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행 - 사람의 숲을 거닐다
김정길 지음 / 돋을새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3인행.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에서 반드시 한명의 스승이 있다는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인데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내가 배울것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한낱 유한한 존재일뿐이다.

이 세상에 모든일을 다 잘할수는 없는것이다.

어떤 한가지 일을 잘한다고 해도 그 한가지 것에 유일무이 하다고 할수도 없다.

얼마든지 더 잘하는 사람이 나올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늘 겸손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배운다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런 보통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내용은 지은이가 살면서 직접 만났거나 책을 통해서 알게된 사람들 중 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전체가 3부인데 1부에서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사람들의 모습을,

2부에서는 시대적인 아픔속에서도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세워나가는 사람들을 소개하고있다.

3부는 지은이 자신의 삶을 반성하게 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해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사람은 발레리나 강수진이다.

누구나 그의 화려하고 탁월한 무용솜씨에 찬사를 보내지만 그런 실력을 갖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렸는가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공개된 그의 발을 보면 왜 그렇게 잘할수밖에 없는가를 잘 알수 있다.

자신의 모든 노력과 땀과 눈물이 그 발에 다 모여있는것이다.

하고 또 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쉴틈없이 전진한 결과가 오늘날의 그녀를 있게 한것이다.

물론 천성적인 자질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노력과 열정이 결국 성공에 이르게

했는데 정상에 섰다고 해서 게을러진것도 아니다. 가면 갈수록 그 노력은 더욱더 정교해지고

세밀하게 되는것이다.

이런 노력과 열정이 그 사람의 삶을 이끄는 예로 뒤에 이어지는 인물들에서도 잘 알수있다.

천재적인 수학자라고 일컬어지면서도 평범하기때문에 더욱더 노력했다는 히로나카 헤이스케,

청교도적인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이름 자체가 신뢰의 상징이 되게 만든 안철수,

단지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듯해서 매일 연습한다는 천재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

새로운 일에 전혀 두려움없이 진군하는 용감한 한비야 등의 이야기에서 선천적인 재능이 아니라

노력과 자신감이 결국 자신의 삶을 최고로 만든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물론 그 노력과 열정만으로 모든것이 해결되는건 아니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하는것이다.

힘든 시절을 살면서도 그의 신념을 꺾지않고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한걸음씩 나아간 결과

결국 시대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빌리 브란트와 등소평, 리영희, 정문태.

김두식의 예를 보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나를 일깨우고 반성하게 하며 바른길로 가게 감명을 주는 사람들이 꼭 그런 유명인물이나

역사상의 위인들만 있는건 아닐것이다.

지은이도 책을 마무리하는 인물로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들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부인은 물론이고 그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친구들, 그를 도와주고 보필

하는 직원들에게서 작지만 큰것을 배운다고 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더욱더 자신의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오랫동안 한결같은 말과 행동

으로 삶을 이룩해 나가는 것을 보면 그 자체가 배울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는가.


누구나 편하게 삶을 살지는 않고 또 편하게 성공하지는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도 실패할때가 있고 좌절할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것들이 결국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여러가지 방식으로 살아도 결국 삶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끊임없는 노력과 쉬지않는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여유일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나의 삶에 스승이 될수있고 배울것이 있다는 것은 그것을 배워 실천

하는것과는 관계 없이 늘 마음속에 새겨놓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정치가나 관료 출신의 책은 내용에 있어서 크게 읽을만한 가치가 없는 책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지은 지은이도 정치인이었고 지금은 체육회장에 재직중인 사람이지만 그런 류의

책과는 분명 격이 다르다고 하겠다.

선입관을 가지지 말고 일단 내용을 보기 바란다.

전문 작가가 아니라서 몇군데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그가 주제로 세우는 '삼인행'

