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1 기담문학 고딕총서 5
워싱턴 어빙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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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는 연주곡이 있다.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프란시스코 타레가가 작곡한 연주곡인데 알함브라라는 궁전을 구경하고 감탄하면서 지은 곡이라고 한다. 사실 제목만 들었을때는 그냥 지은 것이 아닌가 했는데 실제하는 궁전의 이름이라고 해서 놀랐던 적이 있다. 궁전이름이 꼭 소설이나 만화같은곳에 나올꺼같이 환상적이었던 탓이었다.
알함브라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왠지 모를 신비함은 그 궁전이 위치했던 곳과 역사를 알게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로 유럽의 이슬람왕국이었던 그라나다왕국의 궁전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역사에서 중세에 카톨릭세력에 맞서서 섬같이 존재했던 이슬람국가가 있었으니 그것이 그라나다다. 지금의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에서 수백년동안 이슬람의 문화와 예술이 꽃이었던 곳이고 그것의 정점이 알함브라 궁전이었던 것이다.
비록 나중에 같은 스페인의 크리스트국가에게 정복당하지만 그들이 남긴 문화와 기술등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중세 유럽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특히 문학과 예술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가 되었다. 바로 위의 연주곡같은 것 말이다.

그 알함브라 궁전 이야기를 쓴 책이 바로 이 '알함브라'이다.
이 책은 미국 낭만주의의 대표적 작가인 워싱턴 어빈이 알함브라에 머물면서 알함브라 궁전에 얽힌 민담이나 설화 등을 기행문과 소설의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찬란한 이슬람문화를 꽃피웠던 알함브라. 비록 몰락하긴 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없어지지않고 오랜시간동안 남아있었다.
민담의 특성상 부풀려지기도하고 축소 삭제 되기도 하고 덧붙여지기도 하면서 그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것을 작가가 채집한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알함브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한다.

전체 1부와 2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먼저 알함브라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알함브라에 도착해서부터의 첫인상과 주변 모습들 여정들이 자연스런 필체로 묘사된다. 비록 과거에는 찬란한 왕국이었지만 그때는 조그만 시골에 불과했을것이다. 지은이인 워싱텅 어빙 일행을 맞이하는 지역 사람들의 순박하고 친절한 모습이 입가에 흐뭇한 웃음을 짓게 했다.

일단 알함브라의 지배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지은이는 궁전의 여러 부분들에 대한 묘사를 하게 된다.
정의의 문, 코마레스 탑, 사자의 정원, 아벤세라헤홀에 이르기까지 궁전의 여러 모습들을 인상적으로 들려준다. 그 하나하나가 민담과 전설의 소재가 되고 무대가 되고 배경이 되는것이다.
그속에서 생겨난 여러 이야기들은 1부의 뒷부분에서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데 아라비아 점성술사와 세 공주의 전설이야기는 그 자체로 신비한 느낌이 들게 했다.
달빛을 받은 알함브라라는 제목의 글은 비록 보지는 못해도 글로도 충분히 그 몽환적이면서 아름다운 궁전의 모습이 연상이 되었다. 알함브라의 군데군데 여러 부분에 비치는 달빛은 그속에 숨어있는 무어인의 손길을 일깨우면서 마치 마법의 나라에 있는것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실제로 보면 얼마나 꿈같은 광경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무슬림의 전설과 민담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알함브라를 건설한 왕과 알함브라를 완성한 왕의 이야기들, 퇴역군인, 공증인 , 왕자, 시동, 아름다운 여인등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아라베스크처럼 다채롭고 이야기들의 소재도 다양하다.
'알함브라의 장미와 시동'이라는 이야기에서 나오는 사랑이야기는 잔잔한 웃음과 연민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거기 나오는 류트가 나중에 파가니니의 바이얼린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과연 전설일까 진실일까. 전설이던 진실이던 알함브라의 보배로운 빛이 파가니니의 명기에 스며들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꺼 같았다.

