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길도 좁고 미끄러운 돌길이니 자빠지면 큰일 난다.‘라고 아들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들이 실컷 보고 이 산을 사랑하길 바랐다. 이 산과 평생을 함께해야 할 테니 반드시 사랑해야만 한다. (14)
아아! 사람에게는 때로 배를 채우는 것보다 이런 상상력과 풍부한 감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버지는 이런 상상에 기대어 수많은 날의 적막함을 이겨내고 피로를 씻어왔다. 그리고 지금 또 아버지는 과거로 돌아가 온갖 상상을 하며 혼자 바보처럼 미소 짓는다. 그래서인지 다리는 한결 가벼워진 듯했고,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마음이었다. (18)
"가거라!" 그러자 금빛 화살이 초록빛 꿈을 향해 쉬익 하고 날아갔다. (36)
낚시는 사실 별다른 기교가 없습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물을 보는 것입니다. 물의 색깔을 보면 그 속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알면 어떤 떡밥을 풀고 어떤 미끼를 던질지 결정합니다. 두 번째로는 낚시찌를 잘 사용하는 것입니다. 물고기와 사람은 다르고, 각자의 규칙에 따라 삽니다. 물고기들은 물속에서 각자의 층에서 살며 서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 낚고 싪은 물고기가 얼마나 깊은 물에 사는지 알면 낚싯줄 길이를 딱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깊거나 옆아도 안 됩니다. 미끼를 물고기의 입에 딱 맞게 갔다 대줘야 물고기들이 미끼를 뭅니다. (114)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쉬허셩은 다시 반벙어리로 돌아갔다. 듣기는 해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139)
"정말로요? 그런데 왜 아버지는 한 번도 말씀하지 않았죠? 아버지도 자주 이 길을 지나다니는데......." "네 아버지는 신을 믿지 않으니까. 그러니 신령스런 뱀을 볼 수 없지. 믿거나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야 신령한 그 분을 볼 수 있단다." 아무리 크다 해도 뱀일 뿐인데 ‘신령한 그 분‘이라니... 가오미는 속으로 웃었다. 어머니는 정말... 이런 것들을 믿다니.... (190)
우리 고장에서는 볏짚을 엮어 침대 깔개를 만들었는데 부드럽고 탄성도 있고 통풍도 잘되어 여즘 제일 유명한 시몬스 매트리스보다 훨씬 좋았다. 농가에서는 볏짚 깔개를 보통 일 년에 한 번 바꿨는데, 증조부는 일 년에 몇 번 씩 새것으로 바꿨다. 그래서 증조부의 침대에서는 언제나 밥물 냄새와 볏짚의 풀 내음이 났다. 자는 것도 보통 사람들은 그저 따뜻하거나 편안하기만 하면 되었는데, 증조부는 당신의 부지런함으로 진정한 자연의 내음과 더불어 꾸는 꿈이 얼마나 달콤하고 아름다운지를 느끼며 살았다. (220)
보름달이 환하게 뜬 밤, 그는 가족 모두에게 그가 직접 본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고 나서 그의 결심을 알렸다. "작은 부인은 5년 전 오늘 우리 집에 왔다. 그리고 보아하니 이제 주인을 더는 기다리지 못할 것 같다. 그가 오려고 했으면 벌써 왔을 텐데.... 내일 나는 작은 부인을 내몽고 초원에 데려다주러 갈 것이다. 거기가 그의 진짜 고향이야. 낙타 수명이 대충 20년 정도라 하는데, 작은 부인은 지금 사람으로 치면 오십 전후일 테다. 지금 안 가면, 나중에는 고향으로 돌아갈 체력이 안 될 것 같다,"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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