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 환상곡 - Naver 100만명이 함께 공감한 웹툰!
Wony 지음, 침묵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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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백배

 

 

 

만화란 매체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어린 시절 만화 대본소의 퀴퀴한 곰팡내와 만화책을 보다가 먹는 컵라면의 맛은 더이상 접하기가 쉽지 않으나 여전히 부담없는 책 보기의 1순위인 그 입지는 변함이 없는듯 하다. 그래서 요즘도 그 형태는 인터넷을 통한 웹툰으로 변모되긴 하였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것 같다.

 


최근에 그런 웹툰 시리즈를 단행본으로 엮은 만화책을 두 권 보았다. 한 권은 조석씨의 '마음의 소리'였고 다른 한 권은 바로 이 '골방환상곡' 이었다. 두 시리즈 다 국내 유명 포탈 사이트에서 절찬리에 연재중인 작품들이고 축전을 보아하니 작가들간의 왕래도 활발한것 같다. 암튼 많은 이들이 교양수업 시간이나 사무실에서 이런 웹툰들을 보고 웃음을 참기가 어려웠노라고 고백하는걸 보니 좋아하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은가 보다. 필자도 새삼 그런 재미에 푹 빠져 보았다. 오랜만에 만화책을 보니 그 재미가 쏠쏠하였는데.. 하지만 한가지 변함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모름지기 만화책이란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보기 보다는 방바닥에 배깔고 엎드려 만화'책'으로 보아야지 훨씬 더 재미있다는 사실이었다. 맛난 군것질 거리라도 함께라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는 순간이 될 것이다.

 


이 만화책은 친구 사이인 82년 개띠 두 청년이 공동으로 작업하였다. 글은 박종원씨가 그림은 심윤수씨가 그렸다고 한다. 친구랑 단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주 앉아 소주를 나눠 마시거나 나란히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하는것이 다였던 필자의 경험에 비해 이렇게 책을 한 권 같이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부럽고도 정겹게 느껴졌다. 일견 다른듯 비슷해 보이는 두사람의 팀플이라 그런지 전체적인 구성면에서는 앞서 보았던 '마음의 소리' 보다는 뛰어난것 같고, 웃음의 폭발력 면에서는 다소 약해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침묵 심윤수씨가 그린 이 만화의 깔끔한 그림체가 무척 마음에 든다.

 


둘 다 나름대로 차별되는 각각의 재미가 존재하는것 같다. '마음의 소리'가 허를 찌르는 반전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면 '골방환상곡'의 최대 강점은 바로 공감의 미학이 아니었을까 싶다. 웹툰 자체를 즐겨보지 않던 필자 마저도 그 유명한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시리즈를 그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났었으니 말이다. (필자는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엄친아를 그렸던 그 만화가 바로 '골방환상곡'이었구나라고 뒤늦게 감탄했었다.) '엄친아'를 비롯해 편당 조회수가 매번 100만을 훌쩍 넘긴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들이 애꿎은 '엄마 친구 아들'로 마음고생을 했겠는가.

 


그 외 교육이야기, 군대이야기, 남녀이야기, 생활이야기, 쏠로이야기, 현실이야기등의 테마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들 어쩌면 그렇게 약속이나 한듯이 보다보면 '어 맞아 나도 그래'라며 무릎을 탁 칠만큼 그 예리함에
절로 감탄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어느 한 남자가 쏠로몬 대왕을 찾아갔다. 이에 쏠로몬 대왕은 화살을 하나 건네주며 부러뜨려 보라고 했다. 화살은 너무나도 손쉽게 뚝 부러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화살을 두 개 건네주며 다시 한 번 부러뜨려 보라고 시켰다. 두개의 화살은 뚜둑 소리를 내며 또 손쉽게 부러졌다. 그러자 지혜로운 솔로몬 대왕이 말한다.


'커플 별 거 없다.'


