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3 

 그래서 소설 <패스트>로 유명한 작가 알베르 카뮈는 그의 책<시지프 신화>에서 가장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 자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는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p34

...타인의 죽음이 슬픈 이유는 죽음이 관계의 단절을 뜻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 속에 산다. 어쩌면 관계가 이 세상의 핵심인지도 모른다. 상대성이론에서 시간과 공간도 관계성 안에 존재한다. 양자물리학에서 양자 얽힘도 관계성 안에 존재한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을 보면, 생명과 물체 사이에도 관계성이 있는 것 같다. 전자는 내가 보면 입자의 모습을 보이고, 내가 보지 않으면 파동의 모습을 보인다. 관계가 이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핵심 이론인지도 모르겠다. 

p48

...시간의 제한 안에 있는 나를 인식하고 내 유한함을 아는 것이 인간다움의 주요한 특성이다. 그리고인간이기에 보이는 많은 성질이 이런 유한함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이차적으로 드러난다.

p50

...인류학자 김현경이 쓴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보이지 않는 공동체 안에서 성원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사람은 인간과 다른 말로, 사람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이 필요한 것이라고 했다. 인간은 생물학적인 개념의 정의이고, 사람은 사회적 개념의 정의다. 신생아는 인간이다. 신생아가 생무학적으로 인간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람은 아닐 수 있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태어남과 동시에 신생아는 사람으로 인정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p64

 우선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인식한다는 것은 그것을 깨달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삶은 주관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객관식 시험처럼 1등부터 마지막까지 한 줄로 세울 수 없는 것이 삶이다 삶의 의미 역시 모두에게 각자 다르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나는 무엇을 할 때 즐거운지, 나는 무엇에 열정적인지, 나는 무엇에 감사하는지 등의 질문을 통해 내 삶의 의미를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면 새볔녘에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걷히고 이후에는 맑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주위가 두렷해지듯 나에 대한 질문 이후에 내 삶의 의미가 뚜렷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흐릿하더라도 삶을 통해 살아가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삶도 자연스럽게 점점 더 뚜렷해진다.

 이런 과정에서 대로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내가 한 선택이기에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내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삶이란 생명이라는 그릇에 많은 경험으 ㄹ채워 넣어 나만의 특색 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며, 살아 있을 때 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 그릇 안에 무엇을 넣을지는 내가 정할 수 있고, 법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를 자기결정권이라고 할 수 있겠다.

p82

...타조가 머리를 모래에 박고 있는 것은 자신의 머리를 식히고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서이거나 모래 안에 낳은 알을 굴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p110

 한편으로 어린 물고기처럼 바다 안에 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것도 어리석고, 바다에 갇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리석다. 바다 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물고기를 보면서 바다 안에 갇혀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자기 앞의 생을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바다 안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내 주위에 있는 물을 마음껏 헤엄치며 사는 것 말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먼 훗날 있을 죽음은 내 삶의 끝이 아니라 내 삶에 이어진 마지막 완성이 될 것이다.

 삶의 반대는 죽음일까?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죽음은 삶과 이어지는 한순간이다. 특별히 죽음은 내 삶에서 마지막 결론의 순가이다.....굳이 죽음의 반대를 찾자면 태어남이 아닐가. 삶이 어렵고 힘들면 삶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삶이 어렵고 힘들다고 해도 죽음이 그 해결 방법이 될 수는 없다. 그런 사오항에서 죽음은 도피일 뿐이다. 삶의 반대는 죽음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탄생을 선택하지 않았다. 우리는 다만 낳아진 존재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다만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감사할 일이다. 만약 나쁜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더 나쁜 상황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할 일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으로 고민하고 좌절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나의 존재의 의의는 지금 이 순간에 있다. 그리고 모든 순간이 존재의 의의다.

 해방 노예 출신이자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스토아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 에픽테톳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 두 가지가 있다. 판단, 의욕, 욕망, 형오처럼 무릇 우리(마음)의 움직임에 의한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에 속하지만, 육체나 재산, 타인으로부터의 평판, 지위 등 우리의 움직임에 의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은 원래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으며,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은 취약하고 예속적이며 방해받고, 자신의 것이 아니다."

p112

 지위나 명예, 재산 등은 흔히 우리가 욕망을 품는 대상인데, 이거슬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즉 '우리에게 달려 잇지 않은 것' 들이다. 이런 것은 진정한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들 수 잇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것은 내 노력과 상관없이 내 것이 되기도 하고, 다른 누군가의 의지나 노력으로 내 것이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

 건강과 생명도 그렇다. 어던 사람은 건강을 위해 날마다 좋은 것을 먹고 구준히 운동하는데도 어느 날 암이 발생한다....나는 잘못이 없는데 상대방 운전자의 잘못으로 내 생명이 사라지기도 한다. 흔히 온전한 내 것으로 생각하는 내 건강이나 생명도 온전히 내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런 것을 삶의 목적으로 하거나 행복의 가치로 둔다면 언제나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타인의 평판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SNS가 발달한 시대에 타인의 평판은 연예인이 아니어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평판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온전히 남에게 속한 것이고, 남의 생각을 내가 조절할 수 없다.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내 생각뿐이다.  

p116

...그렇다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식의 정신 승리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질병이나 신체적인 장애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을 수 밖에 없고, 질병이나 신체장애로 인해 어느 정도는 의지가 약해지며 삶의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성 대문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와 같은 합리적인 판단까지 흐려지는 것은 옳지 못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신경쓰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모리 교수가 필요하면 한바탕 시원하게 울기도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내 인생에서 여전히 좋은 것들에만 정신을 집중한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바탕 시원하게 울어도 좋다. 그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계속 울고만 있지 않기를 바란다.