은 귀담아 둘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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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색 수배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0
퍼트리샤 콘웰 지음, 김백리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열번째다.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스릴러 '스카페타 시리즈'가 첫번째 이야기인 '법의관'에서 시작된지
이제 열번째를 맞이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달리 이 시리즈에는 사랑과 연애, 가족의 이야기가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한다.
언뜻봐서는 가족의 이야기가 주고 살인사건이 부가 되는것처럼 보일 정도로 드라마적인 면이
강한 이야기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서로간에 보이는 사랑과 애정,우정 등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수있다
는게 다른 추리소설과는 다르다.
그러기에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고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시체들이 연이어 나와도 왠지
크게 두렵게 느껴지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성숙되어 가던 관계가 아홉번째 이야기에 허물어지게 된다.
한 사람의 죽음때문이다. 그것도 그들 모두의 구심점이 되던 인물의 죽음이었기에 그 충격이
대단했을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인생 행로에 크나큰 상처가 되어버렸다.
그의 죽음으로 끝났던 전편에 이어서 열번째인 이 소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부재하는 가운
데서 시작하는 첫번째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울적하고 우울한 느낌의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연인 웨슬리를 잃은 주인공 '스카페타'박사는 이번작에서 슬픔에 무너져내리는 모습
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분신이라고 할수있는 조카 '루시'는 웨슬리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관념으로 또한 괴로와한다.
웨슬리와 스카페타의 충실한 친구인 '마리노'경감 역시 경찰서에서의 보직변경과 함께 그 자신
의 처지에 비관, 자신감 잃은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런 가운데 서로에 대한 비난과 오해, 갈등등으로 서로 상처를 주고 만다.
주요 인물들이 전작들에서 보였던 따뜻함과 여유가 일순간에 사라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만 살고 있을순 없었다. 다들 자신들이 맡아야할 중요한 직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맞춰 새로운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외국에서 입항한 컨테이너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심하게 부패한 시체가 발견된 것이었다.
얼핏 봐도 단순하게 보이는 사건은 아닌데 뒤이어 일어나는 살인 사건과 맛물려 복잡한 양상으
로 발전해간다.
급기야 프랑스까지 가서 사건의 단서를 알아오기까지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적과 싸우기도 힘든 스카페타와 마리노에게 우군이라고 할 경찰국 부국장의
견제는 이들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
그러던 중 사건의 실체에 한발짝 더 다가가던 스카페타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이 시리즈를 아끼는 팬들은 이번작에서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이야기에 어쩌면 같이 우울해
질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 전작들에 보이는 스카페타, 웨슬리, 루시, 마리노의 웃음과 여유, 사랑에 늘 씽긋
웃고 했기에 이번작에서 남은 이들이 서로 상처를 주는 모습에 당혹감마져 느낄 정도였다.
더욱더 외곬수로 치닫는 듯한 루시도 위험스럽지만, 경찰국에서의 미묘한 갈등때문에 형사자리
에서 쫓겨난 마리노의 낙담은 그것을 지켜보는 나 조차도 암담한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스카페타 역시 슬픔을 일로 잊어버리려는 듯한 모습에서 정말 꼭 저래야 할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서로가 상처를 주는 말을 할땐 은근히 짜증까지 났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감정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이 소설에 동화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이 책은 로맨스 소설이 아닌 법의학 스릴러 추리 소설이니만큼 사건 해결에 있어서 법의학적인
내용도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묘사된다.
이번엔 사람의 '체모'가 중요한 사건의 열쇠가 된다.
어떻게 그것이 사건을 풀어가는 단서가 되는지는 참 상상하기 어려운데 지은이인 '퍼트리샤 콘웰'
은 그 과정을 상세하고도 사실적으로 묘사를 한다.
작은 것 하나에서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모습은 언제봐도 감탄스런 장면이다.
사실 미국에선 진짜로 그렇게 범인을 잡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이었다.

이야기 초반 주요 인물들의 갈등이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씩 사그라져 가고 서로 상대의 상처를
보듬어 안으면서 차츰 안정감을 되찾아가게된다.
마리노는 다시 형사의 위치로 돌아왔고 루시는 어떤 행동으로 인해서 과거의 마음의 부담을
조금 덜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카페타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그가 과연 이 시리즈 인물들의 구원투수가 될수있을까?...
지은이인 콘웰은 결말부분에서, 다음편에 무엇인가 연결되는듯한 암시를 하는 장면을 잘 삽입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큰 부분이 워낙 인상깊어서 잘 눈치채지 못할수도 있는데 그걸 찾아보는것도
또다른 재미를 줄것이다.

이 시리즈는 각 이야기마다 독립되어서 새로 읽는 분들은 부담없이 어떤 시리즈를 읽어도되지만
아무래도 인물들간의 이어지는 면이 있어서 1권부터 읽으시길 권한다.
차근차근 읽다보면 인물들이 성장하는것을 차분히 볼수있고 같이 크는 듯한 느낌도 받을것이다.

