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노히 1 - 시무룩 고양이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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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왠지 일본과 잘 어울린다. 행운을 불러들이는 마네키네코와 <고양이의 보은>, <고양이를 빌려 드립니다>처럼 고양이 영화가 존재해서일까. <네코노히> 역시 일본 작가가 쓴 만화로, 특유의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나만 고양이 없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한국에서 고양이는 참 사랑받는 존재다. 까칠해보여도 사랑스럽고, 멍청해 보여도 귀엽다. 그래서 ‘시무룩’한 고양이 <네코노히>도 귀여워 미치겠다. 출간 전 여러 국내 대형 커뮤니티에서 짤방으로 돌며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서 요 시무룩한 표정으로 힐링받고 있었다!

 

일본의 만화는 유명한 것이 많다. 보통 잡지같은 곳에 실리는 것으로 아는데, <네코노히>는 보기 드물게 트위터 연재로 성공해 책이 나왔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웹툰을 연재하다 책으로 만든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듯이 요즘 시대에 맞게 업계의 변화를 이끄는 작품인 것 같다.

 

뚱뚱한 네코노히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느긋느긋함이 느껴져 마음이 편안하다. 나는 원래 좀 게으르고 느긋한 성격이라 비슷해서 그렇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도 네코노히를 보고 여유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짧은 4컷 만화로 에피소드가 많은데, 큐라이스 작가의 트위터에서는 볼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단행본에 많아 귀여움을 더 만끽했다. 거의 전부 실패해서 웃기고 귀엽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실패들이 너무 공감돼서 웃기고, 안타깝고, 언제 성공하나 계속 보게 되고, 나도 모르게 얼른 ‘Success’를 외치길 응원하게 된다. 실패사례들이 진짜 너무 현실적이어서 완전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근데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가 거의 없는데 그나마 나오는 대사가 ‘야옹’도 아니고 뚠뚠해가지고 ‘우와웅’이다. 이게 너무 웃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백만 개 쓰고 싶다. 뚱뚱하고 시무룩한 네코노히가 우애웅하고 우는 게 상상돼서 귀여워 미치겠다. 지구 뿌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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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연대기 - 유인원에서 도시인까지, 몸과 문명의 진화 이야기
대니얼 리버먼 지음, 김명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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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진화하고 있다.

 

평소 우리 몸이 지금 이렇게 진화한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건 전문가들이나 관심 있지 않을까? 너무 투박하고 지루한 책이 아닐까?
<추천의 말>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이 책은 내 의구심을 호기심으로 바꾸어 주었다. 유인원에서부터 진화된 몸과 문명이 내 일상 생활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고,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된 건지 궁금해졌다. 또, 진화를 아는 것이 어떻게 현대에 만연한 질병들을 예방한다는 것인지 꼭 알고 싶어졌다. 키워드는 ‘두발 보행’과 ‘식생활’. 그림 자료를 곁들인 자세한 설명으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신비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즐거움도 주고 지식도 주는 착한 책이다.

 

