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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평점 :
뉴욕타임스 12주 연속 1위, 201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인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세계를 감동시킨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기록입니다. 신경외과의로서 유능하고 앞날이 창창했던 그는 레지던트
생활이 거의 끝나갈 쯤 폐암 판정을 받고, 2015년 3월 9일 월요일 숨을 거두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드라마나 영화같다, 안타깝다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또는 그가 의사였기에 보다 의연하게 죽음에 직면한 것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러나 그의 이야기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저자는 의사이기도 하면서 환자였기에 두 가지
관점으로 죽음을 바라보았고, 분석하고 씨름하며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이해하고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했다. 삼십 대에 죽는 건 이제 드문 일이지만, 죽음 그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폐암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그게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거야." 폴은 제일 친한 친구인 로빈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내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물론 폴은 그저 죽음을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죽음을 용감하게 헤쳐 나갔다. - 루시 칼라니티의 글
중에서
보통 사람이라면 큰 병을 선고받으면 좌절하여 인생을 포기하기에 다다를 것입니다.
저자는 죽음과 마주한 채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죽음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위로하고,
죽음에 직면했을 때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리고 죽어가는 순간까지 의미 있게 살아간 그의 용감함과 아름다운 문장들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사랑하고,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끝없이 고민해
왔습니다. 바로 그 의미 있는 삶을 위해 암 선고를 받은 이후에 아이를 낳기로 아내와 결정합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그의 모습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지요. 어린 아이를 두고 떠나는 것이 슬플까 걱정돼서 포기하는 것보다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어도 아이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을 택했습니다. 그의 글 마지막에 이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보면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어요. 이 대목에서 눈물을
쏟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제는 'When breath becomes air'인데요, 제목이 참 예쁜 것 같아요. 저자는 처음부터
의사의 길을 걸은 게 아니고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끝없이 고민하다 인간의 정신은 뇌의 작용이라는 것을 알고
신경외과를 택했는데요. 그는 신경외과의로서도 소명의식이 대단했지만, 평생 문학에 열정이 있었기에 암 투병 중에도 이 책을 완성하려는 집념이
강했다고 합니다. 제목만큼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책에 실린 추천의 글에서도 모두 저자의 문장을 적극 칭찬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 뒤에
실려있는 아내 루시 칼라니티의 글에는 저자의 마지막 순간과 그들의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글이 더 진정성 있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내내 감동과 슬픔에 젖게 되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사진을 보는 순간, 그가 아이에게 보내는 메시지보다도 더 눈물이 쏟아집니다. 지금 이 리뷰를 작성하면서도 여운이 가시질 않네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폴은 평생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결국 그는 그 일을 해냈다.
나는 그의 아내이자 목격자였다.
- 루시 칼라니티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