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착하다는 건 그 사람이 착하다는 뜻이 아닌지도 모른다.
착하다는 건 그 사람이 착할 수 있는 여건 때문이지
그 사람이 실제로 착한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나는 실제로 그리 착하거나 그리 못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난 현재 참 착한 '척'하기 쉬운 입장이다.
용돈이라고 올려주면 그걸 다 내 군것질 비용으로 사용하는 남편이나
시댁에서 설겆이라도 하고 있으면 그 앞에서 절절매며
"언니, 내가 할께요" 를 되뇌이는 시누이나
내가 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 난 이렇게 말한다.
"곧 시집갈텐데 뭘 벌써부터 하려 그래, 괜찮아, 내가 할께"
근데 사실 그건 우리 착한 올케한테 들은 말을 그대로 옯긴 것에 불구했다.ㅎㅎ

내 인생은 비교적 쉽게 착한 '척'을 할 수 있었던 여건하에 있었다.
그러고도 못되게 군다면 사실 정말 나쁜 인간일 게다.  ㅡ,ㅡ
일도 참 즐겁게 했다. 맨날맨날 빵까지 구워 먹어 가며 오손도손 일했다.
상사가 갈군다는 말도 몰랐다. 외려 상사가 우릴 항상 철저히 보호했다.
난 사회생활도 진짜 쉽게 했다.

물론 나도 착한 '척'의 위기를 느낀 적은 있다.
대학때 강적을 만난 것...
난 그녀땜시 거의 인격파탄의 모습으로 4년을 지내야 했다.
정말 한 2년만에 그녀를 떨구고 혼자 지내보려고 했으나
그녀는 스토커였다.
근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데도
왜 내 곁에 붙어 있었나 했던 것이다.
그녀는 왕따도 아니었고 오히려 다른 친구들에겐 평판이 좋았다.
교양까지 똑같은 걸 선택하는 통에 나 죽을뻔 했다. 

좌우지간 그런 경험으로 보건데
인간은 스스로 착한 것이 아니라 착할 수 있는 환경에 상당히 좌우된다.
특히 대충 인간성이 거기서 거기인 보통 사람의 경우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니 인생 대충가도 가끔 착하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참 고마워 해야한다.
그만큼 주변에 진짜로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일테니...
어쩌면 대신 나쁜 평을 받아가며 우리가 할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생엔 이런 억울한 일이 수도 없이 있다.
그래서 가끔 묻어가는 인생, 우리가 호평받고 있다면
사실 호평받아야할 사람은 우리가 아닌 주변의 그들인 것이다.
사실 우린 언제 아주 못된 사람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운하여 악평을 받는 사람들은 참 슬픈 존재다.
나도 인격파탄자로도 살아보았지만,
그건 착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와 별반 다름 없는 나였다.

천재와 바보가 아니라 실제로 가끔은 인생도 종이 한 장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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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중독 2006-10-25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 ^^
근데 삽질은 하긴 합니까??? 내가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ㅋ

건우와 연우 2006-10-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럼 다양한 성격의 구성원에 둘러싸인거로군요.
착했다, 악했다 하루에도 열두번은 왔다 갔다....^^

카페인중독 2006-10-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빙고~!!! ^^
인간의 '간'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아는 언니 왈
 
"많은 말은 대부분 자기 자랑이거나, 자기 변명이거나,
하지만 인간은 이것 빼곤 별로 할 말이 없다는 거다."
 
