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들이 헤어지고 우리집이 사라졌다고 해도 내 인생마저 헛되이 사라져버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 셋이 함께하였기에 충만하고 즐거운 인생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두 사람의 인생에도 ‘우리 셋‘이 있었고, ‘우리 셋‘이 있었던 각자의 인생은 모두 헛되지 않았다. - P101

중수는 문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국의 장학금을 버리고 외국 재력가의 투자에 의지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 P109

중수는 오랜 시간을 들여 단지 학위 하나를 얻는 것은 그다지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읽고 싶었던 책들은 뒤로 하고 불필요한 과제나 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중수는 ‘문학 학사는 바로 문학에 대한 무지를 입증하는 것이다‘라는 옥스퍼드 출신의 영국 학자들의 평가를 자주 인용했다. 중수는 앞으로는 학위를 위해서는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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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위안이 돌아가고 나면 나 혼자만 객잔에 남겨질 것이다. 난 늘 내가 독립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지금은 내가 아위안에게 매달려 있는 담쟁이덩굴 같다는 생각이 든다. - P48

허리를 구부리고 차에 타느라 너무 너무 아팠을 텐데, 아위안은 그 고통에도 창문을 내리고, 장갑을 벗고, 손을 내밀어 엄마를 향해 흔들었다. 가슴이 아파 차마 떠나지 못한다. 나의 아위안, 하나밖에 없는 내 딸, 걱정하고 또 걱정하고, 영원히 내 애를 태우는 내 딸, 잠을 자도 잊히지 않아 꿈을 만들어 꿈속에서 보는 내 딸, 아위안. 정말 꿈이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 꿈이 사실인지, 허상인지 선택할 수 없지만 내가 꿈이 되어 아위안의 병원에 간 것을 믿지 않는다. - P72

문득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중수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중수는 내게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 나는 이제 알았다. 중수는 예전에 내가 했던 타박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짧은 꿈에서 깨어나 왜 꿈속에서 소리도 없이 갑자기 가 버렸느냐고 타박했던 걸 기억하고, 일부러 천천히 떠나고 있다. 내가 조금씩 조금씩 그를 떠나보낼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이 만나고 떠날 수 있도록, 중수는 내 짧은 꿈을 길게 늘여 이토록 길고 긴 꿈속의 이별을 하고 있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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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미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지 못하는 처지야." 엄마가 말했다. "세상은 사람한테만 의지하기에는 너무 약해져 버렸어. 그래서 우리한테 남은 선택은, 세상을 지금보다 더 연약한 곳으로 만드는 것뿐이야."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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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을 가져다가 온갖 악을 덮는 허울로 삼기란 너무나 쉬운 법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언제나 참된 덕을 찾아갈 능력이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저 스스로가 필연적으로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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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여럿이 함께 북적거리고, 모두가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눈치 보지 않고 쉴 틈 없이 떠들어도 되는 친근한 분위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달아나서 외톨이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있어요.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고 싶을 때도 있고요.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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