이 짧은 한 컷의 만화를 보고 필자는 무한한 꿈과 희망, 마음의 안정과 용기를 얻었다면 그건 지나친 비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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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있었다 - 그리고 다시 한 사람...
김종선 지음 / 해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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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리 궁상 또는 천년의 사랑

 

 

 

작년에 두 권의 로맨스 소설을 보았다. 이미나씨의 것과 이도우씨의 것. 두분 다 라디오 작가 출신이었는데 이 책 또한 '지현우의 기쁜 우리 젊은 날'의 작가인 김종선씨의 글이다. 왜 유독 라디오 작가들이 로맨스에 강한 것인가. 그 상관관계를 주제로 한 논문이라도 한 편 쓰고픈 욕망이 불끈 솟아난다. 각설하고 이 책에 소개되는 아흔 아홉개의 에피소드는 작가 자신의 창작의 산물일 수 도 있고 청취자들의 사연이 토대가 된 것일 수 도 있으며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겪어봤을 그런 이야기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사랑이란 감정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저마다에겐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일테니..


 

매일 밤마다 우리나라 대한민국 누나들의 로망이라던 지현우씨의 낭랑한 음성을 통해 한반도의 밤하늘을 수놓았던 이 이야기들은 모두가 다 이별에 관한 아픈 이야기들이다. 그러고 보니 책 표지 조차도 백마를 타고 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는 한 쌍의 연인이 보인다. 무표정한 남자의 모습은 그 거리만큼이나 서글프다.

 


내 헤어짐에 관한 기억들을 문득 더듬어 보았다. 첫번째 이별은 1992년 7월 25일 이었다.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이 우리의 이별일이기 이전에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불을 붙인 성화봉을 화살로 쏘아 올리고 그 성대한 개막을 알렸을때 세상은 환호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지구 저편 단 두사람만은 남들처럼 신나게 박수를 칠 수 없었다. 그간 식혜에 밥알갱이 가라앉듯 서서히 균열이 가고있던 둘 사이의 관계에 종지부를 찍기로 한 날이 바로 그날 이었기에. 장소마저 대구광역시 소재의 앞산공원에 위치한 충혼탑이었다. 아아.. 호국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그 곳. 현충일에만 찾아가곤 하던 그 엄숙한 곳. 나는 그간 못다한 말들을 빽빽하게 적은 편지를 전해주었고 우리는 헤어졌다. 생생한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사투리로 서술하는 점을 양해바란다.

 


'날씨 억수로 덥네.. 팥빙수나 묵고 드가라..'

'아이다.. 됐따.. 니 혼자 마이 무라.. 내 미술학원가께 언니야들이 기다린다..'

'아라따.. 잘 묵고 잘 살아라..'

 


그래서 난 혼자서 팥빙수를 사먹었다. 그리고 당시에 개봉했던 '미녀와 야수'란 애니메이션을 혼자 보고 들어왔다. 스토리가 좀 복잡해 생략하지만 그 영화가 이별의 발단이 되었던 영화였기에. 수많은 연인들로 빽빽하게 들어찬 극장에서 난 내 생에 가장 '재미없는 영화'로 기억 된 영화를 보았었다. 하루가 지났다. 그런데 슬프지는 않았다. 눈물조차 안났다. 하지만 하루 종일 입안이 바짝바짝 타는 느낌이 들면서 밥을 못먹었다. 그 다음날 배달된 내 편지만큼이나 두툼한 한통의 편지를 끝으로 나의 첫사랑은 끝이났다. 그렇게..

 


덕분에 그 해 전기학력고사에서 난 대학엘 똑 떨어졌다. 그녀도 똑 떨어졌다. 헤어지고 반년동안 바로 윗동네에 살면서도 한 번도 마주친적 없었는데 하필 후기 시험치러 가서 우연히 마주쳤다. 우린 서로 생깠다. 그녀는 대학엘 가고 난 재수를 택했다.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때 그녀의 단짝친구와 초등학교 동창인 내 친구가 나에게 전해주었다. 'XX 남자친구 생겼다더라.' 그때 난 생각했다. 꽤 빨리 날 잊었는걸 이라고.. 지지리 궁상이랑은 참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이 책을 보았을 때의 첫느낌이 '참 지지리 궁상들이구나'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가까이 있었다면 난 독서와 사색을 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지지리 궁상으로 치부할 이야기인가하고 말이다. 첫 이별의 여파는 우리 둘다 데미지가 미약했으나 난 2년 후 꽤나 오랫동안 이별의 아픔이란것이 어떤거란걸 알게해준 사람을 만나게 되었더랬다. 그녀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그 후로 난 다른 여자를 만나도 항상 길고 깊게 가지 못하는 관계만 연속되었다. 모든 비밀번호들은 그대로 그녀와 나사이에 관계된 숫자들로 채워졌다. 지금은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바꾸면 헷갈릴까봐 그대로 그 번호들을 쓰고 있다. 이젠 얼굴도 목소리도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잊었는데.. 이메일을 확인하러 로그인 할 때마다,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빼려고 비밀번호를 누를 때마다 그녀 특유의 '느낌'이 떠오른다. 웃기는 일이다.

