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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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12주 연속 1위,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세계를 감동시킨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신경외과의로서 유능하고 앞날이 창창했던 그는 레지던트 생활이 거의 끝나갈 쯤 폐암 판정을 받고, 2015년 3월 9일 월요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드라마나 영화같다, 안타깝다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가 의사였기에 보다 의연하게 죽음에 직면한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저자는 의사이기도 하면서 환자였기에 두 가지 관점으로 죽음을 바라보았고, 분석하고 씨름하며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삼십 대에 죽는 건 이제 드문 일이지만, 죽음 그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폐암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그게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폴은 제일 친한 친구인 로빈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내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물론 폴은 그저 죽음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죽음을 용감하게 헤쳐 나갔다. - 루시 칼라니티의 글 중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큰 병을 선고받으면 좌절하여 인생을 포기하기에 다다를 것입니다. 저자는 죽음과 마주한 채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죽음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위로하고, 죽음에 직면했을 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순간까지 의미 있게 살아간 그의 용감함과 아름다운 문장들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사랑하고,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끝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바로 그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 아이를 낳기로 아내와 결정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그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지요. 어린 아이를 두고 떠나는 것이 슬플까 걱정돼서 포기하는 것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어도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의 글 마지막에 이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보면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제는 'When breath becomes air'인데요, 제목이 참 예쁜 것 같아요. 저자는 처음부터 의사의 길을 걸은 게 아니고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끝없이 고민하다 인간의 정신은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고 신경외과를 택했는데요. 그는 신경외과의로서도 소명의식이 대단했지만, 평생 문학에 열정이 있었기에 암 투병 중에도 이 책을 완성하려는 집념이 강했다고 합니다. 제목만큼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책에 실린 추천의 글에서도 모두 저자의 문장을 적극 칭찬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 뒤에 실려있는 아내 루시 칼라니티의 글에는 저자의 마지막 순간과 그들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글이 더 진정성 있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감동과 슬픔에 젖게 되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가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보다도 더 눈물이 쏟아집니다. 지금 이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네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폴은 평생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결국 그는 그 일을 해냈다.
나는 그의 아내이자 목격자였다.

시 칼라니티의 글 중에서

 

 

 

 

 

 


 

 

 

 

캘리그라피로 보는 책속 한줄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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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 위대한 작가들이 간직해온 소설 쓰기의 비밀
프리츠 게징 지음, 이미옥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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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두 번째 문장을 읽도록 첫 문장을 써라."

 

 

최근 SNS를 통해 글짓기를 하는 분들을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어요. 정식 작가 데뷔를 하지 않고 아마추어로 글쓰기를 하다가 책을 펴낸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특히 인스타그램에는 단 한 장의 사진과 짤막한 글로 나를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감성글'이 주를 이루는데요. 아무리 짧은 글이어도 글쓰기의 기본이 없이는 잘 쓴 글이라고 할 순 없겠죠? 저도 캘리그라피를 하는 사람으로서 자작글귀를 쓰고 싶어 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흐름출판에서 좋은 책을 만났어요. 독일에서 "글쓰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부터 하인리히 뵐까지 거장들을 탄생시킨 독일을 정통 문학 창작법을 담고 있어요. 글쓰기의 기초부터 화자, 캐릭터, 플롯, 줄거리, 공간, 언어, 수정과 퇴고 등 소설 쓰기의 전반적인 이론에 대해 모두 공부할 수 있습니다. 또 마거릿 미첼, 프랑수아즈 사강,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버지니아 울프, 레오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등 세계 문학의 주요 작가들과 작품을 짚어 가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의 비밀"과 "조건"도 알려줍니다. 위대한 작가들의 명언도 빠뜨리지 않았어요.

이 책은 특히 소설을 쓰는 법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 기본이 되는 내용이라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영화, 소설 등 크게 성공한 작품은 뭔가 비법이 있을 거라 어렴풋이 짐작은 했지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에는 흔들리지 않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확실하게 알았습니다. 저자는 제가 독자로서 느꼈던 감정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간파당했어요.

 

 

400페이지가 조금 넘는데 이 안에 소설 쓰기의 비법이 잔뜩 담겨 있다는 게 대단합니다. 마치 전에 읽었던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일제강점실록>처럼 시간이 아깝지 않은, 핵심정보만 가득한 그런 책이에요. 한 마디로 진짜 교과서 같습니다. 대학 강의 교재 같아요. 책의 어느 부분도 놓칠 수가 없어요. 머리말에 딱 저자가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혼자 읽고 참고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재로도 적합하다.'
'이 책은 글을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또 이미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글의 약점이 무엇인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늘 체크하는 전문가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문학이 어떤 규칙에 따라 작동되며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 가르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소개하고 싶다.'

