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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가까와 오니 여러가지로 생각만 앞선다
이 분을 챙기면 저 분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혹여 섭한 마음 드시면 어쩌나...
그러나 예산에는 한계가 있고 그래도 섭섭하신 분 없이 성의표시라도 하고 싶고
게다가 머리는 별로 좋지도 않아 생각하고 앉아 있길 반나절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씁쓸한 일도 많다
신랑의 친할머니는 항상 고운 옷에 단정하신 모습이 참 아름다우신 온화한 분이시다
자식마다 일이 잘 풀린 할머님은 챙겨주시는 분들도 워낙 많다
그러나 신랑의 외할머니는 이상하게도 자식들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형편이 어려우신데다
아흔이 가까우신데도 명절때 놀러가면 항상 부엌일로 바쁘시다
그러나 정이 워낙 많으셔서 찾은 이를 챙겨주시느라 분주하시기만 한데 그게 어쩐지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에게 외할머님 용돈을 더 많이 드릴까 하고 물었는데
남편, 외할머니 용돈은 이제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다가
친할머니는 모든 식구가 용돈을 많이 챙겨드리는데 자기만 적게 드리면 왠지 좀 창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부터 식구가 아니라 어느날 가족으로 편입된 나는 그런 생각이 없어
체면보다는 보이는 모습에만 맘이 쓰인다. 결국 합의 하에 똑같이 드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체면이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말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외할머니가 안쓰러웠나 보다
일일히 맘쓰는 세심한 면은 없지만 사실 마음은 여리기만한 남편은 현관 앞에서 담배를 물고 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늘그막 용돈까지도 부익부 빈인빈이라니
별 일도 아닌데 마음이 참 뭣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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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천자문 2006-10-04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조선에서 핵실험 한다는데 카페인중독님이 대책을 마련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페인중독 2006-10-0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참...저... 머리 나쁘다고 그랬잖습니까...소소너님 미워욧~!! ㅡㅡ;;

치유 2006-10-04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맘이 저는 너무 정말 이뻐요..^^&
듣고 보니 여리디 여리신 님의 부군 담배만 뻐끔 거리는 모습도 참..부부는 이래서 닮아가고 있구나..생각합니다..역시 부인을 잘 만나야 한다는 사실..!!
외할머니께서 그 맘들을 이미 아실거예요..^^&
중독님..추석 명절 잘 보내고 오셔요..
고루 고루 사랑듬뿍 받으시구요..하긴 새 신부는 언제나 사랑 받지요..

2006-10-09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6-10-0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2195

건우와 연우 2006-10-09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중독님이 저도 예뻐요...^^

카페인중독 2006-10-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고루 사랑받고 왔어요...헤헤...
다시 만나니 넘 반가워요~
건우와 연우님 가끔 어찌할수 없는 씁쓸함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도 씁쓸하긴 씁쓸해요...그죠?
 

어제 TV를 보는데...
아기를 안고 있는 여자의 앞섭이 풀려 있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휴~ 왜 그랬는지...
사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의 하나일텐데...
아마 그걸 바라보는 내 시선에
되먹지 않은 사심이 끼어 있는 탓이겠지?
 
욕망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풍부하고 따스한 어머니의 가슴마저
낯뜨거워하며 그렇게 외면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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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8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너무 그러는것도 이상해 보이긴 해요..

카페인중독 2006-09-1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땐 동네 골목의 평상에 앉아 아주머니들...애들에게 젖먹이며 그렇게 이야기들을 나누시던 것이 기억나서...그냥 그땐 그게 이상하지도 않고 푸근했다는 기억에...그렇게 아무렇지 않던 그 시절이 조금 그리운 것도 같아서요...
그냥 툴툴거려 봤어요...^^;;;
 

가끔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생명체라는 것이
부담스러울때가 있다...
시작하면 끝이 보일때까지 끊임없이
앞으로 가는 것만 있고
다 가고나면 끝이라는게...
 
가끔 무의미하게 하루종일 틀어놓은 티비같아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고 열기를 식히고 싶을때가 있다...
그리하여 꼬옥 필요할때만 켜고
대신 그 시간을 아낌없이 즐기고 싶다...
 
모 드라마에서 허허로이 내뱉은 대사처럼...
하루는 더딘데 인생은 너무도 빠르다
 
그렇게 잠시 내 전원을 꺼둘 수 있다면...
그럼 어떻게 될까?
휴대폰의 메시지처럼
지금은 전원이 꺼져 같이 지내실수 없으니
다음에 찾아 주시기 바란다며 자동 메시지가 송출되고
다시 켤때 부재중 메시지가 그렇게 뜰까?
 