 


내가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이라고 했던가. 위와 같은 내 증상을 난 '지지리 궁상'이라고 말하겠는가 아니면 그건 '천년의 사랑'이었다고 거창한 말로 포장하겠는가. 그래서 난 이 책을 보며 들었던 첫느낌인 '지지리 궁상' 이란 생각을 황급히 거두었다. 내 사랑이 아름다우면 그들의 사랑도 아름다운 것이므로..

 


책 속에서 보여주는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사람이 다시 돌아오길 빌어보는 이도 있으며, 끝없이 저주하는 사람도 있고, 날 차버린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라며 더 멋진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전해주는 메세지는 한가지로 요약이 된다. 바로 '있을때 잘하자' 일것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최선을 다하면 될것이고, 떠나간 사랑에 가슴아파하는 이가 있으면 웅크린 개구리가 더욱 더 멀리뛰듯 과거의 실수를 경험삼아 새로 다가올 사랑에 준비하면 될것이다. 이게 말처럼 쉬운것도 아니겠지만.. 그리고 또 그만큼 사랑이란 감정은 복잡한 것이겠지만..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이 책에서 예전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각각의 대목들 중에 여자친구의 집에와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 주는 남자가 총 세번 나온다. 난 내 에어컨 필터도 청소 안해봤는데.. 그래서 내게 새 여자친구가 안 생기는 모양인가 보다.. 미니홈피 제목 바꿔야겠다. 에어컨 필터 청소 해드립니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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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소리 - Naver 개그 웹툰, season 3
조석 글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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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를 웃기다니!!

 

 

 

 

대통령, 과학자, 장군 심지어는 마징가 제트까지.. 어린시절 친구들의 그것과는 달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얘기해 본 적은 별로 없지만 나의 어린시절 장래희망은 개그맨이었다. 코미디 프로 참 열심히 봤었더랬다. 소풍이나 오락시간, 체육대회 응원은 항상 나의 독무대였다. 중,고등학생때도 웃겼다. 재수할때는 대구시민운동장 1만3천5백명 앞에서도 웃겼던 적이있다. 대학 들어가서도 웃겼다. 그땐 이미 돈 받고 아르바이트로 불려다니며 사회보고 레크레이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군대서도 사회보고 응원했다. 회사 들어가서도 마이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나보다 더 웃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날이 갈수록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난 지금과 같은 생업은 유지하되 어떤 단체나 조직에서 좀 웃긴놈으로만 남아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하나님이 키도 작고 운동신경도 제로인 나에게 준 유일한 재능은 바로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란 생각은 변함이 없다. 호나우딩요에게 뛰어난 발을 주었다면 나에겐 현란한 혀를 준것이다. 아니구나.. 호나우딩요는 타고난 깜찍함과 모든 개그맨들이 부러워 하는 얼굴까지 갖추었으니 진정 행복한 녀석이구나. 아무튼 그런 '남을 웃기기'에 온통 신경을 집중했던 학창시절이다 보니 매일 아침 일어나면 드는 생각은 오늘은 무슨옷을 입을까, 오늘 숙제는 뭐였더라가 아닌 오늘은 수업시간에 어떤 농담을 해서 큰웃음 줄까 이것이 전부였던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친구들이 많다. 무심코 하는 행동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에 자지러지는 친구들. 하지만 난 타고난 그런면은 전혀 없었던 듯 하다. 그래서 항상 연구했다. 이런 맨트를 날렸을때 상대방이 보일 반응의 경우의 수 수십, 수백가지를 미리 생각해보며 각각의 상황에 민첩하게 재치있는 멘트로 되받아치는 시뮬레이션 따위를 항상 머릿속에 그려보곤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두고 순발력이란 표현을 썼지만 그 이면에는 그런 남다른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떠한 '웃음의 법칙'을 알게 되었다. 거의 30년 가까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이라 고유의 내것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부족한 부분은 뛰어난 개그맨들의 그것을 차용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고 이주일 선생님이 돌아가셨을때 TV에서는 그의 옛날 코메디를 많이 방영했었다. 그걸보며 필자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세월이 몇 십년 흐른 옛날 코메디 일진데도.. 몸개그도 그가 하면 예술이라던 심형래씨의 바보연기도 일품이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고 김형곤씨의 시사 코메디도 인상깊었다. 책을 통해 나에게 세상은 너보다 웃긴 사람들이 훨씬 많다란 진리를 일깨워준 전유성씨의 엉뚱함도 사랑했다. 그리고 코너 구성 및 아이디어 창출에 있어서 단연 발군이라 생각했던 최양락씨 (실제로 최양락씨는 아이큐가 150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항상 같이 연기하는 후배들이 다같이 웃길 수 있게 맨트 하나하나 연기지도 하나하나를 해줘 유난히 후배 개그맨들의 존경을 받는 선배라고 전해진다.) 특히 좋아했다.