머리말에 나온 저자의 의도가 정말로 책 안에 다 스며들어 있어서 그것도 놀라웠어요. 역시 작가는 작가입니다. 저는 제가 말하고 싶은 것도 글로 잘 표현을 못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창작 행위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흔히 '예술이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캘리그라피로 만나는 책속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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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삽질 중 - 열일하는 미생들을 위한 독한 언니의 직장 생활 꿀팁
야마구치 마유 지음, 홍성민 옮김 / 리더스북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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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계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직장인이나 사회초년생, 밤낮없이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쉬어갈 수 있는 책입니다.

 

베스트셀러 <7번 읽기 공부법> 저자의 신작인 <오늘도 삽질 중>은 힘들고 지치지만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이 시대의 미생들을 위한 직장 생활 꿀팁을 담은 책입니다. 책의 첫인상은 이러했습니다. '안그래도 직장생활에 지치는데 굳이 직장생활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나?',  '저자의 이력이 너무 화려해서 읽어봤자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 '뻔한 이야기 아닐까?' 사실 이런 내용의 책들이 말하는 것은 다소 비슷할 때가 많아요. 이 책 역시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볼 만한 이유는 저자의 솔직함에서 느껴지는 진심때문입니다. 정말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저자의 이력이 화려해서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 같아도 결국 사회초년생이 겪는 직장생활이란 같은 것이었어요. 똑똑한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구나에서 오는 공감과 그 위기를 헤쳐나간 인생선배로부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저자의 경험담 뒤에 이어지는 명언이나 책속한줄 소개입니다. 사회초년생이 겪는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명언이나 책속한줄을 연계하여 공감을 이끌고 해답을 내놓습니다. 이 부분이 참 매력적이에요. 직장생활 꿀팁은 물론, 다른 여러 책을 알게 되었거든요. 다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직장생활을 잘하는 법, 일을 잘하는 법을 말하는 자기계발서는 지금도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읽기 쉬운 책인 것 같습니다. 비교적 편안하고 친근한 어투로 조곤조곤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지금 직장생활에 지쳐있는데 또 직장생활을 이야기하는 책을 읽는다는 지겨움을 느끼기 보단, 조금은 진지한 수다처럼요. 저자는 밑바닥에 맴도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위로의 말도 해주고 있어요. 제가 진작에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조금은 수월하게 회사를 다녔을 것 같네요... 저는 사회초년생 때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 아직도 두려움이 크거든요.

 

<오늘도 삽질 중>에 담긴 직접 부딪치며 얻은 저자만의 직장 생활 노하우를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서툰 사회 초년생이라도 모두에게 인정받으며 일에 노련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를 한창 설계중인 청소년들도 미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직장생활에 두려움이 큰 친구들에게도 부담없이 선물할 수 있는 책이에요. 너무 많은 노하우와 경험이 담긴 두꺼운 책이라면 좀 지겹고 머릿속에 정리가 안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 딱 적당해서 마음 속에 무언가 굳은 결심같은 게 서는 느낌입니다. 표지 디자인도 너무 딱딱하지 않은 분위기라 더 좋아요!

 

 

 

 


 





캘리그라피로 만나는 <오늘도 삽질 중> 책 속 한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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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미래 - 최신 인지과학으로 보는 몸의 감각과 뇌의 인식
카라 플라토니 지음, 박지선 옮김, 이정모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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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공상과학영화를 즐기는 편이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를 다룬 이야기나 마블사의 아이언맨처럼 몸 속에 무언갈 이식하여 수퍼히어로가 된다거나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벌써 영화와 가까이 진보한 인간의 기술에 매우 놀랐다. 사이보그와 로봇은 정말 먼 미래에나 가능할 줄 알았다. 살면서 '언젠간 영화처럼 로봇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오겠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을 뿐이지, 실제로 가설을 세워 실험을 하고 연구결과를 도출해내는 많은 연구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는 너무도 작은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엔 호기심 가득하고 뛰어난 지능을 가진 분들이 정말 많다. 책 속 내용에 따르면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연구도 있다. 대부분 의료목적으로 연구되는 것들이지만 확실히 걱정되기는 한다. 어쨌거나 더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해 열정적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44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같은 게 가득할까봐 걱정했는데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다. 과학기자인 저자 카라 플라토니가 3년 동안 인지과학의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여 생생하게 경험한 사실들을 쓴 책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 많은 사례들을 읽다보면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 빼놓을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저자는 과학자만 만나본 것이 아니라 피어싱 기술자, 디자이너, 요리사, 피클 제조자, 조향사 등을 만났다. 이 부분에서 벌써 흥미가 생겨 이 두꺼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제1부에선 인간의 오감을 다룬다. 나는 여기서 여섯 번째 맛이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의 우마미가 다섯 번째 기본 맛인지도 몰랐는데 이에 더해 여섯 번째 맛, 일곱 번째 맛 등 다른 기본 맛도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충격적이었다.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이미 세계는 여섯 번째 맛에 대해 한창 연구중이다. 일본의 우마미가 인정되기까지 한참 걸린 이유가 문화적 차이라는 게 너무 신기하다. 여섯 번째 또는 그 이상의 기본 맛일지도 모르는 '코쿠미'를 행성의 요건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던 명왕성에 빗댄 부분도 재밌다. 화학 원소 주기율표처럼 맛도 주기율표처럼 추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앞으로 관련 뉴스가 뜨길 기대해본다.


