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고향옥 옮김 / 양철북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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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졸업을 한다.학교를 입학하면 졸업하게 되고 군대를 들어가도 졸업하게 되고 직장인이 되어도 계속 해서 있는것이 아니라 나오게 되는 일도 생긴다. 이렇듯 무엇인가 끝낸다는 의미, 한 단계를 벗어난다는 의미의 졸업이란것은 사람의 일생에 거쳐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끝낸다는 의미만 가진것이 졸업의 의미가 다가 아닐것이다.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것에 '입학'을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졸업이란것은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인생에서의 졸업을 통해서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총 4년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보통 말하는 학교 졸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의 졸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상에서 일어날수 있는 일들을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우리가 직접 겪어가는 것처럼 농밀하게 서술하고 있다.

첫번째 표제작인 '졸업'은 친구의 딸과의 이야기인데 그 친구는 이미 저세상사림이고 그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나를 찾아온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와 연락을 안한지가 오래되었고 그 자신이 삶의 위기에 봉착해 있는 처지다.그러나 결국 아이에게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는 주인공. 그 아이나 주인공이나 어쩌면 넘어야할 문턱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넘을 용기를, 서로에게 주고 있는것이다. 결국 그 아이는 그 아버지를 졸업하게 되고 주인공은 그 친구와 자신을 졸업하게 되는것이다.40대 가장의 고단한 삶과 일본사회의 모습등이 잔잔하게 잘 서술이 된 작품이었다.

두번째인 '행진곡'은 역시 40대 가장인 주인공이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 과거에 있었던 가족의 일들 특히 보통아이와는 달라던 여동생과이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여기서 어머니는 인생을 '졸업'하는 순간에 있고 그와 그의 여동생은 또다른 졸업의 순간에 잇다. 오랜 세월 동생과 어머니의 진실을 알지못했던 주인공은 그 마음을 결국 알게되고 자신이 짊어진 졸업을 향해서 새로운 마음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면 참 특이한 어머니와 여동생이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상하게 생각했을꺼지만 딸에 대한 믿음과 그 마음을 알아준 딸의 마음도 보통이 아닌거같다. 결국 거기에서 주인공도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지 않겠는가. 어머니는 결국 돌아가셨지만, 자신을 억누르고 힘들게 했던 일들을 졸업하게 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가셨으니 결국 어머니는 그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났다고도 볼수 있을것이다. 주인공이 힘차게 한발을 내딛는 끝장면이 마음 찡했다.

'아버지의 마지막 수업'은 평생 교직에 있다가 임종을 앞둔 아버지를 간호하는 나의 이야기이다.그 또한 교직에 몸담고 있지만 그의 눈으로 봐도 그의 아버지는 그리 매력적인 교사는 아니었다.병원에 있을때 누구도 병문안을 오지 않았던것이다.그런데 그의 제자중에 한명이 아버지의 간호겸해서 병문안을 오게 되면서 마지막으로 어떤것을 알려준다는 이야기인데 솔직히 글에 소개된 에피소드만으로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왜 혼자서 그리 쓸쓸하게 가야하는가를 알게됏따.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선생님'으로써가 아니라 '교사'로써만 교직에 있었던거 같다. 그러니 그런 말년을 보낸게 아니겠는가. 학생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규율만 따지는것은 진정한 선생님이라고 할수없다.그런의미에서 마지막 장면에 누군가가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부른다는 설정은 좀 작위적으로 보여서 그리몸에 와닿지 않았다.

마지막인 '추신'은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였다.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윈 주인공이 새어머니와 수십년만에 결국 화해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중간 중간 어린 시절의 주인공에 동화되서 나같아도 그렇게 했겠다하고 흥분할정도로 내용에 빠져든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어머니가 표현력이나 성격이 다정스럽지 못하다고 해서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처신도 세련되지 못했다고는 해도 그들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쁜마음이었겠는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장면, 마음 따뜻해지면서 기분 좋아지는 장면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인 시게마츠 기요시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일들속에서 아픔과 슬픔, 기쁨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쓴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런 성격의 책인데 주인공의 나이가 안되서 완전히 느낄수는 없었으나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있는 이야기들을 설득력있고 세밀하게 잘 묘사를 한 작품이었다.

