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1
...신학자 폴 틸리히는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고통을 표현한 것이고, 고독이란 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라고 했다. 아직 나는 외로움보다는 고독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p19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않던가. 일단 마음먹는 것부터 시작하면 그다음은 의외로 쉬워진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p55
나는 아내에게
무조건 항복이다.
저항을 포기한다.
저항과 의심에
무슨 행복이 있나.
나는 진즉에 항복으로 전향했다.
그게 제일 유리하니까.
항복만이 행복이다.
p107
...아름다움은 외로움을 이긴다.
p142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며 살아봐"라고 말해주었다.
 그땐 어린 후배에게 왜 저런 가혹한 말을 하나 싶었는데 후에 다시 생각해 보니 이거야말로 막돼먹었지만 아주 진실되고 멋진 충고인 거라. 뭐든 안 되는 게 당연한거고, 그러다 뭐라도 하나 되면 정말 기뻐해야 하는 게 인생인데. 그렇다면 내가 죽을 때쯤 '나의 가장 나종 지닌 것'은 무엇일까. 인생의 덧없음보다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이라면 좋겠는데, 하고 생각해 보는, 비 오는 제주의 깜깜한 저녁이다.
p154
나의 목적은 뭘까, 친구들은 입 모아 만장일치로 말했다. "계속 마시기 위해서!"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스무 살 때부터 마셔 온 인생, 인생에서 이걸 지워버리고 산다면 그런 삶은 내게 건강한 삶이 아니다. 기억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같이 마신 사람들이 기억해 주는 게 내 삶이다. 내가 그들을 기억하며 만든 유대가 내 삶이다. 맞다. 계속 마시기 위해선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온다는 사실도 다시금 깨달았다.
p176
 누가 영화 같은 인생을 꿈꾼다. 그러나 대부분의 삶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간다. 간혹 총이 등장할 순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 총에서 탄환이 발사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곽재식의 책 외에도 내 인생엔 "발사되지 않은 총"들이 너무나 많다. 무릇 인간의 삶이란 무의미로 점철되어 있으며,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산문처럼 지리멸렬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히치콕은 "드라마는 지루한 부분을 잘라낸 인생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혁명가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혁명가가 고민하거나 싸우는 장면은 나와도 똥 누는 장면이나 무단 횡단하는 장면은 안 나온다. 그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혁명가든 시골 무지렁이든 누구에게나 발사되지 않은 총은 무수하게 많다'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으로 약간 심란한 월요일 밤을 마가하려 하는 것이다. ...
p178
통화했을 때 미스터 최가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라고 하셨을 때 저는 눈물이 나도록 부러웠습니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할 만큼 행복하시니까요. 아주 행복한 사람은 바보이고 불행한 사람은 성격이 나빠요. 어느 쪽도 아닌 것을 신께 감사하세요.
p190
왜 어깨가 아플가
다른 데 
아프지 말라고 아픈 거다

머리 아플 일 쌔고
가슴 아플 일 쌨으니
여기 있는 동안은 
안 아프라고

어깨가 내 어깨를 
두드려준 것이다
서울 올라가면
정형외과 가면
어깨가 나으면
어깨만 괜찮아지고
인생에 다른 
깡패가 나타나는 걸까
어깨야, 나 어떻게 할까
p197
 나이 든 남자에게는 '동굴'이 필요하다고 한다(물론 여자에게도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에겐 누구나 고독해질 권리가 있는 것이다....나는 제주도지만 그게 설악산이면 어떻고 하와이면 어때. 중요한 건 가족이나 일에서 멀리 떨어지고 보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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