p123

 의사에게는 환자의 건강 상태 등과 당시의 의료 수준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권이 인정된다. 그렇지만 환자의 몸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술과 같은 의료행위가 시행될 대 환자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해 의사는 환자에게 진단명, 수술과 같은 의료행위의 필요성이나 내용,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후유증 및 이후 요양 방법 등을 설명해준 후 환자가 자신에게 행해질 의료행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164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살아 있는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이것은 지식이 아니라 믿음의 문제일 수 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과학적 지식도 어쩌면 우리의 제한적인 경험에 기초해서 이해해 안다고 믿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유한이 무한을 담을 수는 없다. 물고기는 바다 안에서 자유롭세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바다 안에 갇혀 잇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가 과학 또는 지식이라고 알고 있는 것들도 우리 이성의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이해되고 납득되는 것일 뿐이다. 죽음에 대해 우리가 온전히 알 수 없다. 다만 법의학을 통해 우리가 죽은 후 우리 육체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있다.

p184

 ...폴 발레리의 시<해변의 묘지>의 시구처럼 하루하루의 삶 중에서 의지를 놓지 말아야 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p208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치료 종결이 선언되고 가망없는 퇴원이라는 형식을 통해 퇴원함으로써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던 과거의 관례는 점점 더 어려워졌고, 환자는 중환자실에서 마지막까지 치료가 이어지다가 홀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적 문제 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었고, 과거에 치료 종결이 선언되었을 법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중환자실 침상이 사용되면서 정작 중환자실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중환자실 치료를 받기 어려워졌다. 환자 자신 역시 자기 죽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는 상실되었다.

p233

 삶에서 끝이 있음을 인정하고 하루하루를 사는 것,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고 존엄한 인간으로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삶을 개척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삶이며, 아무리 어렵고 힘든 중에도 이런 삶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당신의 뇌를 공감합니다 - 타인의 뇌를 경험하는 역할놀이 사고법
고보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연극 연출가가 쓴 책.

강연극: 강의와 연극 결합한 하이브리드 교육.

요즘은 진짜 분야를 만드는구나...

공감은 뇌가 펼치는 연극이란다. 

우리는 실제로 본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연극을 믿는다는데서 출발해 타인에게 공감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법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가면서 얘기하는 책이다.

예시가 직장인이라 직장인들이 읽어보고 도움이 될 듯.

물론 공감은 직장생활에만 필요한 게 아니긴 하다. 나 자신에게도 공감해야하고 모든 관계에서 필요하지.

그리고 타인에게 너무 공감하느라 스스로 피곤해지면 안되는 것.

우선 나부터 공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구분하고. 

  

- 프롤로그

 타인의 뇌를 경험하라.

(이 책의 '연극'은 TV드라마, 영화 등 우리가 접하는 다양한 역할극과 연극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용어란다)

연극적 경험과 역할 상상해 보는 것이 뇌의 공감 시스템, 두뇌 신경망 시스템 작동시키는 것이란다.

직장인대상 강의에 이걸 고민하다 '강연극' 개발 연출하게 되었다는 지은이.

관객처럼, 타인의 시선으로 내가 가진 상황을 보고 해석하게 만들기.

공감표현을 많이 하는 것과 진정으로 공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감리더십. 생각해보기.

자신과 타인의 감정과 관점을 상황에 맞게 조율하며 서로가 원하는 목적지로 안전하게 이끄는 것.

연극적 경험과 의식적으로 상상을 해보는 과정이 공감리더십에 도움된다.

이 책은 연극 활용한 공감 교육 개발하고 강의해 온 필자의 철학이 담긴 두뇌공감 시스템 작동시키는 설명서다.

브레인 롤플레잉이라는 장치 사용

-> 공감할 때 뇌가 펼치는 연극이라는 의미의 브레인 롤프레잉 사용.

chapter1. 역할극을 통한 타인의 뇌 경험하기

공감은 뇌가 펼치는 연극이다.

- '라면'된다.

우리 뇌엔 타인의 뇌 자동 복사하는 신경망시스템 있다.

- 먹는 라면= 겨울 시스템.

휴대폰, SNS때문에 공감 노동자, 자동 공감시스템

- 만약 라면= 심리화 시스템

내 의지와 선택으로 어느 정도 조절 가능

- 역할 놀이 사고

만약~ 라면

- 그 역할이 되어 경험해 봐

공감은 상대방의 마음상태 바꾸는 게 더 중요.

누가 어떤 타이밍에 어떤 마음 상태로, 무엇을 했는가 하는 방식의 문제

강연극은 교육생들이 나 아닌 타인이 되어보는 경험 하도록 역할과 상황 바꿔주는 '연출'

- 타인 역할 주사위 단면

동일인물이라도 어떤 정보를 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반응과 태도가 달라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공감에 영향 크게 미친다.

타인을 관람하기는 쉽지만, 자신을 관람하는 것은 쉽지 않다.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타인을 바라보는 에너지보다 내가 못본 새로운 면을 찾아보려는 호기심 갖는 게 더 쉽다.

공감은 공감 표현과 맞장구 의미하는게 아니고 타인의 뇌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타인에는 나도 포함된다.

- 공감은 연극적 능력이니까

우리 뇌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유사한 자기 경험과 기대치를 대본 삼아 시뮬레이션 한 후 현실로 믿는다는 연구 있다.

