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매장 지방 점포에 찾던 물건이 나오면 지방에 아는 사람 없는 나같은 수도권주민은 짜증난다.

물론 워낙 내 성격이 뭐같아 수도권에도 나랑 어울리려는 이들은 적다.

 

짜증은 감정적인 판단을 낳기 마련.

5일 앞서 2018.3.19. 월요일로 돌아가자.

청주점에 바라는 책이 나왔는데 중고서점엔 꼭 가서 사야 한다는 알라딘의 심술궂고 싸디쓰틱한 원칙 때문에 또 발목 잡혀버린 나.

순간 잠시 미쳤나보다.

 

편지에 바라는 책 제목과 돈을 넣어 '충북 청주 상당 성안로13 B1층 알라딘'으로 부쳤다.

우체국 가서 알게 된 건데 다섯자리 우편번호 적으면 요금도 싸다.

우체국 직원으로부터 '우편번호 6자리에서 5자리로 바뀌어서 틀리게 쓰시는 손님들 많은데 잘 적으셨다.'고 칭찬받고 '우편번호 적으셨으니 330원입니다.'고 해서 '우편번호 안 쓰면 돈 더 내야 되나요?' 물으니 그렇단다. 몰랐는데 월요일 그걸 알게 됐다.

문득 언제부터 우편번호 쓰면 돈 할인해주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월요일 이전 가장 최근에 우체국 써 본 건 2012년 12월 무렵이었는데 그 땐 없었던 거 같은데.

아님 있었어도 내가 몰랐거나.

참고로 청주점 우편번호는 28526이다.

 

사흘 뒤 목요일 낮이 됐는데 아무 소식 없고 내가 찾는 책들은 여전히 청주점에.

기분이 불안해진다. 알라딘에 전화한다. 1544-2514.

내 얘기를 들은 전화담당이 곧 알아보고 연락해주겠다고 했고 20분쯤 뒤 문자가 온다.

'청주점은 동두천에서 온 편지를 받지 못했다 하네요. 찾아보겠답니다.'

 

가출했던 내 이성이 되돌아온다.

'어쩌자고 생돈을 편지에 넣어 보냈을까? 기왕 보내는 거 등기로 보낼걸. 편지는 제대로 갔는데 청주점 직원이 쌔빈 걸까? 그렇더라도 멍청한 짓 벌인 게 나니 할 말 없네... 이 쪼다야, 편지로 전번만 알려줬다가 청주점에서 전화오면 그 때 용건 말하고 청주점으로 돈은 온라인으로 부치지 생돈 편지에 넣어 보내는 사람이 어딨어?'

기분은 가라앉고 온 세상이 '민나 도보로데쓰'다. 도로본가? 방금 검색해 보니 도로보가 맞다고.

 

목요일 낮부터 우울해졌고 어제 금요일도 우울했는데 조금 전 컴터 켜서 확인하니 '구매 만족도 평가해 주시면 적립금 드리겠다'는 이메일이 내 메일박쓰에 들어왔다! 갑자기 삶이 즐겁고 정직한 사람들은 아직 많다는 생각에 즐거워졌다. 바라는 책들도 다행히 그 때까지 다른 주인 못 만나 모두 나를 새 주인으로 맞이할 팔자. 이틀이나 사흘 뒤면 만나겠구나. 청주서 동두천까지 다치지 말고 길 잃지 말고 잘 오너라.

 

오늘의 교훈 1.편지에 생돈 넣지 말자. 2.동두천에서 월욜에 가장 싼 값으로 편지 보내면 청주엔 금요일 닿는다. 여유있게 기다리자. 3.판단은 짜증없을 때 내리자. 4.평정심 갖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갈피에선 정수복 선생이 2002년 빠리에서 사시며 쓰신 글 소개했는데

빠리 박물관 가 보면 일본,중국보다 우리나라 관련 연구는 아주 적다고 얘기하고

한국학 연구논문이 나오면 수준이 떨어지더라도 이런 평가가 붙는다고.

'이 연구는 약점이 많지만 한국학 연구 관심이 워낙 적은 가운데 저자가 이 연구를 해 준

것만큼은 높게 평가한다'.

홍소연 진행자도 이젠 16년이 지났고 한류인기도 많으니 좀 달라졌기를 바란다고 하던데

정말 달라졌기를 바란다.