나는 후각이 뇌와 특히 관련이 있는 감각인지 몰랐다. 이는 곧 뇌가 인식하는 문화와도 관련된다. 향기는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같은 향을 맡아도 각자의 경험과 문화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향기 기억 요법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고통에 관한 챕터는 나에게 특히 흥미로웠다. 실연이나 사회적 외면을 당했을 때 상처받은 마음, 즉 사회적 고통을 신체적 고통을 억제하는 진통제로 줄인다는 것이다. 두 가지 고통에 반응하는 신경이 같다는 것도 과학적으로 밝혀졌단 사실만으로도 왠지 내가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감을 다룬 1부와 초감각적 인식인 시간, 고통, 감정을 다룬 2부에서는 인간의 인식이 주관적이고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문화적 배경과 언어가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은 내용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3부에서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같은 신기술을 다루며 선택적으로 비인간화를 하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윤리적인 부분에 부딪히고 어느 정도까지의 비인간화를 허용할 수 있는지 아직은 모른다. 그렇지만 인간 이상의 존재,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뭔가를 할 수는 없어도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뭔가를 경험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 진정으로 인간다운 바람이라고 하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감각의 미래」는 그저 과학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최신 인지과학을 친절하고 위트있고 생생하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고, 어떤 미래가 만들어질지 미리보기를 할 수 있다. 내가 인지과학에 한 발 다가선 것 같다. 나와는 관련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던 인지과학이 이렇게 재밌게 다가올 줄 몰랐다. 이런 책을 쓴 저자에게 감사하다.





캘리그라피로 보는 책속 한줄

 

 

 

 

 

그는 칼슘과 지방의 경우 맛이라고 부를만한 의식적이고 단일한 인식의 대상이 없기 때문에 그 맛을 설명할 단어를 만들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문화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에 해당하는 말을 만들지 않는다. (p.49)

 

 

 

 

 

 

 

이것이 바로 향기 기억 요법이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부리는 마법이다. 고트프리드가 말한 지형적 특징이 사라져버린 후각 지형도처럼 남자의 지도는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에게 재스민 향의 지형도는 장미향의 지형도와 같았다. 하지만 목적지가 어디든 상관없다면, 즉 어떤 기억이든 단순히 뭔가를 떠오르게 해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도가 잘못되어도 괜찮다. 남자는 길을 잘못 접어들었지만 오래 전 여자친구에게 꽃을 주던 기억은 치매로 손상되지 않은 뇌에 지금도 남아있다. 그리고 향이 생생하게 불러온 기억은 그때 느꼈던 달콤한 감정까지 전한다. (p.113)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프리크라임Precrime' 시스템으로 생각을 감시당하는 시대가 도래하여 두개골 안에 담긴 것조차 사생활의 영역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이 내 머리를 스캔하여 은밀한 정보를 읽어낸다면? 우리의 생각을 낱낱이 떠벌리는 로봇을 정말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p.175)

 

 

 

 

 

 

 

 

천문학자의 딸인 첸소바 더튼은 감정 인식을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것과 유사하게 생각한다. "엄청나게 많은 별이 있어요.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 별을 모두 인식하기란 불가능하죠. 하지만 우리의 문화는 어느 별자리가 중요한지 알려줘요. 전 오리온자리에 어떤 별들이 포함되는지 잘 알아요. 그 별자리를 그릴 수도 있고 밤하늘에서 찾을 수도 있지요. 이와 유사하게 문화는 감정의 별자리와 신체 감각의 별자리 가운데 우리가 무엇에 주목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그녀가 말한다.
그녀의 연구는 문화가 감정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한다. (…) 연구팀은 10년 넘게 연구를 진행하면서 슬픔이나 우울을 처리할 때 중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몸의 감각에 더 집중하는 반면 유럽과 미국 문화권에서 자란 사람들은 감정적 사고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별자리를 배우듯이 증상을 고르는 법을 학습한다고 생각한다. (pp.285-286)