책 디자인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번역도 괜찮고 제본도 좋다.특히 종이질이 좋아서 책넘김이 기분이 좋았다.다만,마지막에 옮긴이의 후기가 있어서 작품해설이나 지은이애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되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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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만 더
하라다 마하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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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운다.옛날에는 개나 고양이 종류가 많았었는데 요즘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관련 산업도 많이 발달할정도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애완동물로 가장 많이 키우는 것은 바로 개다. 오랜시간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이라서 가장 인간친화적이고 여러가지로 가깝게 지낼만한 동물이기 때문이아닐까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애완견을 많이 키울까? 그것은 인간과는 다르게 속일줄 모르고 한번 정을 주면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충직성등 변하지 않는 마음때문일것이다.
사람이란 동물이 이성을 가져서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다곤 하나 그 이성으로 말미암아 많은 욕심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우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인간들에 비해서 개는 절대로 배신하는일이 없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기에 인간에게 실망한 것들을 개에게서 느끼고자 키우는것이 아닐까.

옛날에 집에서 개를 길렀었다. 참 순하고 애교도 잘 떨고 집에 오면 그리 반기고 하는 개였다. 근데 순간의 실수로 잃어버려서 그뒤로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지금은 아마 살아있다고 해도 개나이로 고령이라서 거동을 잘 못하겠지만 가끔 생각하면 잘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경험이있기에 이 책도 그냥 단순히 개를 기르는 책이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주인공인 아이가 남자친구인 고스케와 함께 골든 리트리버종인 리라를 키우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다. 회사일로 바쁜 아이와는 달리 고스케는 집에서 주로 일하는 카피라이터다.그래서 리라를 돌보는것은 주로 고스케의 몫인데 그렇게 셋이서 산지 몇년이 지나고 나서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된다. 리라를 혼자서 키우게 된 아이. 하지만 회사일의 특성상 집에 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아이. 집에서는 절대로 용변을 보지 않은 리라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일찍 올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늦게 되고 참다못한 리라는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이런일들이 몇번 일어나자 리라에 대해서 귀찮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아이. 하지만 자신을 끔찍히 좋아하는 리라의 모습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나 큰 병에 걸리는 리라. 리라를 위해서 회사의 중요한 일도 포기하는 아이지만 결국에는 이별을 고하는 순간이 오게 되는데...

제목의 일분만 더라는 뜻은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었던 아이의 간절하고도 간절한 바램의 표현인데 정말 공감이 갔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먼저 떠나는데 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다면 그 마음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아등바등하면서 사는게 과연 무엇을 위한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바로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 하기 위해서 사는것일텐데 어느샌가 일이 우선이 되는게 현실이기도 하다. 이럴때 한발짝 물러날 용기가 있어야하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어쩌면 리라는 우리에게 가장 순수하고 편견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사람들에 비해서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에게 변함없는 애정을 주는 리라의 모습에서 마음 찡한것을 느끼게 한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못하는것을 애완견에게서 찾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한 애견이야기라기 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개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책이었다. 등장인물들도 대부분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고 그들과의 관계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펼쳐지고 있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에는 개들이 뛰어놀수 있는 일종의 개전용공원이 있어서 거기서 편하게 산책도 시키고 쉬기도 하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동물을 사랑하거나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순수하고 편견없는 사랑이 느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마음 저편에서 따뜻한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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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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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누헤...책을 다 읽고 나서 나온 감탄사다. 참 매력적인 삶을 살았고 그의 인생을 따라가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적도 여러번이라서 책을 끝마쳤을땐 긴 여행을 끝낸듯한 느낌이 들었다.

시누헤는 고대 이집트의 한 의사이야기이다. 그가 태어나서 겪고 여행하고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늙을때까지의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는데 역사상의 실제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진 일종의 팩션 소설이라고 할수있다. 하지만 고국인 이집트를 떠나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겪었던 일들이 많기 때문에 일종의 기행,모험소설이라고 할수도 있다.

이야기는 시누헤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태어난것은 모른다. 왜냐하면 그는 갈대배에 실려 떠내려온 것을 어머니가 되는 키파에 의해서 구해져서 결국 그집에서 길러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센무트는 의사였고 그당시 풍습에 따라서 그의 아들도 의사로 키우기로 한다.우여곡절끝에 의사 수련 과정을 끝낸 시누헤. 하지만 그는 한 창부의 유혹에 집의 전재산을 잃고 부모님까지 돌아가시게 만든다.

결국 그 상황에서 벗어난 시누헤는 이집트를 떠나기로 하고 하인 카프타와 함께 긴 여정에 오른다. 의사라는 직업으로 인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어느정도 위치에 오르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친구인 이집트 군인 호렙헵의 부탁을 들어서 주위 나라들을 돌아다닌다. 미탄니, 바빌론, 히타히트 등 이집트의 안전을 위협하는 국가들의 동정을 살피는 시누헤. 전쟁에 휘말리기도 했던 시누헤는 파라오인 아케나톤의 주치의가 되어 그의 사상을 지지하기도 하지만 광기가 난무하는 그 시절의 혼란의 틈속으로 휘발려들어가게 되면서 그의 운명도 예기치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고대 이집트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은 많다. 많은 수가 이집트 황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반해 이 책은 평범한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아서 단순한 이집트의 모습만 그린것이 아니라 그당시 주변국들까지 이야기에 끌어들임으로써 흥미를 더욱더 자아내게 했다.

