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어떻게 자유로 번역되었는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야나부 아키라 지음, 김옥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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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자국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실력도 물론 뛰어나야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국어 실력도 뛰어나야하며 언어적 감각이나 센스도 뛰어나야한다. 특히 문화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차이가 뚜렷한 나라 간의 언어 번역은 대체 가능한 단어보다 불가능한 단어가 많기 때문에 굳이 번역하지 않고 단어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만약 번역할 수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처음 그 단어를 번역하는 사람이 어떤 단어로 번역하느냐에 따라 외국어 단어의 자국어 단어 번역의 언어적 의미가 굳어져버린다.





대체로 언어는 해당 언어를 사용되는 나라의 사회, 문화, 관습, 역사, 종교 등을 두루 반영한다. 따라서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선 타국의 언어 속에 담긴 이런 디테일과 문맥적 뉘앙스 등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자국의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외래어나 외국어 등이 많이 사용되어 굳이 특정 단어들을 외국어를 자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사용되는 일이 많지만 그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비록 우리나라 저자가 쓴 책이 아니기에 일본어 번역에 대해 쓰여졌지만 타국의 언어가 어떻게 자국어인 일본어로 번역되었는가를 언어적 가치와 의미, 역사 등을 두루 다루며 설명한다.





번역과 비교문화론을 연구하는 교수였던 저자 야나부 아키라는 번역에 관한 저서를 다작하였고 이 책은 그 중에서 자국인 일본이 최초로 서양식 사상과 학문을 받아들이던 시절, 그들의 문학과 기술을 배우기 위해 타국의 저서들을 어떤 기준으로 일본어로 번역하고 보급하였는가를 당대 역사와 지식인들의 가치와 문화, 관습 등을 통해 번역의 과정과 배경을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사회, 연애, 존재, 권리, 자유 등 일본어에서는 번역되기 어려운 단어들의 최초 번역 과정의 역사를 살펴보며 해당 언어의 명확한 의미와 뉘앙스를 이해하고 언어적 감각과 센스를 높일 수 있도록 번역의 이유와 과정을 다룬다. 그저 한 언어가 언어로 번역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낯선 단어가 번역되어 쓰여지면서 한 사회의 문화와 관습, 문맥, 언어적 가치를 바꾸는지 언어적 이해도뿐 만아니라 일본이라는 한 사회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책이기에 번역, 비교문화학, 일본어문화학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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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강변
임미옥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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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지나간다.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지나려니 하고 견디다보면, 태풍이 바다를 뒤집듯 내안의 썩은 찌꺼기들을 뒤집어 결국 앞으로 나가게 한다. 이별의 고통을 경험한 이에겐 다시 찾아온 사랑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듯, 어둠이 있기에 빛이 소중하고, 아픔이 있기에 치유를 은혜로 여긴다. -p. 55





산다는 건 결코 비루하지도 그다지 고풍스럽지도 않은 엇박자, 발품을 팔면서 한 박자 늦게 철지난 옷을 찾아다니며 고르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p. 174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삶의 다채로운 경험들과 감정들이 모여 나라는 존재를 가꾸고 이뤄나가는 것이 아닐까. ˝꿈꾸는 강변˝의 저자 임미옥은 ‘임미옥은 산소편지‘라는 코너에 수년가 글을 기제해왔다. 그리고 그 글들을 엮어 이 책을 출간하였다. 저자는 ˝세상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 . 어딘가에 있을 산소 마을을 꿈꾸며 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짧은 수필들에 이런 마음을 담아 글을 쓴다. 이 책은 짧은 수필들을 엮어 44개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과 삶, 고뇌, 만남과 이별, 그리움, 우정 등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추억하며 이야기한다. 누구나 조우하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과 순간들을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감정들로 드러낸다. 





저자가 겪었던 순간들과 감정들이 때론 낯설게 때로는 익숙하게 다가온다. 삶을 살아가고 나이들어가고 또 사랑한 저자의 기록들이 짧은 글들이지만 압축적으로 녹아들어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때론 앞선 시대를 산 저자의 이야기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했지만 글을 써내려간 저자의 감정들을 헤아려보며 저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보면서 읽어보니 사랑이니 후회니 그저 흘러가는 강물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저 바다와 태양이 보여주는 일몰을 바라보며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딸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가며 저자는 각양각색의 추억들을 마음에서 손으로 기억에서 글로 옮겨 낸다. 





강은 여전히 흐른다. 강물음 돌을 닳게 하고 바다로 흘러 간다. 오늘도 강은 잉어 떼들을 살찌워 내놓고 그곳에선 물살 따라 은빛 잉어들이 뛰겠지 ... . 지축이 흔들리며 천재지변이 일어나 산이 무너져 내리고 또 다른 산이 생겨나도, 긴 시간이란 바람에 의하여 흩어졌다가도 언젠가는 평지가 되기도 한다. -p. 179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왠지 모를 지난 날들을 추억하게되고 그저 소중한 줄 모르고 지나쳐온 이제는 빛바랜 시간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저자는 ‘강물이 저 혼자라면 어찌 빛이 내겠는가. 햇빛에 반영되어 더욱 아름다운 것을‘이라 저자만의 간직한 이야기들을 글로 쓰는 순간들이 행복하다고 그리고 언젠가 깊은 강물에서 노닐 수 있지 않겠는가 말하며 삶의 조각들이 저마다의 무게가 다르지만 역시 또 자신을 이룬 이야기임을 글을 통해 보여준다. 그저 풍경을 바라봐도 그저 슬픔과 역경을 겪어도 글로 이야기하며 또 하나의 강물을 만들어내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가장 개인적이지만 보편적인 삶의 지혜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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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7 - 흥선대원군과 병인양요 본격 한중일 세계사 7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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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7 : 흥선대원군과 병인양요 편이 전편인 6 : 여명의 세계사가 나온지 반년만에 출간되었다. 저자 굽시니스트는 본격 한중일 세계사를 현재 저스툰코미코라는 위즈덤하우스 연재처에서 수요일마다 연재중이며 19세기 한 중 일 동양 근대사를 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이번 7편은 흥선대원군 섭정시기부터 병인양요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며 세도정치의 묵은 페단을 척결하고 개혁정책을 통해 삼정을 개혁하고 경복궁 재건을 통해 왕조 중흥을 꿈꾼 흥선대원군 섭정시기부터 가파르게 변화하던 세계사의 흐름 속 제국주의의 외국의 무자비한 침공을 겪었지만 끝내 나라의 문을 걸어잠근 국내외적 역사를 한중일 세계사를 통해 심층적이고 시야를 넓혀 살펴본다.