 


하지만 요즘의 스탠딩 개그는 그 옛날 코메디에 한참을 못미친다. 버라이어티 프로의 개인기와 말장난은 비교대상 조차도 안되니 생략한다. 매주 동일한 구성에 몇몇 대사만 바꿔치는 행태의 우려먹기. 요즘 시청자들의 유머감각으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비슷비슷한 상황들이 종종 연출된다. 그것만큼 사람 김빠지는 일도 없다. 거기엔 옛날 코메디에서 볼 수 있었던 매주 다양한 상황제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말로 하는 코메디는 기본에 '연기'로서의 코미디, 그런 여러가지 종합적인 '웃음장치'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던 이유 때문이었던것 같다.

 


필자의 관심분야이다 보니 글이 쓸데없이 상당히 길어진다. 하지만 필자가 그 수많은 웹툰들 중 이 만화를 보고 오랜만에 큰웃음 지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예상치 못한 '웃음장치'의 차별성과 훌륭함을 칭찬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각각의 만화마다 네티즌들이 달아 놓은 댓글들까지 공개해 두었는데, 업무시간이나 교양수업 시간에 몰래 보다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낭패였다라는 말들이 상당히 많이 보인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이 '웹툰'에 가지는 관심은 상당한가보다. 하지만 난 그런 웹툰을 꼬박꼬박 챙겨보지도 않았었고 이 책에 소개되는 만화들 중 우연하게 인터넷을 통해 보았던 만화는 순천의 호나우도가 기억에 깊게 남았던 '진정한 축구' 딱 한편 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수많은 웹툰이나 신문지면상의 만화들과 하나하나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감히 말하건데 이제껏 본 요즘 웹툰 중에서는 단연 최고로 웃긴다.

 


항상 웃음에는 마지막 반전이 그 작용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반전마저도 생각보다 약한 것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반전까지 이끌어 나가는 중간 이야기의 힘이다. 그 전개가 흥미로워야 한다. 그런면에서 이 만화가 가진 그 '웃음장치'는 상당히 훌륭한 편이었다. 앞서 언급한 요즘 오락프로의 말장난 개그에 즐거워 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라도 이 만화 컷컷 구석구석에 살짝 숨겨져있는 재미나고 참신한 표현들을 곰곰히 곱씹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뭐,지구라도 지키러 가는 줄 알았네 (P.17) GM과 상의하세요 (P.67) 김태희는 200배 더 남습니다 (P.77) 오만한 내새끼 (P.81) 수줍은 소년의 고백 (P.101) 이런 종달새 같은 녀석들 (P.116) 등등이 그것이다.

