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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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얘기하는 레베카 이야기? 몬테카를로에서 만난 맥심 드윈터와 결혼해서 맨델리 저택으로 온 나.
너무 어리고 순진한 내가 좀 더 나이든 어른과 결혼해서 특별히 요구하는 기준이 있는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끊임없이 레베카와 비교되는 삶.
장미정원과 파도치는 바다로 대비되는 느낌.
나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는데 그 심리 묘사가 막 와닿는다.
뭐지? 싶다가 사실을 알게 되고 사건 속에 휘말린다.
결국 레베카가 이긴 건가? 순진하던 나는 어른이 되어 버렸다.
맨델리도 불타고...
죽은 레베카와 경쟁? 하는 나의 마음이 몰입되더라는.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던 한번도 제대로 보지도 못한 레베카도 보이는듯하다.
완벽한 맨델리의 여주인이던 레베카의 실체도 보이는듯.
무엇도 무서워하지 않았는데 늙고 병들어 죽는 건 무서워했다는 여자. 
반전들. 눈에 보이는 듯한 묘사.
새 드윈터 부인의 감정이 생생히 느껴진다.
맨델리와 레베카가 주인공이고 나는 그냥 관찰자인듯하다.
1938년에 나온 소설이라는데 현대극의 여주인공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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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
...나이가 들어서 돈이 없는 것보다 더 서러운 게 친구가 없는 것...
p57
김태석의 고수법칙
- 모든 투자는 기본적으로 상식과 논리적 사고를 근거로 해야 한다.
- 기업의 주가는 최종적으로 수급이 결정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기업의 가치와 실적이라는 사실이다.
- 사람이 가장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 좋은 투자자를 친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요한 정보나 힘들게 정리한 내용이라도 공유하라.
- 주식투자는 투입하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매우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 사게 사라
 시장의 패닉 상태는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돈이 없다면 견뎌라.
p129
 코스피 평균 PER도 그가 주식시장의 흐름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지표이다. 그는 코스피 평균 PER이 8배 이상이면 고평가, 8배 미민이면 저평가 상태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고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되어 높은 수익이 확실하게 예상되는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는 투자자가 집중투자를 하는 방식에는 '선택적 집중투자'와 '상황적 집중투자'의 2가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택적 집중투자란 시장에 저평가 종목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해 보이는 몇 개의 종목을 고르는 것을 말한다. 상황적 집중투자란 시장이 전체적으로 고평가되어 저평가 종목 후보군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많지 않은 저평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물론 선택적 집중투자를 좋아한다. 그는 더 이상 매입할 종목이 없다면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억지로 주식을 매입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p168
 "자본총계가 시가총액의 3배 이상이 되는 기업이면서 부채비율이 높지 않고 업력이 오래된 기업을 좋아합니다. 이런 기업들 가운데는 현재 수익성이 좋지 않거나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긴 하지만, 시장의 오해 때문에 저평가된 곳도 있습니다."
 그는 자산주 중에서도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밝혔따. 흔히 말하는 턴어라운드 자산주이다. 그럼 턴어라운드 자산주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영업이익률이 지나치게 낮거나, ROE가 아주 낮은 기업에 관심을 갖는다. 이는 영업이익률과 ROE가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갖는 일반적인 경향과 반대되는 방법이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평균 회귀의 법칙'에 대해 말했다.
 "이익이 높게 나는 사업은 경쟁자들이 몰려들어서 점점 평균적인 이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익이 잘 나지 않는 사업은 경쟁자들이 사업을 접거나 퇴출되어서 과거보다는 이익이 좋아질 가능성이 큽는다. 저는 후자 기업군 중에서 영업이익률, 영업현금 흐름이 좋아지는 회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에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의 투자법은 역발상 투자와 일맥상통한다.
p179
구도형의 고수법칙
- PER 0.3배 미만인 기어(시가총액 대비 자본총계가 3배 이상 되는 기업)을 고른다.
 이때 자본총계는 장부상 자본총계가 아닌 시가를 따져본 실질 자본총계를 계산해본다. 부채비율이 150%가 넘는 기업은 자산가치의 시가 변화에 따라 PBR이 크게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제외한다.
- 5년 이상의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흐름, 영업 평균 PER과 순이익 평균 PER을 살펴본다.