기행문같으면서도 무어인의 전설을 이야기하는 이 책 알함브라는 알함브라의 매력을 멋지게 잘 표현한 책이었다.
궁전을 묘사하는 부분도 지루하지 않게 잘 쓰여졌고 오히려 궁전의 구석구석 우리가 지나칠만한 곳까지 아름답고 유려한 필체로 잘 인도하고 있다. 미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참 멋지고 아름답게 알함브라를 잘 보여주고 있는거 같다.
무어인들의 삶이 녹아있는 여러 민담들도 아름다운 알함브라와 어울리게 인상깊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소개된다는 이 책은 책의 앞에 여러가지 지도와 사진등 궁전을 이해하기에 도움이 되는 여러 자료들을 실었고 중간중간 이야기와 관련한 도판들이 있어서 더욱더 책의 품격을 높였다. 번역도 비교적 괜찮았고 제본이나 책 디자인도 튼튼하고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다만, 이 책이 기담문학을 모은 시리즈의 일환으로 나온 책인데 환상과 미스터리 초자연등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그린 문학이라는 시리즈 취지에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거 같기도 했다. 물론 환상적인 이야기와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알함브라 자체가 실제한다는 면에서 시리즈보다는 그냥 단행본으로 나왔으면 더 나았을꺼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스페인의 마지막 이슬람의 손길이 깃들어있는 알함브라. 그 환상적이고 신비한 궁전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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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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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뜻밖이었다. 이시다 이라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주제와 이야기여서 과연 같은 작자의 작품이 맞나하면서 지은이를 다시 살필 정도였다.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 같은 미스테리적인 작품만 읽다가 이 책을 만나니 그런 생각이 들만도 했다. 하지만 역시 이시다 특유의 빠르고 감각적인 문체를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호스트다. 이른바 '몸파는 남자'. 아주 파격적인 설정이다. 결코 양지에 있을수 없는, 음지의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 인데다가 더구나 남자다!
주인공은 20살의 대학생 료다. 학교는 잘 안나가고 칵테일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어떤 특정한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것이 아니라 그냥 인생이 따분해서 그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그의 친구인 신야는 호스트다. 어느날 그가 미도 시즈카라는 자신이 속해있는 클럽의 마담을 데리고 온다. 거기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의를 받는 료.
평범한듯한 료에게서 무엇을 느꼈을까. 비록 학교때 여자아이들의 인기를 얻었다고 해도 겉으로 보이는 면으로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5천엔의 몸값을 받게되는 료.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클럽의 톱클래스급의 호스트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게 되는데...

료의 직업자체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것인데 그를 찾는 사람들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이른바 '변태'스러운 사람들이었다. 남자 두명과의 관계에서만 만족을 얻는 여성, 오줌 누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쾌감을 얻는 여성등 보통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혐오스러울수도 있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료는 그런 사람들의 욕망을, 그 간절한 욕망을 비록 댓가를 받지만 정성스럽게 들어준다. 그들의 삶도 어찌보면 존중받아야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평범하지 않는 욕망들... 그 다양한 욕망들에 과연 얼만큼 비난할수가 있을까. 그들에게는 보통 사람들의 욕망이 변태가 아닐까. 아마 그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른것은 아닐까. 그것을 알기에 료도 그들을 받아들일수 있었을것이다.

무료했던 삶을 살고 있던 20살짜리 청년 료는 이 직업을 하면서 세상을 좀더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지 생각하게 된다. 하필 왜 그렇게 통해서 자신을 세상을 보게 되었을까 했지만 그 이유가 끝 부분에 가서 짐작하게 된다. 무의식중에 그를 지배했던 그의 어머니와 관련이 있는것이다. 그와 더불어 그를 그쪽으로
이끌어냈던 미도 시즈카와의 관계도 어떤 인연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저런한 것들이 얽혀서 결국 료가 그쪽으로 갈수밖에 없는 필연이 되었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정 자체가 남자 호스트가 주인고인만큼 이야기 내내 여러가지 파격적인 성적인 묘사가 나온다. 얼핏보면 외설인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것은 감각적이고 섬세하면서도 적절한 묘사와 전개를 해서 읽은이로 하여금 그속에 녹아들어가게 했기 때문이다. 야하긴 하지만 그리 속되보이지 않게 보이는것은 작가의 역량일것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 책은 위험한 소설이기도 하다. 호스트라는 직업, 창부라는 그 직업에 대한 환상을 심어줄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자던 여자던 돈을 주고 성을 사는것 즉, 매춘은 필요악이던 뭐던 나쁜것임에는 변함이 없다. 인간의 욕망을 그런식으로 해소할수밖에 없는 현실때문에 비록 없앨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다. 료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일것이다. 그가 그것을 통해서 성장을 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꺼라고 생각할수는 없다. 이 책의 지은이도 물론 매춘 그 자체를 긍정적인 뜻으로 그린것은 아닐것이다. 그런 상황속에서도 그런 직업속에서도 인간은 있고, 또 성장할수도 있다는 그런 메세지를 던진건 아닐까.