내가 제대로 봤다고 믿는 것이 얼마든지 예측 오류로 왜곡된 것일 수 있다

- 경험대본

내 경험과 기대치를 바탕으로 뇌가 만든 가상의 역할과 이야기

- 브레인 롤플레잉

공감할 때 뇌가 펼치는 연극 공감은 경험보다 상상에 더 가까운 행위로 이해하면 된다.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과정 자체로 이해하려는 시도. 타인과의 소통 위해 내 뇌에서 어떤 연극 펼쳐지는지 먼저 의식하는 것이 우선이다.

언어. '만약 라면'의 역할 놀이 사고의 질문은 새로운 경험대본 창조하는 각색 도구 될 수 있다.

- 의식적으로 브레인 롤플레잉을 펼쳐보자.

읽는 행위가 관람 행위가 된다.

- <관람력: 브레인 롤플레잉을 관람하라>

- 과연 이 업무는 누가 해야 할까?

- 작은 '역할 바꾸기'만으로도 

'구경꾼에서 판정단으로...'

- 만약 타인의 뇌를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면?

- 상황을 주인공 시점으로 보는 '관점'

- 상황을 역지사지의 시점으로 보게하는 '2관점'

- 상황을 관객의 시점으로 보게 하는 '3관점'

- 가시화하면 관점을 바꿀 수 있다.

- 가시화 작업: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이게 하는 것

- 관점 가시화 해석하기

공감 확장은 '어떤 선택을 했느냐' 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느냐'를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공감은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맞춰가는 유연함이 중요하다.

- 관점에 정답은 없지만

특정 상황에 대한 내 관점 확인해보기가 관점 가시화 작업

- 내 문제의 관객이 되어 보는 관람력

공감을 잘한다는 것은 내가 여러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 필요한 혹은 부족한 관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며, 문제 상황을 다른 시각으로 좀 더 지혜롭게 보는 관점을 취하는 것, 즉 내가 의식적으로 관점을 선택하는 것이다.

- 내 문제의 관객이 된 이후

관람력: 내 문제의 관객이 되어보는 상상능력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고 이해하려고 애쓰다 보면 오히려 에너지가 고갈되는 경우도 있다. 공감의 남용.

진정한 공감은 내 선택으로 타인의 관점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것.

표현력, 연출력보다 관람력에 더 많은 노력 기울여야 공감의 질 좋아진다.

타인의 관점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 속에서 진정성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 1,2,3 관점: '편파. 반전, 중립'연극의 관객되기

내가 겪고 있는 갈등 상황의 당사자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상황 바라보는 경험 필요하다.

공감은 1,2,3의 관점을 번갈아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상을 통해 내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을 때 일어난다.

선입견 내려놓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바라볼 때 공감이 된다. 3관점일때 갖게 되는 공감 능력.

표면적인 상황 뒤에 숨어 있는 맥락, 상대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예측해보는 상상할 때 일어나는 2관점일 때의 공감

- 3관점: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관람력.

바쁜 일상 속에선 의식적으로 3관점 경험하고 연습해야 한다.

글쓰기와 같은 노력의 과정이 필요하다.

실제 상황에서는 잠깐 그 상황에서 벗어나 보거나 나중에 그 상황 떠올리며 의식적으로 관객되는 상상해야 한다.

- '중립 연극'의 관객이 되어 보는 상상

때론 '강건너 불구경'의 마음이 필요하다. 지나친 상황 몰입, 감저이입, 편파적 관점에서 벗어나서.

- 2관점: 의식적으로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는 관람력

' 반전 연극'의 관객이 되어보는 상상. 상황에 대한 편파적 시각 말고 궁금증과 호기심의 시작.

역지사지 시점은 의식적 노력 과정이고 훈련으로 길러야 하는 '능력치'

타고날 수도 있지만 훈련과 학습으로 개발해 얻을 수 있는 힘.

- 1관점: 내가 선택한 것을 믿으려고 노력하는 관람력

편파연극 관람. 자기자신에 공감. 편협한 관점이 아닌 '미시적 관점'으로 보기

내가 그때 왜 그런 선택을 했고, 왜 그런 감정일 수밖에 없었는지, 오롯이 내 편으로 나를 챙기고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편파 연극'의 관객이 되어 보는 상상.

공감은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지만, 타인을 이해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자기 공감이 부족하면 타인 공감도 어려워진다.

내가 펼치는 편파 연극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때 내 감정 이해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향상된다.

'나는 내 편일 수밖에 없어'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본질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여유 생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공감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해주는 공감도 나의 에너지 회복시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의학자는 삶의 끝에서 삶을 생각한다.

<법의학자와 읽는 호메로스 이야기>라는 교양수업으로 법의학 소개하고 있는 저자.

10권의 읽을 책 목록이 추가되겠다. 읽은 책도 읽지 않은 책도 있지만 읽어봐야겠다.  

법의학자가 보는 죽음...을 엿보고...결국 좋은 삶이란 어떤걸까 생각해봄.

- 프롤로그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

<법의학자와 읽는 호메로스 이야기> 수업 학생들이 삶과 죽음에 관한 글 작성하는 과제로 제출한 글에 답하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책.

법의학과 상관없는 다른 여러 책에서 다루는 삶과 죽음과 법의학적 지식을 엿볼 수 있는 책이겠구나.

1장. 죽음을 읽는 시선.<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나는 지금도 죽음이 불편하다.

법의학을 왜 택했는지 가물가물 하단다. 

합리성보다 어쩌다보니 사람은 감정적인 존재.20년 법의학자에게도 죽음은...

- 결코 사소한 일상은 없다.

시한부인데 병원에서 여생 보내지 않고 일상을 살다간 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오히려 죽음을 마주하면서, 매일매일 살아있다고 실감하며 살게 되어 좋았어."