 어느 기업의 장기 PER이 5이 하라면 그렇게 평가받는 이유를 찾아본다. 시장의 오해인 부분이 강하다면 그 기업은 매수 대상이 될 수 있다.
 - 장기 PER이 좋고, 영업현금흐름이 꾸준하며, 기술 발전과 무관하게 영구적으로 존속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의 현재 PER이 나쁘다면 그 이유를 따져본다.
이런 기업은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있다.
p189
...삶의 관성에 못지않게 생각의 관성도 무서운 것이라는 사실을 그때 실감했다.
  ....워렌 버핏은 구덩이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덩이 파기를 중단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의 생각과 투자법에 결함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하게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251
...교토삼굴...투자규모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활한 토끼는 굴을 3개 파놓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호랑이가 아닙니다. 시장을 용맹하게 종횡무진할 수 있는 그런 투자자들이 아닙니다. 토끼나 사슴처럼 약한 존재가 우리 직장인 투자자들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약한 존재라면 저는 교활한 토끼처럼 굴을 3개 정도 파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직접투자라는 굴에서도 '장기로 가져갈 계좌'라는 굴을 파놓고 '배당주 종목으로 채워놓은 계좌'라는 굴을 또 하나 파놓고, 마지막으로 '매매를 할 계좌'라는 또 하나의 굴을 파놓는다면 폭락장이 오더라도 흔들림 없는 자산운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259
 김철광의 고수법칙
- 어느 채권의 수익률이 저축은행 금리보다 높은지 확인하다.
- 잠자리를 뒤척이게 만드는 채권은 피한다.
다시 말해 디폴트(채권불이행)가 염려되는 채권은 피한다.
- 일반회사채보다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EB)같은 주식 관련 채권에 관심을 갖는다.
- 채권의 비중을 전체 금융 자산의 25~75%로 유지한다.
- 주식 관련 채권도 기업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기업을 분석해야 한다.
p272
세타투자
개인이 가진 총자산 가운데 어느 정도를 투자 자금(투자 자산)으로 할당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세타투자란 인생 계획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고, 장기 계획과 현재의 능력을 고려해 투자자금을 설계하는 것이다. 세타는 그리스 문자의 8번째 기호로 그리스 숫자로 9를 뜻하는데, 투자 세계에서는 시간을 의미한다.
베타투자
투자 자금 가운데 주식의 비중을 얼마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주식투자 자금의 비중은 흔히 나이에 반비례해야 한다는 시중의 조언에 동의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
.......
 투자 자금 가운데 주식의 비중을 늘려야 할 때는 언제일까? 그는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시중 금리보다 높으면 주식의 비중을 늘리고,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시중 금리보다 낮으면 주식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합립적이라고 말했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이란 코스피지수의 평균 PER의 역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2010년 현재 코스피지수100의 PER은 16.94인데, 이를 역으로 하면 5.9%가 된다. 요즘 시중 일반은행의 예금 금리는 3.6%이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시중 일반은행의 예금 금리보다 높으므로 주식의 비중을 늘려도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신진오 회장은 주식의 기대수익률과 더불어 전체적인 시장의 동향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277
 불황이 닥치더라도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관심 종목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한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다면 투자자는 안심할 수 있다. 신진오 회장은 여기에 부합하는 종목으로 삼성화재, 신세계이마트, 에쓰오일, GS건설, 유한양행, 롯데제과, 오리온, 고려아연 등을 꼽았다. 그는 종목을 고르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컨닝'을 하라고 조언했다.
p279
 "가치투자의 본래 의미는 싼 주식을 매입해 이 주식이 적정 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일부 가치투자자들은 기업 실적이 급격히 좋아지는 펀더멘털 모멘텀이 발생할 때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오르는 것을 노리고 있습니다. 형식은 가치투자이지만 내용은 모멘텀 투자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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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이제 아이들에겐 그들의 삶이 있었다. 한때 미리엄은 아이들의 해고, 아서는 달이었지만, 이제 댄과 루시는 자신들만의 은하에서 반짝이는 머나먼 별들이 되었다.