우선 시누헤라는 인물에게 느낀점을 말하라면 '선함'이라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의 영향도 물론 받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진료를 하고 주위 사람들 특히 노예를 대하는 행동을 보면 그의 마음씨를 알수있다. 물론 어느정도는 우유부단한 면도 있고 창부에게 빠져서 모든것을 잃는 부분에선 어리석음도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평생에 걸쳐서 양심에 크게 어긋나게 행동하지 않았고 항상 그 자리에 안주하지않고 더 많은 지식을 얻기 위해 행동에 나선것들이 참 좋게 보였다.

그리고 시누헤의 모험을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그의 노예인 카프카였다. 비록 눈하나 없고 몸도 뚱뚱한 볼품없는 노예에 불과한 그였지만 시누헤를 잘 보살피면서도 수완을 발휘하여 나중에는 이집트에서 손꼽히는 거부가 된다. 물론 그 중간에 노예신분에서 벗어나지만 그는 끝까지 카프카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지 않는다. 아마 그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큰 장사꾼으로 칭송을 받았을것이다. 어떨땐 좀 답답하게 보이는 시누헤에 비해서 눈치빠르고 넉살 좋은 그의 등장으로 인해서 더욱더 재미난 소설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그밖에 당시 고대 이집트사람들의 일상,문화,종교,경제 그리고 정치와 전쟁등의 사실들이 세밀하고도 치밀한 묘사로 인해서 요즘 일어나는 것처럼 사실적이게 잘 표현되어서 고대인들의 생활모습을 짐작할수 있게했다. 특히 당시 잇었던 시체 처리인등의 직업은 호기심을 더욱더 불러일으키게 했다.

그리고 이책에서 나오는 파라오인 아케나톤에 대해서는 그의 사상이 그당시로써는 참으로 획기적이고 혁명적이었겠으나 역시 광기에 사로잡혀서는 좋은뜻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억압적 종교라는것은 그 뜻의 좋음과 관계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수 없는것이다.

총 1,2권으로 되어있는데 고대이집트를 상징하는 표지디자인도 괜찮았고 번역도 무리없이 잘된거 같다. 책 제본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비슷한 분량의 다른책들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이 되어 있어서 참 좋다. 다만 시누헤 스스로가 쓰는 1인칭 형식의 소설이라서 조금 지루할수도 있는데 중간중간에 관련 그림이나 사진 등이 있었으면 좀더 몰입할수있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누헤가 돌아다닌 여정이 꽤 국제적이었으므로 책 앞이나 뒤쪽에 그의 여정을 그린 지도라도 있었으면 이해하는데 좀더 좋았을껀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천년전 고대 이집트의 한 의사가 겪었던 파란만장한 기행 모험극인 이 책은 한편으로는 어리석게도 보이지만 친근감있는 주인공 시누헤와 함께 고대 이집트로 가는 타임머신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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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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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라는 도시가 있다. 전설상의 도시였지만 발굴을 통해서 결국 그 실체가 드러난 고대 로마의 정수였던 곳. 그냥 멸망한것이 아니라 화산의 폭발로 인해서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사라진 비극의 도시.이미 영화나 소설로 그 이름이라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런데 여기 또하나의 폼페이를 그린 소설이 나왔으니 팩션소설의 대가인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이다.

물이 안나와서 수도교를 수리하러 온 수도기사 아틸리우스에 의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전에도 수도가 끊기는 일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무엇인가 좀 다른게 있었다. 일단 전임 수도기사가 아무말도 없이 실종이 되었고 물길이 끊긴 곳이 최초의 지점에서 좀 떨어진 폼페이이고 물에서 유황냄새까지 나는것이었다. 아주 특별나게 이상한건 아니지만 그런 소소한 것들에서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는 아틸리우스.

한편 노예의 신분에서 벗어나 부를 걸머쥔 암플리아투스. 남보다 앞서는 지략으로 돈을 번 암플리아투스는 돈으로 도시의 지도자들을 움직여서 막후에서 실질적인 지배자가 된다. 그리고 수도를 고치러 가는 아틸리우스도 그만의 방법으로 매수할려고 한다. 그의 존재는 수도를 고치는데 크나큰 암초로 작용하게 되고...
하지만 아틸리우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도 있으니 해군을 관할하는 제독 플리니우스다. 그는 아틸리우스의 열정과 용기를 높이사서 여러가지 도움을 준다.