그러고보니 서울신문 문소영 기자, 미술관련 글 쓰는 중앙일보 문소영 기자와는 동명이인,가 쓴 <못난 조선> 머릿말에도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가

덜 알려진 걸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실린 게 기억나네.

 

어제 초대손님은 윤태영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이었는데

<아는 게 재주라서 미안합니다>라는 저서를 놓고 얘기를 나눴다.

홍소연이 '다른 책, 아마 윤태영의 다른 책인 <대통령의 말하기>나 <오래된 생각>을 말하는 듯,으로 윤작가님을 모시려고 했는데 저희 방송이 몇 달 쉬게 되는 동안 윤작가님이 새 책 쓰시는 바람에 새 책 이야기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누려 합니다'고 말했다. 난 이 방송 들은 지 고작 두 달 쯤 됐기 때문에,게다가 평일에는 안 듣고 토일요일만 듣기에, 몰랐는데 hnine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한 동안 이 방송이 쉬었다가 최근 돌아온 게 확실해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정리한 일과 병 앓으며 여유가 생겼다는 말, 미술 전공하는 딸 이야기, 90년대 초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여보 나 좀 도와줘> 때부터 맺은 노대통령과 인연 이야기 등등이 나왔는데 윤작가는 소탈한 옆집 아저씨 분위기를 풍겼다.

아마 이런 게 이명박근혜 사람들이랑 노무현문재인 사람들 차이겠지.

아직 윤태영 작가 책은 하나도 읽어 본 일 없는데 언제 찾아봐야겠다.

<사랑의 책방> 때문에 요즘 가뜩이나 밀린 책 명단이 더 길어진다.

-----------

그건 그렇고 오늘 무려 131명이나 내 서재 오셨다고.

아마 서재 열고 이렇게 붐빈 건 처음인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1시반쯤 라디오 국방fm을 켜니 <홍소연 사랑의 책방>*에서 누군가 불러놓고 홍소연과 이야기를 나눈다.

홍소연 진행자 목소리도 좋지만 인터뷰이 목소리는 더 진하고 부드러운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다. 누군지 뭔 말 하는지 궁금해서 귀를 기울였다.


인터뷰이 "주위 눈치 보느라 하고 싶은 거 참고 눌러온 게 퍽 후회돼요. 글 쓸 때 이따금 이건 사람들이 뭐라 하겠다 싶은 대목이 있거든요. 그럼 눈치보고 딴 주제를 쓰거나 약하게 순화해서 쓰거나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게 참 후회돼요. 실은 쎈 주제일수록 숨어서 말 못 하고 속으로만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있거든요. 태도를 또렷이 밝히면 몇몇 사람은 적이 돼도 벗도 그만큼 늘죠. 입쎈과 뭉크 관계가 그랬어요. 둘이 만났을 때 입쎈은 이미 자리잡은 예술가였고 뭉크는 새내기 화가인데 마음 속 그리고 싶은 걸 사람들 눈이 무서워 못 그린 뭉크에게 입쎈이 큰 힘이 돼 주죠. 입쎈에 격려에 힘입어 망설이기만 하던 뭉크는 삶의 추함과 공포를 드러내는 그림을 그립니다. 물론 일부에게는 흉한 그림을 그린다고 비난받았지만 뭉크로서는 자기치유였죠. 삶의 괴로움과 추함을 다루는 그림도 필요해요. 공황장애 다룬 책 표지로 흔히 쓰이는 <비명>을 보면 나만 괴로운 건 아니다는 위로도 받거든요."


여기까지 듣고 내가 내린 탐정놀이 결론 두 가지.

1)인터뷰이는 그림과 문학을 포함 예술 전반에 조예가 깊다.

2)아무래도 정여울 같다.


내가 정여울이라고 생각한 건 며칠 전 어딘가에서-잡지인지 신문인지 온라인뉴스인지는 잊었지만-'사람들 눈치 보느라 쓰고 싶은 거 다 못 쓰고 자기검열 많이 한 걸 후회한다. 이제 다 털어내 볼 생각이다'고 말한 걸 읽었기 때문이다.


계속 들으니 홍소연이 인터뷰이 이름과 오늘 주제가 된 인터뷰이 책 이름을 말해서 내 추리 2)가 틀린 걸 알게 됐다. 문소영의 <명화독서>. 문소영이면 <못난 조선>,<조선의 못난 개항> 쓴 그 기잔가 했는데 지금 검색해 보니 동명이인이다.