오늘 주어진 24시간이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니고 내가 무심코 가지고 있는 것이 그냥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하루가 더 감사하지 않을까란다.

그렇지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정기적으로 유서 작성해서 하고 싶은 말 남기기.

연말에 감사한 일, 내년에 하고 싶은 일들 정리해서 유서형태로 고치고 추가하기? 매일 일기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지 말자.

내게 있는 것들에 감사한 마음을 갖자. 모든 것이 기적이다.

- 죽음이 우리에게 오는 순간

죽는다는 것의 시점은? 심폐기능 정지, 뇌사, 기억에서 사라질 때? 관계성?

보면 입자이고 보지 않으면 파동이 되는 전자와 같은 관계성

- 췌장의 병이 사인일까.

사인: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질병, 병적 상태 또는 손상

사인의 개입, 사인의 연립, 사인의 합동, 법의학 용어들.

2장. 존엄한 날들을 위한 시간. <죽음이란 무엇인가>

- 육체를 잃은 정신, 정신이 빠진 육체.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언젠가 끝나기 때문이다"- 카프카

내가 기억하는 것이 내 정체성을 만들고 그것이 곧 내가 된다. 

치매, BCI(뇌- 컴퓨터- 인터페이스) 생각해보기

- 인간과 사람 그리고 톨레레 리베품

사람은 인간과 다른 말로 일종의 자격, 타인의 인정이 필요한 것. 인간은 생물학적 개념의 정의 사람은 사회적 개념의 정의.

고대 로마의 콜레레 레베룸, 유대인의 할례의식, 우리나라 백일잔치 돌잔치.

'자유로운 이를 들어올림'. 사회가 받아들여야 인간은 사람이 된다.

- 타인과 나의 죽음

슬픔, 무정, 미지.

박탈이론: 삶에서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죽으면 가질 수 없으므로나의 죽음은 내게 부정적일 수 있다.

음...젊어서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자살한 경우...

너무 맘이 아프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 수 없지만...견딘다는게 뭐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근데 줄곧 나쁘기만 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 삶의 존엄과 가치

삶은 소중하고 죽음은 필연적이다.

끝이 있는 삶을 살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객관식이 아니고 주관식이라는 사실 깨달아야 한다.

- 인간은 존엄한가

프랑스혁명, 사상과 문화 등 시대의 흐름과 국민 개개인의 변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칸트의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의 인간, 존엄한 존재로 태어난 인간. 인격체로서의 인간, 도덕적이고 동시에 실천적인 이성의 주체로서 행위를 할 때 존엄한 대우 받을 수 있다.

인격체는 문제를 해결하며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공동체로서의 윤리적 실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 이성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가 인격체이고 인격체는 존엄성을 갖는다.

외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옳다고 인정하고 도덕 법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은 선악을 구별해 실천하는 자유를 가진 존재로서 존엄성 갖는다.

합당하게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가능하겠지?

-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

뇌사는 뇌간 반사가 소실되어 있는 것. 식물인간 상태는 뇌간 부위가 살아있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뇌사상태는 육체는 있으나 정신없는? 뇌가 죽은 상태. 정신은 뇌의 작용?

3장. 좋은 죽음인가 무엇인가.< 삶이 묻고 죽음이 답하다>

- 도대체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모든 삶에는 죽음이 있다. 삶을 잘 사는 것만큼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죽음 교육이 필요하다. 내가 바라는 좋은 죽음을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죽음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 부정적인 것이 아닌데, 동반되는 여러 모습이 부정적이어서 죽음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긴다.(정신과 육체의 쇠퇴같은)

- 타인에 의한 나의 죽음, 나에 의한 나의 죽음

둘다 자연스럽지 않지

- 죽음을 잘 준비하기 그리고 memento mori

죽음을 준비, 유서, 장례식, 시신 장기기증, 연명의료 여부

- 청장년급사증후군에 대하여

10대~40대 청장년층 돌연사에서 갑자기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조건 이야기로...헌법에 보호되는 인간은 왜 국민에 한정되나 맞는 말이지만 글로 보면...

4장. 그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 내가 할 수 없는 것<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공포감, 무력감, 근위축성축색경화증, 루게릭병.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 묻혀 비관하기보다 자신에게 남겨진 것,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파할 수 없는 죽음 앞에 무력할 수 밖에 없지만 삶과 죽음을 이분법으로 바라보지 말고 일련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죽음을 앞둔 삶에서 지금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 내가 할 수 있는 것

생각은 멀리, 지금은 가까이 있는 삶을 사는 것이 옳지 않을까.

모든 순간이 존재의 의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으로 고민하고 좌절하는 것은 옳지 않다.

비교하는 인간.

육체의 질병이 제약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육체 뿐 내 마음의 자유는 제약할 수 없다.

계속 되풀이 나온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신경쓰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바탕 시원하게 울어도 좋다.

그것이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계속 울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 Mortui vivos docent

죽은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가르친다. 해부.

- 설명의 의무

의사와 환자의 관계, 상호 간에 권리와 의무를 갖는 관계.

법적으로 의료계약 맺은 관계. 헌법 제 10조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환자의 자기 결정권 보장하기 위한 의사의 설명 의무. 신뢰관계 필요.

아마, 임상에 잇는 의사가 아니니까 가장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듯.

서로가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좋겠지만, 현실은 쌍방이 모두 이렇게 이상적이지 않아서....

5장. 부검에 대하여<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

- 내가 나에게 만족하는 삶

삶은 객관식이 아니고 주관식.