드디어 폼페이에 도착한 아틸리우스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도관을 고치게 되지만 단순히 물이 안 나오는것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게되는데...

폼페이가 존재했던 시대가 기원후 80년대라고 하니 거의 2000년전의 일이다. 고대 로마가 흥성했던 시대를 대표하는 도시였던 폼페이는 화산재로 덮이면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곳이다. 그런데 그 화산재로 덮였던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수천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모습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용암이 덮쳐서 석고화함으로써 도시 자체가 온전히 보존된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때의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는데 이 책은 그때의 모습을 손에 잡힐듯 잘 그려내고 있다. 수도관이 이상있었다는 소재는 사실 그리 복잡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그 단순한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책에서는 로마의 수도 시설에 대해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펙션소설이기에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건데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로마시에는 1985년의 뉴욕시보다 훨씬 많은 물이 공급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수도관도 정교하고 세밀하게 잘 만들어졌고 그것을 관리하는데도 여러가지로 체계적이었다. 몇년전도 아니고 2000년전에 그런 시설이 있었다니 놀라울뿐이었다. 지은이는 그 당시의 수도 시설에 관한 묘사를 사실적으로 잘 그려내었다. 소설로 읽는거라서 금방 상상이 되진 않았지만 대규모였던 그 당시 수도 시설을 미루어 짐작할수 있었다.

폼페이에서 보여지는 수도 시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현대적의미에서의 상하수도 시설을 의미할까. 청결과 보건과 필수적인 의미인 현대와는 달리 그 당시는 쾌락과 향락을 위한 목적이 더 강했다. 이미 로마의 향락문화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런 문화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바로 물이었고 그 물을 안전하고 쉽게 받기 위해서 수도 시설이 개발되고 설치되었던 것이다. 물론 로마 시민에 대한 수혜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많은 물이 향락시설에 쏟아부어진건 사실이다. 어쩌면 폼페이는 화산 폭발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붕괴되었을것이다. 향락에 빠진 도시가 망하는것은 정해진 수순이니깐. 화산에 의해서 후세에 자신들의 모습을 남겨놓았을 뿐이랄까.

여기서 보여지는 모습들은 오늘날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여러가지 재해가 일어나고 있지만 끊임없이 인재 논란이 일어나는것을 보면 그 당시나 지금이나 책임진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 결국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피해를 입게 되는것이다. 아틸리우스의 조사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아니 그전에 전임 수도 기사가 제대로만 책임을 다 했다면 도시를 구하지는 못했어도 수많은 시민의 목숨을 구할수 있었을것이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하는데 이것을 보면 고개가 끄덕끄덕거리게 된다.

지은이인 로버트 해리스는 역사 펙션 소설에서는 묘한 존재이다. 어떤 특정한 장르나 소재를 가지고 그것만 쓰기도 힘든데 이 작가는 손대는 것마다 다른 분야이다. 역사 팩션 소설 전문인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 분야는 그때 그때 다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팩션 소설을 쓰기도 하고(이니그마) 미스터리한 대체 역사 소설을 쓰기도 했다(당신들이 조국). 완전 다른 분야를 다루면서도 허술하게 보이지 않고 깊이있고 짜임새있게 잘 쓰는거 같다. 물론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것이겠지만 글쓰기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이제는 로버트 해리스가 지은 책이라고 하면 재미가 있겠구나 하는 어떤 신뢰감이 생길 정도로 그 이름에 믿음이 있게 하는 작가이다.

책은 잘 만들어졌다. 장중한 스케일의 작품답게 표지 디자인이 참 인상적이고 번역도 깔끔하다. 양장본으로 만들어졌는데 제본도 잘 되어있고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게 책정된거 같다.

