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캡슐 -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윤수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년 만에 보내지는 편지. 
받는 사람의 반응, 행동을 제 3자의 눈으로 보고 기록하는 기획. 
편지를 주고 받는 것이 주된 목적.
추리소설.
반전이 예측이 안된다. 이게 서술 트릭인가.
사건은 그 편지들이 15년 뒤에 도착하기를 바랬던 편지가 아니라는데서 시작한다.
짧은 이야기 여덟개.
왠지 결자해지 분위기다.
이야기마다 편자 후기가 있는데 지켜보는 사람이 더 무섭다.
15년이라는 세월의 무게.
끝까지 뭐지 뭐지 하면서 읽게 된다.
같은 맨션에 사는 사람들이 이리 저리 얽혀있다.
결국 뿌린대로 거두는 건가.
과하긴 하지만 역시 인간이란 참...다양하구나...

2008. 4.18에 배달되었어야 되는 편지들이 ...15년 뒤에 배달되어 생기는 일들이다.
- 재회
프로포즈 편지. 15년 뒤에 편지 받고 나갔더니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쓴이.
각각의 배우자가 찌르고 찔리고 된다...
- 유서
아들의 유서가 ...
- 인사편지
저주편지...인간이란...
-협박편지.
우편배달부를 도와준 사타케 겐스케...
그놈의 용서를 못한다는 ...마음이란...
이것도 반전이...
- 수상작 없음.
헐럴. 당선 알림 편지가 15년 뒤에 도착. 근데 당선인데 자비출판인가? 상금도 없고...
근데 역시 인간이란
- 기다리는 사람 오지 않는다.
할머니, 소녀...와...다행이다.
여기도 참 신기한 인간들이 등장한다.
- 마지막 편지
편자의 정체. 아르바이트로 우편물 배달을 했던...
- 고백.
누가 잘못한 걸까.
- 에필로그
그냥 잘못했을땐 바로 바로잡아야...
일본 소설 같다. 그냥 그랬는데...재미있어서 한 번에 후딱 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 - 꽉 조인 나사를 풀러 제주로 떠난 공처가 남편의 자발적 고독 살이 냥이문고 5
편성준.윤혜자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내가 선물한 제주도 한달 살기로 글쓰러 제주간 남편과 남은 아내의 일기 바탕으로 한 글 모음?
뭐 그 한의원 원장님처럼 물론 부럽다.
출판기획자 아내, 카피라이터 출신 남편. 
서로 대화가 많은 부부여서 가능한 일이였을까?
소소한 일상, 한달 살기건 여행이건 일상은 있으니, 그냥 사는 이야기, 읽은 책, 마주친 사람들, 홈그라운드가 아니라 겪는 불편.
- 공처가의 캘리.
읽다보면 사는 일이 이리 조용조용 소소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뭐 대단할 필요가 있는가.
그냥 고만고만한 중에 배시시, 피식 웃을 일이 가끔 있으면 될 일인데 뭔 욕심들이 그리도 가열찬지.
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살면서 생긴 인연들, 일상에서 늘 겪는 사소한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남의 일기장 살짝 구경하는 느낌. 역시 사는 거 별거 없고 그게 재미고 뭐 그런. '가벼운 무거움'?
혼자가 되면 지금까지는 몰랐던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고 선동질? 하는 책. 
자발적 고독이라... 내게는 선동질이 먹혔다.
쉽게 읽히고 따듯하다.
- 여행 싫어하는 남자가 혼자 여행을 하면: 공처가 남편없이 한달 살아보자
- 나도 파전을 먹고 싶었는데: 겨우 이틀째 버스에서 눈물을 훔치다.
남편 없는 이틀째 보고 싶어 눈물이? 어쩔...나는 편안할지도...쿨럭
- 할아버지와 시외버스: 남편 자리에 순자가 누웠다.
제주도 버스가 좀 그렇더라.
- A4용지와 한우 등심: 남편이 없어 좋은 점을 찾아보았다.
부부가 주거니 받거니 책읽는 거 좋으다. 부럽다.
- 외롭고 싶어서가 아니라 고독해지려고 온 것이다.
고독하되 외로워지지 말자.
- 커피 광고 카피를 닮은 고독: 조금 거리를 두고 느긋하게, 부부는 그래도 좋다.
- 행복하려면 항복하라.: 아이 맡기고 외출한 엄마처럼. 
