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아저씨의 선물 우리 그림책 22
고혜진 지음 / 국민서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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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테고리에 글을 올릴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원본보다 못 생기게 그려서 죄송해요.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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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안에서 뜻밖의 가이드를 만나기도 하고요, 때로는 다 같이 진창에 빠져 즐겁게 허우적대다가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죠. 제가 검피 아저씨같은 인격자는 아니지만!

 

거친 분류라고 할 수도 있고, 아주 직관적인 분류라고 할 수도 있는 방식으로 일본의 어떤 전문가가 그림책을 나눈 것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분의 분류법을 따른다면 이 책은 아이들이 엄청나게 몰입해버리는 책에는 못 들어가지 싶어요. 그런데 또 그렇게 멀찍이서 관찰하듯 보게 되는 그림책의 미덕이 없을 순 없죠.

아주 다양한 형태의 현실적+환상적 집들이 등장하고요.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한 바퀴 걸어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줘요. 이유는 그림을 집중해서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라기보단 지난 주말의) 그림책놀이 주제는 내가 갖고 싶은 공간 꾸미기. 설계도도 좋고, 글로 묘사해도 좋고, 여하간 늘 그렇듯 표현방식은 니맘대로 알아서 하세요입니다.

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소요됐어요. 재료는 아주 공평하게 나눠주고 다 쓰거나 말거나 모든 것은 자율!

 

 

중학생의 결과물은 비주얼보다는 해석이 웃겼어요. ㅎㅎㅎ 나중에 검열 들어오면 화낼 것 같아서 자세히는 못 써요. 제목은 <어디로든 방>입니다. 도라에몽 표절이라고 나무랐더니 상업적 이득을 취한 게 아니니까 괜찮다며 당당합니다. -_-;;; 음... 하고 생각하게 했던 부분은, 무려 PC방으로 통하는 픽토그램이었어요. 전 세계에서 생산됐던 모든 PC와 스마트 기기, 모든 종류의 디지털 기기를 세대별로 다 갖춰놓은 PC방이라는군요. 내킬 때마다 마음에 드는 모델로 골라서 가져와 쓸 수 있다면서. 하루 인터넷 30분이 최대, 스마트폰은 소유 자체가 금지돼 있는 만12세의 희망사항이 고대로 묻어있는... 그런 거죠. ㅎㅎㅎ

 

  만7세가 그리는 공간은 이런 것이네요. 사실 이런 작업을 아이들과 해 보면 그 아이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얼마나 말이 되느냐 또는 그럴듯하느냐가 아니라, 지금 뭐에 제일 관심이 있고 이 아이가 제일 잘 하는 게 뭔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 이 결과물을 만든 애는 동네에서 유명한 수다쟁이거든요. 남아인데 온 동네에서 얘 수다에 나가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아직까진) 없어요. 그러니 띨렁 사람 형체 하나 만들어놓고 나머지는 말로 다 한다고 어찌나 바쁜지!  그리고 제목은 무려 <축구하는 방>. 내용과 이토록 개연성 없기도 쉽지 않을 듯...

 

<가상현실>

11세 여아.

오른쪽의 캐비넷은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수납돼 있는 공간이고, 지금의 본인은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아 가장 하고 싶은 일인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라더군요. 다이얼식 전화기인 이유는 꼭 한 번 써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한참 들떠서 설명하던 아이에게 그래서 이 공간의 이름은 뭔데, 물어보니까 잠깐 쉬더니 '가상현실'이라고 했어요. 의미심장하죠. 열한 살인데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싶고, 어느 순간에는 얘가 천재가 아닐까 고민하게 하다가 1분 뒤에 아, 많이 모자라는 애였구나(솔직하게 말하면 '또라이였나...' 라고...)... 좌절하게 하는 애라서... ;

 

덧.

저도 남들 하는 거 보고 배워서 어설프게 머리 굴려가며 만드는 프로젝트성 책놀이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이런 것을 공개하는 이유는 다른 부모님들도 응용하셔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시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저도 처음에는 정식으로 배운 선생님께 아이들을 보냈는데, 자꾸 책을 보다보니 스스로도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꼭 돈 주고 어디를 보내야 제대로 배워오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 연령 차가 크다고 해서 될 것이 안 되는 것도 아닌 듯해요. 이런 시도를 하는 엄마들도 있다는 걸 참고하셔서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공유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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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19-03-20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육아 멋지세요
다 큰(?) 아이들도 함께 하는 관계도 부럽구요

라영 2019-03-21 09:17   좋아요 0 | URL
책육아... 까지는 못 되고요, 그냥 같이 노는 수준이예요. ^^a;;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곳 수업에서 난 '평생' 학습의 본디 뜻을 배웠다. 어떤 이들을 평생 배우고 쓴다지만 특정한 서사를 주어진 틀 안에서 되풀이하고, 어떤 이들은 뒤늦게 배우고 쓰면서 자기 인생의 저자가 된다. 자기가 누구인지 '기죽지 않고'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95쪽