 


굳이 비교를 하다보니 서두에 예전 코메디에 비해 요즘의 코메디는 재미없다는 식으로 무시하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순전히 그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본것이고 또한 옛날 개그맨이나 요즘의 개그맨이나 일주일간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위해 상상도 못할만큼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이유는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요즘 시청자들의 유머감각과 그로인해 생겨나는 '나 이때까지 웃긴것 많이 봤거든? 그러니까 너희들 얼마나 웃기는지 함 보자' 이런 식의 일종의 닫힌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대적으로 그런 웃긴걸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그 시대에서는 마음을 활짝 열고 마음껏 웃을 준비가 되어있었기에 말이다.

 


이 만화가 필자에게 의외의 큰 웃음을 주었던 이유도 별다른 정보없이 백지 상태에서 순수하게 받아들였기에 그 웃음의 강도가 컸던것 같다. 암튼 우울하거나 짜증이 날 때, 그리고 마음껏 웃고 싶을때는 이 만화를 강추하는 바이다. 진짜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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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 - 일반판
이한 감독, 최강희 외 출연 / 엔터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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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

 

 

 

시사회엘 다녀왔다..

올해 시사회만 한 다섯번 당첨된것 같다..

뭐가 신청만하면 다 당첨되냐 -_-

로또만 그렇게 당첨된다면..

세상은 좀 더 아름다울텐데..

 


퇴근을 하고 상호형(노상호 차장)이랑 김치볶음밥으로 저녁을 먹고..

'아주머니 많이 주세요.. 제발요..'

물론 이 맨트 잊지 않았다..

-_-

 

 

집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던져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손에 들고..

3호선에서 그걸 읽으며 늦은시간 함부로 가기가 거시기한 거리인 종로로 향했다..

 

 

시사회에 앞서..

출연배우의 무대 인사가 있었다..

일반 시사회 마지막날이라..

각 시사회장 마다 배우들이 한 명씩 나가있다는데..

내가 간 종로에는 이연희란 여배우가 무대 인사를 했었다..

 

 

영화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보러 간거라..

개인적으로 아끼는 최강희가 나온다는 사실도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야 알았다..

그럴줄 알았더라면..

최강희 오라고 기도라도 했을텐데..

-_-

 

 

마케팅 담당자가 이연희를 소개하자..

애들이 꺅꺅 거렸던걸 보니..

모르긴 해도 요즘 뜨는 여배우인 모양이다..

 

비쩍 마르긴 했어도..

참 깨끗하게 생겼던데..

나도 애들처럼 핸드폰 꺼내서 급히 사진을 찍었는데..

집에와서 확인하니..

면봉 대가리 만하게 나와서..

어디가서 자랑도 못하겠다..

-_-

 

 

영화속에서도..

상당히 귀엽게 나온다..

 

 

아아..

거창하게 저런 애인 있었으면도 아닌..

감히 저런 여동생이라도 있었으면도 아닌..

저런 귀엽고 깜찍한 관심일촌 이라도 한명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상상을 해보았을 정도로..

 

 


언제던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맘때쯤..

무지무지 재밌게 보았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

 


그후로 수많은 러브 액츄얼리틱한 옴니버스식 로맨스 영화가..

이맘때면 단골처럼 등장하곤 하지만..

아직도 러브 액츄얼리만한 영화는 못 본듯 하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도 별반 차이가 없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구성에..

게다가 살짝 유치하기까지..

 

눈앞에 뻔히 있는데..

핸드폰으로 얘길하는 그 CF식 연출에..

시사회장 모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정일우군이 이연희양을 다리위에 올려놓고..

파리..뉴욕..도쿄..홍콩 할까봐 손에 땀이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참 재밌고도 흐뭇하게..

따뜻한 마음으로 보았다..

 

 

비록 어떤 로맨스 영화에서 한번씩은 다 봤을법한..

그러한 이 한 감독의 오마쥬의 향연이었다고 할지라도..

 

 

무엇보다 이 영화는 젊어서 좋았다..

 

영화도 젊고..

배우도 젊고..

관객마저 젊었던..

내년이면 꺾어진 일흔이 되는 본인조차도..

그 젊은 에너지와 풋풋함을 마음껏 빨아들일 수 있어서 좋았다..

 

 

별로 웃기지도 않는 장면인데..

여기 저기서 깔깔깔깔 폭소를 터뜨리던 젊은 연인들의 해맑은 웃음들..