이쁘네, 아내에게 항복. 쿨럭. 자주 씻는 남편, 덜 씻는 아내
- 평균 이하로 태어나도 평균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 이중 외박: 걱정도 out of sight, out of, out of mind.
- 한라산 마시며 소설 읽는 저녁: 아이템도 못쓰는 여자
- 유리는 깨지 않아 다행이에요.
- 압구정동에서 <대부2>를 혼자 보던 정성일: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수능일: 반가워 마시는 술
여러모로 좋다.
- 술마시다 생긴 인연
비내리는 일요일의 이별주
- 세븐 일레븐 성북점과 성북문화원: 다시 제주로 떠난 남편
- 아내는 서울에서 낮술, 남편은 제주에서 밤술. : 심란함에는 꽃이 최고
공처가의 캘리 찾아보고 싶어지더라. 나는 심심하고 착한 이 작가의 글도 좋다.
- 순자 목욕 사건: 잠 못 드는 밤. 순자는 외출을 하고
- 눈물이 많아졋다.: 우울함의 원인에 대한 고찰
- 숲 속의 영상편지: 내게도 좋은 시간
- 구하라의 명복을 빌며
- 우리는 모두 배우다: 좋아하는 11월
- 평일 대낮 바닷가에서 셀카 찍는 중년 남의 진심: 시끄럽고 추운 하루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24시간: 이 시간의 대가
-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아무때든 전화할 수 있는 사이
인생의 덧없음보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
- 제주도에서 칼럼 연재를 시작하다: 중이염이라니
- 아무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오래된, 그러나 따뜻한 성북동의 어느 병원
- 아무도 만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야기를 나눈 날.: 김장독립
돈에서 벗어나고 싶어 돈을 버는 아이러니
- 커피와 소설책만 있던 일요일: 남편이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 발사되지 않은 총
- 겨울 선생이 태어난 날, 아내는 불을 뿜고: 화날 땐 수다가 답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은 나 자신
- 아내 없이 혼자 보낸 두 번째 허니문: 하룻밤 아닌 한 밤
- 서른 한 번째 날
남편이랑 한 달 떨어져 있는 거 못할 일이라는 윤혜자님. 정말 사랑하나봐
<에필로그>
- 남자에겐 자발적 고독이 필요하다.
뭐 여자도 마찬가지. 인간에겐 모두들...일정량의? 자발적 고독이 필요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따님이 재밌대.
미리암의 팔지 참들을 가지고 하는 아서의 여행.
아서에겐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읽는 나에겐 인생, 삶에 대한 생각을 요구한다.
그 여행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말하는 아서, 그리고 자기가 만난 사람들도 무언가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어른 멋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아서.
재밌게 읽었다. 따뜻했고.
- 옷장 속의 깜짝 선물
예순 아홉, 홀아비?
미리엄 페퍼. 미리엄 켐프스터. 아내죽고 1년, 팔찌 참들 발견.
- 코끼리
인도의 메라의 아야였던 미리엄. 이제 참들을 추적하기로...
- 대탈출
버나뎃, 네이단과 그레이스톡에 간다.
- 출발
슬프다. 아서의 꿈. 아이들의 순간순간을 즐겨야지. 
- 루시와 거북
딸 루시, 이야기
- 비앤드비
영국 식사후 그레이스톡 영지엔 혼자 갈거래.
- 호랑이
그레이스톡을 만나려다 다치고, 호랑이에 긁힌 아서
- 사진
아내의 또 다른 남자? 드쇼펑을 찾으러 떠나게 되겠네
- 루시와 댄
루시는 아버지를 돌보며 살아야 할까봐 걱정하기 시작.
루시와 댄의 갈등. 아이들이 그런 걸 느끼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 이동통신 기술
네이단의 도움으로 드쇼펑의 런던 주소 알게됨
- 런던
바람둥이 남자와의 대화. 아서의 대답들이 맘에 든다.
- 책
드 쇼펑의 마세리라는 시. 세바스티안과의 대화
- 또 하나의 루시
호스텔에서 하루 묵으며 본 독일처녀들. 변한 세상, 아내와 미리엄의 결혼식.
늘 새로운 모험. 지갑도 소매치기 당하고 루시라는 개를 데리고 있는 마이크도 만나고
- 마이크의 아파트
거리에서 생계를 꾸리지만 책을 많이 읽는 마이크, 플루트를 부는 멋진 청년이다.