어쨌던 참 매력적인 책이었다. 어쩌면 우리 속의 욕망을 대입해서 본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주인공을 그려낸 표지 디자인도 좋았다. 몽환적이면서 나른한 주인공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번역도 깔끔했고 제본도 잘 되어있다. 다만 책분량에 비해서 책값은 조금 비싼편이다. 반양장본을 하지 말고 좀더 가볍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20살이었을땐 어떤 생각을 했을까. 빨간색의 강렬한 표지에 걸맞는 선명하면서도 몽롱한 이야기. 뜻밖의 장소에서 색다르고 특이하게 세상보기는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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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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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래스카. 어릴적 배운 기억으로 무지 추운곳이다. 물론 그곳에도 얼음이 녹는 계절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춥고 먹을꺼도 부족한 지역. 그러나 이런곳에도 분명 사람이 살고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이용해서 먹고 살것이다. 거기에도 문명세계와 마찬가지의 시설과 제도가 있을껀데 학교도 그중에 하나이다.
이 이야기는 그 추운 고장에서의 한 선생님 이야기이다.

알래스카라는곳을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의 산간벽지 학교를 생각하면 될듯하다. 인구수도 별로 없고 교통이나 다른 시설도 부족하고 학생수도 적은 그런곳인데 교사라는 직업도 엄연히 하나의 직업이다보니 근무환경이 열악한곳은 기피하기 마련이다.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곳도 알래스카의 작은 오지 마을로 여러가지 편의시설도 부족하고 날씨도 추운데다가 생선냄새가 진동하는 터라 어떤 교사던지 오래 버티지를 못한다.

그런곳에 새로 선생님이 오게되는데 이름은 아그네스.
그런데 다른 선생님과는 달리 오자말자 청소부터 하고 아이들과 서스럼없이 어울린다. 그리고 비록 낡았지만 그동안 배웠던 교과서를 모두 치우고 색다른 방법으로 가르치는데 그것은 학생 한명 한명의 눈높이에서 알기쉽게 가르치는 것이었다. 배움에 목말라있던 아이던 학교를 싫어했던 아이던 점차 학교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게 되고 진정한 배움에 눈뜨게 된다.
장애인이라서 배우지 못했던 보코에게 수화를 통한 지식을 전하는 아그네스 선생님.
거기에다가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한 학부모의 마음까지 돌리게 된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은 물론 앞으로의 꿈도 심어주던 그녀는 약속했던 기한을 지나서 영국으로 떠나게 되는데..

교육이라는 것이 사람에 의해서 어떻게 행해질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 책이었다. 같은 것을 가르쳐도 그 방법에 따라서 크나큰 결과의 차이가 있을수있는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아이들에게 아그네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참된 교육이라는것은 무엇인지 선생님과 학부모,아이들 모두가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끝무렵 아그네스 선생님의 행동은 코끝이 찡하면서 기분이 참 좋아지게 했다.

흐뭇한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그런 오지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여러가지 지원이나 혜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에 대한 열정만으로 힘든 곳에서 근무하라고 하는건 너무 가혹한것이 아닐까. 사실 아그네스같은 선생님은 어찌보면 소수일것이다. 비록 오지라고 해도 이런저런 혜택과 가르칠 의욕을 일으킬 여러가지 제도적인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그래야 이것이 '환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의 이야기가 될터니깐.