높다란 산을 오르다가 이제 산꼭대기에 오른 느낌이다.
그런데 오르고 보니 그 너머에 또다른 산이 이어져 있는것같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이제 또다시 나아갈 목표가 생긴걸까.
슬픔을 딛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스타카페 시리즈의 다음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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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테나 1 - 날조된 고대 그리스 1785~1985, 서양 고전 문명의 아프리카.아시아적 뿌리 블랙 아테나 1
마틴 버낼 지음, 오흥식 옮김 / 소나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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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다빈치코드'라는 소설을 각색한 영화가 개봉했다.
예수가 결혼했고 그 후손이 어디엔가 살고 있으며 그것을 숨기기 위해 기존 교회가
갖은 행동을 한다는, 일종의 음모론 비슷한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대중은 기존관념에 대해서 반기를 들거나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주장에
귀를 잘 귀울인다.
마술이 사람을 속이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술 기술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것처럼, 이면에
또다른 진실이 감춰져 있는건 아닌가하는 지적인 호기심이 발동하는것 같다.
그러나 그런것들이 논리적이고 설득적인 근거가 부족할땐 바로 그 관심을 거두어버리는
냉정함을 보인다.
다빈치코드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긴하나 그 논리적 타당성이 미약해서 대중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지는 못하는거 같다. 그저 잘쓰여진 '픽션 소설'로 생각을 할뿐 기존
관념을 허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 오랫동안 교육받아온 기존 사실을 뒤엎는, 그야말로 깜짝놀랄 사실을 전하는
전하는 책이 있다.
바로 '블랙 아테나'이다.
알다시피 아테나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 아테네의 수호신이다.
고대 그리스는 현대 서구문화의 원류로 일컬어지는 만큼 그때 사람들도 백인이었다고 생각할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수호신도 '흰색'이라고 예측할수있는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지키는 수호신이 '화이트'가 아닌 '블랙'이라니!
지은이는 제목에서부터 본래 그리스 문명이란것이 아프리카의 이집트 문명이나
페니키아같은 동방문명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수백년동안 진실이었는데 비교적 최근 1-200년사이에 진실이 은폐되고
사실이 조작되어 완전히 다른것을 사람들이 믿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구사회가 찬양해 마지않는 고대 그리스 문화가 그 독창성은 별로 없고 이집트 문화의
영향아래 발전해왔다는 주장은 기존의 관념에 빠져있던 나로선 큰 놀라움이었다.
마치 '서양 고대사판 다빈치코드'의 이야기 같이 들릴 정도였던 것이다.

지은이의 전체적인 주장의 틀은 이렇다.
고대 이집트는 그리스에 식민지를 건설, 수백년을 통치하면서 훗날의 그리스 문명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집트와 동방문명을 수용하여 그리스 문화를 건설했다는 것이 이른바
'고대 모델'이고 고대 그리스는 스스로으 힘으로 문화를 꽃피웠고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
을 부정하는 것이 '아리안 모델'이다.
지은이는 기본적으로 고대 모델의 입장을 따르면서도 아리안모델과 양립하지 못하는건 아니라
는 측면에서 '수정 고대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수정된 이론이긴 하나 그리스 문화가 이집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대전제는 그대로 받아들
이면서 그 주장의 근거를 고고학,언어학,상징학 등 다양한 사료를 통해서 논증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재미있는것은 서구문명이 자신들의 문화적 뿌리라고 일컫는 그리스 문명의 역사가나 작가들이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그리스 문화의 근원은 이집트 문화라고 명백히 밝힌 점이다.
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헤로도토스'도 그리스 문명의 뿌리는 이집트와 함께 동방문명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외 많은 고대 그리스 작가들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이 그리스
문화를 추종하고 계승한다는 서구문화는 그 사실을 철저히 부정하고 기피하고 조작까지 하고
있다는것은 정말 아이러니라 하지 않을수 없다.

그리고 1820년대 이전까지는 유럽사람들조차 동방문명의 영향으로 그리스문명이 발달했다는 것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그럼 왜 수백년간이나 이해되어왔던 사실들이 왜곡되고 조작되고 날조된것일까?
지은이는 서로 연관된 4가지의 힘을 들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반발, '진보'관념의 대두, 인종주의의 성장, 낭만주의의 헬레니즘이 그것들이다.
과도한 민족주의는 인종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인종주의로 발전했고, 앞선 민족인 유럽인의
문화의 뿌리가 '열등'한 민족인 아프리카인의 고대문명에 그것을 두고있다는 사실을 그들로
서는 받아들일수가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이슬람교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반발과, 18세기 낭만주의적 열정에 잘 부합하는
그리스 문화의 특성등이 이 역사 조작이라는 거대한 음모에 뒷배경으로 작용한 것이었다.