 

어제 어떤 '좋은' 사람 때문에 되게 괴로웠다. 다정 상냥한 사람이고, 착한 사람인데, 그 사람의 특정한 언어습관이 나를 힘들게 했다. 이 사람을 끊어낼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읽었던 책에서 마침 이 문장을 발견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왜 매번 같은 고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계속 맴을 돌고 있는지... 그건 본인은 절대 모르겠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마음의 거리를, 200킬로미터쯤 늘리면 되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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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여행을 재봉틀에 비유한다면, 산책은 섬세한 손바느질이다. 그것도 기억의 바탕화면에 꼼꼼하고 단단하게 여행의 기억을 못박는 되박음질이다. -41쪽

 

그래도 남들의 이해를 돕고 공감을 끌어내는 것은 구체적인 스토리텔링과 비유에서 나온다. 실컷 추상에 관한 이야기를 써 놓고 이 무슨 손바닥 뒤집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ㅎㅎㅎ

뱀발.

그런데 의외로 손바느질보다 미싱질(?)이 튼튼하고... 단단하답니다. 왜냐하면 재봉틀은 위아래 양면에서 박음질이 먹히는 구조거든요. 으하하하하하(이따위 태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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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보폭 - 구체적인 삶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위한 추상적으로 사는 법
모리 히로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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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논문을 쓸 때였습니다. 도무지 늘어날 것 같아 뵈지 않는 요지의 논문을 있는 힘껏 잡아당겨서 늘려놨는데, 그걸 또 한 페이지 가량으로 줄여야 하는 시지프스적 노동에 어처구니없어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요약문 앞에는 왠지 있어보이는 타이틀이 붙게 돼 있습니다. Abstract. 그 때 abstract이 팔 벌려 안아들이는 의미의 친족들이 이렇게나 계보가 복잡했구나, 처음 알았습니다.

 

모리 히로시라는 작가는 『작가의 수지』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어요. 그 적나라한 제목에 홀리지 않을 수가 없었거든요. 이 사람이 글로 꽤나 수지를 맞았던 인물이라는 걸 알고는 더더욱. 소설은, 안타깝게도 그다지 취향이 아니었습니다만.

 

우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함부로 추천하기 힘든 책이라는 점입니다. 간결하고 구체적(bold again)인 글을 선호하는 독자에게는 절대 비추예요. 시종일관 축축한 새벽안개길을 헤매는 기분이니까요. 안개가 보통 그렇듯 어쩌다 반짝 선명한 길잡이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시야가 다시 부예져서 말이죠. 이 애매함을 꿋꿋하게 버텨나갈 수 있는 읽기 근지구력을 갖춘, 그리고 새로운 발상법을 배우고 싶은 의욕충만한 분꼐 한정하여 권해도 될까 말까조차 망설여지고요. 추상성과 추상화 능력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책답게 문장도 지극히 추상 일변도입니다(쓰면서도 슬슬 ㅊㅅ에 멀미가...). 가끔은 어쩌라고! 주먹을 내리치고 싶을 정도?

여기에서 무엇을 추상해서 나만의 행동강령으로 구체화할 것인지를 전적으로 독자 몫으로 떠넘기는 불친절한 책이지만, 사고의 혁신을 도모하는... 아, 거창해진다.

여하간, 뭔가 식상함을 털고 새로운 통찰을 얻고 싶다면 그 정도의 수고와 노력쯤은 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은근히 독려하는 책이기도 한 것이죠.

제 경우에는,

 

'왠지 이런 게 좋다'는 기분을 자신 안에 간직하고 있으면 자신도 '어떤 좋은' 것을 만들고 싶어진다. 따라서 창작을 하려는 욕구의 밑바닥에는 대상을 추상적으로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중략) 그래도 무엇인가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만으로 생각의 보폭은 넓어져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구체적으로 앞으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건 아직 존재하지 않기에 처음에는 추상적이다. 추상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구체화시키는 행위를 우리는 '창조한다'고 말한다. -134쪽

 

이 대목이 흡사 동앗줄 같았거든요. 늘 '난 뭘 좀 하고 싶은데' 말만 주워섬기고, 그러면서 딱히 뭘 구체적으로 열심히 하지는 않는. 그런데 그 무쓸모의 집합체나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던 무형의 물컹거리는 무엇이 의미가 있다고 누가 말해주는데 그게 얼마나 고맙겠어요. 진실인지 아닌지 따지는 건 잠깐 미뤄두더라도.

 

저자는 '생각의 정원'이라는 아이디어가 자신이 이 책을 쓰면서 걷어올린 가장 가치있는 발상이라고까지 단언하더군요. 저는 인용했던 부분이 개인적 가치를 느낀 단락이었고요. 그게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누군가를 문장을 통해 만나, 지금껏 어두웠던 머릿속 혹은 마음속 어딘가에 반짝, 불이 밝혀질 때의 그 경이로움 때문에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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