴장감 있는 작품이 되기 힘들다. 숨쉬는 것도 잊을 만큼 집중해서 도전했다가 쉬고 또다시 도전했다가 쉰다. 그런 반복만이 진정으로 작품을 연마하여 충실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다.

작가가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 읽다가 지쳤을 때는 당연히 책을 덮어야 한다. 억지로 읽으려고 해봤자 절대로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들어오기는커녕, 피로와 불쾌감은 내용 자체를 왜곡시켜버릴 것이다.
-19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들무렵
정양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품절


나를 빼먹은 잔치에 삐쳐서
삐친 고집으로 숲속에서
앙심먹고 타죽었다고들 하는데
돌아가며 벼슬자리나 나눠 먹는
그런 잔치에 섞이고 싶지 않았을 뿐
내 겪은 당당한 세월을 무엇으로도
맞바꾸고 싶지 않았을뿐
결코 삐치거나 앙심먹은 일은 없다
비록 불길에 휩싸여 숯이 되어 식어버렸지만
이 세상에 맞바꿀 수 없는 것들을
손가락질로 숨 막히는 불길로
몸부림으로도 다 태우지 못한 것들을
한 그릇 식은 밥과 해마다 맞바꾸잔 말이냐
맞바꾸다 맞바꾸다 식어버린 세상일들이
식은 밥보다 더 꺽정스럽다-2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17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이대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품절


그녀가 물에 빠져 죽은 것은 자신의 변덕 때문이며, 단지 셰익스피어의 오필리아를 닮고 싶어서였다.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매혹되어 눈여겨보았던 그 절벽이 그림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시적 풍취도 없으며 가파르지도 않았다면 아마 자살 행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8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readersu 2010-05-0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필리아 땜에 갑자기 까라마조프가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유부만두 2010-05-09 14:06   좋아요 0 | URL
흠. 근데 전 진도가 안나가고 있어요. 카라마조프네 아부지가 아직 정정하게 살아계시답니다. ^^;;
 
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품절


"마리, 한번 쓴 글은 도끼로도 못 깎아낸단다. 그래서 가치가 있는 거지. 곧 지울 수 있는 연필로 쓴 것을 남의 눈에 띄게 하다니 무례천만이야." -99쪽

"1989년 차우셰스쿠 정권이 전복된 후, 노동당 간부들은 여기서 쫓겨나지 않았나요?"

"전혀. 지금도 그네들은 당신이 지금부터 방문하실 자하레스쿠와 마찬가지로 옛날과 다름없이 특권을 향유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죠. 그뿐인가, 옛날의 국유재산까지도 그 북새통을 틈타 얼렁뚱땅 제 것으로 삼고는 시장경제의 파도를 잘 타서 단물을 빨고 있답니다. 단물 빠는 것에 익숙한 자들은 다른 단물에도 민감하죠. 게다가 남의 옆구리 치고 등 밟고 올라서는 것쯤은 장기 중의 장기니까."
-130-131쪽

"당신이 가이드가 되어주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 [루마니아]에 대한 나의 피상적인 견해를 일일이 정정해 주시니 말이에요. 이 이상의 안내인이 없을 듯해요. 어쩜 난 이리도 철이 없을까요."

"그만큼 당신은 행복했다는 말이죠."

"확실히, 사회의 변동에 제 운명이 놀아나는 일은 없었어요.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면 행복은 저처럼 사물에 통찰이 얕은, 남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인간을 만들기 쉬운가봐요."
-145쪽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사람들이 동유럽이라는 말을 그리도 싫어하는 것은 그 말에 후진국의 가난한 패배자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서구'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과 열등감, 표리일체로 '동구'로서의 자기 멸시와 혐오감은 메이지유신 이후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지향한 일본인의 정신구조와도 통한다. 이 중부유럽 가톨릭 여러 나라의 '동'에 대한 혐오감이 가장 현저하게 나타난 것이, 같은 기독교면서 11세기 이후 분파를 달리한 이슬람 지배하의 동방정교에 대한 근친증오의 적의가 아닐까.-222쪽

"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맞아, 5년 동안 난 가구 하나도 더 사지 못했어. 아니, 요만한 식기 하나 컵 하나도 살 수가 없었어. 가게에서 좋은 게 눈에 띄어 하나 사보자 싶어도, 깨진 다음 맛볼 슬픔이 늘어날 뿐이지 하는 마음이 금방 들어, 사고 싶은 마음이 흩어져버려. 그보다 내일이라도 혹시나 우리 가족이 몰살당하면 어쩌나 하고......" -25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구판절판


아아, 골방에 갇혀 천하를 꿈꾼들 무슨 소용 있으랴.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욕망은 우리 마음속에 고이고 썩고 응어리지고 말라비틀어져, 마침내는 오만과 착각과 몽상과 허영과 냉소와 슬픔과 절망과 우울과 우월감과 열등감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때로는 죽음마저 불러오기도 한다. 골방 속에 갇힌 삶...... 아무리 활달하게 꿈꾸어도, 골방은 우리의 삶을 푹푹 썩게 하는 무덤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구? - 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21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