폼페이가 사라진 것을 수도 시설의 측면에서 바라본 이 책은 손에 잡힐듯 세세하게 묘사되어 재미있게 잘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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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굿바이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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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시라 이라. 이 일본작가를 주목하게 된것은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라는 추리소설을 읽고서였다.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사람 글쓰는 재능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추리작가로써 명성을 얻을줄 알았던 이 작가가 확 다른 스타일의 소설들도 쓰고 있는게 아닌가. 알고봤더니 추리소설만 쓰는게 아니라 기업소설, 청춘소설, 연애소설, 가족 소설등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하나 하나의 작품들이 묘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이 책 '슬로 굿바이'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그런데 이 짧은 이야기들의 내공, 장난아니다.
띠지에 있는 광고 문구처럼 '이야기의 귀재'라고 할만하다. 어떻게 보면 사랑이야기는 진부하다. 인간이 있는 한 끝까지 이어질 이야기고 새삼스러울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단순하고 진부한 사랑이야기를 이시라 이라는 참 맛깔스럽게 잘 포장해서 만들어냈다. 사랑이란게 참으로 다양한 빛깔을 띄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제목은 슬로 굿바이. 뭐 천천히 이별한다는 그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지만 10편의 이야기들이 다 이별이야기는 아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이별을 하는 이야기도 있고 이별을 했다가 다시 이루어지는 것도 있고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도 있고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이 아주 특별난건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있을수 있는 이야기들인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들을 지은이는 참 천연덕스럽게 잘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에 참 잘 와닿아서 얄밉게 글을 쓴다고 할 정도다.

첫 이야기인 '울지 않아'는 이별을 한 어떤 여성이 진정으로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편하게 알던 친구인데 이별을 하고 나중에 봤더니 괜찮은 사람이더라 이런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꺼도 없고 주위에서 제법 봤을 이야기이다. 그런데 이시라는 그 과정을 참 깔끔하면서도 담백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울지 않던 사람이 결국 울음으로써 마음을 정리하게 되는 장면이 참 인상깊었다.

'15분'은 참으로 도발적인 이야기다. 그리 친하지 않은 남녀가 어느 순간 섹스를 하게 되고 불꽃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여름의 한 기간을 참으로 강렬하게 그려내었다. 요즘말로 '쿨'하게 헤어지게 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참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될것이다. 어떻게 보면 야한 소설인데 그것이 묘하게도 귀엽게 느껴지게 잘 그렸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를 그린 '꿈의 파수꾼'은 믿음이란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다. 여자친구가 몇번의 고배끝에 인기작가로 발돋음하게 되는 순간 혹시나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는 남자.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고 멋지게 청혼을 받아들이는 여자. 뒷바라지 열심히 했는데 사법고시 합격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 남자이야기 같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안가는 것들을 많이 들어서인지 이런 소설을 보니 더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거 같았다. 사랑은 곧 믿음일것이다.
그 믿음이 깊지 않으면 결국 사랑도 한때의 불장난이 되고 마는것이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제목인 '슬로 굿바이'라는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이별이야기이다. 그런데 좀 독특한게 그냥 이별이 아니라 이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전에 그들이 연애를 했던 장소를 다시 가보면서 이별여행을 하는건데 두사람이 헤어지게 되는것이 서로가 원해서라기보다 남자의 무성의로 인해서 여자가 떠나주는 상황이랄까.
얼마든지 남자가 좋게 잘 해서 헤어지지 않을수 있었는데 그렇게 헤어지게 된것이 좀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없어진건 아닌것 같았다. 사랑하므로 헤어진다랄까. 아무튼 그런 사랑도 있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들었던 단편은 '진주 컵'이었다. 돈을 주고 몸을 사고 몸을 파는 관계에 있던 어떤 두 남녀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결국 서로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인데 비현실적이 아니냐고 할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마음을 쓰는 것들이 참 기분이 좋게 했다.
비현실적이라도 실제로 일어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 내가 과연 저 남자의 처지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과연 그 남자처럼 마음 넓게 사랑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밖에 다른 단편들도 흔한 소재지만 독특하게 잘 가공을 해서 세련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것이 일본이라서 우리와는 정서상 좀 어색하게 여겨질만한 대목도 있긴 했다. 성의식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과는 또 다른게 사실일것이다. 대놓고 섹스 이야기를 다룬 '15분'뿐만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많이 표현이 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야한듯하면서도 적나라한것같은 이야기이지만 그리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은것은 그 속에 흐르는 '진정성'과 '따뜻함' 때문이었다. 참으로 따뜻한 사랑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외적으로 표현되어지는 것들보다 그 내면의 마음이 편하게 전해져서 우리와는 낯선 나라의 사랑이야기라도 해도 재미있고 기분 좋게 읽을수있었다. 역시 사랑이란건 나라가 달라도 보편적인 어떤것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솔로들은 옆구리시릴 계절이라서 이런 이야기 읽기 싫을지도 모르겠다. 뭐 사실 좀 그런면이 있는건 사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따뜻한'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옆구리를 더 시리게 하진 않을것이다. 오히려 마음을 데우면서 흐뭇한 느낌을 들게 할것이다. 물론 커플들은 읽으면 더 좋고.
이야기꾼인 이시라 이라의 솜씨가 잘 발휘된 이책은 오랫만에 보는 따뜻한 연애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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