- 꽃
여행하면서 자신을 알게 되고 미래를 생각하게 된 아서. 미리엄의 어머니 펄.
미리엄이 집을 떠났던 이유
- 새싹
루시와 대화, 파리에 같이 가기로
- 골무
미리엄과 실비의 이야기
- 파리마치
실비랑 삐리리 할 뻔 했는데 아서는 여전히 미리엄을 사랑해. 실비 말대로 신의를 지키는 아서는 고결해
- 북페이스
네이단이 소니 야들리를 찾아준다. 네이단과 버나뎃 이야기
- 팔레트
아내가 모델인 그림 발견
- 버나뎃
여자가 하는 말은 때때로 그 반대 의미. 버나뎃이 유방암일지도
- 반지
소니야들리가 해준 미리엄과 마틴의 이야기. 슬퍼겠다. 아서.
- 거지같은 생일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미리엄에 대한 사랑이 담긴 편지
편지를 전하고 바다에 들어가려다 루시 생각에 그만둔 아서.
- 추억
댄, 루시와 동네 지인들이 해준 서프라이즈파티. 아서와 미리엄의 행복했던 추억. 
- 하트
하트 참은 댄이 선물한 거였어. 알고보면 좋은 가족들이었어.
- 집으로 온 편지
소니 야들리가 보내온 미리엄의 편지들. 미리엄을 이제 놓아주기
- 찾은 사람이 임자
마이크에게 아버지의 시계를 찾아 돌려줌
- 여행의 끝
다시 여행을 떠나는 아서
- 미래
딱 한 사람을 선택하고 행복했지. 라제쉬 메라를 만난 아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p65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그저 겁을 집어먹었을 때만 위험할 뿐이지요.
p135
...사실 아무런 죄도 없었다. 소송이란 그가 종종 은행을 위해 이득을 내면서 마무리지었던 사업고 ㅏ같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 사업에는 늘 그렇듯이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그 위험을 막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무슨 죄에 대한 생각 같은 것에 휘말려서는 안 되고 딜 수 있는 대로 자기 이익에 대한 생각에만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아주 빨리, 될 수 있으면 빨리 오늘 저녁에 변호사에게 변호의뢰를 취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
p228
...여자들은 큰 힘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에 제가 아는 몇몇 여자들을 저를 위해 공동으로 일하도록 움직일 수만 있다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법원은 거의 모두가 난봉꾼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p240
...법원은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이 오면 받아들이고, 당신이 가면 내버려둘 뿐입니다.
p271
...차장으로 하여금 내가 완전히 끝장났다는 믿음을 갖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가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사무실에 편안하게 앉아 있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해놓아야 한다. 그로 하여금 될 수 잇는 대로 자주 내가 아직 살아 있으며, 비록 지금은 위험하지는 않더라도 살아 있는 모든 인간들처럼 어느 날 새로운 능력으로 그를 놀라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때때로 카는 이런 방법으로 싸우는 것은 오직 자기의 명예를 위한 것뿐이라고 혼잣말을 했따. 왜냐하면 자기가 약한데도 계속 차장에게 맞서봤자 그의 권력에 대한 의식만을 강화시키고 ,그로 하여금 현재의 정세를 관찰하게 하여 그것에 따라 정확히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게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는 자기 태도를 전혀 바꿀 수가 없었다. 그는 자기기만에 빠져 있었으며, 때때로 그는 자기가 이젠 안심하고 차장과 대적할 수 있다고 확신할 때도 있었다. 가장 불행한 경험에서조차 그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모든게 한결같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그는 열 번 시도해서 실패하면 열한 번째는 관철 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이런 대담을 하고 난 후에 그가 지쳐서 담에 젖은 채 멍한 상태로 남게 될 때면, 자신을 차장에게로 급히 가게 만든 것이 희망 때문이었는지 절망 때문이었는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음번에 그가 차장의 사무실 문으로 서둘러 달려갈 때는 아주 분명하게 희망만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p283
 사람들은 카프카의 작품을 꿈같은 환상문학으로, 수수께끼 같은 비유적인 작품으로, 유대교의 카발라 세계를 반영한 작품으로, 아버지와 아들간의 심리적 갈등 문제로, 아니면 현대 인간의 실존적인 불안과 소외 문제로, 문명 세계의 비판이나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으로, 인간 사회의 권력과 욕망의 구조, 해체주의적 형식주의로, 초현실주의 세계의 반영으로, 극단적으로는 '병적인 작가 개인의 망상'을 반영한 작품으로까지 다양한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것은, 물론 독자 개개인의 각기 다른 읽기 방식에 연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카프카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p284