내가 어렸을때 이런 선생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즐거운 상상을 하게 만든 흐뭇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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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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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종말의 바보',' 마왕' 에서 참 재미나고 기발하다는 느낌을 받은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이어서 기대를 갖은 이 책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문학상까지 탔다고 하니 더욱더 관심이 갔는 책이었다.
읽어보니 과연 이 작가 참 능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내용이었다. 형식면에서도 현재와 과거를 정교하게 교차하면서 그리 복잡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용을 이어내려가는 솜씨가 여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용은 크게 별다른것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장르소설이 아닌 이상 일상의 일들을 솜씨있게 버무리는것이 진짜 글 잘쓰는 작가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면에서 보면 이사카 코타로의 글솜씨를 짐작하게 할것이다.
새로이 대학에 입학하게 된 시나. 그런데 이사 온 첫날 묘한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첫번째는 도둑고양이. 여느 고양이와는 다르게 느껴진 것도 잠시, 잘 생긴 한 남자, 가와사키와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제 처음 본 사람한테 황당한 제안을 받게되는데 서점을 털러가자는 것이다. 서점강탈작전의 정당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어느새 서점 뒷문을 지켜서고 있는 시나.
이 책은 이렇게 맹한 시나와 특이한 가와사키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하나님을 가둘수 있다고 맹랑하게 외치는 고토미와 부탄에서온 도르지. 그들의 재미난 이야기가 이어지는가 했더니 애완동물 살해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범인들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끼어드는 가와사키. 그리고 팻숍의 묘한 분위기의 레이코. 무엇인가 크게 일어날듯 날듯한 분위기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진다.

시나의 시점에서의 현재와 고토미의 시점에서의 과거의 이야기가 반복되면서 전개되는데 사실 대충 읽다보면 시점을 잃어버리게 되고 헷갈릴수도 있을것이다. 매장마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기 때문에 그 규칙만 잘 헤아리면 어렵지 않게 따라갈수 있겠지만 바로 읽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는 수고를 끼쳐야 할것이다. 단순한 구조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정교하게 이어지게 하는 능력이 이 책의 매력이라면 매력이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 반전이 나온다. 뜻밖의 사람에게서 뜻밖의 진실이 밝혀지는데 대체 이것이 진짜 진실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시작할때 추리소설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지만 어느새 추리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밝혀진 것에 대한 당혹한 느낌도 들게한 것이다. 이 책이 추리소설이었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헷갈릴수도 있는 책의 구조에 어쩌면 신선한 자극제의 역할을 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다. 대체 집오리와 들오리가 왜 나올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도 계속 들었다. 추상적인 뜻인가 아니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중반쯤을 읽어가면서 아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오리가 안을 상징한다면 들오리는 밖을 상징한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가와사키와 시나, 고토미와 도르지의 사이가 바로 집오리와 들오리를 가리키는것은 아닐까. 이 상징을 이해한다면 이 책이 주는 묘미를 좀더 기분 좋게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 쉽게 읽혀지는 듯했던 이 책은 어느정도 읽어내려가자 과거와 현재의 교차하는 그 규칙을 헤아리지 못해서 헷갈리기도 했다. 내용이 잘 연결되지 않고 내용파악이 잘 안되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중반부 정도를 읽어내려가다 보니 지은이의 교묘한 글솜씨에 찬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독자가 헷갈릴껄 예상하고 쓴것처럼 능수능란한 느낌이 들었다. 그뒤에 이어지는 여러 저작들에서 보이는 독특함과 기발함이 바로 이 책에서 출발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노란 색깔의 책표지가 인상적인 이 책은 장정도 깔끔하고 제본도 튼튼하다. 번역도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소설.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의 진면목을 진하게 느낄수 있는 이 책, 이 여름을 나는데 틀림없이 도움을 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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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임마꿀레
임마꿀레 일리바기자 외 지음, 김태훈 옮김 / 섬돌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의 본성에 대한 두가지 학설이 있다. 바로 성선설과 성악설이란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착하다는것이 성선설이라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악한 존재라는것이 성악설인데 난 성선설을 믿는 편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차마 저지를수없는, 입에 담기도 힘든 악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면 과연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저 멀리 아프리카에 '르완다'라는 나라가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오랜 식민지생활을 겪고 독립한 신생국가이지만 그 식민지의 나쁜 유산으로 인해서 종족간의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나라이다.
그런데 그냥 분쟁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를 파리목숨보다도 더 가치없게 쉽게 죽이는 모습에서 그들에게 인간성이라는것이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더욱 충격적인것은 바로 이웃으로 친하게 마음을 나누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악마로 변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죽이는 사람이 되버린것이다.