"의사에게 이해받지 못하면 우울함이 증가합니다. 의사가 자신이 속한 문화에 환자의 증상을 너무 빨리 욱여넣어버리면 환자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사가 환자에게 이해받지 소회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셈이지요." (p.305)

 

 

 

 

 

 

 

"페이스북을 사교클럽 파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또는 온라인 도박을 하며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요? 실제 세계에 존재하면서도 가상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말입니다. 그러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요?" (p.343)

 

 


마법이 깨지는 순간은 때로 마법에 얼마나 강하게 묶여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p.345)



"우리는 적외선을 볼 수 없습니다. 박쥐나 개처럼 주파수를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현실은 이미 어느 정도 조정된 현실입니다." 척이 말한다. 조정에서 한 단계 더 나가면 무엇일까?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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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트릭스 -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스티커북 세계
잭 클루카스.조니 마르크스 지음 / 이봄S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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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대가 되어서야 해보는데 완전 재밌어요 ㅋㅋㅋ 이런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요?

 

 

동물 열 두 마리가 있는데요. 기하학적인 무늬로 그려져있어요. 스티커 하나하나가 정말 정교하게 나눠져있더라구요. 색이 달라지는 경계부분을 꼼꼼하게 맞추는 게 관건이에요.

 

 

사은품으로 핀셋을 받았는데, 사실 준비물 하나도 필요 없는 편리한 책이에요. 가위나 풀 이런 거 없어도 돼요. 사은품을 못 받았더라도 집에 핀셋 하나쯤은 있잖아욤?! ㅋ_ㅋ 핀셋으로 좀더 섬세하게 할 수 있어요. 근데 더 중요한 건 뭔지 아세요? 핀셋으로 스티커를 집어 책에다 붙일 때 마치 제가 예술가나 과학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더 좋아요 ㅋㅋㅋㅋㅋ 뭔가 있어 보여요. 그래서 핀셋으로 하시는 걸 추천합니당.

책의 뒷부분에 스티커 페이지가 있는데요. 어떻게 페이지를 찢나 고민하지 마세요. 문제집 부록이나 답지처럼 손으로 뜯을 수 있는 절취선? 커팅선? 미싱? 아 뭐라하나요 ㅋㅋㅋ 암튼 그게 있어서 쉽게 분리할 수 있어요. 정말 준비물 하나 없이 이 책 하나면 됩니다.

 



성인, 특히 직장인이신 분들 스트레스 해소로 컬러링북 많이들 해보셨을 거에요. 저도 카카오프렌즈샵가서 엽서컬러링북 구매한 적이 있어요. 근데 어떻게 색칠해야할지 몰라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더라구요. 그리고 색연필이나 마카가 필요하잖아요? 돈 더 듦... <애니메트릭스>는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명화그리기KIT’처럼 숫자에 맞춰 색을 넣으면 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색칠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지요. 명화그리기키트는 재밌지만 물감과 붓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번거로운 단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하나도 완성 못하고 버린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ㅋ 스티커북이 얼마나 편리한지요! 또 저는 퍼즐을 참 좋아해서 여유될 때마다 하는데, 잘 못 맞추면 짜증나기도 하거든요. <애니메트릭스>는 스티커를 못 찾을 일이 없어요.


스트레스도 안받고, 준비물도 필요없고, 핀셋 집어들고 예술가 흉내내니까 진짜 재밌어요. 처음엔 유치한 것 같고, 애들한테나 좋은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근데 몰입도가 장난 아니에요. 집중력 높이는 데 좋은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집중을 하고 있어서 놀랐어요. 마음이 지치신 분들 이거 진짜 추천합니다. 잡념이 다 사라져요. 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어서 목이랑 어깨랑 팔이랑 손이랑 허리랑 다 아팠어요. 단점이라면 너무 재밌는 거네요. 시간 적당히 정해두고 하세요 ㅠㅠ

참, 눈이 아프진 않아요. 색감이 전체적으로 채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어요. 아이들이어도 시력 걱정 크게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단지 오래하면 힘들 뿐... ㅋㅋㅋㅋㅋ

 

 

 

 

 

 

 

 

 

 

 

 

 

 

스티커 자체는 전혀 도톰하단 느낌이 안났는데, 완성하고 나니까 묘하게 도톰해 보이는 것이 훨씬 예쁘더라구요! 다 맞춰놓고 보니까 진짜 뭔가 내가 예술을 해낸 느낌ㅋㅋㅋ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그 느낌이 잘 안 담기네요 ㅠ_ㅠ 예쁜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아무튼 아이든, 어른이든 <애니메트릭스> 한번 해보세요-! 강추합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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