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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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다사다난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정상'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라는 생각을 해 보기 전 '정상'이라고 하는 것의 기준부터가 막연하다.

과연 우리가 정상이라고 규정짓는 것들은 얼마나 합리적인 것인가? 정상은 일반적으로 평균과 이상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상이라는 말 자체가 허구적인 관념인 탓에 정상성이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결론 내리기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우리는 정상이라는 범주로 기준하는 것 같다.

그런 막연한 개념 '정상'의 범주에서 이 책은 정상성에 대한 개념 분석부터 신체, 마음, 성생활, 감정, 아이들(자녀), 사회를 정상이라는 필터를 통해 들여다본다.

일반적으로 정상적 상태란 다른 사람과 비슷해 보이고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여겨져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 경험한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집단에 어울리는 사람이 된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필터링 되는 주제들은 우리 삶 속의 극히 일부분이라 책 속 주제가 아니라도 한번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

인상적인 에피소드 중 '전형적인 여성'의 기준으로 의사와 조각가가 1942년에 만든 조각인 노르만과 노르마의 가장 근접한 신체 사이즈를 가진 사람을 선발하는 대회에 4천여 명의

여성이 대회에 참가했지만 정확히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표준적인 여성의 아름다움과 관련된 이상형들을 논하는 기준은 여전히 지속된다.

책 속에서 미의 기준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한국을 다룬 부분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얼굴을 이상적인 흰색으로 만들기 위해 미백에 집착하면서 미백크림과 성형수술이 대형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한다. 이 부분 또한 모두가 아닌 일부의

사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보니 진위 여부를 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사례다.

지난날 많은 역사가들이나 학자들은 대부분(모두) 남성이었고 그렇다 보니 편향적인 이론들이 여전히 이어져 오는 것 중 하나. '히스테리'는 정신적 딜레마를 표현하는 말인데 오래전 그 어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전형적 여성 질병으로 분류된다. 히스테리라는 말 자체가자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용어 자체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이 병의 원인임을 강조한 사례다.

20세기로 접어들며 양육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아동 돌봄은 더 이상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학습해야 할 기술이 있다. 부모의 불안정한 유전적 특질이 자녀에게 갈지도 모른다는 우려 대신 자녀 발달 단계마다 자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시도들을하는 과정에는 자녀들의 삶을 정상의 범주로 넣아주고자 하는 노력들이 때로는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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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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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했던 책이 드디어 출간됐다. 구독하는 신문에서 주말 칼럼으로 만나게 되어서 반갑게 읽었던 코너이고, 무엇보다 이 연재를 시작했던 계기가 되었던 전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덕수궁 전시는 한창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열렸다. 이 전시는 내게 너무 많은 사연과 일과 인연들이 넘쳐나는 전시다.

덕수궁의 여러 전시들에 참여하면서 이 책의 저자 김인혜 선생님과 마주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고 전시교육으로서가 아니라 작품 이야기, 작가 이야기를 들을 때 많은 연구와 애정이 늘 느껴지곤 했다, 그렇게 이미 그녀의 우리 근대미술에 대한 해박함을 익히 알고 있던터라 신문 연재 코너 <살롱 드 경성>은 내게 이미 처음부터 너무 친근한 코너였다. 근대미술 해설을 오랫동안 진행하며 계속 공부하는 중이라 무조건 스크랩하는 코너다.


익숙한 많은 화가들의 이야기는 반가웠고, 또 새롭게 마주하는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어렵고 척박했던 시기에 활동했던 많은 예술가들을 예술가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의 여정들을 공감하며 때로는 안타까웠고, 때로는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과정들이 진행중인 좋은 소식들에 반가웠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오랜 시간 연구하고 현장에서 실행했던 공신력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근대를 살았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고, 가장 중요한 그림의 도판과 풍성한 자료다. 책의 표지부터 내지의 색상부터 원화에 익숙한 그 색감이 책에 수록된 도판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 전에 책 속 어떤 도판을 찍어서 쓸까 생각하다 도록과 책 속 도판을 비교하는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구본웅의 <인형이 있는 정물, 1937> 이 책 속 도판이고 담뱃대를 물고 있는 그림이 도록 속 작품이다. 그림 속 카이에다르는 예술 수첩이라는 뜻의 프랑스 미술잡지인데 구본웅의 그림에 등장한 이미지를 통해 우리나라 예술가들이 서구의 미술, 문학, 영화들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동시대적으로 향유하고 있었던 것을 보여주는 단서가 되는 의미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미술관에서 한국 근대미술을 여러 번 해설하면서 화가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마음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이렇게 공들여 한국 근대사를 연구하고 집필하고, 소개하는 이들이 있어서 차근차근 그런 역사와 자료들이 바로 잡혀가는 과정이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미술관에서 이제 김인혜 선생님과의 전시투어의 기회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더 넓은 분야에서 더 많은 연구와 활동을 이어갈 그녀의 행보가 기대된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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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국립중앙박물관 지음 / 이엔에이파트너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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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서 10월 9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_사람을 향하다>는 15세기 이후 화가의 시선이 '종교와 신'에서 '사람과 일상' 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총 4부로 나누어진 주제를 따라가다 보면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선의 변화가 느껴진다. 52점의 작품을 야무지게 구성하여 그간 도판으로만 봐오던 작품들을 실관했던 날의 감동이 강하게 여운을 남긴다.