 예전의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들은 언제나 정신과 육체 영혼과 자연, 이념과 물질, 꿈과 현실, 죽음과 삶, 무의식과 의식이 하나로 통일되었던 보편적인 세계 속에 살아 왓고 또한 그것을 꿈꾸어왔다. 그러나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통일된 두 세계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간극이 생겼다. 꿈과 환상, 정신과 영혼, 그리고 무의식과 상상력이 머물던 정신세계는 멀리 사라져버렸고, 권력과 욕망, 물질과 의식, 그리고 메커니즘화되고 이데올로기화된 현실세계만이 우리 인간을 지배하는 것 같다. 이렇듯 괴리된 정신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의 모순 관계를 카프카는 자신의 잠언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인간은 자유로우면서도 얽매여 있는 지상의 시민이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지상을 활보할 수 있는 길이의 쇠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지상의 경계를 넘어설 수 없는 길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역시 자유로우면서도 얽매여 있는 천상의 쇠사슬에 매여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제 지상으로 가려 한다면, 천상의 목걸이가 그를 죄어올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느끼고 있다.
p286
...'세인'으로서의 인간에게는 정신, 영혼, 사랑, 인간다움 등은 거부된다. 즉 '세인'들에게는 정신, 영혼, 사랑, 인간다움 등은 거부된다. 즉 '세인'들에게는 개인적인 것, 사적인 것, 정신적인 것은 일상에 불필요한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해물이 된다. 그것들은 일상생활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섬뜩한 것, 낯선 것, 그로테스크한 것으로 나타난다. 인간은 자신의 지위에 의해 호칭되고, 등급이 매겨지며, 그 등급에 따라 존재 가치가 평가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필연적인 실존방식이 된다.
 그러나 카프카에 따르면 이런 '세인'에게도 가끔은 꿈과 잠을 통해서 혹은 고독한 명상의 순간이나 죽음이 임박한 순간에 저 망각된 정신세계나 연혼의 세계가 유령처럼 찾아온다. 카프카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그것을 자신의 서술기법에 적용한다. 그는 권력적인 것, 물질적인 것, 현상적인 것에만 집착해 잇는 인간들이 잠이나 꿈, 혹은 순간적으로 방심한 사이에 그들이 망각했던 정신세계와 영혼의 세계를 마술적으로 침투시킴으로써 그들을 충격과 혼란에 빠뜨린다.
 카프카에게 있어 꿈이나 잠 혹은 무의식의 세계는 숨어 있던 '정신적인 것', '영혼적인 것'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며, 그로 인해 인간들이 기계적으로 복속되어 있어서 전혀 전망할 수 없는 일상생활의 상태를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카프카는 <소송>에 관한 한 유고 단장에서 이것과 연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사람들은 잠과 꿈속에서, 적어도 깨어 있는 상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상태에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무한한 정신이 현존하거나 혹은 영혼에 대해서도 현실에서보다 더 나은 준비태세가 되어 있어서 눈을 활짝 뜨는 순간에도(...) 현재 존재하는 모든 정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깨어 있는 순간에도 이러한 것들이 하나의 진기한 것으로 다가올 수 있다.
p289
...일상적인 것, 물질적인 것, 경제적 가치체계에 얽매여 있는 '세인'들에게 무의식적인 것, 정신적인 것, 영혼적인 것은 낯선 이미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낯선 이미지가 바로 섬뜩한 해충으로 빗대어 표현된 것이다. 한편 변신된 해충의 시각- 무의식적 또는 정신적 시각에서 보면, 가족들이나 직장동료들이 그에게 대하는 태도를 통해서 '잠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직장생활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희생적이었으며 비인간적인 것, 폭력적인 것이었는가를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가족들이나 직장 상사들은 이제 경제적 기능과 가치를 상실한 채 내면세계에 머물러 있는 '잠자'를 한 개인으로서가 아닌 무가치하고 혐오스러운 동물로 느낄 뿐이다. 개인적인 것, 사적인 것, 정신적인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생존 자체를 이협할 수 있는 흉측하고 공포스러운 것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렇게 '잠자'라는 해충은 이중의 시각으로 조망되고 이중으로 해석되어야 하며, 바로 여기에 카프카 작품의 난해성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p17
 ...촬영마다 장비는 바뀌지만, 끝내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촬영하기 위해선 일단 길을 나서, 촬영지로 가야한다는 것. 그리고 일을 하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여행을 떠나기에, 평생을 거처나 정처가 따로 없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61
...노인에 신사라는 말이 더해진 말로, 멋있게 나이든 남자를 뜻한다. 노신사가 되려면 평소 쌓고 다듬어 온 교양이 있어야 한다. 세상의 여느 오래된 도시가 노인이라면, 올드타운은 노신사다. 어차피 나이를 먹어가야 하는 것이라면, 나는 올드타운을 닮은 노신사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먼 곳을 여행하고 또 여행하는 것이다. 교양을 체화하는 데는 여행만한 것이 없으므로. 여행과 올드타운과 노신사라는 단어를 입 속에 넣고 가만히 읊어본다.