- 여우와 신포도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답이 된다.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 부검은 꼭 해야 할까?

사인을 밝히는 것은 사망을 조사하는 과정 중 한 부분일 뿐.

부검은 죽은 ㅅ나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을 위해 하는 것.

다시 그런 억울한 죽음, 안타까운 죽음, 동일한 질병으로 받는 고통 줄이기 위해.

6장. 그날을 이야기하기 좋을 때<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지금 그래야 하루하루가 소중하지.

- 나의 장례식

내 뒷모습

- heart와 kerd

어원들 accord, disacord, record, credit

7장. 애도의 시간을 건너<죽음의 에티켓>

- 죽음에 대한 전형적인 슬픔

죽음에 대한 전형적인 슬픔은 없다. 각자 나름의 슬픔 나름의 때. 

누구에게나 죽음에 대한 이별을 공포가 될 수 있다.

- 죽음 그 이후

죽음 이후로 그 죽음과 관계된 다른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기도 한다. 

죽음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모든 죽음에 법의학적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 그림과 함께 시작하는 죽음 강의

물고기가 바다 안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도 할 수 있고, 바다 안에 갇혀 있다고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과학 도는 지식이라고 알고 잇는 것들도 우리 이성의 제한된 범위 안에서 이해되고 납득되는 것 뿐이다.

법의학에서 사망 후 시체의 변화. 초기 사후변화 시체얼룩인 시반, 시체경직 뜻하는 시강, 체온하강

후기 사후변화 부패. 피부색이 녹색되는 것은 부패의 대표현상 중 하나.

8장. 나는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제7일>

-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을 정리하고 완성하는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이중적인 의미 담고 있단다.

-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

해골이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 16-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유행했던 정물화 화풍 바니스타화의 대상(라틴어 바니타스, 공허, 공백)

마지막 역에 도착하기 전에 중간중간에 감사해야 한다.

- 죽음으로 완성되는 삶, 검시제도

검시제도는 우리 사회가 어떤 절차로 죽은 자들의 말을 들을지에 대한 제도다.

- 간단한 사인 간단하지 않은 죽음

우리 나라는 시체검안서를 여러군데? 서 받을 수 있구나.

9장.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변신>

-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가

관계 속에 존재하는 인간. 과거가 현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미래의 꿈을 가지고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이 시간 속에서 실존하는 것.

세상에 태어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지만 삶에서의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다.

- 보라매 병원 사건

가망이 없는 퇴원

- 김할머니의 마지막 시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연명의료결정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내가 존재하는 이유

성장. 발달

10장.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죽음의 수용소에서>

- 오늘 내가 살고 있다는 것

인간의 의지가 삶과 죽음에 미치는 영향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 그 행복한 삶을 사는 것

인간 개인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하이데가가 그랬대...

거창하지 않더라도 나와 모두의 삶이 행복감을 느끼는 하루하루가 되길...

사는 것은 힘든 일이니 힘들때 기도할 대상이 있다면 힘든 세상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죽음이 모든 것을 끝내는 것은 아니다.

지식보다는 감정의 기억이 오래 남고, 책으로 배운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경험.

- 에필로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9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스스로 일어서서 뒤돌아보지 않고 나아가는'...

p12

헤밍웨이가 엮어 내는 문장의 법칙은 세상을 보는 특별한 방법을 담고 있고, 동시에 그렇게 세상을 보는 방법의 지배를 받는다. 그는 세상을 보기는 하지만 참여하지는 않고 그 세상 속을 통과하기는 하지만 몸담지는 않으면서, 그 시대와 소재에 특별히 맞게 적응된 일종의 낭만적 개인주의를 구사한다.

 세상을 보기는 하지만 참여하지는 않고, 그 세상 속을 통과하기는 하지만 모담지는 않는- 디디온 논픽션의 이런 특징을 나는 매우 인상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구시대적으로 느껴지는 훼밍웨이의 '낭만적 개인주의'와 디디온의 논픽션을 확연히 구분짓는 것은, 후자의 글에 물리적 원리, 혹은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

p18

...그녀가 성장한 미국의 새크라멘토 지역은 공화당 성향의 개신교 중산층 문화가 지배적이어서 사회적 관행이 확고하고 변화를 괴하기가 어렵다. 그 문화에서는 누구도 남의 눈에 띄게 과시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보다 말을 더 단순하게 한다. 전후 번영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번영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p29

 작가로 사는 내내 조앤 디디온은 이 편지를 간직했다. 자신이 누구인지뿐만 아니라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항상 원하는 대로 풀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기대가 무너지면서 고정된 세계관, 자신이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생각했던 고정된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사실, 그리고 스탠퍼드, 예일, 하버드에 들어가는 것처럼 타인이 쓴 대본을 따르는 것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부모가 쓴 대본, 가족이 쓴 대본. 우리는 디디온이 버클리에 들어가면서부터는 누구의 대본도 따르지 않게 되었을 것으로 거의 확신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튀지 않고 살아가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한 대사를 외우는 것까지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다....

p46

...기성 매체의 훌륭한 신문들은 입에 올리지 않지만, 그 배후에 매우 강한 태도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런 시각을 절대 언급하지도, 인정하지도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습지 식물이 썩을 때 내뿜는 부식 가스 같은 것이 독자와 신문지를 자욱하게 감싸곤 한다.

p69

...그들의 말투에는 모든 것을 민주화하고 평준화하려는 현상과 늘 공존하는 '부자에 대한 우상 숭배'가 깃들었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면, 더는 상상력을 동원할 수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p79