'음성메시지 3통
연결하시려면 버튼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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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4 15: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페인중독 2006-09-14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아이가 생기면 생각이 크게 변하겠죠?

치유 2006-09-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도...모든 전워 꺼버릴까요??
가끔 정말 온전히 혼자이고 싶을 때가ㅡ있어요..
그런데 왜 세월은 이리 달음질을 하는것인지...
 

매일 쌈박질에 딱지치기며 구슬치기까지...
그런 나를 보고 어른들은 말씀하셨다...
"이런...여자애가..."
 
고등학교때 이과를 택했다
선생님 말씀하셨다...
"여자인데...그냥 문과가"
"선생님 제 어문계열 점수 좀 보세요"
"아...그렇구나...이과 가라"
 
적성검사 결과 기계설비, 기계설계가 나오자 경악한다
"머 이따위냐?"
 
친구들과 어울리다
메탈리카, 메가디스, 할로윈, 데프레파드 따위를 알아들으면 묻는다...
"그런 것도 알아?"
'우쒸~ 나도 질풍노도의 시기는 거쳤다...' ㅡㅡ^
지금도 가끔 린킨파크따위가 땡긴다...
 
로맨틱 코미디에 킥킥거리고 순정만화에 몰두해 있으면 그런다
"여자애들이란......"
 
주차를 하려하면 주변남자들 다 뛰어 나오며...
이리 저리 열심히 손을 휘젓는다...
'나...주차 잘하는데...쩝~!'
 
길찾아 헤메고 있을때
지도나 표지판을 보며 술술 잘 찾아가면 놀란다...
"어떻게 찾았어?"
 
정리정돈 못하고 허우적거리면 말한다...
"이그...여자라는 게..."
 
그럴싸하고 맛있게 맛집 흉내내면 말한다
"그래도 천상 여자야"
 
그냥 어떤 것은 잘하고 또 어떤 것은 못하는
그냥 '사람'으로 봐주면 좋을텐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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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여자라고 못하고 잘하고가 어딨어요??잘하는것도 있고 못하는것도 있지..
전 다들 그래요..천상여자라서 여자들이 할수있는건 다 잘 할 거라고..
그러나 나도 여자이기 전에 사람이라구요..
날 여자라고만 보지 말아주오..난 사람이라고..실수도 할수 있고..
하기 싫은건 여자라도 하기 싫은건 정말 싫다구요..
ㅋㅋ아침부터 여기 댓글에 화풀이 다 하는것 같아요..ㅋㅋ

카페인중독 2006-09-1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그쵸?~~ 이젠 무뎌져셔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무엇을 잘하든 못하는 끈덕지게 따라붙는 그 꼬릿말이 너무 싫어
가끔 파닥거리고 싶을때가 있어요...파닥파닥~~파다닥~~~!!!! ㅡㅡ+
 

예전...식사시간마다...어머니께서는 손이 안간 음식들만 골라서 드시곤 하셨다...
식구들이 알맹이만 쏘옥 먹어버리고 남은 양파며, 부추며, 파며...생선 꼬리, 머리며...
난 그게 속상하다 못해 화가나 펄떡거리며 숨넘어가곤 했다...
어머니께서는 나의 성화에 젓가락을 놓으시곤 하셨지만...
결국 은근슬쩍 어머니의 젓가락은 외면당한 음식들에게로 향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문득 식탁머리앞에서
오이소박이의 오이는 빼고 부추만 집어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갑자기 어머니생각이 났다...
그러고는 그날의 어머니의 마음을 갑자기...
그렇게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그랬구나...'
 
음식을 내손으로 차리면서 알게 된건 음식은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 애착도 커진다는 것이였다...
사온 음식은 선뜻 버리면서도 만든 음식은 보잘 것 없는 것이라도 
버릴려면 영 마음이 개운치가 않은 것도 그 탓일게다...
 
그러고 보면... 식사라기보다 남겨진 음식을 드시기에 바쁘셨던 어머니의 밥상은
모두가 다 정성스러운 그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오이없는 오이소박이를 먹다 갑자기 느낀 어머니의 마음이 달큼씁쓰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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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04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정말 맘에 와 닿은 글들을 쓰시는군요..자주 들락거려도 되겠지요??

카페인중독 2006-09-0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전엔 '엄마닮지 말아야짓~!' 해놓고 하니씩 닮아가며 뒤늦게 철이 나고 있는 중입니다... 자주 들르시면 저로서는 감사하죠...^^

건우와 연우 2006-09-14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우며 닮고, 미워하며 닮고, 사랑하며 닮기도 하지요...

카페인중독 2006-09-15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엄마란...사랑뿐 아니라...싸우고 미워하고...
그래서 더 마음 속 깊이 얽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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