p132
...때로 루시는 자신이 가족이라는 그물에 걸려 끊어지지 않도록 전부 다 움켜잡고 있는 한 마리 거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150
 낯선 사람이 사과 한마디 없이 부딪치고 지나갔을 때 놀랍게도 그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그는 이 낯선 세계의 일부가 아니었다. 잠시 이곳에 머무는 방문객일 뿐이었고 언제든 안락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사실이 그를 조금 더 용감하고 조금 더 대범하게 했다.
p152
...아이들을 키운 뒤로, 그들은 함께 새로운 곳들을 가보고 새로운 경험들을 했어야 햇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해볼 기회를 잡았어야 했고 함게 삶의 지평을 넓혔어야 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미리엄이 이토록 충만하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았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가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그의 방식만을 고집했다.
p166
...마음이 머무는 곳이 바로 집이라고, 그의 어머니는 말하곤 했다. 직업의 사다리를 올라가 가족들을 위해 보다 큰 집을 마련했어야 하나? 좀 더 성공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하나? 여행길에 오르기 전까지 그가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는 질문들이었다.
p172
..."실은 나 자신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어요"그가 시인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대마다, 내가 변하고 성장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다른 사람들도 날 만나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깁ㄴ이 묘합디다."
p223
 "고맙긴요, 길 잃지 마세요. 낯선 사람하고 얘기하지 마시고요. 항상 밝은 쪽을 보는 걸 잊지 마세요. 그 참들이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몰라요."
p227
...사람들은 저마다의 황금빛 새장 속에 살고 있었다. 몇 달 동안 사랑했지만 이내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 사람의 시중을 들며 살고 있는 세바스티안처럼. 서로를 종으로 호출하는 그레이스톡 부부도 떠올렸다. 그들을 생각하니 아서의 삶은 미리엄의 옷장에 있는 카디건들처럼 잿빛인 것만 같았다. 
 한때는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총천연색이었다. 하늘도, 백사장도, 아내의 옷들도, 그러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때마다 그의 추억들은 여러 색이 뒤섞여 탁하게 변해갔다. 이제 그만 멈추고 싶었고 시간을 되돌려서 미리엄의 갈색 스웨이드부츠를 손을 넣어보지 않은 책로 자선 단체에 가져갈 가방에 던져넣고 싶었다. 그랬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살 수 있었을텐데. 그랬다면 장미빛 색안경으로 아내와이 삶을 돌아보는 속편한 홀아비로 살았을 텐데. 그랬다면 모든 게 완벽했을 텐데.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아서도 알고 있었다. 그에겐 자식이 둘 있었고, 그들은 그의 삶에서 멀어졌다.  ....미리엄이 없는 지금 그의 가족은 아직 본래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삶의 주도권을 회복해야 했다. 참 팔찌의 미스터리를 감춰진 채로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처럼 가족과의 관게에서도 같은 일을 해야 했다. 가족의 유대가 더 이상 끈끈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고 유대를 복원해야 했다.
 마치 황무지에 홀로 버려진 씨앗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씨앗은 모든 역경을 딛고 단단한 땅을 밀어내며 마침내 싹을 틔웠다. 초록색 싹이 움트고 있었다. 그는 그 싹을 키우고 싶었다. 언젠가 프레더리카의 잎이 시들어 가장자리가 갈색으로 변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물을 주고 애정을 주었다. 이제는 그 자신에게도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p272
...여행을 하면서 미리엄은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이 날 기억한다는 사실을 개닫게 되더구나. 미리엄은 더 이상 여기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 아직 살아 있어.
p368
...어저면 나도 이 웅덩이에 갇혀 있었던 건지 몰라. 그가 생각했다. 비록 두려운 미지의 세계일지라도, 나도 바다로 나아가야 해. 그러지 않으면 말라 죽어버릴 테니까.
p392
 아서는 기억이라는 것이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형되고 왜곡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기억은 마음과 기분의 명령에 따라 잊히거나 복원되고, 강화되거나 흐려진다. 아서는 참을 준 사람들에게 미리엄이 어떤 마음을 품었는지 생각하며 온갖 감정들을 빚어냈다. 그는 미리엄의 마음이 어땠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미리엄이 그를 사랑했다는 것, 댄과 루시가 그를 사랑한다는 것, 살아갈이유가 충분하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p403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그 돈을 쓰세요. 돈으로 추억을 만들 순 있지만 추억으로 돈을 만들어선 안 되니까요. 골동품 상인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
p451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결국 상대방이 아닌 나를 알아가는 것이며,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해도 우리의 사랑은 완벽할 수 있음을 아서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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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신학자 폴 틸리히는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한 것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라고 했다. 아직 나는 외로움보다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p19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않던가. 일단 마음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그다음은 의외로 쉬워진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p55
나는 아내에게
무조건 항복이다.