라 했다. 그러면서
 
"커뮤니케이션이란 미명하의 아는 척"
 
이라면서 주절대는 자신이 어쩐지 싫다고 하더라.
하지만, 난 그녀가 아는척을 안해주면 몹시 심심할꺼 같다
그래서 그녀가 계속 내게 자랑하고 또 변명해 줬으면 싶다
 
어릴적 나는 내가 무식해 보이는 것이 싫어 몰라도 꾹 참았다
궁금해 입이 근질거리면서도 질문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그것을 극복한 뒤엔
상대를 귀찮게 한다는 생각이 걸리지 않는 한 다 물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는데
그건 혹시 내가 아는 척 하는 건 아닌가 싶어 전전긍긍하게 된 것
그래서 읽고 싶은 책이 있어도 혹여 그게 좀 어려운 책이라 생각되면
전철이나 사람 많은 곳에선 차마 펼치지 못하고 혼자 그게 보고 싶어 안달했었다
그래서 언니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미명하의 아는 척'이란 고민은 충분히 공감된다
그러나 솔직히 이렇게 꺼림직한 아는 척이 왜하고 싶겠는가?
사실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공유하고 찾아가는 즐거움과는 멀어질터
그래서 계속 그 컴플렉스를 끼고도 대화하고 싶어 안달하다 결국 참여하게 되지 않던가?
그리하여 요새 나의 화두는 '아는척이란 오명하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그저 이런저런 생각없이 모두 모여 즐겁게 대화하고 싶다
모르면 묻고, 알면 가르쳐 주고...
 
그런 내가 요새 가장 싫어하는 건
몰라도 묻지 않고 너 알면 얼마나 아냐고 호통치는 것과
알면서도 가르쳐 주지 않고 너 따윈 몰라도 돼라며 외면하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이 두가지 문제를 깨끗이 극복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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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0-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모르면 묻고 알면 가르쳐 주고가 좋아요^^

치유 2006-10-1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중독님 멋지다..저도 가르쳐 주는 이가 좋아요..
사실 조금이라도 알아야 묻기라도 하지요..ㅠ,ㅠ

카페인중독 2006-10-12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배꽃님 그렇죠? 저도 그게 좋아요...^^
속삭이신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시원합니다. 감사드려요. ^^

치유 2006-10-1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혼자서 텀벙거리고 다니다가 이제 전 나갑니다..
아마 오후 늦게 또 들어와서 설치고 다닐겁니다..
구역 예배드리고 교회당 청소하고..아이들 밥까지 챙기려면..아..
햇살이 날 부르네요..어서 나가자고..^^&

카페인중독 2006-10-13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안녕히 다녀오셔요~ ^^
 

사실 사는 동안 부딪치는 많은 일에서 옳은 것을 구분해 내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도덕이란것을 배우기 전까진...
 
부당하게 억지쓰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옳지 않음이 틀림없으나
그가 매우 연장자라면...그의 편에 서야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된다
엉터리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면... 사지 않으면 그뿐이나
우리나라 기업이라면...왠지 사야할 것 같다...
많은 생명체들을 품고 있는 땅이라면... 지켜야 할 것이 당연하나
나라발전을 위한 것이라면...왠지 그냥 내주어야 할 것 같다
옳지 않은 이야기라면... 듣지 않는 것이 당연하나
내 친구, 내 지역, 내 회사를 위해서라면... 그 의리를 지켜야만 할 것 같다...
성실하고 바른 사람이 있다면... 그의 곁에 서야함이 당연하나
동성애자, 이혼녀, 이혼남, 미혼모라면... 왠지 함께 비난해야만 하는 것 같다...
 
도덕이...모든 걸 어렵게 한다...
 
유달리 강조되는 덕목 뒤엔
항상 이상하리만큼 비대해진 욕망이 자리잡고
집요하게 그 가치를 떠들고 있음을
사실 내 것에서 깨닫지 못했으니...결국 남이 하는 짓을 보고야 알았다...
 
전쟁이 일어나고, 피부색으로 차별되며. 타민족을 억압하고,
비열한 일에 손을 대고...
사실 대의나 명목없이 일어나는 것은 없다...
 
이름뿐인 덕목은...도덕적이지 못한 것 보다 더 치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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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9-18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네요..

카페인중독 2006-09-18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도 그렇고...나라 돌아가는 것도 그렇고...
그냥 좀 답답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