p69
...세상은 여전히 변화하며 서로 맞물려 흐른다. 세상 위에 얹힌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세계의 명소에 모여들어 열심히 셀카를 찍는 여행객들이여,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라. 여행이 그대들의 삶에 스며들어 더욱 달콤하며 여유로운 인생으로 흘러 가기를!
p115
 여행travel의 어원은 고난 trvail이다. 여행은 결국 고생을 사서 하는 일이다. 집 떠나 낯선 곳을 다녀오는 일 자체에 이미 고난이 있는데, 먹거리와 잠자리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캠핑의 고난은 오죽하랴. 실제로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의 막바지엔 과로 탓으로 원형탈모가 생기기도 했었다. 고난도 고난 나름이라, 군대를 다시 가라고 하면 죽어도 못 간다 하겠지만, 산티아고든 데날리든 캠핑 여행을 다시 가라고 하면 당장에 짐을 꾸릴 것이다.
p148
...국경이라는 경계를 넘는 일은 때때로 고단했지만 그것을 넘고 보면 과연 그 실체가 무엇인지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국경이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실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경계니까. 나에게 여행이란 결국 경계를 몸으로 넘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었다.
p150
 나에게 여행이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지우는 일이다. 몸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대륙의 경계까지 지우는 것, 도시에 중첩되어 있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일과 여행의 경계를 지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론 삶과 여행 사이를 가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지워내는 것에 이르고 싶다.
p158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캠에 의하면 우리가 '신'이라고 믿는 것은 실은 '사회'다. 종교는 그사회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이로움을 좇는다. 그래서 신의 이름을 빌려 사회 구성원의 공동체 윤리를 계울로서 다스린다. 저마다가 섬기는 종교에서 성지를 만들고 순례 여행을 권하는 것은 그만큼 여행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지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p160
...여행은 금세 끝나지만 삶은 오래 지속된다. 나는 여행이야말로 소시민이 삶을 감당해 내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여행 중에서 성지 순례만큼 우리 삶에 곧장 힘을 발휘하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p187
...영국의 철학자이자 탁월한 여행가인 '알랭 드 보통'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때때로 큰 생각은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p199
 생태계 건강은 돌연변이가 지킨다고 한다. 불법을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그래피티 작가들이 우리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종, 다양성, 유연함은 건강한 사회의 표식과도 같으니까. 불법이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합법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동독 사람이 서독을 여행하는 것이 불법이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그래피티가 전면적으로 합법이 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사회 여러 장소에서 수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다. 그래피티는 획일화된 도시 풍경에 색깔을 입히고 알록달록한 무늬를 만든다. 나는 그것이 보기 좋고 늘 재밌다.
p221
...온갖 갈등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차단된 곳, 지긋지긋한 일상의 자국이 지워진 곳,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며 간섭하지도 않는 곳, 게다가 안전하며 평화롭기까지 한 나만의 공감. 그러한 공간을 누리는 데 있어서 고급스러움이 필수적이진 않다. 되레 손때가 내려앉은 낡은 가구들이 더 큰 안정감을 선사한다. 여행지에서의 숙소는 한국에서 누리기 힘든 영혼의 사치를 부릴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니 여행자의 방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p242
...버려진 것을 남겨진 것으로 전환하며 가치를 발굴한, 이른바 '업사클링'이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에 업그레이드가 합쳐진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물건을 단순히 재활용 하거나 용도를 변경해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더해 이전보다 더욱 값진 것으로 만드는 일을 아우른다. 업사이클링의 가장 쉬운 예이자 가장 성공한 예를 들자면, 젊은이들 사이에서 최근 크게 유행하는 '프라이탁' 가방을 빼 놓을 수 없다. 