과도한 민족주의에 의한 역사왜곡은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것이 바로 일제 강점기에
강요당한 식민 사학에서 볼 수 있다. 그 식민 사학에서 아직도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역사를 조작해온 서구 문명사에 대해서 우리가
의문을 가질 가능성은 애초부터 희박한 것이었다.
근대화의 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성과물을 세계로 전파한 서구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역사관도
함께 수출하면서 직접 당사자가 아닌 우리들로서는 그것이 조작되었다는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송곳을 주머니에 넣어 감춘다고 해서 다 감춰지는건 아니다.
그 끝이 끝내 옷을 찌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서구 사학이 감추려고 했어도 고대 그리스인들이 남긴 수많은 실증자료를 모두 폐기
할수는 없었을것이다. 그것들은 어쨌거나 자신들이 뿌리라고 여기는 선조들의 유산이었을꺼
니깐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큰 용기를 가지고, 학계에서 매장당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책을 펴낸 '마타 버넬'에게 찬사를 보내지 않을수 없다. 주류와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는 능히 짐작할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전투적으로 이 문제를 펼쳐보인 것이다.
발표당시 예상대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수많은 비난과 비판에 대한 반론을
하기위해 계획했던 책의 출간도 미룬채 내용을 더 보강한 책을 서술했다고 하니 그 논란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간접적이나마 느낄수 있다.

물론 철옹성처럼 단단한 기존 학설의 벽을 깨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큰 둑이 무너지는
것도 작은 균열에서 시작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버넬의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자극을 받아 더 많은 학자들이 많은 연구를 진행한다면 거대한 물줄기를 언젠가는
바꿀수 있지 않을까?

이책은 전체적으로 서론과 10장의 본문, 결론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개괄적인 내용을 담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한 10장의 내용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 진실들이
어떻게 변용되고 왜곡되고 조작되는지를 연대기순으로 설명하고 있다.
3장까지는 이집트 문명을 받아들였던 진실의 시대를 보여주고 있고, 4장부터 10장까지는
이집트 문화에 대해 점차 왜곡되고 각색되고 통째로 바뀌는 과정들이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책읽기는 그리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책의 쪽수만 880쪽이어서 그 두께에 읽을 엄두가
안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앞부분의 서론과 부록,주석,해설,미니사전,참고문헌등을 제외하면
본문은 거의 500여쪽으로 줄어든다. 웬만한 장편소설 두세권 정도의 분량밖에 안된다.
할 수 있다.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라.
진실의 문으로 들어설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학술적인 글이라 딱딱한 문체라서 옮기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번역 자체는
깔끔하게 잘 된거 같다.
다만 좀더 쉽게 의미전달이 될수 있게 옮길수있는 문장이 더러 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밖에 책의 장정도 튼튼하고 편집도 잘 되어 있다. 주석도 상세하고 옮긴이의 시작에서 본
자세한 해설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역사는 승자에 의한 기록이고 그 기록들이란것이 취사선택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쓰여진 것에 대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우리의 태도에 이 책은 반성의 기회를 제공
한다.
역사란 상대적인것이고 진정한 진실은 어떤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없으면 그 이면을
알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책에서는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서구 유럽 사회의 문화적 오만을 깨우치고 문화의
참된 모습과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과 중동의 전쟁이나 미국의 이라크 침공같은 것은 이런 문화적인 오만이 밑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또한 최근 외국인 노동자나 농촌으로 시집을 오는 외국인 신부의 증가로 점차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에게도 생각할꺼리를 준다고 하겠다.
이런 진실찾기를 통해서 문명과 문명, 문화와 문화간의 진정한 소통을 통한 인류의 평화가
지은이가 바라는 가장 큰 바램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버넬이 쓰고 있는 이 저작물을 전체가 4부작이라고 하는데 이제 1부이다.
나머지 3부가 무척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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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펠레스 - 악의 역사 4, 근대세계의 악마
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 김영범 옮김 / 르네상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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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어쩌면 인류가 시작되고 끝날때까지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얽히고 ˜鰕耽?될
두가지 대조되는 개념이다.
동양사상에서는 인간은 날때부터 선하다는 성선설과 날때부터 악하다는 성악설이 있을 정도로
일찍 부터 선과 악에 주목해왔다.
그러나 이것을 실제하는,무시무시한 괴물같은 존재로서 개념을 발전시켜온것은 서양이다.
특히 기독교에서의 하나님과 대비되는 존재로 악마는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고대에서 지금까지 악,악마에 대해서 그 의미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석되었는가에 대한
개념서라고 할수 있다.
이른바 '악의 역사' 4부작 시리즈인데 인간이 가진 악의 모습이 옛날부터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그 4부작중 마지막권인 이 책은 비교적 근현대사에서 나타난 악의 모습을 그려서 좀더 현실감
있게 읽을수 있다.