 

 

저마다 가슴 깊은 곳..

뼈저리는 아픔 한가지씩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 이지만..

그래도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하며..

주위 사람들은 소중하다라는..

그런 진실을 알아가는 과정..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연인들끼리 보면 무난할듯 싶다..

 

 


120년만에 다시 찾아온 개기일식..

날개를 떼어놓고 떠나간 천사..

남의 부인이 되어있는 옛사랑..

이젠 그만 그 사람을 놔주라는 외사랑의 절규..

안아드립니다.. 프리 허그..

야광 크레파스..

지하철 놀이..

설탕을 듬뿍 찍은 꽈베기과자..

동물원에서의 첫 데이트..

내 셔츠 자락에 물든 너의 아이리스..


그리고..

 

소주 한잔..

 

 


우리의 삶은..

빳빳하게 다려입은 정일우의 면바지가 빗물에 젖듯..

우울한 순간도 있지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성내에서 잠실로 가는길에..

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한강과도 같은 아름다운 순간도 있기에..

 

 

가슴 따뜻하게 보고서..

극장밖을 나서 종로 거리를 걷는데..

 

연말이라 그런가..

술이 떡이되서 소리 지르고 싸우고 하는 인간들을..

대략 스무명이나 보았다..

 

 

얘들아..

다가오지 말아라..

책 한권 곱게 손에 들고 길을 나섰던..

아저씨의 순수가 때탈라..

 

얘들아..

그러지 말아라..

술이 취했더라도..

행여나..


이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만은 거두지 말아라..

 

 


아름답지 않니..

 

이..

 

세상은..

 

 


그리고..

 

또..

 

사랑은..

 

 

 


끝으로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는..

감우성씨의 '안녕하세요'가 되겠다..

 

 

극중에서 이연희양이 술취해서 노래 부르는게 너무 귀여워서..

집에 와서 주제곡 '하와이안 커플' 도토리 다섯개 주고 질렀다..

 

 

이연희양 대박나라..

 

옆에 있었으면..

용돈 주고싶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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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gdgd923 2009-09-23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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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더 행복했네

 

 

 

상경해서 처음으로 맞이했던 명절인 어느해의 추석이었다. 고향에 내려간다고 회사 어른들께 인사를 하는데 그 분들이 한결같이 건네던 인사는 '시골 내려가는구나'였었다. 그때마다 난 힘주어 대답하곤 했다. 대구는 시골이 아니라 광역시입니다라고. 그렇게 광역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었던 필자이기에 내가 건네는 추억이라는 이름의 명함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조차도 훨씬 살기좋은 지금 보다는 '그때가 더 행복했네'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는 누구나 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두 글자 '고향' 때문이리라.

 


이 책은 기자 출신인 이호준씨가 그런 고향에 갈 때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가는 걸 확인하면서 그 아쉬움을 기록으로 남겨둔 것이다.

 


'모두가 앞으로 나갈 때, 손끝이 닳도록 더듬거리며 뒤를 향해 걸었습니다. 빛의 속도에 적응해야 남들 꽁무니라도 따라간다는 시대에, 과거로 가는 끈을 잡고 있다는 건 고속열차에 앉아 우마차의 낭만을 꿈꾸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양쪽의 괴리 사이에서 혼돈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야금야금 맛보는 느림의 미학은 달콤했습니다. 마차의 삐거덕거리는 소리, 쇠똥 냄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혼자만 누리는 행복이었습니다.'

(들어가는 글 中)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제목처럼 이젠 사라져가는 것들인 원두막과 섶다리의 광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저자의 참외서리에 관한 일화 한토막도 소개된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애교스러운 서리를 감행할 어린이들도 시골에는 남아있지가 않다. 그리고 그 참외나 수박들도 모두다 비닐하우스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렇기에 그걸 감시할 원두막도 이젠 점점 사라져 가고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참 헛헛해지는 일이다. 언제였던가.. 25년은 족히 넘었을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때 막내고모의 시댁어른들이 사시던 시골로 놀러간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원두막에서 먹었던 수박맛이 생각났다. 그 후로 난 그렇게 시원하고 맛난 수박을 먹어본 적이 없는것 같다. 길가던 나그네들도 잠시 머물러 수박 한조각 베어 먹으며 더위를 식히곤 했다던 그 원두막들. 그리고 사방이 탁 트인 곳으로 불어드는 청명한 바람. 냉 난방이 절묘하게 잘 이루어지는 구조인 초가지붕과 못을 사용하지 않아도 견고한 섶다리의 구조까지 우리 조상들의 생활 속 지혜를 곳곳에서 엿 볼 수 있는 것들이라 새삼 놀랍다.