저항을 포기한다.
저항과 의심에
무슨 행복이 있나.
나는 진즉에 항복으로 전향했다.
그게 제일 유리하니까.
항복만이 행복이다.
p107
...아름다움은 외로움을 이긴다.
p142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며 살아봐"라고 말해주었다.
 그땐 어린 후배에게 왜 저런 가혹한 말을 하나 싶었는데 후에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거야말로 막돼먹었지만 아주 진실되고 멋진 충고인 거라.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한거고, 그러다 뭐라도 하나 되면 정말 기뻐해야 하는 게 인생인데. 그렇다면 내가 죽을 때쯤 '나의 가장 나종 지닌 것'은 무엇일까. 인생의 덧없음보다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해 보는, 비 오는 제주의 깜깜한 저녁이다.
p154
나의 목적은 뭘까, 친구들은 입 모아 만장일치로 말했다. "계속 마시기 위해서!"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스무 살 때부터 마셔 온 인생, 인생에서 이걸 지워버리고 산다면 그런 삶은 내게 건강한 삶이 아니다. 기억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같이 마신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게 내 삶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며 만든 유대가 내 삶이다. 맞다. 계속 마시기 위해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다.
p176
 누가 영화 같은 인생을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삶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간다. 간혹 총이 등장할 순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 총에서 탄환이 발사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곽재식의 책 외에도 내 인생엔 "발사되지 않은 총"들이 너무나 많다. 무릇 인간의 삶이란 무의미로 점철되어 있으며,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산문처럼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히치콕은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혁명가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혁명가가 고민하거나 싸우는 장면은 나와도 똥 누는 장면이나 무단 횡단하는 장면은 안 나온다. 그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혁명가든 시골 무지렁이든 누구에게나 발사되지 않은 총은 무수하게 많다'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약간 심란한 월요일 밤을 마가하려 하는 것이다. ...
p178
통화했을 때 미스터 최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라고 하셨을 때 저는 눈물이 나도록 부러웠습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할 만큼 행복하시니까요. 아주 행복한 사람은 바보이고 불행한 사람은 성격이 나빠요. 어느 쪽도 아닌 것을 신께 감사하세요.
p190
왜 어깨가 아플가
다른 데 
아프지 말라고 아픈 거다

머리 아플 일 쌔고
가슴 아플 일 쌨으니
여기 있는 동안은 
안 아프라고

어깨가 내 어깨를 
두드려준 것이다
서울 올라가면
정형외과 가면
어깨가 나으면
어깨만 괜찮아지고
인생에 다른 
깡패가 나타나는 걸까
어깨야, 나 어떻게 할까
p197
 나이 든 남자에게는 '동굴'이 필요하다고 한다(물론 여자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에겐 누구나 고독해질 권리가 있는 것이다....나는 제주도지만 그게 설악산이면 어떻고 하와이면 어때. 중요한 건 가족이나 일에서 멀리 떨어지고 보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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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3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꾸 잊게 되는데, 안 좋은 일만큼은 절대 잊히지 않는다.
p353
 15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는 터무니없이 크다. 그 사이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행복이나 불행이 찾아왔을 수도 있다. 조용히 살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15년 전의 과거가 집 안에 흙발로 들이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받은 사람은 시공간의 틈새가 억지로 벌어져 불행했을 수도 있는 과거로 되돌려진다. 봉인되어 있던 기억의 상자가 찢기고 지난날의 끈적한 고름이 배어난다. 행복한 과거면 괜찮지만 행복한 현재의 생활에 불행한 과거가 쏟아져 들어오면 당연히 불행해진다.
......
행복하게 생활하던 사람은 불행해지고, 불행하게 생활하던 사람은 한층 더 불행해진다. 일상의 소소한 일을 적은 편지가 15년 동안에 몬스터처럼 변모하여 평온한 인정사정없이 파괴한다. 당사자로서 나는 그 점을 절실하게 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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