그 뒤로도 디즈니 <인어공주>랑 달리 비극으로 끝나는 안데르쎈 <인어공주>와 안데르쎈이 왜 비극으로 끝내야 했는지 말한 대목과 입쎈의 <인형의 집>과 문소영이 <인형의 집>보다 더 좋아한다고 한 <유령>, 쎄르반떼쓰 <돈끼호떼> 얘기가 이어졌고 소개된 문학작품을 소재로 그린 화가들 얘기와 다시 그 그림이 문학에 영향을 주는 얘기가 이어졌다. 흠, 관심이 간다. 문소영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국방fm은 0시부터 6시까지 새벽시간엔 kbs1라디오를 빌려 방송한다. 게을러터져서 채널 고정해 놓고 주로 새벽에 라디오를 듣는 나는 국방fm채널로 kbs1라디오 들을 때가 많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8-03-12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소영 기자의 글만 읽었지 목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는데 목소리도 좋은가봐요.
홍소연 아나운서의 사랑의 책방은 저도 즐겨 듣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종방한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아직도 하고 있나요?

심술 2018-03-12 13:07   좋아요 0 | URL
제 귀에는 좋았는데 사람마다 다르겠죠.

<사랑의 책방> 바로 어제 일요일 방송도 들었는 걸요.
어제 방송에선 김태형의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일부를 홍아나가 읽고
일요일마다 천문학자 이명현과 홍아나가 이야기 나누는 과학책 소개에선 안상현의 <우주의 측량> 다뤘어요.
<우주의 측량> 발행일이 지난해 12.29.이고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는 올해 1.8.이니까 최근에 녹음한 게 맞죠.
아마 종방했다가 아쉬워하는 애청자들 요청에 따라 되살아난 걸로 보입니다.
 

<천하장사 마돈나>라는 동성애자 10대 소년이 씨름하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정작 감독이 게이인 줄은 몰랐다.

'내게 돈 줘라. 안 주면 너가 성추행했다고 고발하겠다'며 협박하는 사람이 있어서

이감독은 '협박자는 내가 성소수자임을 알고 돈을 노린 것이며 난 협박자를 성추행한 적 없다'고 밝히고 대응에 들어갔다고.

 

이 일로 돈 뜯으려는 악당은 떨어져나가게 됐으니 앞으로 일 잘 해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주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빌 브라이쓴은 영국 <메일 온 썬데이> 신문에 1996년 10월부터 3년 동안 칼럼을 쓴다.

이 때 브라이쓴은 영국에서 스무 해 가까이 살다 가족을 데리고 미국 늏햄프셔주 하노버로 이사했다.

칼럼을 연재하고 책으로 묶어 <I'm a Stranger Here Myself>란 제목으로 냈고 난 그걸 꽤 오래전 2001년쯤 즐겁게 읽었다. 그러다 얼마전 알라딘 중고서점 수원점에 다른 책 사러 갔다가 브라이쓴의 <Notes from a Big Country>라는 책이 있어 살펴보니 <Stranger Here>랑 같은 책인데 영국판이었다. 약간 뒤져보니 미국판이랑 조금 다른 거 같았다. 돈이 달랑달랑해서 글이 모두 몇 꼭지 실렸는지만 세고 일단은 그냥 두고 집으로 왔다. 조금 다른 걸 어떻게 알았느냐 하면 한 달 전쯤 <Stranger Here>를 다시 읽어서 기억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와서 <Stranger Here>를 살펴보니 실린 글 수가 달랐다. <Big Country>는 78꼭지, <SH>는 70꼭지. 그래서 다음에 수원 갈 일 있으면 꼭 사야지 하고 맘속으로 누가 사가지 않기만 바랐는데 설 때 친척어르신 댁에 가며 드디어 살 수 있었다. 설연휴에 <BC>랑 <SH>를 꼼꼼히 살펴봤다.

 

방금 알라딘 서지정보를 보니 한국판은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이고 2009년2월에 박상은 옮겨 21세기북스에서 나왔다. 한국판은 글이 60꼭지다. 미국판 <SH>를 옮긴 건데 왜 열 꼭지는 빠졌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미국판도 60꼭지짜리랑 70꼭지짜리 둘이 있는 것일수도 있고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21세기북스에서 10꼭지는 덜어내기로 한 걸 수도 있다.