 


그리고 보리밭과 물레방아에서의 로맨스, 자신만의 논을 갖기 위해 우직하게 산을 갈고 돌을 쌓아 다랑논을 만들었던 장부자댁 행랑아범인 한 촌부의 집념과 눈물, 학교도 가지않고 대장장이 수업을 받아야 했던 대장장이 조씨의 아들 만복이는 지금 어느 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있을까에 이르기까지 가슴 먹먹하고 애잔한 지나간 고향의 기억들이다.

 


두번재 장에서는 보다 필자의 기억에 또렷한 것들과 만날 수 있어 느낌이 남달랐던 장이었다. 달동네, 고무신, 시민아파트, 연탄, 손재봉틀, 도시락, 이발사 등등.. 겨울철이면 난로위에 올려놓던 양은 도시락통. 급식제로 바뀐 요즘 학교의 학생들은 그 '맛'을 못보고 지나쳐버린 슬픈 세대가 되어버렸다. 그 양은도시락에 계란후라이랑 김치, 밑반찬을 넣고 흔들어 먹는거라며 요즘 술집에서 안주로 팔더라만은.. 그러고 보니 미용실이 아닌 이발소도 요즘은 통 볼 수가 없다. 어릴때면 매번 그 깊은 이발소 의자에 푹 파묻혀 항상 이발사 아저씨께서 빨래판을 의자위에 얹어주시던 기억. 그리고 그 곳에서 처음 만났던 '썬데이 서울'의 그 강렬함.. 연탄을 가장 마지막으로 갈아 본 것은 군대 시절이었다. 필자가 근무하던 휴전선에는 당시에 보일러가 없었다. 큰 솥에 큼직한 연탄으로 물을 끓여 그걸로 씻곤 했었는데 맨 처음 밑불을 붙여 각 소대로 나눠주며 했던 인사계님(행정보급관)의 말이 떠오른다. '이 불이 꺼지면 너희들의 목숨도 꺼진다.'라던..

 


그 외 세번째 장에서는 전통혼례, 전통장례, 줄타기, 서커스, 굿 등의 잊혀져가는 무형문화에 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다. 요즘같이 결혼식이 많은 계절에는 매번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저렇게 후딱 해치워버리는 식으로하는 결혼식이 '경건한 의식'으로서의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절차가 번거롭고 까다롭기는 하지만 하나하나 다 이유가 있고 경건함이 묻어 나오는 전통 혼례, 제례는 그 의식과 함께 그 정신마저 퇴색될까 사뭇 두려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네 번째 장에서는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오래된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단상이다. 완행열차, 구멍가게, 옛날극장 등등.. 그 이름만 들어도 아스라함이 묻어 나는 것들.. 난 아직도 친구들과 마음껏 떠들며 여행할 수 있던 완행열차가 KTX보다 좋았다고 생각하고 덤하나 더 쥐어주는 동네 구멍가게가 생각나며 맨 앞자리에 앉아 하루에 몇번이나 같은 영화를 보아도 아무도 나가라고 말하지 않던 그 옛날극장이 그립기만한데..

 


누군가는 말했다. 추억은 녹지않는 사탕이라고. 보기만 해도 눈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자연의 정취를 담은 사진과 글들은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전해주기에 충분했다. 항상 비슷한 또래들을 처음 만나 서먹할때면 옛날 얘기들을 하곤 했었다. 그것만큼 모두를 빨리 친해지게 만드는 것도 없었던것 같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가슴속에 지금은 사라져 가지만 결코 잊고 싶지는 않은 것들. 그 추억이란 녹지않는 달콤한 사탕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물안개가 자욱히 피어오르는 그 원두막 사진이 그래서 더 아름답게 보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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