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버지는 그 불쌍한 아가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노라고 배에 태웠고, 엄마는 어디로 갈 것인가 생각하는 동안 문득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 다음 우리 남매를 낳았던 것이다. 분명히, 너무도 분명히 알 수 있지 않은가? 엄마는 단지 인생이라는 긴 강의 한 부분을 아버지를 통해 건넌 것이었고, 그리고 나선 떠나버린 것이다. 누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아버지만이 때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고통스러운 웃음을 토해내고 있다. (38)
며칠 뒤에 나는 혼자서 그 언덕에 올라가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귀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디엔 녀석의 말에 따르면 그 여자는 정말 선량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사랑에 겨운 눈빛으로 녀석의 머리를 걱정스레 쓰다듬어 주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죽고 싶을 만큼 서러워져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왜 그 귀신은 나를 한 번만이라도 그런 식으로 이 세상에서 감춰주지 않는 것일까. (43)
그때 이후로부터 사우 대오 노인은 아직 것 한 번도 피의 집에 찾아온 적이 없다. 바로 그때부터 아득한 인간의 바다 속에서, 피는 수많은 얼굴을 마주하고 사귀었다. 함께 그들과 농담하며 웃었다. 그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취할 때까지 함께 잔을 부딪치며 마셨다....... 하지만 아무도 피에게 머리를 깍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인간의 바다는 그렇게 아득하다....... (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