...그러나 그때 내가 받은 불합격 통지는 요즘 아이들이 받는 불합격 통지와는 달랐고, 내가 느낀 모욕감은 내 개인 감정이었다. 스탠퍼드가 됐건 다른 어디가 됐건 대학교에 합격하고 말고에 부모님의 기대가 걸려있지는 않았다. 물론 부모님은 내가 행복하기를 원했고, 물론 그 행복이 뭔가를 어떻게 성취하는지는 내가 알아서 할 나만의 문제였따. 부모님이 생각하는 본인들의 가치와 나 자신의 가치는 내가 어느 대학에 가는지, 심지어 대학에 가는지 아닌지와 전혀 상관 없었다. 우리의 사회 상황은 상당히 정적이었기 때문에 신분 상승을 꿈꾸는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맞는'대학에 진학하는 문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다. 내가 스탠퍼드에 합격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 다음 내게 뭘 마시고 싶은지 물었었다.

 부모들이 자녀의 '기회'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던 아버지의 행위를 다시 떠올리며 감사해하곤 한다. 부모들이 자녀의 기회를 자신의 기회와 뭉뚱그려 하나로 생각하면서 자녀에게 자신뿐 아니라 부모의 영광을 위해서 성취해 낼 것을 요구하는 느낌을 줄 때면, 나는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해진다. 물론 요새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물론 '모두가 원하는'대학의 정원보다 훨씬 많은 아이가 지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원하는'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전적으로 아이를 위한 것인 척하는 것은 자신을 기만하는 일이다.....이제는 대학에 합격하기까지 과정 전체가 추악해져 버렷다. 시간과 에너지와 본인의 진정한 관심을 암처럼 집어삼키고 우회시켜 버릴 뿐 아니라, 아이 본인이 그 과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완전히 변화시킨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악영향 중의 하나다. ....

p82

 사실 어린 나이에 거둔 성공이나 실패는 그 어느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할 일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그 나이대의 성공이나 실패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우리의 기대와 그들의 기대를 분리하는 방법을 찾아내며, 실패의 경험과 뾰로통한 십대의 반항기와 마주칠지도 모를 프로골퍼들과의 관계등을 누구의 훈수도 없이 혼자 헤쳐 나가도록 내버려 둘 방법을 찾는 것 말이다. 열입곱 살에 자신의 배역을 찾는 것만도 어려운 일인데 다른 사람의 대본을 쥐여주는 혼란까지 초래하지는 말자.

p92

..."달라졌다면...그건 친구가 인죠. 친구는...언제나 그저 친구예요."

p111

 많은 면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아이(I),즉 나'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행위, 다시 말해서 '내 말 좀 들어봐요. 내가 볼 때는 이러저러하니 당신 생각을 바꾸세요'하고 말하는 행위이지요. 공격적인, 심지어 적대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종속절, 형용사, 자신 없어 보이는 가정법 등의 베일 뒤에 숨고 생략과 말 돌리기 기법을 사용했다가, 주장보다는 넌지시 시사해 보기도 하고 선언보다는 암시하는 방법 등으로 위장할 수는 있지만, 종이에 단어를 쓰는 것은 독자의 가장 사적인 공간에 저자의 감각을 부여하도록 비밀스럽게 협박하고, 침입하고 강요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p118

...문법에 대해 제가 아는 것은 그것이 가진 무한한 힘뿐입니다. 문장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그 문장의 의미를 바꾸는 것입니다. 마치 카메라의 위치를 바꾸면 피사체의 의미가 바뀌는 것처럼 문법도 문장의 의미를 확실하고도 완강하게 변화시킵니다. 이제 카메라 각도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문장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단어들을 배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데, 자신이 원하는 배열은 머릿속에 있는 그 그림 속에서 찾을 수 있씁니다. 그 그림이 단어의 배열 방식을 정하는 것이지요. 그 그림은 이 문장이 절을 포함한 문장일지 아닐지, 강하게 끝나는 문장일지, 아니면 점점 톤이 낮아지다가 끝나는 문장일지, 길지 짧을지, 능동형일지 수동형일지를 결정합니다. 그 그림은 단어들을 어떻게 배열할지 알려주고, 그렇게 배열된 단어들은 머릿속에 든 그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우리에 알려주지요. 노타베네.

p157

...화가든 사진가든 작곡가든 안무가든 상관없이, 사실 작가도 포함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것이 일인 사람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혹은 어떻게 그 일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쓰는 기술적인 기교, 가령 사진가라면 조명이나 필터, 작가라면 목소리, 어투, 리듬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상당히 자유롭게 이야기하겠지만 막상 내용에 대해서는 입이 무거워진다. 자신의 작품을 분석하려는 시도, 다시 말해 자신이 다루는 주제를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는 파괴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미신이 힘을 얻고, 부서지기 쉬운 미완의 무엇인가가 산산조각 깨지고 사라져서 다시 무로 돌아가 버릴 것이라는 공포가 승리한다. 장콕토는 그런 활동은 모두 '심오한 나태,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환자처럼 비몽사몽 취한 상태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꿈 속에서 우리는 행동을 분석하지 않는다. 분석하는 순간 꿈은 사라지고 만다....

