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산 그 사람 그 개 - 아련하고 기묘하며 때때로 쓸쓸함을 곱씹어야 하는 청록빛 이야기
펑젠밍 지음, 박지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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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이름도 권력도 없지만 남다른 특기와 고결한 품성을 가지고 안분지족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나오는, 단정한 작품집. 제목을 정말 잘 지은게, 70년대 이후 현대화 대세 속에서도 대자연+동물과 꼭 잡은 손 제일 늦게 푼 사람들이라서. <낚시를 끊다>도 영화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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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 그 사람 그 개 - 아련하고 기묘하며 때때로 쓸쓸함을 곱씹어야 하는 청록빛 이야기
펑젠밍 지음, 박지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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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길도 좁고 미끄러운 돌길이니 자빠지면 큰일 난다.‘라고 아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실컷 보고 이 산을 사랑하길 바랐다. 이 산과 평생을 함께해야 할 테니 반드시 사랑해야만 한다. (14)

아아! 사람에게는 때로 배를 채우는 것보다 이런 상상력과 풍부한 감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버지는 이런 상상에 기대어 수많은 날의 적막함을 이겨내고 피로를 씻어왔다. 그리고 지금 또 아버지는 과거로 돌아가 온갖 상상을 하며 혼자 바보처럼 미소 짓는다. 그래서인지 다리는 한결 가벼워진 듯했고,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마음이었다. (18)

"가거라!"
그러자 금빛 화살이 초록빛 꿈을 향해 쉬익 하고 날아갔다. (36)

낚시는 사실 별다른 기교가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물을 보는 것입니다. 물의 색깔을 보면 그 속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면 어떤 떡밥을 풀고 어떤 미끼를 던질지 결정합니다. 두 번째로는 낚시찌를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고기와 사람은 다르고, 각자의 규칙에 따라 삽니다.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각자의 층에서 살며 서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 낚고 싪은 물고기가 얼마나 깊은 물에 사는지 알면 낚싯줄 길이를 딱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깊거나 옆아도 안 됩니다. 미끼를 물고기의 입에 딱 맞게 갔다 대줘야 물고기들이 미끼를 뭅니다. (114)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쉬허셩은 다시 반벙어리로 돌아갔다.
듣기는 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139)

"정말로요? 그런데 왜 아버지는 한 번도 말씀하지 않았죠? 아버지도 자주 이 길을 지나다니는데......."
"네 아버지는 신을 믿지 않으니까. 그러니 신령스런 뱀을 볼 수 없지. 믿거나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야 신령한 그 분을 볼 수 있단다."
아무리 크다 해도 뱀일 뿐인데 ‘신령한 그 분‘이라니... 가오미는 속으로 웃었다. 어머니는 정말... 이런 것들을 믿다니.... (190)

우리 고장에서는 볏짚을 엮어 침대 깔개를 만들었는데 부드럽고 탄성도 있고 통풍도 잘되어 여즘 제일 유명한 시몬스 매트리스보다 훨씬 좋았다. 농가에서는 볏짚 깔개를 보통 일 년에 한 번 바꿨는데, 증조부는 일 년에 몇 번 씩 새것으로 바꿨다. 그래서 증조부의 침대에서는 언제나 밥물 냄새와 볏짚의 풀 내음이 났다. 자는 것도 보통 사람들은 그저 따뜻하거나 편안하기만 하면 되었는데, 증조부는 당신의 부지런함으로 진정한 자연의 내음과 더불어 꾸는 꿈이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운지를 느끼며 살았다. (220)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 그는 가족 모두에게 그가 직접 본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의 결심을 알렸다.
"작은 부인은 5년 전 오늘 우리 집에 왔다. 그리고 보아하니 이제 주인을 더는 기다리지 못할 것 같다. 그가 오려고 했으면 벌써 왔을 텐데.... 내일 나는 작은 부인을 내몽고 초원에 데려다주러 갈 것이다. 거기가 그의 진짜 고향이야. 낙타 수명이 대충 20년 정도라 하는데, 작은 부인은 지금 사람으로 치면 오십 전후일 테다. 지금 안 가면,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체력이 안 될 것 같다,"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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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산들의 꼭대기
츠쯔졘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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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마을의꿈>, <말한마디때문에> 등과 유사하게 주인공은 마을공동체--그 구성원들은 현대적 내면이 아니라 본심과 활기의 소유자이자 운명 개척자. 주제는 살아간다는 것의 어처구니 없음 절실함 면면함. 특징은 쏭산지구라는 압도적인 대자연! 이 장엄&역동적 무대에서 가장 초라한 인물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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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우 나루터 아시아 문학선 14
응웬 옥 뜨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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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되는 베트남 당대소설을 보면 트라우마에 준하는 경험--남성에겐 가정의 해체, 여성에겐 절대빈곤과 학대--이 작가계층에게서 아직 너무 가까이 있는 느낌. 관념성 약한 건 좋지만 경험에 너무 압도될 수 밖에 없는. 이 충격과 쓰림 & 수치심을 어떻게 통과해 갈 것인가는 두고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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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에우 나루터 아시아 문학선 14
응웬 옥 뜨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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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버지는 그 불쌍한 아가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노라고 배에 태웠고, 엄마는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하는 동안 문득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 다음 우리 남매를 낳았던 것이다. 분명히, 너무도 분명히 알 수 있지 않은가? 엄마는 단지 인생이라는 긴 강의 한 부분을 아버지를 통해 건넌 것이었고, 그리고 나선 떠나버린 것이다. 누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만이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운 웃음을 토해내고 있다. (38)

며칠 뒤에 나는 혼자서 그 언덕에 올라가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디엔 녀석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정말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사랑에 겨운 눈빛으로 녀석의 머리를 걱정스레 쓰다듬어 주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죽고 싶을 만큼 서러워져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왜 그 귀신은 나를 한 번만이라도 그런 식으로 이 세상에서 감춰주지 않는 것일까. (43)

그때 이후로부터 사우 대오 노인은 아직 것 한 번도 피의 집에 찾아온 적이 없다. 바로 그때부터 아득한 인간의 바다 속에서, 피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고 사귀었다. 함께 그들과 농담하며 웃었다.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취할 때까지 함께 잔을 부딪치며 마셨다....... 하지만 아무도 피에게 머리를 깍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인간의 바다는 그렇게 아득하다.......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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