도록에는 전시 기획자의 전시 전반에 대한 개요를 시작으로 각 섹션별 전문가들의 풍성한 도판 자료가 곁들여진 칼럼들을 통해 전시의 배경인 상징적 종교에서 인간의 현실로, 중세에서 르네상스에 이르는 미술로의 변천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각 섹션별 정보들을 담았다. 참고 도판도 풍부하고 전시와 관련된 배경지식으로 인해 시대적인 이해와 더불어 작품에 대한 공감이 커진다. 아는 만큼 보이고 재미는 덤이다.


전시되는 작품들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풍성한 참고 자료들을 수록했다. 무엇보다 도판의 해상도와 작품 사이즈가 큼직하게 수록되어 있어서 전시장에서 눈 마춤했던 원화 작품들이 생생하게 오버랩된다. 국내 첫 전시로 소개되는 작품들을 오래도록 소장하는 방법으로 도록은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하다. 심지어 해상도와 콘텐츠가 풍성하다면 소장각!


이번 전시는 전반적으로 캡션과 영상 자료가 풍성한 편이었던 점에서도 만족스러웠지만 도록에는 좀 더 풍성한 자료들을 수록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스토리가 이어진다. 오래된 그림들에 X선 촬영을 통해 그림에 담긴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한다. 조반니 벨리니의 성모자상도 작업과정에서 변화된 이력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야의 작품에서 발견한 그림의 변화 이력만 소개하고 있다.

역시 과학의 힘은 인류문화의 별견을 통해 인간의 지난 과거 속의 오류와 발전을 도모한다.


전시장의 캡션과 도록의 작품 소개 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도록에는 설명이 좀 더 디테일하게 소개하고 참고 도판까지 수록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들이 더 풍성하다.


<도록에 수록된 티치아노의 작품 소개 페이지>

<전시장 캡션>


내년이면 200여 년의 역사를 기념하게 될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수집의 역사도 도록 말미의 논고에 수록되어 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의 강렬한 이미지를 도록의 표지화로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볼 때마다 마음이 흡족해진다.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도록은 꽤 많은 공을 들은 느낌이 들었다. 전시가 끝나도 잘 만들어진 도록은 전시 하나를 소장하는 느낌이 선물해 준다. 긴긴 겨울밤에 군고구마나 군밤을 구워 먹듯 수시로 꺼내들고 거장들의 작품들과 마주하는 시간들을 언제든 누릴 수 있는 방법. 어쩐지 곧 다가올 가을날의 낙엽마저 떠올리게 하는 소년의 복장에서 사람으로 향하는 시선으로 이르는 길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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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국립중앙박물관 지음 / 이엔에이파트너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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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을 하고 도록으로 리마인드하는 중인데 해상도와 구성이 너무 좋습니다. 원화를 보고 도록 도판이 종종 아쉬운데 기대이상으로 완성도가 높은 도록입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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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미술치료 - 미술관과 박물관이 품은 치유의 힘
미트라 레이하니 가딤.로렌 도허티 엮음, 주하나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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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 휴식도 늘 미술관 언저리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치료사 공부를 하게 되었고 자격을 취득하고 임상으로 학교와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으로 이 책의 출간 소식이 더 반가웠다. 책 속 사례들을 소개한 저자들도, 이 책의 번역에 참여한 번역가도 모두 일선에서 미술치료 전문가로서의 경험들이 풍부한 사람들이라 좀 더 공신력있고 광범위한
사례와 정보들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미술치료'는 놀랍게도 100여 년 전부터 시행이 되기 시작했고, 뮤지엄을 미술 치료 장소로 활용한 것은 상당히 최근의 일이라고 한다. 장소로서의 뮤지엄은 미술치료에 무척 합리적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회복력이 있는 환경의 조건으로 일상환경에서 물리적인
전환이 필요하고, 물리적인 장소에서 시공간의 확장을 경험해야 하고, 사람의 흥미와 관심이 있어야 의미 있는 참여가 가능하고 그 과정에서 뜻밖의 대상과 조우하는 경험은 관람객들의 목적과도 잘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뮤지엄은 그런 요소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리한 조건들을 갖춘 공간으로 적합하다는 평가와 현실적으로 치유공간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미술관의 변화들이 빠르게 진행 중이라는
것이 체감하는데 지난 몇 년간의 전 세계적 팬데믹 기간에도
비대면의 조건에서 많은 시도와 실험들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불편함보다 새로운 발견들이 이어졌고 이제는 미술관이 일방적으로 예술작품의 감상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의 방식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뮤지엄은진화중

그런 점에서 <뮤지엄 미술치료> 현장의 사례들은 앞으로
나아갈 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한 권의 책으로 네트 워킹되는 느낌이 들어 흥미진진했다.
미술치료가 단순하게 예술작품을 매개로 하나의 액티비티로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쉽기도 했는데 이렇게 체계적인 연구와 사례들의 네트워킹이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매스컴에서 연일 이어지는 사건사고의 배후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더욱 깨닫는 시기이다 보니 건강과 행복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확장된 힘을 발휘하는 무언가의 필요성을 고심하게 되는데 뮤지엄 미술치료는 어쩌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해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더 많은 연구와 사례들의 공유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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