p160

...그런 그들의 모습은 유혹하고, 위장하고, 음모하고, 속이는 능력에 생존이 달린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였ㄷ. 노래해서 저녁 식사를 벌어봐, 어쩌면 아침도 먹을 수 있을지 몰라. 그 사진들의 무엇인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고운 소리로 우는 새는 굶지 않아. 이런 문구는 '현대적'사고가 아니며, 메이플소프의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들도 자신을 현대적 여성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그의 사진 중 일부에서는 낯익은 19세기식 지배- 종속 관계가 느껴진다. 끈과 가죽, 12센티미터 ㅡㅂ의 구두, 발등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불편한 신발이 암시하는 에로틱한 고통. 불행한 운명을 맞이하게 될 처녀들(아래로 내리깐 눈, 맞잡은 손).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암시, 대리석 같은 피부, 가면무도회의 가면처럼 보이는 얼굴, 초자연적인 느낌으로 빛을 발하는 얼굴, 천사를 연상시키는 후광과 썪어가는 육신.

p187

...헤밍웨이가 엮어 내는 문장의 법칙은 세상을 보는 특별한 방법을 담고 있고, 동시에 그렇게 세상을 보는 방법의 지배를 받는다. 그는 세상을 보기는 하지만 참여하지는 않고 그 세상 속을 통과하기는 하지만 몸담지는 않으면서, 그 시대와 소재에 특별히 맞게 적응된 일종의 ㄴ아만적 개인주의를 구사한다. 그의 문장에 설득된 독자는 병사들이 길을 따라 행군하는 것을 보지만, 꼭 그들과 함께 행군하지는 않는다. 소식을 전하지만 참여하지는 않는다....

p215

..첫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둘째,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른다.

p231

..."저는 욕구를 채우는 일을 했지요. 비단 제 욕구 뿐만 아니라 모든 주부의 욕구 말이에요. 집안을 돌보는 일을 격상시키고자 하는 욕구."..."집안일은 몸부림을 쳐야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우린 모두 그 일에서 벗어나고, 집 밖으로 나가길 원했죠. 높은 보수를 받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고용해 돈을 주면서 자신이 직접 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맡기고 싶어 했죠. 그런데 갑자기 깨달았어요. 집안일이라는 것이 정말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요."

p238

...마사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제어한다. 마사는 남자 대부분은 도달하지 못하고 그럴 능력도 없는 위치에 올랐다. 마사는 자기 잡지가 있다. 마사는 자기 쇼가 있다. 마사는 자기 회사가 있을 뿐 아니라, 자기 이름을 딴 회사를 가지고 있다.

 마사의 이야기는 전통적으로 여자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회사를 창립해 성공적으로 상장시킨 여성의 이야기다. 자수성가한 여성의 이야기, 사회적 고난을 극복한 이야기, 개인적 비극을 넘어선 이야기, 다시는 가난해지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이야기,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억척녀 이야기, 전문 기술이 없는 여성이 의지와 용기로 성공한 이야기, 남자들에게 보란 듯 성공한 이야기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남자들은 그녀의 이야기에서 위협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이 나라의 여성들은 격려와 용기를 얻는다. 마사 스튜어트가 자극하는 꿈과 두려움은 '여성적'이고 가정적인 것이 아니라 여성의 힘에 관한 것이다. 그녀가 그리는 여성은 남자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았다가 앞치마를 벗지도 않은 채 감자튀김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6

 ...과거의 자신을 올곧게 후회하고 이를 고쳐감으로써 미래의 나를 바꾸어가는 동력으로 삼는 힘인 것이다. 달리 말해 이상을 잊지 않고 현실을 사는 힘이요, 현실에 뿌리를 두고 이상을 품는 힘이다.

p12

 자, 나이 듦이란 무엇일까? 나이 든다는 것은 젊었을 때의 과오를 '정정'해가는 것이다. 서른 살, 마흔 살이 되면 스무 살 때와 생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며, 쉰 살, 예순 살이 되면 또 달라진다. 같은 '나'를 유지하면서 예전의 과오를 조금씩 정정해간다. 이것이 나이 듦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변해가는 것이고, 정정해가는 것을 뜻한다.

 일본에는 이 변화= 정정을 싫어하는 문화가 있다. 정치인은 사과하지 않는다. 관료도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번 세운 계획은 변경하지 않는다. 일본어로 '틀리다'와 '사과하다'는 모두 '아야마루'로 발음이 똑같은데, 이 둘은 원래 어원이 같다. 지금 일본인은 틀렸음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일본인이건 아니건 틀린건 틀렸다고 인정하고 사과하고 필요하다.

p25

 유럽의 강인함은 이 정정하는 힘의 강인함에 있다. 이는 매우 보수적이면서 동시에 개혁적인 힘이기도 하다. 규칙을 자주 변경해 꾸준히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러면서도 전통을 지킨다는 포즈도 취한다. 이것이 유럽의 능글맞음이자 현명함이고, 노련함이다. 

p28

4. 페티시즘은 일종의 물신 숭배로, 어떠한 물건에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이를 숭배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깃털이나 나뭇조각, 돌조각에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는 원시 종교의 공통된 현상 중 하나다.

p30 

 공기에 저항해야 한다. 규칙을 바꾸어야 한다.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런 주장(물)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곧바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새로운 공기의 문제로 인식되고 만다. 즉, "구칙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서 새로운 규칙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지고 만다. 

 그러면 이어서 이 새로운 문제제기를 아무 생각 없이 추종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아무리 찬물을 끼얹으려 해도 그것이 곧바로 새로운 공기가 되고 마는 구조가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권력 비판을 하는 사람이 도리어 공기(분위기)를 더 읽게 되는 구조가 있다.

p31

 달리 말하자면 이렇다. 공기가 지배하고 물조차도 바로 공기가 되는 일본에서는 좋든 싫든 '어느새 변하는'방식만이 통한다. 명시적으로 '바꾸자'고 해봤자 그 물이 새로운 공기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어느새'를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한 답이 이 책의 주제인 '정정하는 힘'인 것이다.