이 책은 평소 역사를 싫어하던 독자들도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도록 만화 형식을 취하였지만 만화적 데포르망 차원에서 약간의 과장과 왜곡은 있어 조금 아쉽다. 하지만 한, 중, 일을 각각 호랑이, 팬더, 고양이로 표현해 귀여운 동물 캐릭터들로 표현해 친근하면서도 재미있게 복잡한 한 중 일 근대사를 알아볼 수 있다. 이번 7편은 본격적으로 제국주의적 국외 움직임으로 인해 외세로부터 침략을 받게 된 배경부터 차근차근 짚어보면서 이런 배경을 갖게 된 이유를 단순히 한국사에서만 찾지 않고 중국과 일본 등 우리나라와 인접한 나라들의 상황을 공시적으로 비교해 알아보아 복잡한 인과관계들의 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사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역사를 이해할 때 보다 복잡한 역학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복잡한 역사를 만화적 스토리로 풀어내 거부감없이 재미있게 역사를 알아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역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시대적 큰 변환기를 맞이한 복잡한 동양 근대사를 구조적이고 공시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시리즈를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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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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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 줄 알았어.”
나는 고개를 젓는다.
“그래서 그 사람들이 너를 도와주는 줄 알았어.”
“아니.” 내가 말한다. “거기선 나 혼자였어.”
메이블의 표정에 변화가 있다. 나에 관한 모든 추측이 일련의 사실들로 대체된다. 나는 정보를 더 주고 싶다.
“옆방에 울부짖는 여자가 있었는데.” 내가 말한다. “지나가는 차들에 대고,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고 울부짖었어. 내가 처음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는데, 그때부터 몇 시간을 내리 울부짖더라.”
“그 여잔 뭐가 잘못된 거야?”
“나도 몰라. 꼭 늑대 울음소리 같았어. 난 계속 궁금했던 게, 실은 지금도 궁금한 게, 그 여자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 있었을까? 그러니까 여자의 내면에서 말이야. 여자의 내면에서 자기 자신이 빠져나가고 뭔가 새로운 게 스며드는 순간. 그걸 막을 수도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그렇게 되어 버린 건지. ≪제인 에어≫ 생각이 나더라. 기억 나?”



이 책은 두 여자 주인공의 복잡한 관계를 포함한 슬픔, 우정, 로맨스를 다룬다.” 실제로 니나 라쿠르의 작품 속에서 사랑과 우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소녀들의 모습은 우리의 첫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성을 사랑하는 스스로에 대한 혐오도, 그로 인한 고뇌나 감정 소모도 없다. 오직 충동적이고, 투명하고, 어설픈 사랑을 주고받는 어린 연인이 있을 뿐. ‘퀴어 로맨스의 전형성이 없는 퀴어 로맨스’라는 모순을 가진 《우린 괜찮아》는 한 발짝 나아간 세계의 사랑을 보여준다. 마린이 과거를 회상하며 ‘충동적이었지만 결코 잘못은 아니었다.’고 읊조리듯,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애틋한 사랑은 우리에게도 잊지 못할 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은 우리는 늘 서로의 몸에 닿았다 라는 글 구절처럼 항상 어룰려 다니는 마린과 메이블은 페디큐어로 손톱에 그림을 그리는 기억을 시작으로 성장하면서 메우리는 늘 서로의 몸에 닿았다 라는 글 구절처럼 항상 어룰려 다니는 마린과 메이블은 페디큐어로 손톱에 그림을 그리는 기억을 시작으로 성장하면서 메이블과의 시간이 우정을 넘는 호기심어린 첫사랑임을 그려주고 있다. 메이블과의 시간이 우정을 넘는 호기심어린 첫사랑임을 그려주고 있다. 소설의 섬세함과 사랑의 애뜻함을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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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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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의 문학상인 페미나상 외국문학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매번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거론되는 소설가 이승우의 문학에세이가 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오직 소설쓰기에 전념하는 이승우가 언제, 어떻게 영감을 받아 글을 쓰는지에 대한, 작가로서 지녀야 할 태도와 독자의 임무를 동시에 말하며 함께 해외문학과 당대 고전으로 남은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한다. 


더불어 40여 년 동안 소설가로 살면서 한 인간으로서의 진솔한 고백과 삶의 가장 눈부시고 빛났던 순간들을 소개한다. 또한 어떻게 ‘작가’가 탄생하는지,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내밀하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그의 현미경 같은 문장들이 문학, 철학, 종교, 역사 등에 대해 특유의 통찰과 인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사랑, 고통, 슬픔에 대해 깊은 사유를 건넨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늨 사람이 소설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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