이 책은 그런일을 직접 겪은 한 여인의 위대한 생존기이다. 그 끔찍했던 대학살에서 살아남아서 그때의 일들을 담담한 필체로 그리고 있다.

현명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어머니와 다정하고 우애깊은 오빠 둘, 남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임마꿀레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도 가고 멋진 여성이 되고자 하는 꿈많은 소녀였다.
그러나 그의 그런 꿈에 차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후투족과 투치족이라는 종족분쟁이 서서히 그 광기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소수족인 투치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못들어간 임마꿀레는 희망을 버리지않고 열심히 한 결과 좋은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고 대학도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게 된다. 꿈같은 날들을 보대던 임마꿀레. 하지만 그녀도 그 미친 시절을 비켜갈수는 없었다. 종족간의 분쟁이 전쟁으로 이어지고 곧 대학살이 시작된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 잃고 그녀는 생존을 위한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리고 끝내 살아남아서 세상에 나오게 되는 과정을 지은이 자신의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교육을 많이 받았거나, 종교를 가진 자라도 해도 사람은 참 단순할수가 있다는걸 느끼게 한 책이었다. 지은이가 대학살을 피해가는 동안 만난 사람들 중에는 그와 친하게 지낸 사람들도 있지만 목사나 선생같은 무지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은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능력이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의심할만한 것들을, 인간이라면 가져야할 보편적인 생각들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내가 그런 상황에 처했을때 나도 그럴까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 책은 끔찍한 시절을 살았던 지은이의 한풀이식 기록물이 아니다. 비록 그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책 내내 관통하는것은 화해와 용서고 지은이 자신이 그것을 실현했고 실현하면서 살고 있는것이다. 과연..내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갔고...그리고 그 원수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들을 용서하고 분노를 가라앉힐수 있을까..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할지도 모르지만 그 상황을 자신에게 대입시켜보면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이 결국 자신을 위한것임을 안 것이다.
그리고 피의 악순환은 결국 화해와 용서에 있음을 그녀는 역설하고 있다.
인간은 결국 선한 존재라는 성선설을 그녀가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힘든 시절을 보내고도 그 믿음을 잃지 않은 그녀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마꿀레가 힘들때마다 포기하고싶을때마다 의지가 된것은 하나님의 존재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 예비하고 뜻하신거기때문에 끝까지 믿으면 결국 다 잘될수있다는 내용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을 보고 특정 종교의 힘이다 그렇게 해석을 하지 마시길.
기독교던 천주교던 이슬람교던 아프리카 원시종교이던 그 종교가 중심이 아니라 이것은 임마꿀레 자신의 불굴의 강인한 의지와 노력덕분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와 관계없이 편견없이 읽을것을 권한다.

처음에는 끔찍한 일들을 묘사한것이라서 그리 재미있을까했다. 하지만 한번 잡은 책을 쉽게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흡입력이 있게 잘 쓰여졌다. 살기위해 몇달을 좁은곳에서 숨이있을때 들킬락말락할때는 내가 그런 상황에 처해진듯한 긴박감도 들었다. 가족들간에 사랑하며 즐겁게 지내는 장면에서는 흐뭇하기도 했다. 그녀의 아픔에는 같이 아파했고 원수를 눈앞에 두고도 결국 용서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픽션이 아니라 실화를 소재로 쓴 책이라서 더욱더 현실감있고 재미나게 읽었던 책이었다.

르완다의 일에서처럼 극단적인것은 아니라도 해도 우리의 일상에서도 편견과 질시가 존재하는것은 사실이다. 나 자신조차 진실을 알려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누구나 절망할 상황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개척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나도 할수있겠지라는 용기를 얻기도 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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