p254
...우리 모두에게 남은 인생은 언제나 충분히 길다. 인생은 누구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오직 혼자서 개척해야 하는 멀고 긴 여정일테니까.
p279
"나에게 여행은 세계의 내용과 표정을 관찰하는 노동이다. 계절에 실려서 순환하는 풍경들, 노동과 휴식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지나가는 것들의 지나가는 꼴들, 그 느낌과 냄새와 질감을 내 마음 속에 저장하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다."- 김훈, <라면을 끊이며> 중
p303
...여행지에서 나는 그 사회의 주변인에 지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관찰자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늘 접하는 평범한 순간들이 여행지에선 다르게 감각되곤 한다. 또한 몸이 한국을 벗어나 있으니 일시적으로나마 한국 사회에서도 주변인 처지가 되어 조금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한국을 보게 된다.
p305
...본능으로 체득한 모국어는 한 존재의 기반이자 사유의 근간이 된다. 취사선택할 수 없는 본질적 언어이다. 가족을 잃고 고향을 잃은 만신창이의 파울 첼란이 기댈 곳은 모국어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한다. 생존 영어는 조금 해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영어가 유창한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럽다. 그러나 영어가 유창해서 외국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도 모국어로 충분히 대화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누구라도 정서적으로 피폐해지고 외로움을 느낀다. 난민이나 디아스포라는 말할 것도 없고 유학생이나 이민자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는 모국어 굴레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그토록 사랑하면서도 그 시간이 한 달을 넘기고 두어 달에 이르면 여지없이 기은 모국어 향수에 빠진다. 영어에 서툴러서 외국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이 나서 여행을 떠났어도 돌아올 때는 더욱 신이 난다. 보고 싶은 영화, 읽고 싶은 책, 대화 ㅏㄴ누고 싶은 친구들이 가득한 모국어 사회는 내 정신의 고향이므로.
p327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뇌 일부가 외부로 돌출하면서 눈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눈은 그만큼 뇌와 가까이 연결된 감각기관이다. 인간의 사유체계가 눈에 많이 의존한다고 하니, 그만큼 '본다'는 것은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탁월한 방법이다.
p346
 무동력 이동 수단은 동력을 쓰지 않는 만큼 오직 자신의 힘과 기술로만 나아가야 한다. 성실하게 몸을 써야만 나아갈 수 있는 정직한 이동 수단이라는 점이 매혹적이다. 바람이나 물살 등의 자연환경을 활용해야 하고 눈앞에 놓인 난관을 피해가야하니, 자연을 면밀하게 살피게 된다는 점 또한 매혹적이다. 그러니 무동력 이동 수단은 우리를 목적지로 옮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데 쓰이는 모든 시간을 찬란한 여행의 순간으로 만들어 낸다.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차가 지나가는 소리,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등 온갖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떠나 침묵만이 흐르는 자연 속에서 무동력 이동 수단으로 나아갈 때면, 내가 만드는 작은 소리만이 들려온다. 숨소리 같은 것들. 지친 몸은 한 발 내딛고, 팔 한 번 뻗는 것조차도 힘드니 자칫 잘못하면 땅에 꺼구러질지도 모르고 바다에 빠질지도 몰라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는 동안 잡념은 저절로 사라지고, 고통을 매개로 온몸의 감각이 깨어난다. 마치 내가 우주의 중심이 된 것만 같다. 비로소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자아와 만나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힘들게 땀을 흘리며 노력한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이동 수단은 속도를 경쟁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하지만 여행만큼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이미 우리는 숱한 경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무엇 하러 여행까지 경쟁한단 말인가. 무동력 이동 수단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몸밖에 없으니, 경쟁상대가 있어야 한다면 나 자신이면 충분하다. 외부의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오직 내 내 면과 겨루는 것이다. 더 강해지고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
p359
"나는 도시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나 자신과 인간과 우리의 삶에 대해 여러 감정을 맛본다. 그게 좋아서 여행을 한다. 그러려면 도시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잇어야 한다. 건축물과 박물관, 미술관, 길과 공원, 도시의 모든 것은 '텍스트'일 뿐이다."-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