이 책은 마치 논문같다. 저자의 열정이 느껴진다. 또는 대학 강의 전공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내용이 알차다. 이 한 권에 유인원에서부터 현생 인류까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진화의학은 참 흥미롭다. 우리 몸이 구석기의 몸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이렇게 발달한 문화 속에 사는데 당연히 몸도 좋게 변했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을 했었다. 우리 몸의 진화적 설계와 문명 간의 부조화로 인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 이 책에는 '현명한 환자'가 되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단순히 유인원에서부터 생물학적으로만 어떻게 현생 인류로 변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진화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걸 알려줌으로써 새로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진화의 한 형태인 역진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농업 혁명이 우리 인류에게 그저 좋은 일인줄로만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실수”였다는 말에 이렇게 공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 와닿는 말이다. 우리가 현재 앓고 있는 불일치 질환의 대부분이 수렵채집 생활을 그만두고 농업을 시작한 결과로 발생했다니... 충격적이다. 농업이 시작된 뒤로 번성한 다양한 질병들을 알고 나니 기가 막힌다. 이 대목을 읽다가 지금처럼 현대 의학과 공중 보건이 발전하지 않았다면 정말 끔찍했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뒤에 너무 안이하게 걱정안하고 사는 것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흠칫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알고 나니 저자를 포함해 진화를 열심히 연구하는 모든 전문가들이 꼭 필요함을 느낀다. 진화를 공부한 분들이 없었다면 앞으로의 인류가 어떻게 미래를 대처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진화와 혁명이 무슨 관계인지 이해할 수도 없었고,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일목요연하게 진행되어 난해한 진화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중요하고 필요한 질문들을 던져주어 경각심이 들게 하고, 문제 제기에 따른 답을 설명해주어서 친절하단 느낌까지 받게 한다.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먹으면 나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지만, 어떻게 에너지처럼 좋은 것이 많아서 해로울 수 있을까?”처럼 의외로 단순하고 귀여운(?) 질문을 던진다. 물론 다음 내용과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를 족집게처럼 콕 집은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하는지 먼저 방향을 제시한 후에 비로소 설명이 시작된다. 이렇게 저자의 이야기가 흐르는대로 읽어 내리다보면 마무리로 요약을 또 해줘서 참 좋다. 중간중간 문제제기 후에 답을 내리기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엔 최대한 쉽고 재밌게 설명해준다. 마치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께서 겁주는 것 같아 재밌었다.

 

 

 


이렇게 천천히 잠에 빠지는 것은 인간이 진화하는 동안 근처에서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깊은 잠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적응이었다. 밤에 첫 번째 수면과 두 번째 수면을 갖는 것도 일종의 적응 메커니즘이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때때로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외부 자극과 차단된 침실에 격리시킴으로써 장작불 타는 소리, 타인의 코고는 소리, 멀리서 하이에나가 짖는 소리 같은 정상적인 소음을 듣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본문 중에서
 

 

 

2형 당뇨병, 심장병, 골다공증, 매복사랑니, 알레르기, 평발, 암 등 현대인의 질병을 알기 쉽게 풀이하여 설명해주어서 유용하다. 덕분에 지금 내 몸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특히 내가 위험한 골다공증 이야기는 너무 무서웠다. 본문에 수록된 불일치 질환들 리스트 중에 너무 해당되는 부분이 많아 지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게다가 최근 나는 허리 디스크로 일상 생활조차 어렵기에 이 책을 읽는데도 너무 힘들었다. 누워서 읽기엔 조금 무겁다... 『우리 몸 연대기』를 읽으면서 나는 깊이 반성했다. 백 퍼센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환인데 이렇게까지 몸을 돌보지 않은 내가 후회된다. 지금도 허리가 너무 아프다. 쓰지 않아도 안 되게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몸, 내일부터라도 나는 운동을 해야겠다. 엄청 아프니까 이 책이 너무 고맙다. 이제라도 왜 내가 아픈지 알 수 있게 해줘서 말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을 시청한 것처럼 지루할 틈 없이 다소 어려운 이야기를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의 과학과 역사과목을 다시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성인이 된 후 잊고 있던 지식들을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기억력이 나빠 조만간 또 잊을테지만...(ㅋㅋ)

 

 

내 몸을 일구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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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물리학
림태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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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틈새에, 누군가와의 사이에 존재한다."

 

 

 

비오는 날.
ASMR로 즐겨 들을만큼 좋은 비 내리는 소리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 소소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평소 '관계'를 힘겹게 생각하는 저에게 이 책은 발버둥치지 않아도 좋다며 위로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많은 이들이 겪고 있죠. 아무리 잘난 사람이어도 끊임없이 고민했을 거예요. 이 책은 잠들기 전 차분하게 읽어보면 참 좋을 것입니다.