기독교가 초기의 박해를 딛고 서양 세계의 절대종교로 자리매김한 중세에서는 악마의 존재는
절대종교를 믿기 위한 하나의 무서운 장치였다.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바로 악에 떨어진다는 논리로 기독교에 절대복종하게 되는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러던것이 중세 교회의 타락상을 개혁하기 위해 일어난 종교개혁에 이어, 계몽사상, 합리주의
의 등장으로 그 의미가 축소되고 그 의미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절대 '선'인 하나님이 있는데 왜 악마가 존재해야 하고 왜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냐라는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물음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상에 근거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
다. 거기에 더해 기독교 사상을 전파하는 교회의 타락과 부정은 결국 그 종교의 궁극인 하나님에
대한 부정에 대한 반항으로 악마를 영웅시하기까지 이르렀던 것이다.

기독교도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그때 선이라고
생각했던 교회의 행동이 얼마나 악으로 도배되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선의 결과를 위해 악의 수단을 이용했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중세의 종교개혁이후로 악에 대한 인간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할수도 있다.
그전에 악마의 개념에 대해서 악마앞에서의 인간이란 한없이 나약하고 그 힘에 굴복당할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여겼고 선의 상징이었던 교회에 대해서 절대복종 했었던 것이다.
그러나 종교개혁이후로는 여러가지 사상의 등장과도 관계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교회를 '개혁'했다는
의미에서 어쩌면 거대악 이었던 존재와의 싸워서 이겼다고도 볼수 있지 않을까?
이젠 악마의 존재에 대해서 더이상 무서워하고 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것이다.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유물론이나 증명되지 않는것은 현상으로 볼수없다는 과학사상들에 이르면
역시 같은 이유로 악의 존재도 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은 어김없이 있는 법. 밖에 존재했던 악마가 이젠 개개인의 마음
속에 들어와 있고 또 그 마음을 통제 할수있으리라고 봤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과거보다 더 많은 악들이 생산되고 악한 행동이 행해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정녕 인간의 선택이란 말인가에 대한 물음을 지은이는 던지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단순한 개념이었던 악이 시간이 갈수록, 역사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관점과 모습을 갖게 되고
근대이후에는 그 개념이 일부분 모호해지기까지 하고 있는 것은 악을 이용하는 인간의 의지때
문이다.
그 의지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인간의 욕심일것이다.
더 많이 가지고 싶고 더 많이 누리고 싶은 인간의 욕심. 그것이 악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끊임없
는 전쟁을 하고 있는것이다.
합리적이라고 할수있는 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여전하며 악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더욱더 교묘하게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제목은 악의 역사이고 악의 개념의 변천사에 대해 기술한 책이지만 그 속에는 악을 제어하자는
지은이의 속마음이 들어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선과 악, 그 두가지를 선택하는것은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일테니깐 말이다.

