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돌아갈 것이다. 입으로 말할 필요도 없고 머리로 생각할 필요도 없다. 두 발이 가는 길을 알 것이고 도착하면 열쇠를 찾을 필요도 없이 문이 열릴 것이며, 누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등불이 켜져 있을 것이고, 더운물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며, 침대와 이불이 있을 것이다. 식탁에는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을 테지만음식은 다 식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왁자지껄 떠드는 입들이 전자레인지가 되어 차가운 음식들은 금세 따스해질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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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세상의 진리지...

어른이 된 그는 귀신을 믿지 않게 되었고 두려워하지도 않게 되었다. 귀신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가장 잔인한 것은 인간이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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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언어의 단어 간의 관계는 그 언어가 아무리 서로 가까워도, 아니 설령 사투리와 표준어 사이에서도 모두 가짜 동족어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언어 안에서의 특정한 단어가 다른 언어에서 100퍼센트 같은 뜻과 정서적 울림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로 번역은 단어에서가 아니라 단어 사이의 공간에서 이루어집니다. 의미는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열심히 그 방향으로 손짓할 수밖에 없는 무엇입니다. 이런 절박한 손짓이 바로 번역입니다. - P219

창작은 제 번역 일의 일부일 뿐이고, 번역 일도 결국 제 독서 행위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저의 가장 중심적이고 근본적인 정체성은 독자로서의 정체성이고, 그 이외의 것들은 모두 거기서 비롯됩니다. 제가 이런 번역가인 것, 이런 작가인 이유는 바로 독자로서의 자부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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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란 없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만 있을 뿐. 다시 말해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하는 많은 경우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이다. 실패는 뭔가를 잃는 과정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연구 과정이다. - P137

한 해 동안 부커상 후보작을 두 편이나 배출한 것은 한국문학이 대단해서라는 결론이 한국 언론의 전반적 반응이었다. 즉 작가, 장르, 문체가 완전히 다른 두 작가가 함께 부커상 후보에 오른 건 한국문학의 힘 덕분이라는 얘기였다. 그들에겐 두 작품의 번역가가 같다는 사실은 우연일 뿐이었고, 번역가는 얼마든 교체할 수 있는 사람이며, 누가 번역했어도 결과가 같았다고 보는 듯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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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때 학기초에 교과서를 받으면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실린 소설만 골라 먼저 읽었던 내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소설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놀이지, ‘공부‘처럼 지긋지긋한 자학 행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공부‘는 수학이니 암기 과목이니 하는 시덥잖은 것들을 지칭하는 말일 뿐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교과서 따위에는 아무 재미도 없는 서사들만 가득했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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