 

저자가 시인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참신하고 아름다워요. 쉽게 읽히고, 부드러운 문장들에 마음을 비워내고 읽기 좋았어요. 그렇지만 그저 스쳐지나갈만큼 가벼운 문장들은 아니었습니다. 문장 가득한 은유를 생각하는 게 재밌었고, 또 이해하고 나면 왠지 뭉클해졌어요. 나의 취향이 이런 문장이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독특하면서도 통쾌한 제목에 마음이 가요. 놀랍도록 와닿았고 다른 책들도 꼭 보고 싶네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읽는 내내 보고 싶은 그 사람이 계속 떠오르고 보고 싶어졌는데요. 제 마음을 헤아려주는 듯한 이 책은, 그래서 조금 슬픈 느낌이에요. 왜 이렇게 먹먹한 건지. 나 혼자 좋아해서 힘든 그 사람과 나의 사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자는 어떻게 다양한 마음들을 그렇게나 잘 표현했는지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모든 사이를 우주라 여기고 그 안에서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신선했어요. 평소 우주의 신비로움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렇게 사람 사이에 빗대어 생각해보니 정말 공감되고 신기해요. 표지도 참 예쁘네요.

 

 

 

여러분의 오늘 관계의 날씨는 어떠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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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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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짧은 회사 생활을 뒤로 하고 완전히 '집순이'로 사는 나는 느낌이 왔다. 혹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인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다. 늘 그렇듯 표지를 슥- 구경하고 뒷표지도 보고 작가소개란을 읽는다. 특기로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 모아놓은 돈 까먹기, 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 세상에 많고 많은 특기 중에 나랑 이렇게나 똑같은 특기를 가졌다니 소름 돋았다. 모아놓은 돈 까먹기나 한낮에 맥주 마시기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런데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는 정말 놀랍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들어오는 일이 거~의 없지만 이 분은 나보단 많을 거란 것? 이 분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지만 왜 들어오는 일을 거절하는 게 특기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분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졌다. 책 속에 40대라는 사실이 나온다. 헐. 진짜 헐이란 소리가 나왔다. 생각보다 나이가 있는 분인 것에도 놀랐지만, 그것보다는 왠지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30대인데, 이 분을 보고 있자니 40대의 나를 미리 보는 것 같다.

 

비교적 읽기 편한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편안하게 커피 한잔 마시며 여유를 맛보기에 딱이다. 진지하고 딱딱하게 젊은 세대에 조언인 척, 충고인 척 고지식하게 구는 내용이 아니다. 그래서 최소 30대 초반의 작가가 아닐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40대시다. 내가 멋대로 제한을 두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이 책을 2-30대의 젊은 작가가 썼다면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어느 정도 세상을 겪은 40대가 이런 내용의 책을 썼기에 열심히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파(派)로부터 반발(?)이 좀 덜하지 않을까. 나는 30로서 40대인 저자가 요즘 세대를 이해하고 이야기해주니 더 와닿는다.

 

이 책을 읽으며 '사토리세대'를 처음 알았다. 이걸 '뜻밖의 무소유 신세'라고 표현한 게 정말 기가 막히다. 완전 공감했고, 완전 웃었다. 중간중간 약간 더러운(?) 팬티 차림의 남자 캐릭터 일러스트와 위트있는 글귀가 웃음 짓게 한다. 계속해서 나오는 이 캐릭터가 속세의 옷을 한결같이 벗고 나오기 때문에 고민이 진짜 벗겨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지금 'ㅋㅋㅋㅋㅋㅋ'을 백만 개 쓰고 싶다.

 

이 책의 포인트는 요약해서 '느려도 괜찮아'다. 그런데 읽다보니 살짝 우울해졌다. 이 분은 40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최소 모아놓은 돈이 1년은 버틸 수 있는 만큼이란다. 나는 이미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나는 늘 지금이 행복하다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자기 합리화, 자기 위안을 할 때마다 나를 한심하게 보는 시선들은 늘 있었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행복하다 여기는 게 왜 나쁜 것이란 말인가? 저자는 나의 이 생각을 완벽하게 지지해준다. 나는 이 책을 알기 전에도 원래 열심히 살지 않고자 하는 신념이 있었다. 나의 좌우명은 '자신답게 살자'다. 그래야 내가 행복하니까. 열정과 노력을 강요하고 이를 미덕이라 여기는 사회에 부담을 느끼다 못해 반감을 잔뜩 가지고 있던 나는 이 책을 통해 그 피곤한 감정을 살짝은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저자의 상황과 내 상황이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마음 먹고 사느냐에 따라 이게 자존감의 높낮이로 이어진다는 부분을 저자와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렇게나 나의 생각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반갑다.