비록 서양에 한정된 글이긴 하지만 고대로부터 근대, 현재에 이르기까지 악에 대한 개념의 변천
사를 기술한 이책은 굳이 악이라는 의미에서만 보는것이 아니라 서양 지성사를 보는것으로 봐도
좋을만큼 내용이 풍부하다.
악이라는 무거운 단어보다 그냥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도 좋을것이다.
역사적인 상황에 따라서 악의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잘 설명되어 있을뿐만
아니라 신학,철학,문학과 여러가지 예술속에서의 모습도 추적하고 있어서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개념을 쉽게 이끌어 준다.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고 장정도 좋으나 4부 자체의 분량이 만만치 않고 전체 4부작을 다 읽는다면
더 큰 참을성을 요하는 책이다.
시대별로 독립된 것이라서 1,2,3,4부 중 어느것을 먼저 읽어도 읽어내려가기에는 어렵지 않다.
악에 대한 지적인 탐구. 흥미로운 책읽기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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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 나와 나 사이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야기
요시다 슈이치 외 지음, 유은경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최근 일본작가들의 작품들이 우리 독서시장에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동명 소설로 영화화까지 해서 일본 소설을 읽는게 익숙해지기 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히 한국에서의 '일류열풍' 이라고도 할수있는데 왜 갑자기 그런 인기를 얻고 있을까?
일단은 일본문학의 저력이라고도 볼수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문학도 서비스업종라는 의미에서,
달라진 독자의 기호를 잘 파악한 일본 작가들의 노력때문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다.

시류에 영합한다느니 대중적인 인기만 쫓는다더니 문학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수도 있지만 어차피 대중과 유리된 작품은 박물관에서나 있을 박제된 골동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소설의 인기는 국내 작가들의 서비스정신의 부족함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고도 볼수가 있겠다.

최근의 인기 일본소설의 특징으로 한다면 이미지가 세련되고 도시적이며 독자의 감수성을 잘 헤아
려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면이 있다.
가벼운듯 하면서도 어느정도 깊이가 있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질수 있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들도 국내에서 제법 흥행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일본의 여러 작가들의 면면을 한번에 맛볼수있는 단편소설모음집이 바로 이 책이다.
일본에서 여러 문학상을 탄 12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인데 호흡이 긴 장편소설이 아닌
단편소설로서 다양한 맛을 음미할수 있다.
뷔페긴 한데 본격적인 음식들에 앞서서 맛보는 에피타이저들의 모음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그 짧은 내용에도 작가들 특유의 스타일을 느끼는것은 어렵지 않다.
요시다 슈이치나 아베 가즈시게, 유이카와 게이 같은 나름대로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작가들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그 스타일을 짐작 할수 있는 이야기구조이다.
어찌보면 약간 짧다고 느낄수 있을것이다. 보통의 단편보다는 사실 좀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난 이 소설 모음집을 엽편소설집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 활성화된 장르는 아니지만 단편중에서도 좀 짧은 단편을 엽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이 책이
그런 소설들로 이루어진 것이다.
소개된 작가들이 쓴 장편 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운데 그 작가들의 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는 안성맞춤인 책같다.

내용은 제목인 '비밀'이라는 주제에 맞춘 글들을 모았다.
특이하게도 하나의 사건에서 엇갈리는 두 사람의 상반된 생각들을 대비해서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자아내게 한다.
그중에서도 첫번째 이야기인 '진도 4의 비밀'이란 이야기가 머리에 남는다.
결혼을 앞두고 각자 옛연인을 정리하기 위해 길을 떠난 두 사람이 어설픈 거짓말을 주고받으
면서 과거의 비밀을 덮으려는 모습은 어찌보면 현재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고 할수
있을것이라는 점에서 현실감이 있었고 허둥대며 거짓말을 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기
도 했다.

엽편소설인 만큼 천천히 몰입하는 스타일의 독서경향을 가진 사람은 이 책이 좀 황당할수도
있겠다.
이제 좀 잼있을라고 하는 순간에 급격히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읽는 소설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바로 읽어 내려가야 글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할수 있을 것이다.
짧게 읽고 난뒤 오랫동안 여운을 가지고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보라는 의도로 쓴 글들일수도
있다. 어떨땐 긴말이 필요 없을때도 있는 법이니 말이다.

여러 일본 소설들이 많이 출간되는 가운데 나온 이 책은 기획면에서 독특하다고 하겠다.
단편중에서도 엽편에 가까운 소설들을 모았고 비슷한 주제와 양식의 소설들이라서 시간적 여유
가 없는 사람들에게 최신 일본 작가들의 맛을 보여줄수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볼수 있다.

다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호불호가 있을수 있겠고 엽편이라는 형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
게는 그다지 인상깊지 않을수도 있을꺼 같다.
그리고 책 장정이나 번역은 깔끔하지만 분량에 비해서 약간 비싼 느낌이다.

다소 사소한 일상의 일들을 내용으로 한 소설이니 편하게 부담없이 읽어보면서 스쳐 지나갔던
일들을 생각해 보는것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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