 

한글판에서 없고 미국판에 있는 건

5. Well, Doctor, I was Just Trying to Lie Down...

17. Tales of the North Woods

23. The War on Drugs

41. Hail to the Chief

50. So Sue Me

 

53. In Praise of Diners

58. The Wasteland

64. Our Town

65. Word Play

67. Property News

이렇게 열 꼭지.

 

미국판엔 있고 영국판에 없는 건

4. What's Cooking?

47. At the Drive-In

49. Life's Mysteries

63. Rules for Living

64. Our Town

 

65. Word Play

67. Property News

68. Life's Technicalities

69. An Address to the Graduating Class of Kimball Union Academy, Meriden, New Hampshire

이렇게 아홉 꼭지. 64,65,67은 세 판본 가운데 미국판에만 있다.

나머지 여섯 꼭지는 한미판에 실렸고 영국판에만 없다.

 

영국판엔 있고 한미판에 없는 건

5. Dumb and Dumber

15. Our Friend the Moose

23. Commercials, Commercials, Commercials

26. Those Boring Foreigners

29. Warning: Anyone Having Fun Will Be Reported

 

30. The States Explained

35. A Failure to Communicate

40. Where Scotland Is, and Other Useful Tips

44. Splendid Irrelevancies

60. Of Missing Planes and Missing Fingers

 

63. Uniformly Awful

65. The Sporting Life

70. Hotel California

72. Stupidity News

73. Spinning the Truth

 

74. For Your Convenience

76. Sense of Humour Failure

이렇게 17꼭지.

 

61꼭지는 영미 둘 다에 들었다.

 

몇몇 꼭지는 같은 내용인데 제목이 다르다.

미국판 19. Number, Please = 영국판 34. Help for the Nondesignated Individual

미국판 42. Lost in Cyberland = 영국판 69. Lost in Cyber Land

미국판 57. How to Rent a Car = 영국판 48. How to Hire a Car

미국판 61. At a Loss = 영국판 77. The Accidental Tourist

미국판 70. Coming Home: Part II = 영국판 78. What Makes an Englishman

이다.

영국판 78.은 미국판 70.의 확장형이다. 한 문단 반이 앞에 들어가 미국판 70. 첫 문장이 영국판 78. 둘째 문단 가운데에 나온다.

 

수학적으로 정리하면 미국판에만 있는 글이 세 꼭지, 영국판에만 있는 글이 열일곱 꼭지, 한글판에만 실린 글은 없고, 한미판에 실렸지만 영어판엔 없는 글 여섯 꼭지, 영미판에 실렸지만 한글판엔 없는 글이 일곱 꼭지, 한영판에 실렸지만 미국판에 빠진 글은 없고, 세 판 모두에 실린 글이 쉰네 꼭지가 된다.

 

한국판에 빠진 열 편은 우리말로 옮기면 맛이 죽는 영어 특유 말장난이나 마약처럼 무거운 주제를 다룬 글이다.

 

미국판에 빠진 건 미국을 맵게 까는 글이 많다. 통쾌하게 까는 게 브라이쓴 주특기이긴 하지만 출판사가 아무래도 너무 막나가면 책이 쪼금만 나갈 걸 무서워해 가장 매섭게 깐 글들을 없앴다.

 

영국판에 빠진 건 미국의 좋은 점을 다룬 글이 많다. 영국사람들은 미국 까는 책은 좋아하지만 미국 칭찬하는 글은 싫어하는 듯.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정리하고 나니 뿌듯하다.

 

아예 <메일 온 썬데이>를 발행하는 <데일리 메일> 홈페이지에도 가 봤는데

www.dailymail.co.uk

2002년 이전 글은 아예 검색이 안 된다.

그러니 어쩌면 <메일 온 썬데이>에만 실리고 책에는 없는 글도 있을 수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심술 2018-02-1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서 여섯째 문단 가운데 ‘한미판에 실렸지만 영어판엔 없는 글 여섯 꼭지‘의 ‘영어판‘은 ‘영국판‘을 잘못 쓴 거다.

어젯밤 다시 한 번 영국판과 미국판에만 실린 글을 훑어보니 두 나라 국민성 차이가 드러나는 거 같아 재미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