 

다른 독자분들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야매득도하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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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항목을 참조하라
다비드 그로스만 지음, 황가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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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게 세상의 이치인지도 모르지. 다른 사람을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자는 스스로 인간이 아니게 되는 거야. - 본문 중에서

 

 

 


첫 장부터 나는 숨 막히기 시작했다. 홀로코스트, 나치, 유대인 등.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단어들. 옛날 전화번호부같은 두께 ... 이 책을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는 것이 어려운데 한몫하는 것은 바로 데이비드 그로스만의 문장이었다. 특이했다. 여러 언어가 섞인 데다, 줄표 속 문장이 끊임없이 나왔고, 명조체였다가 고딕체가 되는 단어들이 무수히 많았다. '이거 실화냐?'라는 속마음이 불쑥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한마디로 나는 무지하게 정신 없었다. 난독증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가 의심되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가는 것이다.

 


정신 없는 문장들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었지만 다행히도 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문장구조와 단어들은 어려웠으나 그로스만의 문장은 흡입력이 굉장했다. 어느새 빠져들어 멈출 수가 없더라. 묘사가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실감났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생각하는 거지?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 바람이 자칼처럼 울부짖는 소리에 측백나무들은 두려움에 미쳐 날뛰며 누가 배를 간질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리를 뒤틀고 몸부림친다.
- 그가 허리띠를 끄르자 몸이 강물처럼 흘러넘쳐 거실을 가득 채우고 모미크를 부엌까지 밀어 내다시피 한다.
- 작은 노른자 같은 태양을 납빛 구름이 집어삼키자 빛이 차츰 희미해졋습니다. 신은 천천히 자신의 장난감들을 거둬들였죠.
- 수평선 위에 감긴 구름 스카프 사이의 그녀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신비롭고 성숙합니다.
- 마치 나의 온 존재가 불부은 종이처럼 쪼그라들어 눈앞에서 사라진 것 같았단다.

 

 


2장 <브루노>에서는 중간중간 문장부호가 하나도 없는 페이지가 있다. 이런 책은 처음 본다. 마침표조차 없다. 그래서 뭔가 쉼없이 읽게 돼서 점점 빠져드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다. 백퍼센트 이해를 하며 읽은 것은 아니지만 바다를 의인화하여 '그녀'와 대화를 하는 대목은 상상력을 자극했다. 3장 <안셸 바세르만>에서 바세르만이 나이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엔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이렇게 긴장될 만큼 생생한 나이겔이라는 인물 묘사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지막 장인 <카지크의 삶에 관한 완전한 백과사전(초판)>에서는 그동안 힘겹게 이해하려 했던 이야기들에 드디어 참여할 수 있었다. 정말 사전처럼 단어마다 설명이 쓰여져 있는데, 그중 유일하게 '삶의 의미' 항목에만 따로 이야기가 없었다. 이 책을 마스터한 분의 리뷰가 궁금해지는 시점이었다.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는 한 편의 영화같다. 정말 처음엔 단 하나도 이해를 못했는데 의식의 흐름같은 이 문장들을 타고 흘러가듯 읽다보니 점점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이게 그런 의미였구나!'하며 소름돋을 때가 많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궁금점이 많지만 이 책이 왜 대단한지는 알 것 같다. 사실 이 책이 가지는 크고 중요한 의미는 비극을 재조명하고 문학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아닌 다음 세대로서 거리를 두고 바라본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시점, 환상적이고 은유가 뛰어나다는 점,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 놀랍도록 아름다운 책이라는 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대학시절 영상 공부를 위해 보던 외국의 유명한 독립영화같은 느낌이다. 읽는 동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대단히 즐거웠다. 이 어려운 책을 내가 이해하려 하고 있다니! 스스로를 응원하며 읽은 보람이 큰 책이다.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은 읽고 또 읽었다. 그 문장 하나에 앞서 읽어온 모든 문장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며 퍼즐처럼 맞춰지기 시작했다.

 


책의 분량이 엄청난 만큼 출판사 서평도 길다. 아, 참. 안네의 일기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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