 즉, 공기가 지배하는 나라이기에 어느새 그 공기가 바뀌어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는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상황 인식은 자크 데리다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내놓은 '탈구축'이라는 사고방식과 닮았다.

 .......

 ...정면에서 기존의 규칙을 비판해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규칙을 정정하면서도 그 새로움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니라 이것이 원래 진짜 규칙이었다'라고 주장하여 현재 상황에 대처함과 동시에 과거와의 일관성도 유지하는 것, 이와 같은 양면 전략이 꼭 필요하다.

p35

...민주주의 기본은 논의다. 논의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의견을 바꿀 가능성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누구의 의견도 바뀌지 않는 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정할 수 잇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람의 의견은 바뀌기 마련이다. 우리의 의견도 바뀌고 당신들도 의견이 바뀐다"라는 인식을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 이는 교육과도 관련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의논하는 시간을 만들어 "어쩌면 당신 의견이 맞을지도"하고 깨달아 자기 의견을 바꾸거나 다른 사람이 의견을 바꾸는 것도 인정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는 '논파'를 목적으로 한 논쟁과 언뜻 닮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르다.

p41

 ...정정하는 힘은 "나는 이 길을 간다", "나는 이 규칙을 이렇게 해석한다"라고 결단하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고 비판을 받아들이는 힘이기도 하다.

p42

 모두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박수를 받고 환영받는다면 오히려 정정하는 힘이 기능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인간을 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지 못한 채로 '방치'하는 일종의 거리감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사회는 마치 초등학교 교실처럼 유치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p57

 ...정정하는 힘은 '기억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정정하려면 과거를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정의를 내세워 큰 소동을 일으킨 다음 잊어버리는 것은 '정정'과는 반대되는 행위다.

p60

 트위터 같은 SNS는 정보가 너무 적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가치전도가 일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동영상에서는 가치전도가 일어나곤 한다. 히로유키가 인기를 누리는 것도 그가 단순히 논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의 말투가 개성적이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인간은 그런 면에 마음이 동하는 법이다. 언어만을 추려내 "이 사람이 저 사람을 논파했어"하고 떠들어봣자 대화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

p62

 글자만으로 형성된 공간에서는 이를 실현할 수 없다. 적어도 극히 어렵다. 그래서 SNS는 본질적으로 대화하는 수단에서 동영상이 탄생한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일본의 경직된 언론 공간을 타파하는 데 동영상은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과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예외적인 것

 물론, 동영상이 널리 퍼지면 감정적인 동원에 휘말리기 쉽다는 부정적 측면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동물이다. 멋진 소리, 귀여운 몸짓 등과 같은 매력에 매우 약하다. 이를 부정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이 하는 소통의 근간에는 이와 같은 '생리적 호오 판단'이 있다. 논리, 증명 등은 그 위에 비로소 형성되는 요소에 불과하다.

 이런 판단은 비과학적이라고 느끼겠지만, 원래 인간의 활동 전체에서 과학적 소통이 갖는 비중은 매우 적다.

 과학자의 말은 수도승의 말과 같다. 인간의 말에서 정서적인 면을 모두 지우고 실증과 논리만으로 가치를 정하려 한다. 과학은 이런 약속에 동의햇을 때 비로소 성립한다. 애초에 '비인간적'인 것이다. 인간 전체가 과학자처럼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과학자도 연구와 업무 외의 영역에서는 일반적인 인간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정치다. 정치는 과학이 아니다. 매우 인간적인 소통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에서는 투표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동물로서의 인간에게 호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책의 옳고 그름 이전에 '생리적 호오'를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유권자는 미남미녀에 약하다. 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로 귀결되고 만다.

p64

 이런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인간은 별 것 아닌 정보에 약하다는 사실을 항상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이 외모에 약하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인간은 외모에 잘 속으니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좋겠다.

 인간은 약한 동물이다. 감정에 휩쓸려 판단을 그르친다. 증거를 여럿 제시해 이성적으로 토론하면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다. 인간은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동영상과 SNS의 시대에는 이 경향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포스트트루스(탈진실)와 음모론이 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따라서 정정하는 힘이 필요하다. 인간은 약하다. 오류를 범하는 존재다.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 오류를 정정하는 것뿐이다. "저 사람은 외모만 그럴듯했어. 속았어"하고 반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이때 제대로 정정하지 못하면 점점 포스트트루스의 늪에 빠지게 된다.

p68

 인터넷은 맥락을 지운다. 시간도 지운다. 모든 정보를 무미건조하게 제시하는 것은 인터넷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잉여 부분이 없으면 독해가 단순화될 수 밖에 없다. '이 사람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고, 지금 이 시대에 맞게 해석하면 이런 얘기가 아닐까'하는 재독해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사라지고 만다. 지금은 이런 폐해가 늘어난 시대다.

 정정하는 힘이란 '재독해하는 힘'이다. 메시지와 콘텐츠의 외부를 상상하는 힘이다. 그런 힘이 약해져 과거의 풍요로운 문화적 유산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p71

 정정하는 힘이란 과거와의 일관성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과거의 해석을 바꾸어 현실에 맞게 고쳐가는 힘을 말한다. 이는 지속하는 힘이고 듣는 힘이며, 나이 듦의 힘이고 기억하는 힘이자 재독해하는 힘이기도 하다.

p85

 정정하는 힘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가는 힘이다. 테러로 인해 상황이 바뀌었다면 사회도 바뀌어야 한다. 이는 테러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테러는 패배가 확정된 도박이다. 테러는 반드시 처벌된다. 그리고 테러로 사회가 바뀔지 여부는 결국 결과론에 좌우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